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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사와키타의 머릿속은 후카츠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음. 어릴 적 자신과 함께 후카츠를 못났다고 놀리던 형들이 이제 와 다른 말을 하니 못마땅한 것 하나, 여즉 네 눈에 못생겨 보이면 파혼하라니 못마땅한 것 둘, 그리고 다른 양인들이 후카츠를 예쁘게 볼 수도 있다니 못마땅한 것 셋.

파혼은 무슨 파혼이야, 이제 와서. 이미 여기 사는 양인들에겐 파다하게 소문 났겠구만, 내가 후카츠 같은 못생긴 음인의 신랑이란 게. 아버지 때문에 다른 혼사 꾀하긴 난 틀렸다니까? 후카츠가 오고 나서는 아무도 내게 사귀자 하는 애가 없는걸. 나랑 친했던 음인 중에 제일 예뻤던 아츠지와도 일 년 전에 옆 마을의 양인에게 시집을 가 버렸다지 아마? 그러고 보니 아츠지와랑 연락한 지도 벌써 5년이 넘었지, 아니 6년이던가? 후카츠가 왔을 때쯤부터인 것 같아.....
....어쨌든 참 나, 아버지가 후카츠를 데려오지만 않았어도 난 정혼이니 약혼이니 하는 것들 하나도 안 했을 텐데!! 정혼을 했다고 소문이 나 버렸으니 난 아무도 만날 수가 없게 된 거라구. 다들 깨진 줄 알긴, 후카츠 카즈나리 같은 박색을 데려간다는 바보가 사와키타네 아들 말고 있을 턱이 없는데 비웃으면 비웃었지 남들이 무얼 깨진 줄 알겠어?? 아무도 거들떠도 안 볼 텐데 형들은 뭘 알지도 못하면서 파혼하라고 그래? 어떻게 파혼하냐구!! 남들 눈에 예뻐 보이긴 뭘 예뻐 보인다는 거야!!


씩씩거리며 길을 걷다 집 앞에 거의 다 온 사와키타의 눈에 정말 호랑이도 제 말 하면 나타난다고 길거리 행상에게 꽃을 사고 있던 후카츠가 보였음. 허리를 숙인 채 무덤덤한 얼굴로 붉은 수국을 한아름 안아든 후카츠가 한 손으로 허리춤에 찬 낭을 풀더니 엽전 세 개를 꺼내 상인에게 쥐어 주었음. 사와키타는 그만 부아가 치밀어 후카츠에게로 성큼성큼 걸어갔음.


- 뭘 산 거야?
- 아, 에이지. 왔어용?


후카츠가 사와키타를 바라보았음. 평소에는 못 본 척 냉랭하게 지나쳤을 아이가 웬일로 말을 건 탓인지 조금 놀라고 동요한 것 같았음. 그 동요란 것도 꼭 왠지 기뻐하는 느낌이네, 남편 될 사람이 간만에 말 걸어줘서 그런가. 붕어 같은 입술을 뻐끔거리며 사와키타에게 꽃을 보여주는 모양새가 감히 저도 음인은 음인이랍시고 그러는 건지 한편으로 수줍어 보여 더욱 사와키타의 심사를 뒤틀리게 만들었음.


- 좋은 걸 샀어용. 장에 나가도 이렇게 잘 핀 건 못 봤거든용. 말려 놓을 거에용.
- 후카츠는 예쁘지도 않으면서 꽃은 사서 뭐하게?
- ....난 예쁘지 않아도 꽃은 예쁘잖아용.


후카츠가 조용히 말했음. 사와키타는 순간 무어라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해 입을 다물었음. 아까까지 살짝 미소를 짓고 있던 후카츠의 입가에 웃음이 사라지고 사와키타에게 내밀었던 꽃도 다시 품에 안았음. 등을 돌려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 후카츠의 뒷모습을 보며 사와키타는 엉겁결에 말을 내뱉었음.


- 누굴 주려고 산 거야?
- .......


