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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8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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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쿄스케와 소라를 초대해 바비큐 파티를 한 뒤로 마치다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바비큐파티에 단단히 매료돼 버렸어 늘 맛있는 고기지만 어쩐지 같이 먹으면 훨씬 더 맛있는 것 같고 또 저택 이곳저곳을 뛰노는 것 역시 재밌었거든

물론 소라와 쿄스케도 마치다 만큼 즐거웠대
그래서 이번 주말 역시 바비큐 파티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우천으로 취소되고 말았지 뭐야


오늘을 한껏 기대하고 있던 여우는 빗방울이 잔뜩 맺힌 통유리창 너머로 축축이 젖은 정원을 보며 짜증이 치솟았지
오늘 시시오가 과일 생크림 케이크를 가져온다고 했는데! 이게 뭐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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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엥 노부야 당장 비 그쳐줘! 나 비비큐 파티할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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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 네가 부탁하는 거라면 당연히 뭐든 들어주고 싶지만.. 나도 비를 그치게 할 순 없어.. 미안해..”








착잡한 듯 말하는 노부의 말에도 케이는 다시 생떼를 부렸어 마치다도 알아 아무리 제 말이면 뭐든 들어주는 노부라도 날씨까지 어쩔 수 없다는 걸 말이야 그러니까 이건 투정에 지나지 않았지만 노부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다는 왜인지 더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졌지

그런 여우의 속 사정을 알지 못하는 그가 자지러지는 마치다를 쩔쩔매며 한참 어르던 중 마침 퀵으로 도착한 시시오표 과일 케이크덕에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을거야


그렇게 마치다는 분명 점심도 케이크도 양껏 먹었으면서 여전히 기분이 안 좋은지 축 처졌어
애착 쿠션 위에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있는 모습이 어찌나 안쓰럽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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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와 쿄스케네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나 봐 시시오가 저녁에 다 같이 패밀리 레스토랑에라도 가는 게 어떻겠냐 했거든 츠지무라씨도 기다렸다는 듯 답변이 와서 오늘 저녁엔 바비큐 대신 다 같이 외식을 하자고 제 여우를 달래보려던 노부에게 뜻밖에 불청객이 찾아왔지






















“너는 대체 집에 한번 오라고 해도 얼굴 한번 비치질 않니.”


“하나뿐인 아들 녀석 보러 이렇게 우리가 찾아와야겠어? ”















바로 노부의 부모님이셨어

그들의 말처럼 실로 오랜만에 마주하는 두 분을 보고도 노부는 전혀 반갑지 않았지
부모님은 수인을 그저 말하는 동물 정도로만 취급하셨거든 여느 상류층들처럼 말이야

과거의 그가 수인에게 냉소적이었던 건 이런 집안 환경 탓일지도 몰라


그런 자신 앞에 나타난 케이 덕분에 세상이 완전히 뒤바뀌게 된 뒤로 노부는 처음엔 보수적인 부모님을 설득해 보려 했어

요즘은 수인차별법도 생겨났고 파트너도 맺을 수 있다고
그러니 수인을 그렇게 대하시면 안 된다고 말해보아도 그들은 그런 노부를 이해하지 못했지

이미 오랜 세월 박힌 가치관을 바꾼다는 건 그들의 입장에서 용납할 수 없었나 봐 결국 노부는 부모님을 설득하려던 걸 포기했어

뭐 끝까지 반대하신다면 부모님과 연까지 끊을 계획이었지 제 여우를 위해서인데 뭔들 못할까

원래도 살갑지 않던 아들이 그 뒤로 발길을 뚝 끊자 이렇게 집까지 처 들어 오실 줄은 노부도 몰랐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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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아버지. 이렇게 불쑥 찾아오시면 어떡해요.”











“왜 우리가 못 올 곳이라도 왔니?”


“너 이 녀석 그 여우 한 마리 때문에 이러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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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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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케이.. 아니야 신경 쓰지 말고 가서 놀아.”








