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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휘영청 떠올랐다. 밤이 찾아왔다. 빗줄기는 여전히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프레디는 나무에 묶인 허니와 하나된 것처럼 그녀를 꽉 끌어안고 있었다.

그때 프레디의 등 뒤로 인기척이 느껴졌다. 작은 돌풍이 일면서 나뭇잎들이 빠르게 흩날렸는데 그 사이로 한 여인이 프레디에게 걸어왔다. 그녀는 슬픔에 젖은 눈으로 허니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 아이는 죽었어. 이제 그만 그 아이를 놔줘, 페르세포네."

프레디가 붉게 충혈된 눈으로 뒤돌아서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 여인은 허니의 환생을 도운 아르테미스, 출산의 여신이었다. 프레디는 휘청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아르테미스에게 걸어가면서 말했다.

"....아르테미스.. 당신은 그녀를 살릴 수 있지? 자. 얼른 다시 그녀를 살려내. 당신이라면 할 수 있잖아. 어서."
"이미 늦었어. 아이의 심장이 더이상 뛰지않아. 난 죽은 아이를 살려낼 능력같은건 없어."
"..아니야. 당신은 할 수 있잖아. 그렇지? 제발 그렇다고 말해!"

프레디가 아르테미스 앞에 무릎을 꿇고 처절하게 울었다. 아르테미스는 울고 있는 프레디를 사뿐히 스쳐지나가 나무에 묶인 허니 앞으로 다가갔다. 아르테미스가 허니의 차가운 몸에 얽히고 설킨 나무뿌리들을 어루만지자 나무뿌리가 다시금 흙안으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르테미스는 쓰러진 허니를 안아주면서 젖은 눈을 감고 허니에게 작게 속삭였다.

"..불쌍한 것.. 이번 생은 행복하기만을 바랐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가버리다니.."
"...살려내.. 아르테미스.. 난 그녀를 이대로 떠나보낼 수는 없어.."

아르테미스는 나무에 힘없이 쓰러진 허니를 기대게 만든 채 뒤돌아섰다. 그녀의 눈은 분노와 절망이 함께 뒤섞여있었다. 아르테미스는 망신창이가 되어버린 프레디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네가 다 망쳐버렸어. 이 아이는 이토록 허무하게 갈 아이가 아니었어. 네가 이 아이의 인생에 끼어들어서 이렇게 되어버렸잖아. 그래놓고선 뭐라고? 이 아이를 보내지 못하겠다고?"
"..제발.. 살려내줘.. 난 그녀없이 살 수가 없어.. 제발 아르테미스.."

프레디가 아르테미스의 비단 치마 끝자락을 부여잡으며 애걸했다. 아르테미스는 한숨을 내쉬며 프레디의 손길을 뿌리쳤다. 프레디가 아르테미스의 움직임을 쫓아 붉게 충혈된 눈을 돌리는데 아르테미스가 걸음을 옮긴 곳은 야생박하가 싱그럽게 피어난 곳이었다.

"방법이 아예 없는건 아니야, 페르세포네."
"..말만해. 당신이 시키는대로 다 할게."

아르테미스가 야생박하를 한줌 부드럽게 꺾으며 프레디에게 뒤돌아섰다. 아르테미스가 말했다.

"이 야생박하와 아이를 코퀴토스 강으로 흘려보내. 그렇게 한다면 아이가 다음생에 다시 환생할거야."
"...민테와 꼭 같이 보낼 필요는 없잖아."
"아니. 둘은 이번생에 죽어서도 같이 할 운명이었어. 네가 둘의 인연을 또다시 어그러뜨린다면 두 번의 기회는 없어, 페르세포네."
"..."
"선택해. 아이를 영원히 잃어버릴거야 아니면 아이의 환생을 도와줄거야?"
"....할게. 한다고."

프레디가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나 쓰러진 허니에게로 걸어갔다. 아르테미스는 허니에게 사뿐사뿐 다가와 허니의 차가운 손바닥에 야생박하를 쥐어주었다.

프레디가 허니를 안아올렸다. 아르테미스는 천둥번개가 치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프레디에게 고개를 돌렸다.

"페르세포네. 네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아버지를 비롯해 모든 신들이 너의 소멸을 집행시키려고 할거야. 아이를 얼른 코퀴토스 강으로 데려가. 머뭇거릴 시간 따위 없어. 얼른."

프레디가 발을 굴리며 날아올랐고, 아르테미스는 멀어지는 프레디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

부디 너의 모든 생이 평안하기를, 허니.







