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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0 20:55
마치다는 대학 졸업하자마자 바로 아나운서 되고, 꾸준히 일하다가 방송사 간판 아나운서 단 엘리트 중의 엘리트였음. 워낙 일도 잘하고, 자기관리도 철저해서 대중들이 뽑는 사위 삼고 싶은 방송인에서 늘 1위하고, 아나운서 준비하는 학생들의 롤모델, 남녀불문하고 아나운서들 사이의 최고 인기남임. 성격 좋고, 예의바라서 방송사 안에서도 파도파도 미담만 나온다는 아나운서로 유명함.
노부는 마치다와는 완전 다른 껄렁한 불량학생일꺼다. 애들 때리고 돈 뺏는 질 나쁜 양아치가 아니라 그냥 학교 다니기 싫어하고, 공부하기 싫어하는 철 없는 유명 재벌가 막둥이 손자. 개 쎈 형만 셋 있는 막둥이 노부는 순하고 심성이 고와서 나쁜 짓은 못함. 간간히 재벌가 파파라치에 찍혀 주간지 올라오는데 노부는 학교 친구들이랑 분식집에서 떡볶이 먹고있거나, 교복입고 게임방에서 보글보글같은거 하고 있겠지.
둘은 노부네 반이 마치다가 있는 방송국으로 현장체험학습을 갔을때 처음 만났을꺼야. 원래 체험학습 진행은 신입 아나운서나 적당히 짬먹은 나이 많은 아나운서가 하는데 학교 측에서는 미리 방송국쪽에 재벌가 손자가 있다고 이야기했을듯. 방송국에선 체험학습 진행을 간판 아나운서 마치다한테 맡겼지. 마치다 입장에서는 재벌집 고딩한테 잘 보여도 자기가 아니라 방송국이 이득인 입장이니까 별로 신경 안쓰고 신입때 했던 것처럼 야무지게 체험학습을 진행했을꺼다. 처음부터 체험학습에 관심 없던 노부는 설명을 듣는둥 마는둥 제일 뒤에서 친구들이랑 장난치면서 연예인 구경한다고 이리저리 기웃거리기만 할듯.
체험학습은 순조롭게 진행되다가 마무리로 뉴스데스크를 체험할 수 있는 체험실로 들어갔음. 학생들에게 어떤 식으로 뉴스가 진행되는지 알려주던 마치다에게 짖궂게 뉴스 진행을 보여달라고 하는 학생들이 있었지. 막무가내로 이어지는 학생들의 환호에 마치다는 익숙하게 데스크에 앉아 안녕하십니까 9시 뉴스의 진행을 맡은 마치다 케이타입니다, 하고 진행을 시작했어. 맞은편 스크린에 길게 올라오는 대본을 술술 읽어가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에 노부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마치다에게 향했지. 단정한 목소리로 발음 하나 새는거 없이 또박또박 그 긴 문장들을 단번에 읽어가는 모습에 오, 아나운서는 역시 아나운서~ 하고 지켜보던 노부는 마지막에 아주 제대로 치여버렸어. 마무리 멘트를 하던 마치다가 입이 살짝 꼬여서 실수를 했거든.
아 틀렸다.
너무 예쁘게 웃으면서.
그 날 집에 가자마자 노부는 부모님이랑 형들한테 체험학습에서 어쩌고저쩌고, 이런 저런일이 있었고, 마치다 케이타 아나운서가 엄청 멋졌어!!!! 하면서 마치다에 대한 칭찬부터 줄줄 늘어둘꺼다. 매일 저녁마다 엄마랑 같이 귤 까먹으면서 막장드라마 보면서 욕하던 막둥이가 갑자기 9시 뉴스 봐야된다고 엄마 드라마도 못 보게 8시부터 티비 차지하고 있으니까 가족들 다 어이터지겠지. 뉴스 시작하면 가족들 말도 못 꺼내게함. 아부지 기침 한번 하는 것도 용납 못해서 아부지한테 아빠!!!! 쉿쉿!!!!!! 하면서 눈치 엄청 줌. 어쨌든 부모님이나 형들도 세상 돌아가는건 알아야되니까 군말없이 뉴스를 보긴한다만 철없는 노부는 세상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진 궁금하지 않고, 마치다만 눈에 담을꺼임.
맨날 늦게 일어나서 학교 지각하던게 일상이었던 노부는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마치다가 진행하는 라디오 들어야한다고 6시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학교까지 걸어가면서 마치다 라디오 듣겠지. 라디오에 사연문자도 자주 보냄. 마치다가 노부 문자 읽어주면 그 날만큼은 세상을 다 가진 노부일꺼다. 마치다가 진행하는 시사교양프로그램도 싹 다 보고, 특히 독서를 좋아한다는 마치다덕분에 노부도 급하게 마치다가 추천한 책 와르르 사서 꾸역꾸역 읽겠지.
노부가 마치다 덕질한다고 뉴스도 보고,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바른 생활 어린이가 되가니까 노부의 부모님들이랑 형들이 괜시리 마치다한테 고마운 마음이 들 듯. 그래서 마치다랑 동갑인, 노부와 10살 차이나는 행동파 둘째형이 마치다한테 정중히 연락해서 약속 잡고 만날꺼임.