후카츠가 움찔했음. 들켰다는 것 같은 모습에 사와키타가 다시 의기양양해졌음. 우물쭈물 서 있는 후카츠에게 부리나케 다가간 사와키타가 그를 째려보았음.


- 날 주려고?
- .......
- 후카츠는 꽃 줄 다른 사람이 없잖아.
- .....마님 드릴 거에용.


묘하게 차가운 듯한 말투와 함께 후카츠는 길을 막고 선 사와키타를 어깨로 살짝 밀며 문 안으로 들어갔음. 어라라. 저렇게 나오는 건 후카츠와 6년을 함께 살며 한 번도 본 적 없단 말이지. 사와키타는 입술을 꾸욱 내밀며 심통나는 것을 달래려 괜히 애꿎은 바닥의 돌멩이만 멀리 차서 날려 보냈음.








어머니를 주겠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닌지 미사 상의 방에 수국이 담긴 작은 화병이 놓였음. 귀한 집 아가씨의 뺨 같은 붉은색이 너무 예쁘다며 미사 상은 꽃에 정성을 다해 물을 주었음. 물을 마시고 생생히 살아나는 꽃잎을 사와키타는 물끄러미 쳐다보았음.


- 내게도 주려고 했으면서 화가 난 거야?
- ....
- 양인과 음인은 서로 선물을 하고 싶어 하잖아?
- 도련님은 물을 잘 안 주실 것 같아서 안 드렸어용.


꽃을 거꾸로 매달아놓고 말리며 후카츠가 무심하게 대답했음. 확실히 사와키타는 식물 키우는 데는 재주가 없었으니 하루만에 꽃을 죽였을지도 모름. 사와키타는 후카츠의 소매 밖으로 삐져나온 손목뼈를 한참 보다가 옷 선을 타고 그의 목덜미, 귀, 턱선에까지 시선을 옮겼음. 둥글둥글하지 않지만 날카롭지도 않게 다듬어진 얼굴형이 딱 그것만 보면 그다지 밉지 않아 보였음. 문제는 저 반쯤 감긴 눈과 미련해 보이는 입술이지만.
사와키타가 불쑥 물었음.


- 나랑 장에 갈까?
- 용?


후카츠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돌아보았음. 왜 그래야 하냐는 표정이었음. 후카츠는 아마 자기가 내 신부로 들어왔다는 걸 기억하지를 못하는 건가보지? 그렇지 않으면 저렇게 반응할 이유가 뭐야? 또 부아가 치밀어 사와키타는 날카롭게 대꾸를 했음.


- 남편인 내게 꽃을 주지 않으니 내가 먼저 주면 되나?
- .....그건......


후카츠가 뭘 말하려다 말고 고개를 숙였음. 사와키타는 후카츠에게 기다리라고 쏘아붙인 뒤 얼른 방으로 들어가 하오리를 꺼내 왔음.


- 가자. 장에.
- 갑자기 같이 나가면 이상하게 생각할 텐데용.
- 뭘 이상하게 생각해? 내가 정혼한 건 사람들이 다 아는데.
- 이젠 아무도 몰라용.
- 모르면 뭐, 후카츠가 미사랑 같이 거리에 나가는 건 뭐라고 생각하는데?
- ........


그럼 그렇지. 후카츠 카즈나리가 사와키타 가택에 살고 있다는 걸 모두가 다 아는데 내 혼사를 모르긴 뭘 모르겠어. 사와키타는 우쭐대며 겉옷을 걸쳐 입고 후카츠를 재촉했음. 후카츠는 못내 제 옷을 입으며 마루에서 한 발짝씩 내려와 조심히 게타를 신었음. 그 몸가짐을 보니 애써 차분하고 담담한 게 어릴 적의 촐랑말 같던 모습과는 나름대로 달라진 면도 있다 싶었겠지. 하긴 어른이 되었는데 그때처럼 천방지축 힘만 쓰고 다니면 안 되지. 사와키타는 고개를 쳐들고 장터로 나섰음.





