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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4 14:14
맨퀘 / 갠퀘 ㅅㅍㅈ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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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애초에 이런 파티에는 합류하지도 않았을 텐데.
라고 게일이 때늦은 후회를 하는 거 보고 싶다.
한때 미스트라의 쵸즌이었던… 자타가 공인하는 워터딥의 천재 위저드… 였던 게일이 네더릴 보주때문에 완전히 너프 당한 상황에서 타브랑 같이 다니면서 정분이 나는데,
그 위브 다루는 법 가르쳐주는 수업 해주면서 눈을 마주친 타브가… 굳이 생각탐지나 이런 걸 안 해도 자기 좋아하는 게 티가 날 정도로 반짝거리는 눈으로 바라봐주니까 게일도 막 오랜만에 가슴이 설레고 따뜻하고 눈앞에 서있는 존재만으로도 위로를 받는 거 같고 정말 좋았겠지
그래도 지금 자기 처지가 처지인지라, 지금 우리가 이 이상의 특별한 감정을 나눌 여유는 없을 거 같다고 어른스럽게 타브의 마음을 보류했는데 이게 타브한테는 완곡한 거절로 받아들여진 거.
타브도 천성이 다정한 사람이라서 니가 먼저 꼬신 거 아니냐 왜 여기까지 와놓고 내빼냐 이렇게 지랄을 하지는 않고 그냥 좀 머쓱해하면서도 아아 그렇지 참… 하고 게일의 말을 순순히 받아들여주기는 했음
다음날부터 조금 쭈뼛대고 뚝딱이기는 했는데 그거는 이제 사람인 이상 어쩔 수 없다… 시간만이 해결해줄 문제다 하고 게일도 흐린눈 하고 타브랑 눈이라도 마주칠라 치면 먼저 웃어주면서 내가 뭐 도와줄 거 있어^^? 하고 여전히 우리 사이는 괜찮아- 라는 걸 보여주려고 노력했는데
이게 일이 이렇게 되네
뭐 비단 게일한테 까인 것때문은 아니었겠지만서도… 같이 다니는 동료가 그냥 좀 피부가 하얀 엘프가 아니라 무려 뱀파이어 스폰이셨다는데, 그 굶주림을 보다 못한 타브가 손수 드러누워서 목을 갖다 바쳤다는 말을 다음날 아침에서야 듣게 된 게일은 진짜 눈앞이 아찔해졌을 거 같다
이전에도 아스타리온이랑 타브가 유난히 친해보여서 조금 눈에 거슬리기는 했는데 오 이제는 그 엘프한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네… (게일 이것도 빡칠 듯 흡혈 그때 한 번이면 됐지 뭘 주기적으로 갖다 바치고 앉았냐고)
그런데 뭐 이제와서 게일이 어쩔 거야 우리 이럴 때 아니다- 하고 먼저 거절한 건 자긴데… 타브한테 너랑 아스타리온이랑 혹시 동료 이상의 관계냐고 묻지도 못하고 그냥 먼 발치에서 한숨이나 푹푹 쉬었으면 좋겠다
그러던 어느 날,
에메랄드 숲을 노리던 고블린도 정리하고 언더다크도 싹 돌고 수도원을 점거한 기스양키들도 털고 라샌더의 피도 손에 넣고나서 그림자저주가 걸린 달오름탑을 다녀온 바로 그 날
또 남들 다 자고 있을 때 아스타리온이 타브 불러내가지고 오늘 정말 고마웠다 따로 인사를 한 바로 그 날 말이야
그날따라 게일은 여러 상념들로 잠을 못 이루었고 -그 대부분은 타브와 관련된 거였고- 남들 자는데 방해하지 말고 산책이나 좀 다녀올까 하고 자리를 비운 사이에 타브랑 아스타리온이 뭔가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겠지. 평소라면 짜증은 나더라도 둘이 뭐 중요한 얘기 하나보다 싶어서 자리를 피해줬을 텐데 그날따라 게일은 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서 이러다 진짜 사귀기라도 하는 거 아닌가 싶은 마음에 어둠 속에 몸을 가리고 둘의 이야기를 엿들었을 거고.