이런, 마치다가 알아채기 전에 얼른 부모님을 돌려보내려던 노부는 낭패 어린 표정을 지었어 이미 호기심이 발동해버린 여우가 제 말은 아량곳 않고 살며시 다가와 발목에 통통한 꼬리를 감고서 낯선 이들을 궁금해했거든

여전히 제 여우를 탐탁지 않아 하시는 두 분이니 혹여나 안 좋은 소리를 들을까 방으로 돌려보내려 했는데
마치다는 이런 제 마음도 몰라준 채 싫다며 완강히 고집을 부렸지 늘 그렇듯 케이를 이겨본 적 없던 노부는 결국 부모님을 소개해야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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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케이 인사해. 내.. 부모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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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와 노부 너 엄마 아빠가 있었어?”


근데 왜 말 안 했어? 안녕하세요? 저는 마치다 케이타예요. 노부의 파트너가 될 여우 수인이구요!













엄마 아빠가 있었냐는 무례한 질문을 천진하게 내뱉은 마치다는 거의 주입식 교육처럼 학교에서 배운 자기소개를
우다다 쏟아내고는 폴짝 뛰어올랐어 배운 말을 써먹어본 건 처음이라 뿌듯한 기분에 수줍어서 볼을 발갈게 물들였지

그런 천방지축 여우를 보며 노부의 부모님은 말문이 막혔어 분명 버릇없는 태도가 어처구니없어서 일 테지만
참 이상하지. 저렇게 해맑은 아이를 보고 있자니 차마 모진 말이 나오지 않는 거야

그렇게 혼자 신이 난 여우는 언제 우울했냐는 듯 세 사람의 기분은 아량곳 하지 않고 거실로 가 궁금한 것들을 쏟아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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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는 어릴 때 어땠어? 귀여웠어? 정말 야채도 잘먹구 공부도 잘했어? 언제 저렇게 커졌어? 내가 종이접기 한거 볼래? 케이크도 있어. 근데.. 위에 과일은 아까 내가 몽땅 먹어버리긴 했어! 그치만 맛있어!”




“어허, 어른한테는 존댓말을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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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 그럼 노부 어릴 때 귀여웠어요? 사진 있어?.. 요? 케이크 먹을래?..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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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엄하시던 아버지가 제 여우의 버릇없는 태도에도 고작 한마디 쓴소리를 하시는 것뿐이라니 노부는 기분이 이상해졌어
수인은 그저 똑똑한 애완동물이라고 하셨던 분이 말이야 내내 말이 별로 없으셨지만 그렇다고 언짢으신 건 아닌 표정을 보며 낯설다 생각했지

어머니는 또 어떻고 털 날리는 수인은 딱 질색이라던 분이 어느새 무릎에 올라와 진주 목걸이를 톡톡 건드리며 신기해하는 케이를 저지하시긴커녕 결 좋은 털만 쓰다듬어 주시지 뭐야

결국 케이의 예쁘다는 한마디에 어느새 어머니의 진주 목걸이는 여우의 목에 걸리게 되었지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람











“정말이지.. 여우는 사람을 홀린다더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구나. 애 밥 좀 잘 챙겨 먹이렴. 뼈밖에 없는 것 같은데.”


“쯧, 그래 다음엔 데리고 저녁 먹으러 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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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다음엔 케이랑 같이 갈게요..”




자발적으로 두 분이 홀리신 것 같은데요.라는 말이
턱 끝까지 올라왔지만 노부는 아무렇지 않게 두 분을 배웅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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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놀러 와! 요!”












여전히 신이 난 케이가 손을 붕붕 흔들며 옆에서 같이 배웅하자 두 분은 저를 쳐다볼때와 달리 옅게 웃어 보이기까지 하셨지



제가 그렇게 수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 해도 들은척하지 않던 부모님을 고작 3시간 만에 함락시킨 마치다를 보며 노부는 어머니 말씀처럼 정말 여우에 홀리기라도 한 것 같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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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마치다는 진주 목걸이를 한채 학교에가 자랑하는 바람에 학교 친구들 사이에선 목걸이가 한동안 유행했다고 해 정작 그 진주 목걸이가 얼마나 고가품인지는 아무도 몰랐지만 말이야




















노부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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