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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3 02:39
본인 신혼집을 굳이 후배가 사는 아파트랑 도보 5분 거리에 구하는 선배 어떤데..... 가까우니까 자주 볼 수 있고 좋지 않냐? 난 좋은데. 이딴 소리도 막 하면...... 그리고 말 뿐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기까지 하면...... 시간 나는대로 태섭이 만나려고 드니까 태섭이가 나한테 좀 그만 신경 쓰라고 하지만 제멋대로 태섭이 집에 들이닥치면서 야, 선배가 후배 신경 안 쓰면 누굴 신경 쓰냐? 하는 남자......... 단지 후배를 챙긴다기엔 착각하고 싶을만큼 다정한 눈과 목소리를 하는 사람이라 대만이 좋아하는 태섭인 이런 거 괴로울 뿐이고...... 그러면서도 대만이 밀어내질 못해서 더 괴로워하다가 대만이랑 대만이 부인이랑 다정하게 있는 모습을 우연히 보고 찬물 맞은 것처럼 정신이 들어서 대만이한테 말도 안 하고 야반도주 하듯이 아예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고 번호도 바꿔버림. 안 보이면 잊혀지겠지. 시간이 약이겠지. 그 말만 믿고 미국 유학을 하면서도 하지 못 했던, 처음으로 정대만 없는 삶을 살아가보려고 함.

6개월동안 새로운 곳에서 살면서 정대만 생각 안 난다고는 할 수 없는데 이제 생각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가슴이 욱신거리는 건 꽤 사라짐. 조금 더 하면 좋은 추억으로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아서 가벼워진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송태섭.


들려서는 안 될 목소리를 듣고 말아버림. 착각이라고 치부하려고 해도 태섭이를 향해 선명하게 다가오는 실루엣이 착각이 아니라고 하고 있었음.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더 날카로워진 인상. 꼭 단발머리를 하던 고등학생 때로 돌아간 것만 같았음.


선배가 여길 어떻게....
왜, 내가 오면 안 될 데라도 왔냐?


이제는 한 뼘 정도의 거리로 다가온 정대만은 인상과 다르게 어쩐지 상처 받은 눈이었음. 근데 그게 왜. 난 이제 겨우 당신 없이 살 수 있나 했는데. 어떻게든 넘어가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리고 뒷걸음질을 쳐보지만 단숨에 따라잡혀 두 어깨를 잡힌 태섭이겠지.


또 도망가려고?
그게 무슨, 아니, 제가 어딜 가든 선배랑 상관 없잖아요.
왜 상관이 없어!!


엄청나게 화가 난 얼굴이라서 이해할 수가 없는데다 잡힌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 아파오기 시작했음. 하지만 그 우악스러운 손길에서 벗어나려고 하면 오히려 더 꽉 붙잡혀서 벗어날 수가 없었지. 입술을 꽉 깨물고 눈 앞의 남자를 노려보자 남자는 타오르는 눈으로 응답하며 물었음.


송태섭, 왜 도망가려고 했어?
도망간 거 아니라고.
그러면 왜 나한테 말을 안 했어!
그걸 내가 당신한테 왜 얘기해야되는데!
너 사라지고 나는 미치는 줄 알았으니까!


이제는 아픔도 느껴지지 않았음. 정대만이 하는 말을 이해하는 것만으로 머리를 다 써야했으니까. 내가 사라지는 것과 당신이 미치는 게 대체 무슨 상관인데. 그 두 개엔 아무런 공통점이 없어야되는데 왜 그걸 한데 묶어버리는 건데. 너무 그 생각에 빠져버린 나머지 정대만한테 안겨있다는 것도 늦게 알아차렸겠지. 뒤늦게 저항해봤지만 너무 그리웠던 덫에 단단히 걸려버려서 빠져나오기 힘들었음.


네가 그렇게 가고 내가 얼마나 미친놈처럼 널 찾은 줄 알아?

거짓말이 아니라 죽을 뻔 했어.

너 때문에 이혼도 했다고....


예상치 못 한 말에 태섭인 얼어버렸음. 하지만 그 다음 말이 더욱 믿기지가 않았음.


너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되는 걸 이제야 알았는데 또 도망가면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안겨있던 태섭이의 저항이 더 심해졌지만 대만이 또한 단단하게 붙잡아 절대 놓아주지 않았지.


태섭아, 가지마. 어? 제발...... 나 좀 살려주라......


금세 다 꺼질듯한 목소리에 태섭이의 움직임은 멈췄음. 거의 보이지 않는 약한 모습을 제게는 너무 쉽게 보이는 정대만을, 태섭이는 더 이상 밀어낼 수가 없었으니까. 언제나 지는 건 송태섭이었음. 항상 정대만한테 지기만 하는 송태섭은 다시 제 발로 정대만한테 붙잡혀야했음.





대만태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