* * *





- 후카츠, 오늘은 웬일로 도련님이랑 같이 나오셨어?


장터에 들어서자마자 나이 지긋한 상인 하나가 웃으며 그를 불러세웠음. 후카츠가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사와키타가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며 그 사이에 끼어들었음.


- 말 걸지 말아.
- 왜 심술이에용.
- 양인이 왜 말을 걸어?
- 고로지마 아저씨는 그냥 평인이에용.


딱 보면 알잖아용. 후카츠가 심드렁하게 말했음. 사와키타는 입술을 삐죽이며 고개를 돌렸음.

사와키타는 후카츠가 이 마을에서 대단히 발이 넓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음. 후카츠와 함께 살았던 6년 동안 사실 후카츠의 일상생활에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아 모른 척 했었거든. 놀랍게도 장터를 늘 어슬렁거리는 왈패 무리들과도 후카츠는 오래 아는 사이인 듯 했음. 왈패들은 죄다 양인들이었는데 질이 그다지 좋지는 않은 기운이라 사와키타는 저절로 인상을 크게 찌푸렸음. 그러나 후카츠는 아무렇지도 않은지 음인 주제에 그들과 가까이 서서 이것저것 먼저 묻기까지 했음. 음인이라면 저렇게 질 안 좋은 양의 기운을 만나면 당연히 겁탈에 대한 위기감을 느낄 텐데 태연한 걸 보니 역시 후카츠는 음인답지가 않다고 사와키타는 못마땅하게 생각했음.


- 그나저나 너 저 도련님과 같이 나온 건 처음인 것 같네, 카즈.
- 졸라서, 뿅.
- 슬슬 거기서 그만 나와야지 너도.
- 뭘 그만 나와?


사와키타가 날카롭게 물었음. 후카츠는 약간 당황한 듯 왈패들과 사와키타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손을 내저었음.


- 아직은 더 있어야 해용.
- 저 도련님 결혼만 시키고 나오려고?
- 그것도 생각하고 있어용. 아무래도 그때까진 내가 있어야...
- 그게 무슨 소리야? 알아듣게 얘길 해.


사와키타가 큰 소리로 끼어들자 후카츠는 입을 다물었음. 왈패들은 저마다 눈빛을 주고받으며 피식 웃었음. 대장처럼 보이는 한 녀석이 실실 웃음을 흘리는 채로 슬쩍 후카츠의 허리를 더듬으려고 했음. 사와키타의 뒷목에 난 잔털이 쭈뼛 서는 순간 후카츠가 제 허리를 희롱하던 손목을 한 손으로 잡고 비틀었음.


- 아야, 아야, 아, 카즈. 미안. 미안해. 아야!!!
- 나한테 그렇게 처맞고도 정신을 못 차리니....


후카츠는 무서운 얼굴로 더 강하게 팔을 비틀다가 확 놓아 주었음. 왈패가 비틀거리자 옆에 있던 동료가 부축했음. 그러니 왜 또 건드려요 대장은?! 패거리가 타박을 하자 대장이 아픈지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클클 웃었음.


- 역시 한번 따먹는 건 가능하지가 않구만?
- 꺼져용.
- 내 앞에서 그게 무슨 말이야!!! 내 원에 고해서 네놈들을 다 곤장 치라고 할 테다!!!


사와키타가 부들부들 떨며 소리를 질렀음. 대장이 사와키타에게 시선을 옮겼음.


- 도련님은 상관 없잖소.
- 뭐?? 무슨 말이야? 내가 왜 상관이 없어??
- 그건 카즈한테 물어보시고.
- 에이지는 상관없어도 그 사람은 상관 있어용.


후카츠가 알쏭달쏭한 말을 했음. 그러나 왈패 무리는 무슨 뜻인지 아는지 또 킬킬 웃었음.


- 그건 그래.


사와키타는 도대체 이게 다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음.











