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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0 21:40
트포원ㅅㅍ 디오라 메가옵티
"너 가끔 광산에서 사라지더라. 아주 감쪽같이. 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엘리타가 아주 기 막혀 하던데?"
디 식스틴은 자신의 리차징 배드를 설정하며 말했다. 광산에 들어가는 봇들에게는 그들의 실시간 위치를 상급자에게 알려주는 태그가 부착되었다. 그것은 노동이 끝나는 시간까지는 해제할 수 없었는데, 어째선지 오라이온의 신호는 사라지기 일수였다.
"그거? 아, 나만의 트릭이라고나 할까."
오라이온은 어깨를 으쓱이며 대꾸했으나 그의 표정은 답지 않게 어두웠다. 디 식스틴은 한 쪽 눈썹을 들어올렸다.
"뭐야, 표정이 왜 그래? 무슨 문제라도 있어?"
오라이온은 망설이고 있었다. 입을 떼었다가 다무는 행동이 반복되자 디 식스틴은 조금 짜증이 났고 오라이온에게 물었다.
"팩스, 무슨 일인데 이러는 거야. 다크윙이 널 으슥한 데로 끌고 가기라도 하는 거야? 그렇다면 내가 프라이머스께 맹세하건데-"
"아니야, 그런건. 그냥..."
오라이온은 제 뒷목을 문지르다 디 식스틴에게 말했다.
"내가 할 말이 믿기지 않을 거란 건 알아. 근데..."
"잘 알고 있네, 헛소리 할거면 지금 빨리 해. 듣고 리차징이나 하게."
"광산에... 유령이 있어. 그가 날 데려가서 신호에서 사라지는거야."
"오라이온 팩스."
디 식스틴은 오라이온에게 시선을 던졌다.
"무슨 소리를 하나 했다. 광산에 유령? 거짓말을 해도 스파클링이 믿을 법한 거짓말을 하네. 아니다, 또다른 오라이온 팩스의 재미없는 농담이었을지도."
디 식스틴이 눈을 굴리며 자신의 리차징 배드를 매만졌다. 달콤한 리차징이 그를 부르고 있었다.
"유령이 아닐지도 모르지, 그냥 편의상 그렇게 부르는 거라고! 하지만 그게 뭐든 날..."
"팩스, 난 정말 네가 걱정된다. 그냥 엘리타의 눈을 피해서 광산에서 빠져나갈 구멍을 발견했다고 해. 그 편이 더 믿음직하니까"
디 식스틴은 리차징 배드에 누웠다.
"뭐가 됐든 나중에 이야기 하자. 오늘은 이만 자야겠어."
디 식스틴이 옵틱을 감으며 중얼거렸다. 오라이온은 무어라 더 중얼거리다가 고개를 젓고는 자신의 리차징 배드를 설정했다. 그리고 리차징 배드에 누워 이미 리차징에 들어간 것 같은 건너편의 디 식스틴을 바라보았다.
"그래, 오늘도 고생했어. 내일 보자고, 디."
"그래, 팩스. 멀쩡한 정신으로 보자고."
오라이온은 디 식스틴에게 미소를 지었고 이내 옵틱을 감았다.
-
새로운 날이 밝았고, 새로운 작업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라이온과 디 식스틴은 작업도구를 챙기며 자기 전 그들이 말했던 주제에 대해서 작은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아직도 그 얘기야? 알았어, 유령이 있다고 치자고!"
"진짜로 믿는 게 아니잖아!"
"넌 그럼 내가 이 나이에 유령을 믿어야 한다고 봐?"
"그게 어떤 현상을 일으킨다면 그래!"
"그래, 그게 어떤 현상을 일으킨다면! 하지만 네 주장을 증빙할 어떤 데이터도 없잖아, 안 그래?"
오라이온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곤 고개를 아래로 내려 꿍시렁거렸다. 유령이 날 어디로 빼돌리는 건 진 모르겠지만 거기선 통신도 먹통이고... 디 식스틴은 오라이온을 내려다보다 웃었다. 오라이온이 짜증을 낼 땐 제법 귀여웠다. 아차, 이걸 알면 의기양양해할텐데. 디 식스틴은 오라이온에게 너무 물렀다. 그는 제 입꼬리를 손으로 감추고 잠시 제 표정을 추슬렀다.
