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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1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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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전 곰돌이 젤리를 몇 알 먹어서인지 숙취는 심하지 않았어. 하지만 엄마의 닦달에 새벽부터 일어나 웨딩드레스를 보러 가야 했지. 허니는 안 될 걸 알면서도 반항해봤어.


"저 아직 반지도 못 받았어요."

"크기를 줄이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는구나. 집안 대대로 내려왔다니 어쩔 수 없지."


직원들은 기계처럼 허니에게 드레스를 입히고 치맛단을 정리했어. 엄마는 허니를 보고 잠시 멍하니 있다가 손으로 눈가를 부채질했어.


"미안하다, 내 딸이 이렇게 컸다니 너무 벅차서..."


벅차기는 개뿔. 언니가 생각났겠지. 드레스를 고르는 게 내가 아니라 언니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거 다 알아.


여러 샵을 도는 내내 엄마는 생각에 잠겨 허니의 드레스를 보는 둥 마는 둥했어.

허니가 집에 들어오니 벌써 날이 어둑어둑했어. 허니는 시계를 풀어 탁자에 두다가 옆에 놓인 액자를 바라봤어.


"다 너 때문이야, 지니 비."


허니는 액자를 엎어두고 욕실로 들어갔어.


목욕을 하며 피로를 푼 허니가 로브를 걸치고 침대에 누워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어. 껌딱지 같은 약혼자였어.

허니가 현관문을 열자 약혼자가 당황해 눈길을 돌렸어.


"결혼할 사인데 뭘 새삼스럽게."


"......"


"그래서 이번엔 뭔데요."


약혼자가 침대에 걸터앉은 허니 앞에 스툴을 들고 와 앉고 허니의 왼손을 살짝 잡았어. 팔을 덮고 있던 소매를 올리자 얼룩덜룩한 손목이 드러났지.


"어떻게 알았어요?"


"그냥 그럴 것 같았습니다."


약혼자는 주머니에서 연고를 꺼내 허니의 손목에 조심스럽게 발라줬어. 간질간질한 느낌을 견디기 힘들었던 허니가 다시 질문했어.


"누가 그랬는지는 안 물어봐요?"


"알고 있으니까요."


허니가 씁쓸하게 웃었어. 약혼자가 일어나려 하자 허니는 어깨를 눌러 앉히고 안경으로 손을 뻗었어. 약혼자는 안경을 벗기는 허니의 손길을 가만히 받아들였어.


"잘생겼네."


"........"


"멀끔한 사람이 더 좋은 사람 만나지 나는 왜 따라다닌대."


"허니 씨도 좋은 사람입니다."


"입에 발린 소리 하지 말고요."


허니가 침대에 드러눕자 약혼자가 방을 둘러보다가 엎어진 액자를 발견했어. 야니스가 액자 속 사진을 유심히 보자 허니가 말했어.


"언니는 내가 가장 좋아하면서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었어요. 너무 완벽해서 질투도 할 수 없었죠. 엄마도, 아빠도 언니만 좋아했어요. 내가 언니처럼 되려고 애써도 엄마 아빠는 늘 언니만 바라봤어요. 똑같은 실수를 해도 언니는 용서받고 나는 심하게 혼났죠. 언니가 죽었을 때 세상이 무너진 것 같은 동시에 약간의 기대도 있었어요. 이제 부모가 나를 봐주겠구나. 하지만 당연히 그런 일은 없었어요. 지금 이렇게 사는 건 약간의 복수심도 있어요. 언니를 죽인 세상과 나를 외면한 부모에게 복수하는 거요."


"허니."


허니는 몸을 일으켜 약혼자를 봤어. 그가 허니를 이름으로 부르는 건 처음이었어.


재생다운로드야니스33.gif

"내가 도와줄게요, 복수."


야니스너붕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