왈패들과의 한바탕 기싸움이 끝난 뒤 사와키타는 분에 못 이겨 씩씩거리며 후카츠를 끌고 패물상으로 곧장 직행했음. 돈을 가득 넣어온 낭을 열고 원하는 걸 다 고르라며 채근했지만 후카츠는 뭔가 눈치를 보며 망설였음. 못생긴 게 왜 사준다고 해도 거절을 하는지 화가 나서 사와키타는 그 날 가지고 있는 돈을 몽땅 털어 가락지와 팔찌와 금붙이를 잔뜩 사 주었음. 앞으로 이걸 하고 다니라고 그러면 감히 짝이 있는 음인에게 저런 놈들이 달라붙진 못할 거라고 화를 내는 사와키타를 후카츠는 묘한 눈길로 쳐다보았음.


- 에이지.
- 왜!!
- 나는...


후카츠는 잠깐 망설이다 말을 이었음.


- 이런 거 없어도 내 몸 지킬 수 있어용. 아까 봤잖아용.
- 그래도 허리를 만지려고 했잖아??
- 짝 없는 음인에겐 종종 있는 일이에용. 저야 뭐, 혼사 깨진 건 다들 아니까....
- 아니야!!! 왜 자꾸 깨졌다고 그래??? 깨졌으면 내가 먼저 너보다 예쁜 음인을 찾아봤겠지!!!!


사와키타는 거기까지 말하고 입을 다물었음. 문득 조금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었음.
후카츠는 물끄러미 사와키타가 골라준 가락지를 내려다보다가 조용히 대답했음.


- 그래용.
- ....후카츠, 내 말은,
- 그래도 괜찮아용.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녔어용.


그러고는 후카츠는 사와키타를 두고 집을 향해 빠르게 걷기 시작했음. 사와키타는 멍하니 그 등을 쳐다보고 서 있었음.







* * *






사와키타는 그 날 후로 후카츠가 제가 사준 패물을 하고 다니는지 관찰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음. 다행히 사 준 건 기분 나쁘지 않았는지 후카츠는 사와키타의 금붙이들을 몸 여기저기 달고 종종 외출을 했음. 그때 산 수국은 예쁘게 말라 후카츠의 방에 걸려 있었는데 결국 사와키타에게 줄 생각은 아니었는지 후카츠는 딱히 그 후로 꽃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


그러던 어느 날 후카츠는 새벽같이 일어나 몸 단장을 했음. 그 물고기처럼 멍하고 맹한 눈으로 경대를 들여다보면서 머리도 정리를 하고 옷매무새도 어디 하나 더러워진 게 없는지 꼼꼼하게 확인을 했음. 그리고는 손에 끼고 있던 반지를 죄다 빼고 방 한구석에 걸려 있는 수국을 꺼내 들었음.



- 후카츠가 그러고 집을 나섰다고?



심부름꾼에게 이야기를 들은 사와키타는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급히 이불을 걷고 일어났음.








머지 않아 사와키타는 후카츠를 따라잡을 수 있었음. 이즈음 사람들이 조금씩 나와 막 활기가 돌기 시작하는 마을의 거리, 후카츠는 열심히 터벅터벅 걸으며 말린 꽃을 조심히 품에 안고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음. 사와키타는 굳이 후카츠를 불러 세우지 않고 조용히 뒤를 따랐음. 대체 어딜 가길래 내가 따라오는 것도 모르고 저렇게 힘을 내서 가는 건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음.

후카츠의 발걸음은 마을과 마을 사이에 열리는 화서장터 7일장에 가서야 멈추었음. 꽃 말린 것으로 무얼 사려고 여기까지 온 건가 사와키타가 생각하는 사이 장터 입구에서 한 남자가 나왔음.




- 오늘 막 도착했어. 나도 아버지도 북송에 물건을 팔러 다녀오니 시간이 오래 걸리는군.
- 괜찮아용. 생각하면서 말렸어용.



