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결혼 한 달 전에 듣는 사람의 기분이 어떨 것 같은가?

좆같다고? 그래, 지금 내 기분이 그렇다.





나는 저런 놈도 약혼자라고 예뻐 보이려 입었던 드레스에 다 번진 화장을 하고 햄버거 가게에 들어갔다. 울면서 들어갔으니 모든 시선이 나에게 쏠리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이런 좆같은 일 후에는 버거 세트 하나쯤 먹어줘야 기력이 보충된다.



패티 추가에 엑스트라 라지 사이즈 감자튀김, 그냥 콜라. 다이어트 콜라가 아니다! 결혼식을 위해 설탕도 끊었는데 이제 날 막을 수 있는 건 없다. 마음 같아서는 보드카라도 섞고 싶지만 없으니 아쉬운 대로 먹어야지.




기름이 줄줄 흐르는 버거를 게 눈 감추듯 쑤셔넣고 있는데 남자 하나가 내 옆에 앉았다. 내가 곁눈질하니 남자가 매끄러운 치열을 드러내며 웃었다. 듣자하니 빙빙 돌려서 하는 '기분 전환하러 같이 나갈래요?' 수작이었다. 왜 남자들이 다 좆같이 굴지? 이성을 잃은 나는 몇 입 남은 버거를 내려놓고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야 이 씨발놈아 내가 만만하냐? 어디 좆같은 얼굴 들이밀고 수작질이야, 좆같은 새끼야. 하여튼 세상에 믿을 남자새끼 하나 없어요. 허구한 날 여자 등이나 쳐먹으려고 엿보면서 사는 거 지겹지도 않냐, 개새끼야? 그 보이지도 않는 거 대단한 것마냥 휘두르고 다니면서 성병 검사는 받고 다니냐? 나 같으면 샤워하다가 쪽팔려서 자살하겠다. 미친 새끼가 낄 데 안 낄 데 구분을 못 하네. 씨발놈아 알아처먹었으면 빨리 꺼져!"



나는 꽁무니 빼는 놈의 뒷통수에다 거하게 욕을 갈겼고 햄버거 가게의 손님들은 잠시 정적 후 박수를 쳐줬다. 한 할머니는 내 음식값을 대신 내겠다며 직원에게 내가 주문한 메뉴를 물어봤고, 아이를 데리고 온 여자는 손으로 아이의 귀를 가린 채로 입모양으로 힘내라고 말하며 윙크까지 날렸다.




정말 창피해서 죽고 싶었다.




나는 서둘러 남은 걸 먹어치우고 가게를 나섰다. 짧은 드레스는 말려 올라가 불편했고 몇 번 안 씹은 감자튀김은 내 목구멍까지 차 있었다. 집까지 걸어갈 생각에 한숨을 쉬는데 뒤에서 또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태워줄까요?"


오늘 남자가 멸종되는 날인가보다. 내가 비장하게 돌아서자 그 남자가 차키 버튼을 눌렀다. 근처에 있던 경찰차에 불이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옷도 경찰복이다. 약간 머쓱해진 나는 몸에 힘을 풀었다. 오늘 힘들었으니 공권력의 도움을 좀 받아볼까. 내가 앞에 탈지 뒤에 탈지 머뭇거리자 남자가 웃으며 조수석에 타라고 말했다.







경찰차에 타고 있으니 괜히 아까 했던 말들이 신경쓰였다. 나는 침묵을 깨고 남자에게 물었다.


"저기요."


"네."


"아까 그거... 혹시 조사받을 수도 있나요? 모욕죄라거나 뭐, 아무튼..."


"신경쓰여요?"


"그쵸, 조금은."


"별로 신경 안 쓰는 것 같던데."


내가 째려보니 남자가 헛기침을 하다가 그런 놈들은 한두 번이 아니니 괜찮을 거라고 말했다. 나는 약간 편해진 마음으로 등을 기댔다. 이왕 탄 김에 경찰을 조금 더 부려먹기로 한 나는 집 코앞에 세워달라고 했다.


"여기예요."


그냥 쌩 갈 줄 알았던 남자는 차에서 내려 인사를 해 주었다.


"들어가요."


친절한 서비스까지 흠 잡을 데가 없다. 칭찬의 글이라도 남겨줄까 하고 명함이 있는지 물었더니 남자가 안주머니에서 한 장 꺼내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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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손인사한 남자가 차에 타고 나는 명함을 훑어봤다.


'야니스 니뵈너.'





야니스너붕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