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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2 03:00
여행자의 갑작스러운 부탁에 케이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음.
“어려운 건 아니지만, 갑자기 왜?”
“그냥 한번 해봐요.”
“알았어. 하지만 여기서는 위험할 수 있으니까, 먼저 밖에 나가도록 하자.”
뜻밖의 요구였지만 명예 기사가 원하는 일이라면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지. 케이아는 빈 술잔을 놓고 흔쾌히 자리에서 일어났음. 여행자는 케이아를 따라 술집 뒤편의 인적이 드문 공터로 향했음.
“특별히 해주는 거니까 잘 보라고......이 순간을 영원하게ー”
머리 위로 치켜든 케이아의 손 끝에서 얼음 결정이 별 모양으로 엉겨붙더니 하얗게 빛났음. 뿌연 서리바람 속에서 굴절된 흰 빛은 찰나의 순간 무지개처럼 번지고, 눈부신 빛이 지나간 뒤에는 세 개의 얼음 기둥이 생겨나 케이아의 주위를 빙빙 돌기 시작했지. 평소와 다를 것이 없었지만 여행자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음. 아니, 의아함을 넘어 이상하다는 얼굴 같기도...
“세 개잖아요.”
“내 얼음 기둥은 항상 세 개였는데?”
“그렇지만 네 개여야 하는데...케이아 씨를 뽑은 게 이제 여섯 번째거든요.”
“그게 대체 무슨 말이야, 여행자?”
영문 모를 소리를 하던 여행자는 곧 ‘기원’이라는 시스템을 설명해주었음. 쉽게 말해 여행자가 뽑기 같은 것을 통해 ‘케이아’를 티바트 대륙으로 불러오면, 그 새로운 케이아는 별개의 개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운명의 별자리에 합쳐져 원래 있던 케이아를 더 강하게 만든다고. 사실 여행자의 말이 무슨 뜻인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그 ‘기원’이라는 걸 여러번 한다고 해서 케이아가 여러명이 되는 건 아니라는 듯하니 일단 케이아는 안심했지.
“...그럼 진짜 그동안 원소의 힘이 더 잘 느껴지거나 강해지는 기분을 받은 적이 없어요? 한 번도?”
“응, 신의 눈이 생긴 뒤로 힘의 변화 같은 걸 겪은 적은 없어. 아쉽게도 말이야.”
“이상하다...지금까지 케이아 씨를 여섯 번이나 뽑았을 텐데.”
여행자는 심각한 고민에 잠긴 표정으로 돌아섰음. 명예 기사이자 친구의 걱정을 상담해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자신도 자세히 모르는 이야기이기에 케이아는 멀어지는 여행자의 등을 멈춰세울 수 없었지.
그 일이 있은 뒤로 케이아는 여행자의 이야기를 곰곰이 곱씹었음. 여행자의 말대로라면 자신을 제외하고 케이아가 여섯 번 더 티바트 대륙에 불러들여졌다는 거잖아. 원래라면 불러들여지는 족족 운명의 별이 되어서 자신의 별자리에 합쳐져야 하는데, 무슨 영문인지는 몰라도 합쳐지지 못한 채 어딘가에 흩어져버렸고. 덕분에 자신은 강해지지 못하고 있단 말이지. 머릿속의 정보가 어느정도 정리되니 약간 억울한 마음까지 드는 케이아였음. 지금쯤 얼음 기둥을 네 개씩 만들 수 있어야 하는데 강해지기는커녕 아무것도 변한 게 없으니까.
그것에 대해 풀리지 않는 고민을 안고 있던 케이아는 의외의 장소에서 해답을 찾았음. 곧 있을 와인 축제에 대해 미리 상의하기 위해 다운 와이너리에 찾아갔던 날이었지. 다이루크가 열어주는 문 안으로 한 발짝을 내디딘 케이아는 실내의 광경을 보고 기절할 뻔 했음. 안쪽에는 먼지털이를 들고 청소하는 케이아, 소파에서 자는 케이아, 책을 읽는 케이아, 차를 마시는 케이아, 커튼을 묶는 케이아, 장식장 속 술을 구경하는 케이아까지 총 여섯 명의 케이아들이 제각각 뒹굴거리고 있었거든. 그 케이아들은 모두 반투명한 몸 중심에 별빛이 콕 박혀 빛나고 있어서 한눈에 여행자가 말한 ‘그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음.
“네 운명의 별들이야. 어느 날 하늘에서 내리더니 알아서 다운 와이너리로 오더군. 나갈 생각이 없어보여서 당분간 데리고 있었어.”
그렇게 말하는 다이루크의 목소리가 조금 뿌듯하게 들렸다면 착각일까.
“...이제 슬슬 합쳐 줄래?”
“6명을 다같이 키워도 다운 와이너리는 문제가 없다만.”
“기, 기분이 이상하니까 그냥 합쳐 줘.”
“흥.”
다이루크가 운명의 별들을 향해 케이아의 등을 툭 밀자 별들은 자연스레 케이아의 몸으로 흡수되었고, 방을 가득 채우던 여섯 명의 케이아들도 사라졌음. 케이아의 별자리는 그 날 한꺼번에 밝혀졌지. 며칠 뒤 케이아는 운명의 별들을 모두 찾았다며 여행자에게 네 개의 얼음 기둥을 보여줬는데, 이미 조사를 끝내고 사정을 알아챘던 여행자는 ‘다이루크 어르신이 조금 심심해졌겠어...’라는 생각을 했음.