"그럼 내 신호가 사라지는 건 뭔데?"
오라이온이 별안간 고개를 훽 들며 말했다. 디 식스틴은 어깨를 으쓱하며 같은 말을 반복했다.
"어제 말했지만, 네가 어떤 방법을 찾은 거겠지. 우리가 아직까지 이 논쟁을 계속하고 있는 건 네 장난 때문인거고. 네 주장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내가 볼 때까진 그게 내가 믿는거야."
"어이 거기 둘! 잡담은 이제 그만!"
엘리타 원의 꾸중이 떨어지자 둘은 입을 다물었다. 광산에 들어갈 시간이었다.
-
엘리타 원의 리드에 따라 이루어지는 작업은 효율적이고 효과적이었다. 그러니까, 광산이 불안정해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무너지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빨리 나가!"
"탈출해!"
"달려!"
처절한 봇들의 비명 속에서 디 식스틴은 오라이온을 찾았다. 오라이온은 넘어져 일어나지 못하는 봇을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저러다 제 명에 못 죽지! 프로토콜은 폼으로 있는 줄 아나! 명령이 떨어지면 광산 입구를 향해 뛰어야할 것 아니야! 디 식스틴은 오라이온에게 달려가 그를 도왔다. 그리고 그들은 달리기 시작했다. 광산은 그들의 뒤에서 닫히고 있었고 암석들은 그들 옆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출구가 바로 앞이었다.
"몸을 던져!"
넘어졌던 봇이 가장 먼저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디 식스틴과 오라이온만이 남았다. 탈출이 가까웠다.
"여기서 나가면 네 엉덩이를 걷어차 줄거야!"
"그러던가!'
오라이온이 디의 뒤에서 소리쳤다. 그러나 그 때였다. 디 식스틴의 머리 위로 암석이 떨어졌다.
"안돼, 디!"
오라이온이 몸을 앞으로 던져 디를 밀쳤고 디는 광산 밖으로 밀쳐졌다. 디 식스틴은 뒤에서 들리는 굉음에 스파크가 꺼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는 바닥에 무릎을 딛고 일어나자 마자 이제는 사라진 광산 입구를 향해 몸을 돌렸고 절박하게 암석을 옮기기 시작했다.
"디 식스틴 물러나! 아직 불안정해!"
"오라이온!"
디 식스틴은 엘리타 원의 명령에 불복종했다. 그를 찾아야했다. 그가 자신을 구한 채 죽게 놔둘 수 없었다.
"다들 도와줘! 오라이온이..."
디 식스틴의 절박한 외침이 광산을 울렸고 오라이온이 구한 봇이 먼저 그에게 달려왔다. 광산의 입구 근처에서 오라이온은 묻혔다. 기적이 일어난다면 오라이온은 살아있을 것이었고, 또한 운이 좋다면 온전한 시체를 찾을 수 있을 것이었다. 운이 나쁘다면 오라이온이었을 금속 덩어리를 볼 수 있겠지. 디 식스틴은 기적을 원했다. 작업은 빠르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오라이온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럴 순 없었다. 말도 안돼. 예상보다 넓고 깊게 파들어갔다. 그럼에도 오라이온의 볼트하나 찾을 수 없었다. 디 식스틴은 엘리타 원을 찾았다.
"그의 신호가 잡히시나요? 그의 위치가..."
엘리타 원은 디 식스틴에게 패드를 내밀었다. 디 식스틴은 넘겨받은 패드를 보았다. 패드엔 빠져나오지 못한 봇들의 신호가 깜빡이고 있었다. 그들이 어느정도의 깊이에 묻혔는지까지도... 적나라한 정보에 디 식스틴은 불길하게 뛰어오르는 제 스파크를 진정시키려고 했다. 그의 옵틱이 오라이온의 신호를 찾기 위해 움직였으나 믿을 수 없는 결과만이 그에게 주어졌다. 신호가 없었다. 디 식스틴은 패드를 조작해 오라이온 팩스를 검색했다.
SIGNAL LOST
엘리타 원이 디 식스틴으로부터 패드를 넘겨받았다.