코퀴토스의 강이 세찬 울음을 토해내듯 빠른 급류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프레디는 축 늘어진 허니를 강물에 보내지도 못한 채 그녀의 차디찬 몸을 꽉 끌어안고 있었다.

하늘이 이상했다. 비는 점점 세차게 내리고, 안개에 가리워진 하늘에선 천둥번개가 호통치듯 번쩍 빛났다 사라졌다.

프레디는 허니의 손등을 강하게 그러쥐었다가 허니의 잠든것처럼 조용한 얼굴을 가만 바라보았다.

보내줘야만 했다. 하지만 보내주기 싫었다.

프레디가 허니의 품에 얼굴을 묻은채 슬픔을 토해내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까딱하면 같이 휩쓸려 사라질 것 같은 강물 아래로 발을 담근 프레디가 강물 위로 허니를 천천히 내려두었다.

프레디는 허니의 감은 눈에 성스럽게 입을 맞추며 허니에게 작게 속삭였다.

"..날 용서하세요, 여보. 다음생에는 부디 날 미워하지 말아주세요. 미안하고 사랑해요. 잘가요, 허니."

프레디가 허니를 놓아주자 빠른 급류가 허니를 낚아채듯 흘려보냈다. 그때 또 한번 천둥번개가 치고 하늘에서 내려온 제우스와 다른 신들이 프레디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프레디는 명계를 오랫동안 방치한 죄, 인간으로 환생한 하데스의 생을 망쳐버린 죄, 아들들을 과한 처사로 소멸시킨 죄로 명계의 신으로서 지위를 잃고 추방되었다.

제우스가 창으로 아들 페르세포네의 왼쪽 심장을 찔러넣었다가 뺐다.

프레디는 그대로 강물에 빠져 급류와 함께 휩쓸려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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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에서 혼자 놀던 6살 허니의 앞으로 누군가가 쪼그려앉았다. 허니는 제 눈앞에서 드리워진 그림자에 고개를 들어올렸고, 그곳엔 눈부신 금발의 미소년이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허니를 바라보고 있었다.

허니는 멍하니 아름다운 소년을 바라보다가 뒤늦게서야 소년에게 정체를 물었다.

"..누구세요?"
"나? 글쎄.. 누구게?"
"...어.."

허니가 어떻게든 기억을 되짚어보려고 끙끙거렸고, 아무리 기억을 떠올려도 기억나지 않는 잘생긴 소년에 그만 생각하기를 멈춰버렸다. 소년은 시시각각 변하는 허니의 표정을 바라보다가 빵 터져버렸고, 허니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소년을 바라보다가 베시시- 같이 웃어버렸다.

소년은 허니의 찻잔을 가져가며 허니에게 흔들어보이며 한가지 제안을 했다.

"나랑 소꿉놀이 할래?"
"..음.. 좋아요!"

마침 부모님도 안계시겠다, 무료한 시간을 보내느라 지친 허니에겐 더없이 좋은 제안이었다. 허니가 소꿉놀이에서 각자 역할을 정해야한다고 당당하게 말하는데 소년이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말했다.

"난 아들할래. 넌 엄마해."
"...오빠가 나보다 더 나이 많아보이는데.."
"그래서 싫어? 난 아들하고 싶은데."
"..음.. 알았어요!"

허니는 짧은 고민을 멈추고 곧바로 제안을 받아들였고, 소년은 단순한 허니가 귀여워서 웃음이 터졌다. 그렇게 소꿉놀이가 시작되었다.




소년과의 소꿉놀이는 여느 다른 아이들과 함께하는 소꿉놀이와는 결이 달랐다. 아주 옛날 옛적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허니의 정신을 쏙 빼놓았는데 이를테면 이러했다.

"그래서요? 오빠는 어떻게 되는데요?"
"어머니. 아들한테 오빠가 뭐예요. 난 어머니의 아들로 태어났는데."
"..알려주어라, 아들아-"

허니가 근엄한 척, 말투를 바꾸자 소년이 웃음을 터트렸다가 말을 이었다.

"무시무시한 티탄에게 잡아먹힌 갓난 아들은 잘생긴 디오니소스로 태어났지요. 바로 이렇게요."
"...오빠 이름이 디오니소스야? 잘 어울린다.."