저를 그렇게 좋아한다구요? 그랬나요...?
마치다만 당황스러운 전개임. 노부의 둘째형이자 계열사 대표한테 전해듣기로는 그 때 그 재벌고딩이 엄청나게 자신의 팬이라는데 마치다의 당시 기억에는 자기한테 팬이라고했던 학생은 한 명도 없었거든. 일단은 너무 정중하게 찾아와서 자기 동생 사람 만들어줘서 고맙다며, 자기 동생과 나중에 밥 한번 먹어달라고 부탁하는 대표한테 사회인답게 넵넵, 하면서 자기 명함 넘겨주고, 대충 맞장구 치긴했다만 마치다는 너무 당황스러울뿐임.
그 날 저녁, 노부는 둘째형한테 이야기 전해듣고 침대에서 꺼이꺼이 오열할꺼다. 형아는 왜 마치다상한테 그런 무례한 부탁을!!!! 내가 마치다상처럼 성공한 멋진 어른이 되서 보고싶었는데!!!!ㅠㅠㅠㅠ 하지만 핸드폰으로는 착실하게 윢신사 앱 들어가서 꼬까옷, 꼬까신 사고있을듯. 마치다와의 약속 일주일 전부터 예행연습하고, 옷도 세팅 다 해두고, 막내형한테 넥타이 매는법도 배우는 애기고딩 노부.
약속 당일날은 아침부터 들떠가지고 콧노래 부르다가, 갑자기 긴장해서 손 발발 떠는 모습 보여줘서 가족들 다 절레절레할꺼임. 우리 막둥이.... 저렇게 좋을까... 싶은 부모님이시겠지. 둘째 형이 운영하는 호텔 라운지에서 둘째 형이랑 마치다 기다림. 격식차리는 자리라면 불편하다고 징징거리던 막둥이가 이번엔 빠싹 얼어있어서 둘째 형도 처음보는 막둥이가 마냥 신기할꺼다.
안녕하세요, 마치다 케이타입니다.
깔끔한 세미정장 입고 자리에 나타난 마치다 보고 노부 걍 얼어버림. 둘째 형은 얼어버린 노부를 한번 쎄게 툭 치고, 서로를 인사 시키고 나서 적당한 타이밍에 빠졌겠지. 마치다는 그냥 딱 봐도 때 빼고 광내고 온 티 팍팍 나는 고딩 노부가 귀여워서 조곤조곤 말 걸면서 대화를 이어나갔을꺼야. 노부는 달달달달 떨면서 자기가 무슨 말 하는지 모르고 있음. 하지만 그것마저도 마치다 눈에는 졸라 귀여울듯.
자기 덜익은 고기 잘 못 먹는다고 마치다한테 스테이크 시켜줘놓고는 노부는 함박스테이크 시키는 거 보고 올라가는 입꼬리 감추려고 꾹 참겠지. 노부는 그냥 이 모든게 감격스러움. 야무지게 마치다 주려고 산 선물도 주고, 마치다한테 좋은 인상 남기려고 큰 형한테 혼나면서 배운 식사매너 열심히 지킴. 마치다 엄청 신경쓴다고 말도 제대로 못함.
식사가 끝나고, 디저트 먹을 때까지도 제대로 말 한번 꺼내지 못한 노부가 귀여워서 마치다가 빵긋 웃으면서 노부한테 말을 걸었어.
스즈키군, 저한테 하고싶은 말 없어요? 엄청 내 팬이라고 들었는데.
아 형 진짜 이뻐요
필터링 없는 말과 숨겨지지 못한 노부의 찐웃음에 마치다도 베시시 웃었을꺼다. 저렇게 자길 좋아하는 티 내는 사람은 처음이라서 마치다도 노부의 순수한 애정고백을 듣고 부끄러웠겠지.
적극적인 고딩 노부는 식사 자리 가지면서 얻어낸 마치다 번호로 꼬박꼬박 마치다상 마치다상 하면서 연락 넣을꺼다. 오늘 라디오 좋았어요!, 저 지금 뉴스 대기타요! 화이팅! 하면서 온갖 소소한 일들로 연락해서 마치다한테 엄청 친한척하겠지. 막상 만나면 말도 제대로 못하면서. 마치다도 그런 노부 귀여워서 많이 받아줬을꺼임. 노부 감정이 팬심에서 점점 사랑으로 바뀌는것도 모르고 받아주다가 마치다도 어느새 고딩 노부한테 코꿰임.
노부 성인되고 나서 마치다랑 매일 데이트 하는 파파라치 많이 찍혔겠지. 그러다가 둘째 형 호텔에 들어가는 파파라치 컷 찍히더니 얼마 안있다가 온가족 다 앉혀놓고 마치다 임신했다고 폭탄발언함. 그때쯤이면 막둥이보다 마치다를 더 예뻐하던 노부네 가족들은 이놈의 자식이 케이쨩 경력단절 시키려고 한다고 등짝 때릴 듯. 맞는게 아플 법 한데 드디어 마치다랑 결혼 할 수 있어서 그저 기쁜 노부겠지.
ㅅㅈㅈㅇ 노부마치로 고딩x아나운서의 연애가 보고싶다
노부마치 놉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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