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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3 15:28
같은 호댐이 갑자기 보고싶다.


양호열 낙1원상가 같은데서 일해줘라 종3 일대 구석구석 안 다녀본 곳이 없는 양호열...
스쿠터로 골목길 누비고 다니면서 순대국 먹고 담배 한대 피우고 웬 할배랑 시비 붙어서 경찰서도 가보고 하여간 바람 잘날 없는 고딩 시절을 보내는 양오얄이. 

학교 끝나고 느지막히 출근해서 저녁 타임 알바하고 폐장 전에 짜장면 먹고 있으면 같이 일하는 형이


"야. 너는 공부 안하냐? 이런데서 썩지 말고 엔간 벌고 나면 여기 뜨고 가서 공부나 해라."

하는데 양호열 눈하나 깜짝 안하고 능청맞게

"이제와서 뭔 공부는 공부야. 나 형때문에 먹고 사는데 그렇게 매정한 소리 할거야? 두고봐 나도 조만간 밴드 시작해서 크게 성공할거니까."


하고 대충 둘러댐. 근데 던져놓고 보니 별로 현실성 없는거야...
가뜩이나 밴드 하겠다는 놈들로 홍머 인디씬 미어터지는데 맨땅에 헤딩해서 뭐가 돼...대학 동아리 소속인 것도 아니고...
이런저런 생각 하다보니 짜장면 존나 불어터지고 양호열 좀 열받아서 담배 태우러 나감.

그리고 그날 가게 닫기 전에 웬 모자 눌러 쓴 남자가 양호열네 매장을 찾아오겠지. 얼굴은 가려져서 잘 안보이는데 체격이나 이런게 꽤나 보통 사람같진 않아보임.
각잡히고 단정하고 늘씬하고 뭔가 운동선수 같은...?
어라...이 기시감...

양호열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준비된 멘트 읊는데


"거기 형. 기타 볼거야? 안쪽으로 들어와. 싸게 해줄게. 이사람 또 어떻게 알고 귀신같이 폐장 전에 찾아왔네. 가게 닫기 직전에 싸게 해주는 건 또 어떻게 알고~뭐 보러 왔어? 펜더? 스콰이어?"

"어...양호열...?


모자를 위로 올리고 저를 바라보는 멍...하면서도 잘생긴 그 얼굴, 턱의 흉터, 대학 가고 나서 더 빛이 나는 듯한 아우라를 보며 양호열 눈 질끈 감음.



씨발. 정대만.


하필 여기서 이렇게...





이마와 스키사 이후로 정대만 좋아하고 있었던 양호열...

타이밍 놓쳐서 정대만 그대로 대학 가버리고 그냥저냥 가끔 떠올리며 살고 있었는데 그런 양호열 눈앞에 나타난 대학간 정대만 보고싶다. 

그 와중에 양호열 얼타고 있으니까 점장 형이 대신 고객 응대해서 바가지 존나 씌워서 팔아먹음 대만이한테...
부잣집 도련님 정대만 그런것도 모르고 고맙다고 연신 고개 숙이고 양호열한테도 "호열아, 고맙다! 다음에 밥 살게!" 하고 휭 가버림.

그때 그렇게 제 마음 속으로 멋대로 들어왔다가 휙 나가버린 것처럼.


양호열 술 존나 마시고 고객 연락처에 적힌 번호로 전화해서 정대만 찾아감.

"대만군, 진짜 바보야...? 속았다구요, 대만군 바가지 썼다고...이 바보야..." 하면서 엉엉 우는 아기고딩 어쩔 줄 모르고 납작가슴으로 안아주면서 괜찮냐고 물어보는 정대만에 더 와앙 울음 터져버리는 오얄애기


양호얄 그 이후로 한 손엔 모의고사 문제집 다른 한 손엔 기타 든 고딩으로 진화함 공부 열심히 해서 대만군이랑 같은 대학 가서 같은 밴드 하려고. 

뭐 그렇게 시작하는 호댐 ㅂㄱㅅㄷ 얘들아 캠퍼스 연애를 해라...




호열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