그런데 하필 게일이 딱 들은 게 “그럼 나랑 잔 건 뭐였는데?” 라며… 타브가 충격발언을 하는 부분부터였다. 이미 여기서 한 번 정신을 놓을 뻔했는데,
아스타리온 이 자식 대답한다는 꼬라지가 아주 가관인 거야. 그야 당연히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였다고? 내 편이 되어줄 사람이 필요해서, 날 지켜줄 사람이 필요해서 너랑 잔 거였다고.
그냥 지나가다가 이런 말을 들어도 이게 무슨 막장 드라마야 하고 인상을 찌푸렸을 거 같은데 세상에 시발 주인공이 타브래요… 자기가 차마 열과 성을 다해 사랑할 자신이 없어서 거절했던 그 사람한테 저딴 소리를 지껄이고 있다니.
어떤 상황이든 긍정적인 면을 보려고 노력하는 낙천주의자가 다 무슨 소용이야. 게일 그때 비로소 눈이 돌아간다는 게 무슨 느낌인지 알만큼 열 받아서 아스타리온한테 달려들었고, 야영지 동료들 다 깰 정도로 요란스럽게 싸웠으면 좋겠다.
결국 근력으로는 둘 다 상대도 안 되는 레이젤이랑 카를라크가 억지로 떼어놔서 싸움이 멈추긴 했는뎈ㅋㅋㅋ… 아스타리온이나 게일이나 입가 줘터지고 멍든 채로 씩씩대면서 서로를 노려보는데, 다른 동료들이 대체 왜 그러는 거냐고 물어봐도 아무도 입을 안 열어…
게일 그 와중에 니가 왜 그렇게 빡쳤는지 알만하다는 눈으로 자기 쳐다보는 아스타리온 꼴보기 싫어서 진짜 죽여버릴까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던 거면 좋겠다. 근데 아스타리온도 똑같은 생각 하고 있었을 거 같음 ㅎ…
아무튼 그 싸움으로 제일 놀라고 화가 난 건 타브였으면 좋겠다. 타브는 눈앞에서 동료들이 싸운 것도 어이가 없는데 자기 입장에서는 아스타리온이랑 이야기 잘 하다가 갑자기 게일이 달려들어서 줘 팬 거니까… 게일한테 왜 그랬냐고 물어보는데 한숨만 쉬면서 대답을 안 해… 근처 지나가던 고블린한테 정신지배 마법이라도 걸린 건가 싶은데 그럴 리도 없고 답답해 미쳐버리겠는 거.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거 같지만 이건 부당한 일이라고. 그러니까 아스타리온한테 사과하라고 하는데. 타브가 그렇게까지 말하면 순순히 알겠다고 말하려던 게일도 이 문제만큼은 좀처럼 입이 안 떨어지는 거지. 너는 그런 취급을 받았으면서도 저 놈을 감싸고 싶은 거야? 하고 쏘아붙이고 싶은 걸 참느라 바쁨. 다른 동료들이 있으니까 차마 그런 언급을 할 수 없으니 그냥 원망스러운 눈으로 타브 바라보면서 제발 자기 속내 좀 알아달라고 호소할 수밖에.
결국 게일이 끝끝내 사과를 안 해서 분위기 엄청 안 좋아지니까 갑자기 아스타리온이 만사 다 귀찮다는 듯이 두 손을 쫙 펴고 아 됐다고 뭐 내가 심기 거스르는 짓을 했겠지. 지금 생각나는 것만 해도 열 손가락이 넘어서 셀 수가 없네. 하면서 급 분위기 풀어버리는 거 보고싶다.
다들 늦기도 했고 다음날도 험난한 일정일 게 뻔하니 얼른 가서 쉬어야해서 그래 뭐 나중에라도 둘이 잘 풀어라 하고 억지로 상황 수습한 다음에 각자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데, 그때까지도 타브는 진심으로 실망했다는 눈으로 게일 쏘아보더니 아스타리온이랑 그대로 텐트 들어가버리겠지.
게일 그거 보고 또 속이 뒤집혀서 왜 거길 같이 들어가냐고 나와서 나랑 이야기 좀 하자고 따지고 싶은데, 방금 전 자기를 보던 타브 눈빛이… 예전에 자기랑 단둘만 있을 때 반짝이는 별을 다 담고 있었던 그 눈빛이랑 너무 달라서. 그게 가슴에 품고 있는 보주가 이상해진 건가 싶을 정도로 마음을 아프게 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제 자리에 못 박힌 듯 한참 서있었을 거 같다.
