였던 게 보고 싶다.


아니 당연함. 첫 만남부터 시비 오지게 털었음.
아이스가 뛰어난 파일럿이라는 말을 듣고 가졌던 호감은 와장창 무너졌지. 뭐 저런 새끼가 다 있음. 딱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는데, 그 새끼가 미그기 무용담 얘기 할라 치면 재채기 하는 척 불쉿, 이라고 하질 않나 자꾸 쿠거 들먹거리면서 매버릭한테 시비를 털잖음. 아이스 앞에만 있으면 매버릭은 딱 치팅으로 탑건에 들어온 기분이 듦. 이것만큼 기분 구린 게 없음. 매버릭은 그렇게 아이스에게 시비 털려 기분이 개같을 때마다 구스에게 속닥거렸겠지. 두고 봐. 저 새끼 내가 꼭 제낀다. 


그렇게 성질 나쁜 양아치 새끼, 가 매버릭의 첫 인상이었는데 말이지.
매버릭은 아이스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했거든. 순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온 세상에 시비 털고 다니는 새끼, 이렇게 말이지. 그런데 가만 보면 아이스가 꼭 나쁜 놈은 아니더라는 거야. 퇴근하고 펍에 가는 길에 횡단보도를 건너는 할머니를 돕질 않나, 부대 담벼락 아래에 새끼를 낳은 고양이를 혼자 돌봐주고 있음. 몸이 불편한 동기가 있으면 챙겨주고 심지어 슬라이더가 자기 캐비닛 열고 프로틴 사는 거 깜빡했다 소리지르니 말없이 캐비닛에 프로틴도 슥 넣어줌 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세심한 사람인데 매버릭에게만 세상 까칠함. 그러니 매버릭은 자기도 모르게 속상해졌겠지. 


매버릭은 그날 담벼락 아래 잡동사니들 사이 잘 숨겨둔 상자 속 아이스가 돌보는 고양이들을 보았지. 탑건 과정을 생각해보면 아이스가 아니더라도 꽤 오랜 시간 사람의 손을 타온 모양인지 매버릭을 보고도 그리 낯을 가리지 않았어. 매버릭이 챙겨온 고양이 캔을 까서 열어주니 어미 고양이가 신이 나선 챱챱 먹어댔어. 매버릭이 슬며시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어볼까 하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났겠다. 돌아보니 아이스임. 아이스는 꽤 당황한 얼굴로 매버릭을 보았겠지. 


왜, 원래 내가 챙겨주려고 했어.


틀린 말은 아니야. 아이스가 고양이를 돌봐주는 걸 본 게, 매버릭이 고양이들을 눈여겨보고 있을 즈음의 일이었거든. 아이스는 어색하게 매버릭의 옆에 서서 고양이들을 보았지. 어색한 침묵 속에서 어린 고양이들이 먕먕 우는 소리만이 감돌았지. 그 중 고양이 한 마리가 데구르르 구르자 매버릭도 웃었어. 아이스는 매버릭이 웃는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지. 그러다 시선을 느꼈는지 매버릭이 흘낏 아이스를 보곤 큼, 하고 헛기침을 했어.


원래 고양이 좋아해.
그래 보여.
…아이스, 너도 고양이 좋아해?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아. 


아이스의 손을 붙잡고 아기 고양이가 장난을 쳤어. 아이스는 고양이의 볼을 간질여주며 말을 이었지. 


그냥 내가 무언갈 돌보는 걸 좋아해서. 도움이 필요해보이기도 했고.
그래? 사람들이 널 좋아하는 이유가 있네. 


돌보는 걸 좋아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는 아낌없이 베푸는 타입. 
그런 이들은 대개 사랑이 많고 다정한 성품이었지. 세상을 바라보는 데 애정을 기반을 깔고 보는 사람들 말야.


그런데, 왜.
매버릭은 문득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어. 


그런데 왜 나한테만.
…뭐?
넌 도움이 필요해보이면 고양이에게도 도움을 줄 만큼 좋은 사람인데, 왜 나는 싫어해?


아이스는 말문이 막혀 매버릭을 보았지. 
그 멍청한 얼굴을 보고 있노라니, 매버릭은 속이 끓다가도 허탈해졌어. 씨발, 내가 지금 뭐하는 거야. 매버릭은 벌떡 일어났어. 


…나도 상처 받아. 
….
나 좀 그만 미워해라. 


매버릭은 휙 돌아섰어. 아이스는 멍하게 매버릭의 뒷모습을 바라보았지. 그 시선이 와닿는 걸 알면서도 매버릭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어. 그저 크게 코를 훌쩍였고, 한숨을 푹 내쉬며 마음을 다잡고 걸어갔지. 웃긴 일이지. 아이스와 친해지고 싶은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서러운지 모르겠어. 




...


그렇게 처음으로 매버릭이 속상한 티를 아이스에게 토해냈던 날이 보고 싶다.
그런데 이날을 기점으로 아이스가 달라지는... 뭐 그런 거 ㅋㅋㅋㅋㅋ


사랑을 시작하기 전, 이렇게 롤러코스터 같은 관계였던 아맵이 보고 싶다 ㅋㅋ


#아이스매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