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609153805
view 4598
2024.10.24 13:07
-어서 와, 힘들었지?
- ...
- 저녁 준비해놨어. 씻고 와.
허니는 욕실에 들어가서 손을 천천히 씻었어. 힘을 너무 세게 줘서 손이 하얗게 질리고 나서야 손씻기를 멈췄지. 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좁은 욕실 창문을 보고 다시 정면 거울을 봤지. 깨끗한 거울, 지친 표정의 허니, 그 밑에 컵에 나란히 꽂힌 칫솔 두개, 면도기.
식탁으로 돌아오자 페드로는 오븐에서 음식을 꺼내어 식탁 중앙에 놓았어. 그는 접시에 음식을 담으며 물었지.
- 일은 괜찮았어? 요며칠 손님이 많았잖아?
- 할만했어.
어두운 표정의 허니를 살피며 페드로는 그녀 앞으로 음식이 담긴 접시를 내려놓고 자신의 접시에 음식을 담기 시작했지.
- 힘들면 일 그만둬도 돼. 잠시 쉬고 다른 일을 구해도 되고, 당신이 굳이 일할 필요도 없잖아.
허니는 페드로의 위로에 딱히 대꾸하지 않고서 포크를 들어 접시에 담긴 요리를 한입 먹었어. 메뉴는 허니가 좋아하던 라자냐였고 몇달전에 먹었던 것과 비슷한 맛이었지.
-맛은 괜찮아?
- 응.
- 다행이네. 이 앞 상점에는 쓰던 재료가 없어서 비슷한 걸로 만들었거든. 와인?
- 그래.
허니가 잔을 내밀자 페드로는 와인병을 들어 잔을 채웠어.
- 좋아. 그럼, 우리 주말에 뭐할까? 가까운 곳에 드라이브갈까, 아니면 지난주에 허니가 봤던 미술전시는 어때? 나 아직 안봤어. 허니하고 같이 보고 싶어서 기다렸거든.
- 그만.
- 피곤하면 집에서 쉬어도 괜찮아. 같이 누워서 음식 만들어먹고 영화보는 것도 좋지.
- 페드로, 그만!!!
허니는 식기를 내려놓고 페드로를 노려봤지만 페드로의 표정은 웃는 낯 그대로였어.
- 지금 뭐하는 거야?
- 뭐하는 거긴. 우리 사이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노력중이잖아.
- 메꿀 공백은 없어. 우리는 끝났어, 잘려나간거라고!!!
- 허니. 난 당신을 놓은 적 없어. 당신은 조금 지쳤을 뿐이고 우린 다시 행복질거야.
- 하!
표정하나 변하지 않는 페드로를 보며 허니는 와인잔을 비웠고, 페드로는 와인병을 들어 다시금 그녀의 잔을 채웠지.
- 너무 화내지는마. 많이 기다려줬잖아. 나에겐 40년같은 4개월이었어.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는데 칭찬정도 해줄 수 있잖아
- ...
- 여기가 좋다면 당분간 여기서 지내도 돼. 나도 오전 내내 짐을 풀었는데 바로 정리고 싶진 않아.
- 어떻게 당신한테서 도망쳤는데... 다시 같이 살자고? 난 그렇게 못해.
- 노력은 해볼 수 있잖아? 당신의 소중한 것들을 지키려면.
- 주변사람들은.... 안건드린다고 했잖아.
- 당신도 나 떠나지 않을거라고 했잖아. 우리의 약속은 당신이 내 곁에 있을 때만 유효한거야. 몰랐어? 허니?
페드로는 안기라는 듯 두 팔을 벌렸지. 허니의 힘겨웠던 도주의 끝은 여기였어.
- 안아줘, 날 한번도 떠난 적 없던 것처럼.
- 그럼 주변사람들은..? 약속은 다시 지키는 거야?
페드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허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페드로 앞으로 갔어. 페드로는 그녀의 허리를 잡고서 그의 무릎 위에 그녀를 앉혔지. 체념이 드리운 그녀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그녀에게 키스했어. 여유로운 척 했지만 허니의 집에 들어온 순간부터 페드로의 머리 속에는 허니에게 키스하고 그녀를 안을 생각밖에 없었어. 허니의 숨바꼭질은 이걸로 끝이었지.
집착당하고 감금당하던 허니가 튀튀하는데 허니찾아내고선 아무렇지않게 집에 들어와서 기다리는 어딘가 넹글 돈 페드로가 보고싶었다
페드로너붕붕
https://hygall.com/609153805
[Code: c5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