게일이 유난히 괴로워하는 게 아스타리온이 싫어서라기 보다는 자기가 타브를 거절했던 이유가 지금 자기가 온전하지 못해서… 라고 생각해서 였는데, 자기보다 더 암울했으면 암울했지 결코 좋아 보이지는 않는, 유한하다 못해 제한적인 삶을 살고 있는 아스타리온도 기꺼이 사랑해주는 타브를 보니까 ‘내가 겁을 먹지만 않았어도 저 자리는 내것이 될 수 있었다’는 미련 때문이겠지.
스스로가 사랑받을 자격이 없을 만큼 못났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사람 마음이라는 게 진짜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서 지금이라도 타브한테 내가 잘못 생각했던 거 같다고 나도 너를 사랑한다고 말해야하나 하루에도 열 두번씩 고민하는데
결국 자기는 진작에 자격을 잃었고, 타브와 아스타리온이 서로를 택했다면 그걸 방해할 자격은 없다는 생각으로 혼자 조용히 마음 접으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하루하루 절대자라는 새끼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눈앞에 보이기만 해봐라 당장 보주 터뜨리고 필멸자로서의 거지같은 삶과 작별해주마 하는 반쯤 삶을 놓은 태도로 지내는데,
달오름탑에서 기껏 엘더브레인 앞에 나서려는 게일을 타브가 막아서는데, 심지어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제발 가지 말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자기를 말리는 그 모습이 너무 애처로워서 게일이 그동안 겨우 억눌러놓고 있던 마음 헝클어지는 거 보고싶다. 삶의 태도며 도덕, 인내심 등등 모든 게 다 와장창 무너지고 타브를 사랑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만 남는 게일 데카리오스를 보고싶다….
그리고 그런 게일의 변화를 누구보다 기민하게 알아차린 아스타리온이 이제와서 그래봤자 소용 없다고 절대 안 뺏길 거라고 어둠 속에서 조용히 전의 불태우는 것도………….
게일타브
아스타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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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애초에 이런 파티에는 합류하지도 않았을 텐데.
라고 게일이 때늦은 후회를 하는 거 보고 싶다.
한때 미스트라의 쵸즌이었던… 자타가 공인하는 워터딥의 천재 위저드… 였던 게일이 네더릴 보주때문에 완전히 너프 당한 상황에서 타브랑 같이 다니면서 정분이 나는데,
그 위브 다루는 법 가르쳐주는 수업 해주면서 눈을 마주친 타브가… 굳이 생각탐지나 이런 걸 안 해도 자기 좋아하는 게 티가 날 정도로 반짝거리는 눈으로 바라봐주니까 게일도 막 오랜만에 가슴이 설레고 따뜻하고 눈앞에 서있는 존재만으로도 위로를 받는 거 같고 정말 좋았겠지
그래도 지금 자기 처지가 처지인지라, 지금 우리가 이 이상의 특별한 감정을 나눌 여유는 없을 거 같다고 어른스럽게 타브의 마음을 보류했는데 이게 타브한테는 완곡한 거절로 받아들여진 거.