"가끔 이런 일이 일어나, 태그가... 더이상 작동을 하지 못할 때. 디 식스틴, 나도 안타깝지만 이제-"
그 때였다. 태그의 정보를 등록하는 멜로디가 흘렀고 패드에는 안내 문구가 떠올랐다.
DATA LOADING
"뭐죠?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에요."
"나도 몰라, 고장인가?"
엘리타 원이 패드를 가볍게 때리자 패드의 화면이 지지직거렸다. 조심해요! 디의 외침에 엘리타 원이 내 패드야! 라고 대꾸하는 사이 패드에선 작업 완료 창이 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태그의 높은 알림음이 울렸다.
"어- 오라이온 팩스, 돌아왔습니다."
디 식스틴은 패드에서 눈을 떼고 광산의 입구와 떨어진 곳에서, 정확히는 반대편에서 어색한 걸음걸이로 그들에게 다가오는 오라이온 팩스를 보았다.
"오라이온?"
"다들 유령이라도 본 눈치네, 물론-"
디 식스틴이 오라이온을 덮쳐 끌어안은 바람에 오라이온의 말은 더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오라이온은 가늘게 떠는 디 식스틴의 등에 조심스레 손을 얹었다. 디 식스틴은 오라이온의 허리에 감은 두 팔에 더 힘을 주며-오라이온은 숨을 쉴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낮게 속삭였다.
"다시는, 그런 짓 하지마."
오라이온은 무어라 대꾸하는 대신 디 식스틴을 마주 안았다. 따뜻했다. 오라이온의 몸에서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 안전했다.
-
오라이온 팩스는 옵틱을 깜빡였다. 분명 자신은 사고에 휘말렸을 터였다. 디 대신에 깔려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이곳으로 와 있었다. 오라이온은 야간 시야 모드를 작동시키며 생각했다. 그래, 오라이온이 종종 낚아채 져 오는 곳- 버려진 광산이었다. 버려진 광산이라고 해도 이곳이 오라이온이 알고 있는 광산이란 뜻은 아니었다. 오라이온은 이런 광산따위 몰랐다. 그가 알기론 모든 사이버트론의 광산엔 번호가 붙어 있었고 오라이온이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 가장 최근의 광산 번호는 M-4500이었다. M-5000이 아니라. 그가 모르는 광산이 몇 더 있었을 수도 있었다. 그래, 일련번호 500쯤이야 가뿐히 넘을 수 있어. 오라이온은 생각했다. 하지만 최신 시설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낡은 장치들, 잔뜩 녹슬어 원래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장비들이 널부러져 있는 꼴이 이곳은 현실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었다. 순간 오라이온은 거칠게 숨을 내쉬고 있는 자신을 인지했다. 떨리는 몸도,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동체도. 이럴 시간 없어, 움직여 이 고철아! 그 때였다.
진동이 느껴졌다.
오라이온은 숨을 멈췄다. 일정한 진동, 걸음- 그였다. 유령이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오라이온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숨어야 했다. 어디로? 숨을 공간이 없었다. 어디로든 숨어야지! 뛰어! 본능의 외침대로 오라이온은 반대편으로 뛰기 시작했다.
-
다행히 숨을 수 있는 공간이 나왔다. 에너존 원석을 운반하는 곳이었는데 버려진 카트들이 널부러져 오라이온이 숨기에 적합한 곳이었다. 오라이온은 큼직한 카트에 들어가 옵틱을 감고 호흡을 멈췄다. 떨리는 몸을 단단히 부여잡으며 생각했다. 제발 지나가라고. 그러나 그런 그의 소망과는 다르게 진동은 가까워졌고 이내 근처에서 멈췄다.
"오라이온 내가 왔어, 나와봐."
또다. 네가 누군데. 난 널 몰라. 오라이온은 머릿속으로 반박했다.
"어째서 숨는거야?"
왜겠냐 멍청아. 오라이온은 할 수만 있다면 당장 이 카트에서 뛰쳐나가 그를 후려치고 싶다고 생각했다. 대신 그는 제 옵틱에서 빛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더욱 옵틱을 꽉 감을 뿐이었다. 다시 유령이 걷기 시작했다. 카트들을 살피고 있는 듯 했다.