남자에게 후카츠가 꽃을 내밀었음. 남자는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에 어울리는 아주 화려한 비단옷을 입고 있었고 머리에는 큰 거상들이 주로 쓰는 패립을 쓰고 있었음. 바다에서 주로 일을 하는지 몸도 건장하고 낯도 건강한 구릿빛이었음.



- 마키 상단은 언제 들러도 바쁘네용.
- 당신이 올 때쯤엔 육지에 자리를 잡을 거야. 이제 해상은 우리가 완전히 가졌어... 이 나라 제일의 상단이 되기에 머지않았다구.
- 내가 언제쯤 갈 수 있을지 사실 결정은 안 됐는데용..
- 상관없어. 이번 겨울을 넘기고 내년 봄이 되면 포목점이 완전히 내 것이 돼. 아무것도 가져오지 마. 올 수 있을 때 몸만 와주면 되니까.



포목점.

사와키타는 굳은 얼굴로 그만 들고 있던 낭을 떨어뜨리고 말았음.
포목점 집 아들이 후카츠를 봤다고 했지.
후카츠가 우리 집을 나가려고 하는 거야.
저 남자에게 가려고, 저 남자에게 주려고 꽃까지 사 가면서.


사와키타는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서로 꼭 안는 것까지 우두커니 서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음. 두 사람은 한참 동안이나 마주보고 이야기를 하다 그림자가 길어지고 나서야 아쉬운 작별을 했음. 사와키타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음.








* * *








- 후카츠.



집에 돌아온 후카츠를 사와키타가 붙잡았음. 후카츠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사와키타가 부르는 대로 방에 들어가 무릎을 꿇고 앉았음.



- 나 낮에 그 남자를 봤어.
- 마키를 보셨나영?...용?
- 미안해. 어딜 가는지 궁금해서 뒤를 밟았어.
- 괜찮아용. 언젠가 제가 먼저 말했어야 했는데용.
- .....언제부터 생각한 거야?



대체 언제부터 만났던 건지. 언제부터 이 집을 떠날 계획이었던 건지.



- 도련님은 나랑 결혼할 생각이 없구, 저는 빚을 다 갚았으니까용.
- 빚?
- 아버님께서는 다 말씀해주시진 않았을 거에용. 우리 집은 아버님께 갚아야 할 빚이 있었어용. 고용인이 되어 일을 해 드리겠다 하니 친구의 손속을 밑사람으로 들일 순 없다시며 에이지의 신부로 들여 주신 거에용.
- ........



사와키타는 멍하니 후카츠의 얼굴을 쳐다보았음. 그 차분하게 다물린 입술과 담담한 일자 눈썹이 무척이나 냉정해 보였음. 그저 맹꽁이 같다고만 생각했던 얼굴인데. 사와키타는 말을 더듬으며 겨우 입을 열었음.




- 처, 처음부터 나랑 결혼할 게 아니었단 말이야...?
- 아니용. 아버님은 에이지가 좋아하면 진짜 결혼시키려고 하셨죵. 아버님은 너무 고마운 분이에용. 저를 진심으로 예뻐해 주셨어용.
- 그, 그럼......




후카츠가 한숨을 내쉬었음. 그간 수없이 상처받은 마음의 자국들이 얼마나 쓰라린지 그제야 에이지의 눈에 보였음.




- 나를 싫어했으니까......








마키 신이치는 처음부터 날 좋아했어용.
내가 힘세고 잘 싸우는 거에 반했대용. 웃기죵. 자기만큼 잘 싸우는 사내는 처음 봤대용.

그렇지만 마키도 인물이 좋으니 아무래도 내가 못생긴 것 같아서 나도 몇 번 거절을 했는데 그게 문제였냐며 내게 자기 가게가 파는 옷감으로 하카마를 만들어 줬어용.
좋은 사람이고 난 빚을 다 갚으면 그에게 가겠다고 했어용.
에이지도 괜한 정혼에 매이지 말고, 좋아하는 예쁜 음인을 만나서 살아용.



나는 갈게용.











우성명헌 사와후카
약 정환명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