“어려운 건 아니지만, 갑자기 왜?”
“그냥 한번 해봐요.”
“알았어. 하지만 여기서는 위험할 수 있으니까, 먼저 밖에 나가도록 하자.”
뜻밖의 요구였지만 명예 기사가 원하는 일이라면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지. 케이아는 빈 술잔을 놓고 흔쾌히 자리에서 일어났음. 여행자는 케이아를 따라 술집 뒤편의 인적이 드문 공터로 향했음.
“특별히 해주는 거니까 잘 보라고......이 순간을 영원하게ー”
머리 위로 치켜든 케이아의 손 끝에서 얼음 결정이 별 모양으로 엉겨붙더니 하얗게 빛났음. 뿌연 서리바람 속에서 굴절된 흰 빛은 찰나의 순간 무지개처럼 번지고, 눈부신 빛이 지나간 뒤에는 세 개의 얼음 기둥이 생겨나 케이아의 주위를 빙빙 돌기 시작했지. 평소와 다를 것이 없었지만 여행자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음. 아니, 의아함을 넘어 이상하다는 얼굴 같기도...
“세 개잖아요.”
“내 얼음 기둥은 항상 세 개였는데?”
“그렇지만 네 개여야 하는데...케이아 씨를 뽑은 게 이제 여섯 번째거든요.”
“그게 대체 무슨 말이야, 여행자?”
영문 모를 소리를 하던 여행자는 곧 ‘기원’이라는 시스템을 설명해주었음. 쉽게 말해 여행자가 뽑기 같은 것을 통해 ‘케이아’를 티바트 대륙으로 불러오면, 그 새로운 케이아는 별개의 개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운명의 별자리에 합쳐져 원래 있던 케이아를 더 강하게 만든다고. 사실 여행자의 말이 무슨 뜻인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그 ‘기원’이라는 걸 여러번 한다고 해서 케이아가 여러명이 되는 건 아니라는 듯하니 일단 케이아는 안심했지.
“...그럼 진짜 그동안 원소의 힘이 더 잘 느껴지거나 강해지는 기분을 받은 적이 없어요? 한 번도?”
“응, 신의 눈이 생긴 뒤로 힘의 변화 같은 걸 겪은 적은 없어. 아쉽게도 말이야.”
“이상하다...지금까지 케이아 씨를 여섯 번이나 뽑았을 텐데.”
여행자는 심각한 고민에 잠긴 표정으로 돌아섰음. 명예 기사이자 친구의 걱정을 상담해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자신도 자세히 모르는 이야기이기에 케이아는 멀어지는 여행자의 등을 멈춰세울 수 없었지.
그 일이 있은 뒤로 케이아는 여행자의 이야기를 곰곰이 곱씹었음. 여행자의 말대로라면 자신을 제외하고 케이아가 여섯 번 더 티바트 대륙에 불러들여졌다는 거잖아. 원래라면 불러들여지는 족족 운명의 별이 되어서 자신의 별자리에 합쳐져야 하는데, 무슨 영문인지는 몰라도 합쳐지지 못한 채 어딘가에 흩어져버렸고. 덕분에 자신은 강해지지 못하고 있단 말이지. 머릿속의 정보가 어느정도 정리되니 약간 억울한 마음까지 드는 케이아였음. 지금쯤 얼음 기둥을 네 개씩 만들 수 있어야 하는데 강해지기는커녕 아무것도 변한 게 없으니까.
그것에 대해 풀리지 않는 고민을 안고 있던 케이아는 의외의 장소에서 해답을 찾았음. 곧 있을 와인 축제에 대해 미리 상의하기 위해 다운 와이너리에 찾아갔던 날이었지. 다이루크가 열어주는 문 안으로 한 발짝을 내디딘 케이아는 실내의 광경을 보고 기절할 뻔 했음. 안쪽에는 먼지털이를 들고 청소하는 케이아, 소파에서 자는 케이아, 책을 읽는 케이아, 차를 마시는 케이아, 커튼을 묶는 케이아, 장식장 속 술을 구경하는 케이아까지 총 여섯 명의 케이아들이 제각각 뒹굴거리고 있었거든. 그 케이아들은 모두 반투명한 몸 중심에 별빛이 콕 박혀 빛나고 있어서 한눈에 여행자가 말한 ‘그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음.
“네 운명의 별들이야. 어느 날 하늘에서 내리더니 알아서 다운 와이너리로 오더군. 나갈 생각이 없어보여서 당분간 데리고 있었어.”
그렇게 말하는 다이루크의 목소리가 조금 뿌듯하게 들렸다면 착각일까.
“...이제 슬슬 합쳐 줄래?”
“6명을 다같이 키워도 다운 와이너리는 문제가 없다만.”
“기, 기분이 이상하니까 그냥 합쳐 줘.”
“흥.”
다이루크가 운명의 별들을 향해 케이아의 등을 툭 밀자 별들은 자연스레 케이아의 몸으로 흡수되었고, 방을 가득 채우던 여섯 명의 케이아들도 사라졌음. 케이아의 별자리는 그 날 한꺼번에 밝혀졌지. 며칠 뒤 케이아는 운명의 별들을 모두 찾았다며 여행자에게 네 개의 얼음 기둥을 보여줬는데, 이미 조사를 끝내고 사정을 알아챘던 여행자는 ‘다이루크 어르신이 조금 심심해졌겠어...’라는 생각을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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