"무서워? 혹시 내가? 오- 오라이온..."
괜찮아, 떨 것 없어. 이번에도 날 못 찾을거야. 무시해. 시간이 지나면 또 밖에서 옵틱을 뜨게 될거야.
"그렇다면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데? 그동안 난 널 도와줬잖아."
굉음이 울렸다. 그가 식별이 끝난 카트를 옆으로 쓸어버리는 소리였다. 오라이온은 형편없어 떨리는 제 몸을 통제하고자 했다. 정신차려!
"지금 네가 이곳에 있는 것만 해도 그래. 내가 널 구했잖아."
걸음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오라이온은 제 옵틱에서 흘러나오는 세척액을 느끼며 제 본능을 탓했다. 울지마. 어떻게 이곳으로 왔는 지 모르는 것처럼 다시 원래의 장소로 돌아갈거야. 걸음이 멈췄다.
"메크가 말할 땐 집중해야지."
가까이 들린 음성에 오라이온은 옵틱을 떴다. 붉은 옵틱이 오라이온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
그리고 운이 좋게도 그 순간 오라이온은 현실로 돌아왔다. 그 후로 여러 검사-광산에 임시적으로 설치된 보건소에서 이뤄지는 검사도 검사였으니-가 있었지만 오라이온은 완벽하게 건강했다. 오라이온은 믿을 수 없다는 냥 그를 바라보는 광부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숙소로 향했고 자신의 리차징 배드에 누울 수 있음에 감사했다. 오라이온이 리차징을 위해 옵틱을 감고 얼마나 지났을까 누군가가 제 머리를 손으로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누구겠어, 오라이온은 옵틱을 감은 채로 찡그렸다.
"자고 있는 거 안 보여, 디?"
"깨어있네."
"아 정정해도 될까? 자려고 했어."
"일어나, 물어볼 게 있단 말이야."
"그것 참 신기하네, 평소엔 질문이라곤 안하는 친구가."
오라이온은 옵틱을 뜨고 리차징 배드에서 몸을 일으켰다. 디 식스틴이 오라이온을 바라보며 옵틱을 빛내고 있었다. 오라이온은 울상을 지으며 손짓했다. 앞장서. 디 식스틴은 환힌 미소를 지으며 오라이온의 손을 낚아채곤 그를 옥상으로 이끌기 시작했다.
-
"널 완전히 믿어."
오라이온은 조금 피곤했기 때문에 그의 앞에서 흥분해 말하는 디 식스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게 뭐든- 믿는다고. 믿을 수 밖에 없지. 네가 완전히 반대쪽에서 걸어왔잖아."
"그래, 내가 그랬지."
오라이온은 제 얼굴을 두 손으로 쓸어내리며 대꾸했다.
"그- 유령이라고 했나? 그가 그렇게 한거야? 그가 널 구했어?"
"그렇다고 말할 수 있지."
오라이온은 제 팔짱을 끼며 마지못해 대꾸했다. 오한이 들었다.
"와우, 농담하는 게 아니었구나. 그렇다면 그 유령은 어쩌면 프라이머스실 수도 있겠다."
"그건 아닐 걸."
오라이온은 코웃음 치며 대꾸했으나 지나치게 날 선 대꾸였다. 오라이온은 자신을 바라보는 디 식스틴에게 난처한 미소를 보내며 미안하다고 말했다. 디 식스틴은 피곤한 너를 너무 오래 붙잡아두었다며 다음 기회에 이야기를 하자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익숙하게 오라이온의 등 뒤에 손을 얹고 부드럽게 그를 이끌었다. 오라이온은 디 식스틴에게 너무 신경쓰지 말라고 중얼거렸다. 오라이온은 옵틱을 감고 디 식스틴의 가슴에 머리를 대었다. 디 식스틴은 오라이온의 등에 얹은 손을 자연스럽게 그의 어깨로 이동시켜 어깨를 단단히 감쌌다. 따뜻했다. 지금 오라이온은 안전했다. 그래 지금은. 하지만 언제까지? 오라이온은 붉은 옵틱을 떠올렸다. 웃고있던... 오라이온은 더이상의 사고를 막으며 되뇌었다. 나는 안전해. 그러나 긴장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고 사라지지 않을 불안감이 그의 스파크에 새겨지고 있었다.
