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남편이 죽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돈 걱정이라면, 이것만큼 비참한 것은 없을 것이다.

남편과 나는 빚이 많았다. 좁은 집구석에 우리가 온전히 소유한 것은 몸뚱아리밖에 없었다. 부모가 물려준 빚에 허덕이며 나와 남편 모두 밤낮으로 일했지만 빚은 점점 늘어갔다.


설상가상으로 내가 폐병에 걸리자 나에게 일거리를 주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났다. 남편은 내 몫까지 벌기 위해 몸을 혹사했어도 언젠가 빚을 다 갚을 날을 소망했다.


그의 마지막은 허무했다. 남편의 죽음을 목격한 사람들은 그가 발을 헛디뎌 강에 빠졌다고 했다. 강에서 건져올린 남편의 모습은 내가 기억하던 것과 많이 달랐다.




공동묘지에서 아무도 오지 않는 장례식을 치르고 나무토막을 엮은 십자가를 꽂았다. 곧 빚을 받으러 사람들이 올 것이다. 나는 수중에 남은 돈을 모두 끌어모아 식탁 위에 두고 산에 올랐다. 절벽 아래로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내 시체를 찾지 못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죽고 나서도 내 장례비를 빚 지고 싶지는 않다.







내가 절벽 모서리로 발을 내디딘 순간 팔 하나가 내 허리를 감아 끌어당겼다.














내가 다시 절벽으로 걸어가자 그가 나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나는 주먹으로 그의 팔을 치며 보내달라고 소리쳤지만 그는 내 말을 듣지 않았다. 나는 허우적거리다가 포기해 축 늘어졌다.



"나는... 내 목숨까지 빚을 졌군요."


"그대의 목숨값으로 내가 대신 빚을 갚았소. 이제 그대가 빚진 사람은 나뿐이오."


"원하는 게 뭡니까."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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