타브도 천성이 다정한 사람이라서 니가 먼저 꼬신 거 아니냐 왜 여기까지 와놓고 내빼냐 이렇게 지랄을 하지는 않고 그냥 좀 머쓱해하면서도 아아 그렇지 참… 하고 게일의 말을 순순히 받아들여주기는 했음
다음날부터 조금 쭈뼛대고 뚝딱이기는 했는데 그거는 이제 사람인 이상 어쩔 수 없다… 시간만이 해결해줄 문제다 하고 게일도 흐린눈 하고 타브랑 눈이라도 마주칠라 치면 먼저 웃어주면서 내가 뭐 도와줄 거 있어^^? 하고 여전히 우리 사이는 괜찮아- 라는 걸 보여주려고 노력했는데
이게 일이 이렇게 되네
뭐 비단 게일한테 까인 것때문은 아니었겠지만서도… 같이 다니는 동료가 그냥 좀 피부가 하얀 엘프가 아니라 무려 뱀파이어 스폰이셨다는데, 그 굶주림을 보다 못한 타브가 손수 드러누워서 목을 갖다 바쳤다는 말을 다음날 아침에서야 듣게 된 게일은 진짜 눈앞이 아찔해졌을 거 같다
이전에도 아스타리온이랑 타브가 유난히 친해보여서 조금 눈에 거슬리기는 했는데 오 이제는 그 엘프한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네… (게일 이것도 빡칠 듯 흡혈 그때 한 번이면 됐지 뭘 주기적으로 갖다 바치고 앉았냐고)
그런데 뭐 이제와서 게일이 어쩔 거야 우리 이럴 때 아니다- 하고 먼저 거절한 건 자긴데… 타브한테 너랑 아스타리온이랑 혹시 동료 이상의 관계냐고 묻지도 못하고 그냥 먼 발치에서 한숨이나 푹푹 쉬었으면 좋겠다
그러던 어느 날,
에메랄드 숲을 노리던 고블린도 정리하고 언더다크도 싹 돌고 수도원을 점거한 기스양키들도 털고 라샌더의 피도 손에 넣고나서 그림자저주가 걸린 달오름탑을 다녀온 바로 그 날
또 남들 다 자고 있을 때 아스타리온이 타브 불러내가지고 오늘 정말 고마웠다 따로 인사를 한 바로 그 날 말이야
그날따라 게일은 여러 상념들로 잠을 못 이루었고 -그 대부분은 타브와 관련된 거였고- 남들 자는데 방해하지 말고 산책이나 좀 다녀올까 하고 자리를 비운 사이에 타브랑 아스타리온이 뭔가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겠지. 평소라면 짜증은 나더라도 둘이 뭐 중요한 얘기 하나보다 싶어서 자리를 피해줬을 텐데 그날따라 게일은 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서 이러다 진짜 사귀기라도 하는 거 아닌가 싶은 마음에 어둠 속에 몸을 가리고 둘의 이야기를 엿들었을 거고.
그런데 하필 게일이 딱 들은 게 “그럼 나랑 잔 건 뭐였는데?” 라며… 타브가 충격발언을 하는 부분부터였다. 이미 여기서 한 번 정신을 놓을 뻔했는데,
아스타리온 이 자식 대답한다는 꼬라지가 아주 가관인 거야. 그야 당연히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였다고? 내 편이 되어줄 사람이 필요해서, 날 지켜줄 사람이 필요해서 너랑 잔 거였다고.
그냥 지나가다가 이런 말을 들어도 이게 무슨 막장 드라마야 하고 인상을 찌푸렸을 거 같은데 세상에 시발 주인공이 타브래요… 자기가 차마 열과 성을 다해 사랑할 자신이 없어서 거절했던 그 사람한테 저딴 소리를 지껄이고 있다니.
어떤 상황이든 긍정적인 면을 보려고 노력하는 낙천주의자가 다 무슨 소용이야. 게일 그때 비로소 눈이 돌아간다는 게 무슨 느낌인지 알만큼 열 받아서 아스타리온한테 달려들었고, 야영지 동료들 다 깰 정도로 요란스럽게 싸웠으면 좋겠다.
결국 근력으로는 둘 다 상대도 안 되는 레이젤이랑 카를라크가 억지로 떼어놔서 싸움이 멈추긴 했는뎈ㅋㅋㅋ… 아스타리온이나 게일이나 입가 줘터지고 멍든 채로 씩씩대면서 서로를 노려보는데, 다른 동료들이 대체 왜 그러는 거냐고 물어봐도 아무도 입을 안 열어…
게일 그 와중에 니가 왜 그렇게 빡쳤는지 알만하다는 눈으로 자기 쳐다보는 아스타리온 꼴보기 싫어서 진짜 죽여버릴까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던 거면 좋겠다. 근데 아스타리온도 똑같은 생각 하고 있었을 거 같음 ㅎ…
아무튼 그 싸움으로 제일 놀라고 화가 난 건 타브였으면 좋겠다. 타브는 눈앞에서 동료들이 싸운 것도 어이가 없는데 자기 입장에서는 아스타리온이랑 이야기 잘 하다가 갑자기 게일이 달려들어서 줘 팬 거니까… 게일한테 왜 그랬냐고 물어보는데 한숨만 쉬면서 대답을 안 해… 근처 지나가던 고블린한테 정신지배 마법이라도 걸린 건가 싶은데 그럴 리도 없고 답답해 미쳐버리겠는 거.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거 같지만 이건 부당한 일이라고. 그러니까 아스타리온한테 사과하라고 하는데. 타브가 그렇게까지 말하면 순순히 알겠다고 말하려던 게일도 이 문제만큼은 좀처럼 입이 안 떨어지는 거지. 너는 그런 취급을 받았으면서도 저 놈을 감싸고 싶은 거야? 하고 쏘아붙이고 싶은 걸 참느라 바쁨. 다른 동료들이 있으니까 차마 그런 언급을 할 수 없으니 그냥 원망스러운 눈으로 타브 바라보면서 제발 자기 속내 좀 알아달라고 호소할 수밖에.