"너 가끔 광산에서 사라지더라. 아주 감쪽같이. 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엘리타가 아주 기 막혀 하던데?"
디 식스틴은 자신의 리차징 배드를 설정하며 말했다. 광산에 들어가는 봇들에게는 그들의 실시간 위치를 상급자에게 알려주는 태그가 부착되었다. 그것은 노동이 끝나는 시간까지는 해제할 수 없었는데, 어째선지 오라이온의 신호는 사라지기 일수였다.
"그거? 아, 나만의 트릭이라고나 할까."
오라이온은 어깨를 으쓱이며 대꾸했으나 그의 표정은 답지 않게 어두웠다. 디 식스틴은 한 쪽 눈썹을 들어올렸다.
"뭐야, 표정이 왜 그래? 무슨 문제라도 있어?"
오라이온은 망설이고 있었다. 입을 떼었다가 다무는 행동이 반복되자 디 식스틴은 조금 짜증이 났고 오라이온에게 물었다.
"팩스, 무슨 일인데 이러는 거야. 다크윙이 널 으슥한 데로 끌고 가기라도 하는 거야? 그렇다면 내가 프라이머스께 맹세하건데-"
"아니야, 그런건. 그냥..."
오라이온은 제 뒷목을 문지르다 디 식스틴에게 말했다.
"내가 할 말이 믿기지 않을 거란 건 알아. 근데..."
"잘 알고 있네, 헛소리 할거면 지금 빨리 해. 듣고 리차징이나 하게."
"광산에... 유령이 있어. 그가 날 데려가서 신호에서 사라지는거야."
"오라이온 팩스."
디 식스틴은 오라이온에게 시선을 던졌다.
"무슨 소리를 하나 했다. 광산에 유령? 거짓말을 해도 스파클링이 믿을 법한 거짓말을 하네. 아니다, 또다른 오라이온 팩스의 재미없는 농담이었을지도."
디 식스틴이 눈을 굴리며 자신의 리차징 배드를 매만졌다. 달콤한 리차징이 그를 부르고 있었다.
"유령이 아닐지도 모르지, 그냥 편의상 그렇게 부르는 거라고! 하지만 그게 뭐든 날..."
"팩스, 난 정말 네가 걱정된다. 그냥 엘리타의 눈을 피해서 광산에서 빠져나갈 구멍을 발견했다고 해. 그 편이 더 믿음직하니까"
디 식스틴은 리차징 배드에 누웠다.
"뭐가 됐든 나중에 이야기 하자. 오늘은 이만 자야겠어."
디 식스틴이 옵틱을 감으며 중얼거렸다. 오라이온은 무어라 더 중얼거리다가 고개를 젓고는 자신의 리차징 배드를 설정했다. 그리고 리차징 배드에 누워 이미 리차징에 들어간 것 같은 건너편의 디 식스틴을 바라보았다.
"그래, 오늘도 고생했어. 내일 보자고, 디."
"그래, 팩스. 멀쩡한 정신으로 보자고."
오라이온은 디 식스틴에게 미소를 지었고 이내 옵틱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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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날이 밝았고, 새로운 작업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라이온과 디 식스틴은 작업도구를 챙기며 자기 전 그들이 말했던 주제에 대해서 작은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아직도 그 얘기야? 알았어, 유령이 있다고 치자고!"
"진짜로 믿는 게 아니잖아!"
"넌 그럼 내가 이 나이에 유령을 믿어야 한다고 봐?"
"그게 어떤 현상을 일으킨다면 그래!"
"그래, 그게 어떤 현상을 일으킨다면! 하지만 네 주장을 증빙할 어떤 데이터도 없잖아, 안 그래?"
오라이온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곤 고개를 아래로 내려 꿍시렁거렸다. 유령이 날 어디로 빼돌리는 건 진 모르겠지만 거기선 통신도 먹통이고... 디 식스틴은 오라이온을 내려다보다 웃었다. 오라이온이 짜증을 낼 땐 제법 귀여웠다. 아차, 이걸 알면 의기양양해할텐데. 디 식스틴은 오라이온에게 너무 물렀다. 그는 제 입꼬리를 손으로 감추고 잠시 제 표정을 추슬렀다.
