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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30 02:06
그에게 성애를 느낀다는 건 역겨운 일이었다. 

"너희 아빠 아니야?"

"아니야."

"뭘 아니야. 맞는데."

"아빠 아니야. 나 간다."

급히 인사를 건네고 길가에 서있는 로건에게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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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안 와도 된다니까."  

"창피하냐?"

3년간 고등학교를 다닐 동안 로건은 내내 하교 시간에 맞추어 학교 앞에 서있곤 했다. 3년을 습관처럼 지내도 어색하긴 마찬가지였고 담배에 손을 대지 못하고 손으로 입술 주변을 부비고 있는 그의 모습은 부자연스러웠다. 성인이 되고 대학에 들어온지 2개월, 그는 여전히 1주일에 3일은 학교 앞에 서있다. 자연스럽게 내 가방을 가져가고서는 오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눈치를 살피는 듯 했다.

"뭐가 창피해? 다 컸는데 데리러 오는 사람 있는 게?"

"아니 뭐. 그런 거면 안 오고."

"바쁜데 올 필요 없다는 소리야. 혹시 심심한 거면 친구 좀 만나. 친구 많잖아."

"친구는, 웃기는 소리."

힘빠지는 소리로 웃더니 손가락으로 이마를 툭 치곤 한참을 앞서 걸어간다.

저렇게 멀리 떨어져서 걸을 거면 데리러는 왜 와. 

로건은 나의 아빠가 아니다. 따지자면 그렇다. 난 그냥 그의 유전자를 운 나쁘게 주입받았을 뿐이고 운이 좋게 구출되었을 뿐이다. 나는 그와 같이 무서운 회복능력을 가졌지만 행운인지 불행인지 손가락 관절 사이로 튀어나오는 뼈는 없었다. 어린 아이도 아닌 나를 왜 자비에 스쿨에 맡기지 않은 건지 왜 나를 일반 고등학교에 보낸 건지 나는 묻지 않았다. 17살의 나를 처음 본 로건은 조금은 슬프고 화가 난 눈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나와 함께 살겠다고 말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이해가 간건지 더 이상 말을 얹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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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밥 먹고 미리 약 먹어라."

식사를 하던 로건은 대뜸 약병을 식탁 위에 올리며 날 힐끔 쳐다봤다. 

"무슨 .... 내가 냄새 맡지 말라고 했죠."

본인의 동물적 감각을 집에서도 증명해야 히어로라는 생각이 드는지 그는 불쑥불쑥 냄새로 내 상태를 진단하고는 했다. 또 여자는 많이 만나봤다고 직접적으로 생리라던가 우회적으로 그날이라던가 짚어서 이야기 하지는 않았지만 꼭 이렇게 필요 이상으로 티를 내곤 했다.

동거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닥친 생리통에 기진맥진한 나를 보고 로건은 크게 당황했다. 자기 새끼를 살피는 짐승처럼 날 끌어안고 쓰다듬었다. 괜찮다는 만류에도 그날 로건은 큰 몸을 구긴 채 침대 맡에 앉아 내 상태를 지켜봤다. 아침에 깼을 때 그는 꽤 무서운 표정으로 'kid, 이제 무조건 약부터 먼저 챙겨 먹어라. 알겠니?' 그렇게 말을 남기고 방을 나섰다. 아마 본인과 다름없는 치유 능력을 가졌을 내가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이 그에게는 당황스러웠을 거다. 그때부터 로건은 줄곧 냄새로 내 상태를 체크하고는 진통제를 들이밀었다.

"지난 번에 넘어갔다가 또 밤새 고생한 건 잊었냐?"

"괜찮다고 했잖아. 내가 알아서 한다고. 자꾸 이렇게 굴지 말라구요."

"이렇게 뭐. 너 뒤늦게 사춘기냐? 성인 대우 해달라고 신경 꺼라 그건가." 

아직도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웃어대는 그 표정에 괜히 심술이 났다. 코끝이 찡한 게 눈물이 날까 괜히 더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이렇게 아빠인 것처럼 굴지 말라구요."

난 한 번도 로건을 아빠라고 부른 적이 없다. 처음엔 그저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제는 날 키워주고 돌봐준 사람에게 마음이 동한다는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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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다를 것도 없잖아."

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뭐가 문제냐는 표정으로 계속 밥을 먹는다. 틀린 말이 없는데 눈가가 뜨겁다. 날 먹여주고 재워줬으니까. 나이가 많은 어른이니까. 나의 보호자니까. 그걸 축약해서 칭한다면 그 단어면 될텐데. 어쩌면 로건은 내가 그렇게 불러주길 기다리고 있었을까? 식탁 위로 눈물이 떨어지자 로건은 표정이 구겨진다. 

"너..."

금세 내 옆으로 온 로건은 자세를 낮춰 걱정스러운 눈과 투박한 손으로 내 눈물을 닦아준다.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어?"

또 애 취급.
고개를 젓자 그는 말문이 막힌듯 입술을 물고 낮게 한숨을 쉰다.

"그럼 나 때문에?"

또 한 번 고개를 젓자 로건은 인상을 쓰고 연신 내 눈물을 닦아낸다.

"그만 울고. 그럼 왜. 뭐 때문인데. 말을 해야 알지. 내가 니 진짜 아빠가 아니라서? 그것 때문에 그래?"

그러니까 로건의 사고가 미치는 방향은 딱 여기인거다. 난 그의 아이이고 보호해야 할 대상이고 가족이니까. 내가 자신을 상대로 어떤 생각에 괴로워하는지 그는 알지 못한다. 그 기대를 깨서는 안돼. 그의 가족이 되어줘야 해.

"아무 것도 아니야. 잘 먹었습니다."

도망치듯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니 로건은 그 앞에 서서 몇 번을 문을 두드리고 묻다 1시간쯤 지나자 조용해졌다. 책상에 놓여있는 사진을 덮어버렸다. 졸업식날 내 어깨에 손을 두르고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 있는 로건. 어색하게 웃고 있는 내 얼굴이 싫어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

로건너붕붕

아 늘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