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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0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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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까 집에 물건 배달 오는 남자애가 임신시킨거라 더 발칵 뒤집히는거 보고싶다

집안 아이들 중에 유일하게 음인이라 애지중지 하고 맏이지만 중요한 자리나 심지어 밖에도 못 나가게 하면서 온실 속 화초로 길러서 성교육도 제대로 안 되어있었을 것 같음. 열일곱살이 다 되도록 동생들은 외출도 자유롭게 하는데 왜 저는 밖에 나가면 안되는지도 정확히 모름. 방도 전에는 동생들이랑 같은 층에서 썼는데 열네살때 크게 열 앓은 이후로는 아예 본가랑은 좀 떨어진 별채에서 생활하게 됐겠지. 하지만 아무도 안 알려줘서 이유도 모르니까 서운하고 답답했지만 이제는 거기에 익숙해져버린 도련님이었음

가족들이 주는 사랑은 변함없지만 정작 항상 생활하는 별채에는 어릴때부터 같이 있던 유모랑 사용인들 몇 빼곤 아무도 없어서 항상 외로웠겠지. 그런 도련님네 집에 어느날 못보던 새 얼굴이 생긴거임. 원래 키요이가 사는 별채로 생필품, 식료품이나 신문같이 배달해주는 아저씨가 있었는데 이번에 그 아저씨 대신해서 새로 일 맡게 된 히라 라는 남자애였음. 처음 배달 온 날 대문 뒤에 고개만 살짝 내밀고 낮설지만 신기함 가득한 눈으로 이쪽 쳐다보는 이 집 도련님 본 히라 그 자리에서 넋놓고 보다가 쌀가마 떨궜겠지. 키요이도 살면서 처음으로 제 또래인 애 본거라 엄청 들떠서 매주 오는 수요일만 기다렸음

첨엔 둘다 인사만 하고 쭈뼛쭈뼛 거리기만 했는데 몇주가 지나고 두어달 지나니까 시시콜콜한 얘기 나누는 정도까지 금방 친해지게 되겠지. 수요일 아니어도 종종 말동무 하러 키요이가 부르기도 하고 자고 가기도 하고. 유모는 히라가 싫거나 한건 아니었지만 도련님 곁에서 가까이 지내는게 그닥 맘에 안 드는 눈치였음. 그래도 형질 없는 평범한 아이라 외로울 도련님 생각해서 놀게 냅뒀겠지. 히라는 올때마다 키요이가 좋아할만한 것들 이것저것 하나씩 가져오는데 간식이면 나눠먹고 책이면 마루에 나란히 앉아서 키요이가 읽어줌. 그 중에 제일 반응 좋았던건 오리인형 이었음. 제가 제일 좋아하는거라 도련님께 가져다 드리고 싶었다며 웃는 히라 보면서 볼 빨개진 키요이 그날 밤새 오리인형 들여다보면서 담번에 히라 오는 날엔 뭐 하고 놀지 생각했을듯

히라는 당연히 첫눈에 반했고, 키요이는 유일한 또래에 얼굴까지 잘생겨서 호감이 점점 진심으로 변해갔겠지. 매일 헤실헤실 웃는게 누가봐도 첫사랑 겪는 애였음. 그렇게 신나게 썸 타다가 수요일 하루종일 기다리는데 히라가 안 오는거임. 다른날엔 혹시 올까 싶어서 일주일을 기다렸는데 히라는 안 보이고 키요이는 매일 대문에서 서성이면서 2주가 다 되어가도록 히라만 기다림. 그러다 못 본지 15일쯤 되던 날 히라 오면 주려고 편지쓰던 키요이 열어둔 창가에서 들리는 바스락 소리에 흠칫 놀람. 혹시 뱀이나 다른 동물일까 싶어 문 닫으려 가는데 보고싶었던 얼굴이 밑에서 쏙 튀어나왔겠지. 반가운 키요이가 얼른 오라며 히라 제 방으로 들이고 창문 닫는데 2주만에 보는 히라는 뭔가 선도 더 굵어지고 살이 빠졌는지 눈매가 살짝 날카로워짐. 히라가 보고싶었다며 조심스레 키요이 손등에 입 맞추는데 가까워지니까 히라한테서 낮선 향이 풍겼음

시원한 나무같은 향에 키요이가 좋은냄새 난다며 베시시 웃으니까 히라가 홱 허리 당겨 안았겠지. 코앞에 히라 얼굴이라 가슴 벌렁벌렁한 키요이가 빨개져서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까 빤히 키요이 바라보던 히라.. 평생 품지는 못 할줄 알았다며 황홀함 가득하게 웃어보임. 히라가 무슨 말 하는건진 잘 모르겠지만 일단 키요이 심장 터지기 일보직전인데 히라가 제게 도련님 안을 기회를 주시라며 엄지로 키요이 볼 살살 쓰다듬었음. 키요이는 이미 히라가 날 안고있지만 더 안고싶나보다, 라고 이해하고 끄덕였겠지. 그리고 히라가 바로 입술 부딪혀와서 놀라 토끼눈 뜬 키요이 히라 옷깃만 바들바들 붙잡았음. 히라는 허리 안고있던 손으로 키요이가 입고있던 유카타 오비 스륵 풀겠지

한밤중에 별채 제일 안쪽에 있는 방에서 모부님과 동생들을 제외 평생 양인이라곤 본적도, 접촉한적도 없는 도련님이 평인인줄 알았던 일꾼 남자아이랑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잠든 집안 사람들은 아무도 모를듯




히라키요이
맇쿠유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