"그럼 내 신호가 사라지는 건 뭔데?"
오라이온이 별안간 고개를 훽 들며 말했다. 디 식스틴은 어깨를 으쓱하며 같은 말을 반복했다.
"어제 말했지만, 네가 어떤 방법을 찾은 거겠지. 우리가 아직까지 이 논쟁을 계속하고 있는 건 네 장난 때문인거고. 네 주장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내가 볼 때까진 그게 내가 믿는거야."
"어이 거기 둘! 잡담은 이제 그만!"
엘리타 원의 꾸중이 떨어지자 둘은 입을 다물었다. 광산에 들어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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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타 원의 리드에 따라 이루어지는 작업은 효율적이고 효과적이었다. 그러니까, 광산이 불안정해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무너지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빨리 나가!"
"탈출해!"
"달려!"
처절한 봇들의 비명 속에서 디 식스틴은 오라이온을 찾았다. 오라이온은 넘어져 일어나지 못하는 봇을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저러다 제 명에 못 죽지! 프로토콜은 폼으로 있는 줄 아나! 명령이 떨어지면 광산 입구를 향해 뛰어야할 것 아니야! 디 식스틴은 오라이온에게 달려가 그를 도왔다. 그리고 그들은 달리기 시작했다. 광산은 그들의 뒤에서 닫히고 있었고 암석들은 그들 옆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출구가 바로 앞이었다.
"몸을 던져!"
넘어졌던 봇이 가장 먼저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디 식스틴과 오라이온만이 남았다. 탈출이 가까웠다.
"여기서 나가면 네 엉덩이를 걷어차 줄거야!"
"그러던가!'
오라이온이 디의 뒤에서 소리쳤다. 그러나 그 때였다. 디 식스틴의 머리 위로 암석이 떨어졌다.
"안돼, 디!"
오라이온이 몸을 앞으로 던져 디를 밀쳤고 디는 광산 밖으로 밀쳐졌다. 디 식스틴은 뒤에서 들리는 굉음에 스파크가 꺼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는 바닥에 무릎을 딛고 일어나자 마자 이제는 사라진 광산 입구를 향해 몸을 돌렸고 절박하게 암석을 옮기기 시작했다.
"디 식스틴 물러나! 아직 불안정해!"
"오라이온!"
디 식스틴은 엘리타 원의 명령에 불복종했다. 그를 찾아야했다. 그가 자신을 구한 채 죽게 놔둘 수 없었다.
"다들 도와줘! 오라이온이..."
디 식스틴의 절박한 외침이 광산을 울렸고 오라이온이 구한 봇이 먼저 그에게 달려왔다. 광산의 입구 근처에서 오라이온은 묻혔다. 기적이 일어난다면 오라이온은 살아있을 것이었고, 또한 운이 좋다면 온전한 시체를 찾을 수 있을 것이었다. 운이 나쁘다면 오라이온이었을 금속 덩어리를 볼 수 있겠지. 디 식스틴은 기적을 원했다. 작업은 빠르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오라이온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럴 순 없었다. 말도 안돼. 예상보다 넓고 깊게 파들어갔다. 그럼에도 오라이온의 볼트하나 찾을 수 없었다. 디 식스틴은 엘리타 원을 찾았다.
"그의 신호가 잡히시나요? 그의 위치가..."
엘리타 원은 디 식스틴에게 패드를 내밀었다. 디 식스틴은 넘겨받은 패드를 보았다. 패드엔 빠져나오지 못한 봇들의 신호가 깜빡이고 있었다. 그들이 어느정도의 깊이에 묻혔는지까지도... 적나라한 정보에 디 식스틴은 불길하게 뛰어오르는 제 스파크를 진정시키려고 했다. 그의 옵틱이 오라이온의 신호를 찾기 위해 움직였으나 믿을 수 없는 결과만이 그에게 주어졌다. 신호가 없었다. 디 식스틴은 패드를 조작해 오라이온 팩스를 검색했다.
SIGNAL LOST
엘리타 원이 디 식스틴으로부터 패드를 넘겨받았다.