결국 게일이 끝끝내 사과를 안 해서 분위기 엄청 안 좋아지니까 갑자기 아스타리온이 만사 다 귀찮다는 듯이 두 손을 쫙 펴고 아 됐다고 뭐 내가 심기 거스르는 짓을 했겠지. 지금 생각나는 것만 해도 열 손가락이 넘어서 셀 수가 없네. 하면서 급 분위기 풀어버리는 거 보고싶다.
다들 늦기도 했고 다음날도 험난한 일정일 게 뻔하니 얼른 가서 쉬어야해서 그래 뭐 나중에라도 둘이 잘 풀어라 하고 억지로 상황 수습한 다음에 각자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데, 그때까지도 타브는 진심으로 실망했다는 눈으로 게일 쏘아보더니 아스타리온이랑 그대로 텐트 들어가버리겠지.
게일 그거 보고 또 속이 뒤집혀서 왜 거길 같이 들어가냐고 나와서 나랑 이야기 좀 하자고 따지고 싶은데, 방금 전 자기를 보던 타브 눈빛이… 예전에 자기랑 단둘만 있을 때 반짝이는 별을 다 담고 있었던 그 눈빛이랑 너무 달라서. 그게 가슴에 품고 있는 보주가 이상해진 건가 싶을 정도로 마음을 아프게 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제 자리에 못 박힌 듯 한참 서있었을 거 같다.
게일이 유난히 괴로워하는 게 아스타리온이 싫어서라기 보다는 자기가 타브를 거절했던 이유가 지금 자기가 온전하지 못해서… 라고 생각해서 였는데, 자기보다 더 암울했으면 암울했지 결코 좋아 보이지는 않는, 유한하다 못해 제한적인 삶을 살고 있는 아스타리온도 기꺼이 사랑해주는 타브를 보니까 ‘내가 겁을 먹지만 않았어도 저 자리는 내것이 될 수 있었다’는 미련 때문이겠지.
스스로가 사랑받을 자격이 없을 만큼 못났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사람 마음이라는 게 진짜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서 지금이라도 타브한테 내가 잘못 생각했던 거 같다고 나도 너를 사랑한다고 말해야하나 하루에도 열 두번씩 고민하는데
결국 자기는 진작에 자격을 잃었고, 타브와 아스타리온이 서로를 택했다면 그걸 방해할 자격은 없다는 생각으로 혼자 조용히 마음 접으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하루하루 절대자라는 새끼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눈앞에 보이기만 해봐라 당장 보주 터뜨리고 필멸자로서의 거지같은 삶과 작별해주마 하는 반쯤 삶을 놓은 태도로 지내는데,
달오름탑에서 기껏 엘더브레인 앞에 나서려는 게일을 타브가 막아서는데, 심지어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제발 가지 말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자기를 말리는 그 모습이 너무 애처로워서 게일이 그동안 겨우 억눌러놓고 있던 마음 헝클어지는 거 보고싶다. 삶의 태도며 도덕, 인내심 등등 모든 게 다 와장창 무너지고 타브를 사랑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만 남는 게일 데카리오스를 보고싶다….
그리고 그런 게일의 변화를 누구보다 기민하게 알아차린 아스타리온이 이제와서 그래봤자 소용 없다고 절대 안 뺏길 거라고 어둠 속에서 조용히 전의 불태우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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