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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2 12:30

 이제 다 했어요 프라이머스님!

 이번에는 메옵중심



 첫사랑을 못 잊은 파괴대제님은 이를 갈며 기다리다 말년까지 못 참고 행성의 핵으로 뛰어들어 신에게 억지를 부렸답니다!

+

 이유. 그게 필요했어.

 타당한 이유 말이야. 증오할 이유는 두 손으로 꼽고도 모자란데 사랑할 이유는 겨우 하나였단 말이지. 그걸론 한참 부족하잖아. …하지만 실패했어. 도무지 더 찾을 수가 없었고 그래서 그냥 두었지. 까마득하게 미워하다가 아주 찰나에 선심 쓰듯 편린만을 내어주면서. …넌 처음에 그걸 기쁘게도 주워담았고, 후에는 향수에 젖어 보다가 종래엔 외면하더라. 그걸 알아차린 게 언제였던가를 굳이 더듬어가는 데에는 의미가 없어. 그만큼 긴 시간이 흘렀으니까.

 … …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 …

 …유언이랍시고 남긴 말이 다시 태어나면 우리 다 잊고 자유로이 오롯하게 살아가자는 네가 원망스러웠어. 나는 너를 향한 증오도 사랑도 모두 단단히 붙들고 있었는데 너는 아니란 거잖아. 그저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게 두더니, 어느 순간 이 관계가 영영 끝나기만을 기다렸다는 뜻이잖아. 나만이 줄을 붙잡고 반대편에 이미 없는 것이 딸려오기를 기다리며 그것을 당기고 있었던 거라고. 

 밉다, 무정한 너. 이렇게 널 증오할 건덕지가 하나 더 생겼어. 이러니 너라서 사랑했다는 이유 만으로는 도무지 멈출 수 없었던 거야. 

 … …

 그래, 이번 생엔 미움이 더 많아서 네가 죄다 뒤로하고 떠나는 길에 남긴 부탁일랑 매몰차게 거절했어. 대신 악에 받쳐 멀어지는 뒷모습에 고함을 질렀더랬지. 내세든 천국이든 지옥이든 집요하게 쫓아가 그 때야말로 끝까지 함께 할 테다, 절대 내게서 떠나지 못하게 붙들어 놓겠어!

 … …

 혹시 모르지, 그 땐 널 사랑할 이유를 좀 더 찾아낼 수 있을지도.

+

 "안녕, 오라이온." 

 "…? 그것은 내 이름이 아니오. 젊은이. 다른 이와 착각한 것 같소만." 

 "내가 널 못 알아볼 리가 없잖아, 오라이온." 

 "… …무언가 착오가 있는게 분명하니 이만 실례하겠—!!"

 "어디가? 가지 마, 너무 오랜만에 만났어." 

 "이거 놓으시오! 나는 자네가 찾는 메크가 아니야!"

 "싫어, 남남 하기 싫다고 난 분명 말했잖아. 다시 찾으면 그 땐 정말 안 떨어질 거라고 프라이머스 앞에서 맹세까지 했는걸." 

 "…! 이보게, 우상 숭배는 이제 그만 두고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게 좋을 것 같네만…! 아이고, 좀 놓게! 아파!"

 "…전적이 신의 대변인이었던 존재의 입에서 우상 숭배라는 단어를 들으니까 그것만큼 아이러니한 게 없네. …그럼 정말 기억을 못한다는 건데… …잘 됐어. 다시 자기소개를 하자. 난 디야." 

 "… …"

 "이름을 알려주면 손을 놔 줄게. 대신 도망치려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보다시피 난 비행 메크거든. 심지어 초음속." 

 "…폴라리스. 이제 그만 놓으시오." 

 "폴라리스, 흠. 옵티머스보단 낫다." 

 "…? 내전의 영웅이 여기서 왜…? 그보다 이제 놓으라니깐! 약속했잖는가!"

 "응, 거짓말이었어. 우린 이제 놀러 갈 거야. 기록 보관소에서 쓰잘데기 없는 아아아주 오래 된 기록을 훑어 보다가 요즘 젊은 메크들 사이에서 데이트 명소로 핫한 무중력 정거장에 가서 서로를 알아갈 거라고." 

 "…?? 뭐 이딴 플러팅이 다 있나?! 아니, 그보다 난 자네보다 적어도 두 배는 나이가 많아! 다른 또래 메크를, —이익, 대체 어찌 되먹은 악력이야!" 

 "네가 내팽개치고 간 행성 수습하느라 시간이 걸려서 따라오는 데 늦은 걸 나보고 어쩌라고, —에이 씨 누가 그렇게 먼저 가버리래?!"

 "이건 또 무슨 신박한 쉰소리, 아니 요즘 젊은이들은 이런 컨셉으로 작업을 거나…?"

 "낸들 알아, 너 말고 작업 걸어 본 메크 없어." 

 "… …"

 "오. 수줍어한다." 

 "…연장자를 놀리면 못 써!!"
 
 "오. 꽉 막혔다." 

 "자네가 지나치게 개방적인 것이 아닌가?!" 

 "무려 두번의 생 동안 잔뜩 억압되어있던 애정이야… 순순히 만끽하는 게 좋을걸?" 

 "아니 무슨 그런 말을 그런 살벌한 얼굴로 하는 게야…" 

 "흥. 적어도 난 밀린 만큼 받아내야겠어. 얼마나 찾아다녔는데. 왜 행성에 가만히 붙어있질 않고 자꾸 싸돌아다녀."

 "직업이 고고학자인데 그럼 나보고 어쩌란—?! …허어, 뒷조사까지 했단 말이군. 왜 놀랍지도 않을까…"

 "다행이네. 받아들여. 어서 가자! 기록 보관소는 저쪽이야." 

 "아야야! 도망 안 갈테니 그만 좀 당겨!"

+

 프라이머스님은 관념적인 청각 모듈에 과부화가 걸리도록 때를 쓰는 아픈 손가락에 결국 항복하고 말았답니다. 우주 정복을 외치던 표정으로 행복하게 만들어 주겠다는데 대체 어쩌겠어요. 
 
#트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