"가끔 이런 일이 일어나, 태그가... 더이상 작동을 하지 못할 때. 디 식스틴, 나도 안타깝지만 이제-"
그 때였다. 태그의 정보를 등록하는 멜로디가 흘렀고 패드에는 안내 문구가 떠올랐다.
DATA LOADING
"뭐죠?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에요."
"나도 몰라, 고장인가?"
엘리타 원이 패드를 가볍게 때리자 패드의 화면이 지지직거렸다. 조심해요! 디의 외침에 엘리타 원이 내 패드야! 라고 대꾸하는 사이 패드에선 작업 완료 창이 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태그의 높은 알림음이 울렸다.
"어- 오라이온 팩스, 돌아왔습니다."
디 식스틴은 패드에서 눈을 떼고 광산의 입구와 떨어진 곳에서, 정확히는 반대편에서 어색한 걸음걸이로 그들에게 다가오는 오라이온 팩스를 보았다.
"오라이온?"
"다들 유령이라도 본 눈치네, 물론-"
디 식스틴이 오라이온을 덮쳐 끌어안은 바람에 오라이온의 말은 더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오라이온은 가늘게 떠는 디 식스틴의 등에 조심스레 손을 얹었다. 디 식스틴은 오라이온의 허리에 감은 두 팔에 더 힘을 주며-오라이온은 숨을 쉴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낮게 속삭였다.
"다시는, 그런 짓 하지마."
오라이온은 무어라 대꾸하는 대신 디 식스틴을 마주 안았다. 따뜻했다. 오라이온의 몸에서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 안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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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이온 팩스는 옵틱을 깜빡였다. 분명 자신은 사고에 휘말렸을 터였다. 디 대신에 깔려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이곳으로 와 있었다. 오라이온은 야간 시야 모드를 작동시키며 생각했다. 그래, 오라이온이 종종 낚아채 져 오는 곳- 버려진 광산이었다. 버려진 광산이라고 해도 이곳이 오라이온이 알고 있는 광산이란 뜻은 아니었다. 오라이온은 이런 광산따위 몰랐다. 그가 알기론 모든 사이버트론의 광산엔 번호가 붙어 있었고 오라이온이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 가장 최근의 광산 번호는 M-4500이었다. M-5000이 아니라. 그가 모르는 광산이 몇 더 있었을 수도 있었다. 그래, 일련번호 500쯤이야 가뿐히 넘을 수 있어. 오라이온은 생각했다. 하지만 최신 시설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낡은 장치들, 잔뜩 녹슬어 원래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장비들이 널부러져 있는 꼴이 이곳은 현실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었다. 순간 오라이온은 거칠게 숨을 내쉬고 있는 자신을 인지했다. 떨리는 몸도,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동체도. 이럴 시간 없어, 움직여 이 고철아! 그 때였다.
진동이 느껴졌다.
오라이온은 숨을 멈췄다. 일정한 진동, 걸음- 그였다. 유령이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오라이온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숨어야 했다. 어디로? 숨을 공간이 없었다. 어디로든 숨어야지! 뛰어! 본능의 외침대로 오라이온은 반대편으로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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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숨을 수 있는 공간이 나왔다. 에너존 원석을 운반하는 곳이었는데 버려진 카트들이 널부러져 오라이온이 숨기에 적합한 곳이었다. 오라이온은 큼직한 카트에 들어가 옵틱을 감고 호흡을 멈췄다. 떨리는 몸을 단단히 부여잡으며 생각했다. 제발 지나가라고. 그러나 그런 그의 소망과는 다르게 진동은 가까워졌고 이내 근처에서 멈췄다.
"오라이온 내가 왔어, 나와봐."
또다. 네가 누군데. 난 널 몰라. 오라이온은 머릿속으로 반박했다.
"어째서 숨는거야?"
왜겠냐 멍청아. 오라이온은 할 수만 있다면 당장 이 카트에서 뛰쳐나가 그를 후려치고 싶다고 생각했다. 대신 그는 제 옵틱에서 빛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더욱 옵틱을 꽉 감을 뿐이었다. 다시 유령이 걷기 시작했다. 카트들을 살피고 있는 듯 했다.
"무서워? 혹시 내가? 오- 오라이온..."