허니가 맹하니 소년의 얼굴을 바라보았고, 소년은 예나 지금이나 아버지의 얼굴에 진심인 허니가 웃겨서 웃음이 터졌다. 허니가 다시금 정신을 차리며 헛기침을 하며 진지한 척을 이어갔는데 소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어머니. 아버지를 용서하실 수 있겠어요?"
"..여기 네 아빠는 없잖니, 아들아."
"없긴 왜 없어요. 저기서 저와 어머니를 바라보면서 잔뜩 질투하고 있잖아요."

소년이 가리킨 끝에서 소년과 똑닮은 금발의 프레디가 잔뜩 심통한 눈으로 허니와 소년을 번갈아서 바라보고 있었다. 허니가 깜짝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프레디가 짧은 다리로 우다다, 뛰어와서 허니에게 마구잡이로 따지듯이 말했다.

"허니. 너 나랑 사귀잖아. 근데 왜 벌써부터 나 두고 바람펴?"
"..바람이 뭐야?"
"아니! 왜 저 형이랑 소꿉놀이 하냐고!"
"아~ 너도 같이 할래? 아빠 자리는 남았어. 이 오빠는 아들 역할이고.. 어?"

허니가 뒤돌아섰을 때 이미 소년은 사라지고 난 뒤였다. 허니가 눈을 깜빡거리며 사라진 소년의 행방을 찾아나서는데 프레디가 고사리같은 손으로 저보다 더 작은 허니의 손을 꽉 부여잡았다.

허니가 놀란 눈으로 프레디를 바라보았고, 프레디가 허니에게 말했다.

"난 너랑 결혼하면 딸만 낳을거야."
"..나 너랑 결혼할 생각없는데?"
"...뭐?"

프레디가 울먹거리며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했고, 허니가 당황해서 어쩔줄을 몰라했다.

그때 사라진 프레디를 찾아나서던 잭이 두 사람을 발견하자마자 쏜살같이 달려왔다.

잭은 울고 있는 제 동생도 냅두고 그대로 허니를 안아올렸다.

"..잭 오빠. 프레디 울어."
"괜찮아. 금방 그칠거야. 가자. 아줌마 아저씨가 찾으셔. 너도 가자, 프레디."

잭이 허니를 다시금 추스려 올리며 프레디의 등을 떠밀었고, 프레디는 괜시리 잭의 손길에 짜증을 부리며 종종 걸음으로 잭의 뒤를 따라나섰다.

소년, 그니까 디오니소스는 인간이 되어서도 질투의 화신인 제 어린 아버지를 그저 웃기다는듯이 바라보다가 바람결에 흩날려 재빠르게 사라져버렸다.





















프레디여우너붕붕
프레디폭스너붕붕
로우든너붕붕
샐리 호킨스 아르테미스
톰글 자그레우스 디오니소스
지금까지 봐줘서 코맙....
2024.05.26 14: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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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센세 완결내줘서 고마워ㅠㅠㅠㅠㅠㅠ셋다 행복해져서 다행이다ㅠㅠㅠㅠㅠㅠ
[Code: 7683]
2024.05.26 14: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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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톰글 나올때 비명질렀어요 센세ㅜ와...디오니소스로 살아있어서 다행이야ㅠㅠㅜ
[Code: cef1]
2024.05.26 15:3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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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다들 같이 있어
[Code: 7811]
2024.05.26 16: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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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ㅜㅜ 행복해라...
[Code: 70a1]
2024.05.26 16: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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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이런 금무순을 끝까지 달려줘서 고마워ㅜㅜ
[Code: 70a1]
2024.05.26 16:4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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ㅜㅜb
[Code: 6fd0]
2024.05.26 17:4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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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ㅜㅜㅜㅜㅜㅜ 대작을 읽게해줘서 고마워 ㅜㅜㅜㅜㅜㅜㅜ
[Code: fe43]
2024.05.26 17:5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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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세계 교주들 넘 재밌었어 센세
[Code: ab03]
2024.05.26 21:3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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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그래도 마지막엔 화목해서 보기좋아ㅠㅠㅠㅠㅠ
[Code: 8653]
2024.05.26 23: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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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신 읽은 것 같다 생을 몇번 넘어도 이어지는 인연, 연인들 이야기 잘 봤어 센세
[Code: b158]
2024.05.27 00:1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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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ㅠㅠㅠㅠㅠ잘봤어요 센세ㅠㅠㅠㅠ 사랑해
[Code: f8be]
2024.05.27 17: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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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 미쳤다 센세 기승전결 갓벽한 내 센세
[Code: 43ee]
2024.06.01 23: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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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미쳤다ㅜㅜㅜ이건 문학이야 센세최고
[Code: a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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