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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6 17:36
애가 마른 것도 아니고 잘 먹고 건강하고 또래 비해서 체격도 큰 편인데 틈만 나면 열 끓고 감기 걸리고 쓰러지고 눕고 하는거.
주변에서는 다 신병이라고 무당 팔자라고 그랬는데 부모님은 이 악물고 무시했으면 좋겠다. 용하다는 병원이란 병원은 죄다 왕복 몇시간 걸려서라도 다녀오고 양방 한방 처방 이것저것 다 받아다가 치료하고 노력하고 애쓰는데
어느 날 우연히 길 가다 만난 웬 등 굽은 할머니가 어린 명헌을 쓱 보더니

애 엄마, 애 공잡이 시키소. 하고 감.

무속 미신 같은거 믿지 않으려고 했거든 진짜 혹시라도 애가 주변사람들 말대로 무당길로 가버릴까봐 안간힘 쓰며 그런 말 다 외면하던 명헌이네 부모님 그 할머니 말 듣고 뭐에라도 홀린 사람처럼 명헌이 공놀이 시킴.

축구 야구 배구 다 시켜볼 생각이었는데 '공잡이' 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던 부모님이 우선 손으로 공 만지는 농구부터 해보자고 함.

어린이 농구 교실 나가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신병이 씻은듯이 나음.

나았을 뿐만 아니라 왜 우리가 지금까지 명헌이한테 이걸 안 시켰지 싶을 만큼 재능이 미친 수준이라 가정 전체가 삽시간에 화목해짐.
이제는 언제 무당이니 신끼니 얘기 오갔었나 싶게 부모님은 걱정 완전 놓아버리고, 이명헌도 별 내색 없이 무럭무럭 성장해서 전국에서 제일 농구 잘 한다는 명문 of 명문학교에 특기장학생으로 입학함.

그 학교에서도 첫 학년 첫 학기에 선발을 꿰찰 만큼의 실력이란 사실에 부모님마저 좀 놀랐지만 명헌은 부모님이나 주변의 호들갑에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그저 매일매일 해야 할 일에 매진할 뿐이었음. 연습하고, 이기고, 성장하고, 또 이기고, 연습하고, 성장하고, 또다시 이겼음.








그래서.
어느 날 어릴 적 스쳐지나간 이름 모를 노파의 말대로 나는 농구를 해서,
과연 무당 팔자를 벗어날 수 있었던 걸까.








무당(巫堂)

신내림을 받아 신을 섬기며
종교적 의례를 치르는 자






"명헌 선배."



패스해주세요.






- 야, 신현철. 너 저 1학년 뛰는 거 봤냐?
- 키 190 안넘는거 확실해? 덩크가 저게 된다고?
- 중학교에서도 좆X 유명했다던데.
- 비디오도 보긴 했는데 실제가 더 미쳤는데.
- 인간이 아닌 거 같은데.




귀신인데, 저거.










우성명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