괜찮아, 떨 것 없어. 이번에도 날 못 찾을거야. 무시해. 시간이 지나면 또 밖에서 옵틱을 뜨게 될거야.
"그렇다면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데? 그동안 난 널 도와줬잖아."
굉음이 울렸다. 그가 식별이 끝난 카트를 옆으로 쓸어버리는 소리였다. 오라이온은 형편없어 떨리는 제 몸을 통제하고자 했다. 정신차려!
"지금 네가 이곳에 있는 것만 해도 그래. 내가 널 구했잖아."
걸음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오라이온은 제 옵틱에서 흘러나오는 세척액을 느끼며 제 본능을 탓했다. 울지마. 어떻게 이곳으로 왔는 지 모르는 것처럼 다시 원래의 장소로 돌아갈거야. 걸음이 멈췄다.
"메크가 말할 땐 집중해야지."
가까이 들린 음성에 오라이온은 옵틱을 떴다. 붉은 옵틱이 오라이온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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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운이 좋게도 그 순간 오라이온은 현실로 돌아왔다. 그 후로 여러 검사-광산에 임시적으로 설치된 보건소에서 이뤄지는 검사도 검사였으니-가 있었지만 오라이온은 완벽하게 건강했다. 오라이온은 믿을 수 없다는 냥 그를 바라보는 광부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숙소로 향했고 자신의 리차징 배드에 누울 수 있음에 감사했다. 오라이온이 리차징을 위해 옵틱을 감고 얼마나 지났을까 누군가가 제 머리를 손으로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누구겠어, 오라이온은 옵틱을 감은 채로 찡그렸다.
"자고 있는 거 안 보여, 디?"
"깨어있네."
"아 정정해도 될까? 자려고 했어."
"일어나, 물어볼 게 있단 말이야."
"그것 참 신기하네, 평소엔 질문이라곤 안하는 친구가."
오라이온은 옵틱을 뜨고 리차징 배드에서 몸을 일으켰다. 디 식스틴이 오라이온을 바라보며 옵틱을 빛내고 있었다. 오라이온은 울상을 지으며 손짓했다. 앞장서. 디 식스틴은 환힌 미소를 지으며 오라이온의 손을 낚아채곤 그를 옥상으로 이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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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완전히 믿어."
오라이온은 조금 피곤했기 때문에 그의 앞에서 흥분해 말하는 디 식스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게 뭐든- 믿는다고. 믿을 수 밖에 없지. 네가 완전히 반대쪽에서 걸어왔잖아."
"그래, 내가 그랬지."
오라이온은 제 얼굴을 두 손으로 쓸어내리며 대꾸했다.
"그- 유령이라고 했나? 그가 그렇게 한거야? 그가 널 구했어?"
"그렇다고 말할 수 있지."
오라이온은 제 팔짱을 끼며 마지못해 대꾸했다. 오한이 들었다.
"와우, 농담하는 게 아니었구나. 그렇다면 그 유령은 어쩌면 프라이머스실 수도 있겠다."
"그건 아닐 걸."
오라이온은 코웃음 치며 대꾸했으나 지나치게 날 선 대꾸였다. 오라이온은 자신을 바라보는 디 식스틴에게 난처한 미소를 보내며 미안하다고 말했다. 디 식스틴은 피곤한 너를 너무 오래 붙잡아두었다며 다음 기회에 이야기를 하자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익숙하게 오라이온의 등 뒤에 손을 얹고 부드럽게 그를 이끌었다. 오라이온은 디 식스틴에게 너무 신경쓰지 말라고 중얼거렸다. 오라이온은 옵틱을 감고 디 식스틴의 가슴에 머리를 대었다. 디 식스틴은 오라이온의 등에 얹은 손을 자연스럽게 그의 어깨로 이동시켜 어깨를 단단히 감쌌다. 따뜻했다. 지금 오라이온은 안전했다. 그래 지금은. 하지만 언제까지? 오라이온은 붉은 옵틱을 떠올렸다. 웃고있던... 오라이온은 더이상의 사고를 막으며 되뇌었다. 나는 안전해. 그러나 긴장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고 사라지지 않을 불안감이 그의 스파크에 새겨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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