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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8 15:49
하는 대만이 보고싶다

발단은 일주일 전.. 송태섭이 국내에서 프로로 뛰고 첫 연봉 받은 날이었음. 송태섭 미국 유학 마치고 바로 한국으로 옴. 미국에서만 배울 수 있는, 배워야 하는 건 다 배웠고, 이제 국내 농구의 별로 불리는 애인 옆에서 자국 리그를 키워나가고 싶어졌기에...최강에 속하기보다 최강에 도전하고 싶어하는 정신이 어디 가겠음? 미국 유학 경력 살려서 순조롭게 프로 데뷔했고, 이십대 초중반에 같이 국대도 뛰고.. 첫 연봉 받자마자 정대만한테 청혼함
주변에선 너희 결혼하기엔 너무 어린 거 아니냐~~ 이십대 초반에 몇 년 연애한 거 가지고 무슨 결혼이냐~~~별 난리난리 참견을 다 하는데 응 송태섭 입장에선 몇 년이 아니죠??열네살 때부터 자그마치 10년이죠???꿈에서도 그리던 첫사랑이 받아주기까지 했는데 주춤할 이유가 없음 수락 받자마자 주변에서 하는 말 깡그리 무시하고 대만이네 집부터 찾아가서 허락 받고 옴 존나 힘들게..

머리 싹 내리고 타투한 거 슬리브로 가리고 피어싱 전부 빼고 가진 옷 중에 제일 얌전한 거 입고 가서 팔불출 대만이 아버지 앞에 한 30분 무릎 꿇고 있었던 것 같음.....뒤늦게 그러고 있는 거 발견한 대만이&대만이 어머니가 아버지 등짝 짝짝 때리긴 했지만ㅋㅋㅋㅋㅋ

그리고 오늘은 대만이 데리고 가서 카오루상한테 소개시켜주는 날인데

예상했던 대로 대만이 카오루상한테 너무 싹싹하게 잘함.. 사실 대만이야 일부러 얌전한 옷 안 골라도 기본 사복 스타일부터가 단정한 도련님 스타일임
얼굴도 단정한 일자눈썹에 쌍꺼풀 진한 강아지상.. 지금은 머리 좀 길어져서 고3 때처럼 와일드한 스포츠컷도 아님 눈썹 근처에서 앞머리 사락거리는 기장이란 말임? 걍 머리부터 발끝까지 서글서글한 정석미인 상견례 프리패스상 그 자체임ㅋㅋ 솔직히 지금 이 사람 보고 누가 고3 때 왈가닥 바보트리오 중 하나였다고 상상이나 할까 싶어
선물도 태섭이 도움 받아 두 사람이 좋아하는 걸로만 한 바구니 사와서 아라도 카오루상도 만족하는 눈치고, 가정교육은 또 나름 엄하게 받아서 예의바른데 미처 못 감춘 생활애교까지 뚝뚝 묻어나지
아들인 송태섭 눈에는 카오루상이 벌써 대만이 예뻐하는 게 눈에 훤히 보임.... 남편이랑 큰아들 그렇게 되고 다른 사람 앞에선 편하게 못 웃는데 대만이 앞에서 사르르 웃는 게 벌써 가족으로 받아들이신 것 같아서 태섭이는 너무너무 행복함.. 내가 사랑하는 어머니와 내가 사랑하는 형이 한 지붕 아래에 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내 어머니가 마음에 들어하고.. 걍 꿈에 그리던 모든 것이 여기 이 순간에 있구나 싶음..

그리고 잠깐 카오루상이랑 아라랑 같이 뭐 좀 사러 다녀오겠다고 자리 비우는데, 내내 정자세로 꼿꼿하게 쇼파에 앉아있던 형이 무슨 아이스크림 녹듯이ㅋㅋㅋㅋㅋ소파에 푹 퍼지는 거임ㅋㅋ 그거 보고ㅋㅋ형도 긴장을 하긴 했구나 티 안 났는데...하는데 뭔가 형 눈가가 빨감....

여기서 잠깐..
대만이가 비록 바보트리오 중 하나고... 태섭이한텐 가끔 엄살도 부리고 기대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어릴 때부처 주장노릇, 선배노릇에 익숙해서 항상 강한 모습 보이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려고 하는 사람이란 말이야? 무슨 말이냐면 송태섭은 농최날 이후로 침대 밖에서()정대만이 우는 걸 본 적이 없음
그래서 저 눈가 빨개진 게 눈물 흘릴 전조 증상이라곤 생각도 못하는 거임.. 그냥 열나나 하고 볼이나 쓸어보는데 눈물이 뚝뚝 떨어짐.......

송태섭 진짜 그 자리에서 돌처럼 굳음
머릿속이 새하얘져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가 한 10초쯤 뒤에 바닥에 거의 쿵 소리 나게 무릎 꿇고 앉아서
왜왜왜왜왜요왜울어요형왜요..!
할 거 같음ㅋㅋㅋㅋ얼마나 놀랐는지 형 눈물 닦아주는데 손이 덜덜 떨림 왜 울지?? 너무 행복해서...? 나랑 결혼하는 게 그렇게 좋나......? 그런 거라면 너무 기쁘지만 청혼했을 때도 안 울었는데 지금 갑자기. .??아픈가?어디가??어디 아픈 거였으면 내가 알았을 텐데..아까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하고 별의 별 생각이 다 드는데

정대만이 한 말이 저거인 거...

태서바..나 뭐 잘못했어.....ㅠ?

하는....태섭인 진짜 당최 무슨 소린지 감도 안 잡혀...

뭘 잘못해요 응? 오늘 너무 잘 했는데 형이 뭘 잘못해.. 왜 그런 생각을 해....

하고
왜 그러는지 얘기 들어보는데
카오루상이 자기를 싫어하는 거 같다는 거임.......이건 또 뭔 말인가 잘 들어보니까.. 다정이 넘치는 대만이네 가풍이 문제(?)였음ㅋㅋㅋ
원래 어른이 아랫사람을 마음에 들어하고 좋아하면
일단 네가 어떠어떠해서 마음에 든다~우리는 네가 좋다~~고 말로 표현하는 게 기본!!이고 환영의 의미로 안아도 주고 진짜 마음에 든 경우엔 쓰다듬어도 주는 건데.. 카오루상은 자기한테 셋 중에 아무것도 안 해줬다는 거임ㅠㅠㅜㅠ..(생각해보니 진짜 대만이네 어머니는 태섭이한테 잘 왔다고 반갑다고 안아도 주시고 스타일이 멋지다 대만이 잘 챙겨줘서 참 좋다고도 해주고 쓰다듬어도 주심ㅋㅋ)얘가 열아홉 살 때부터 송태섭 하나만 만나봐서.. 다른 집에 가볼 일도 거의 없었고 그래서 일반적인 가정 분위기가 어떤가에 대한 감이 전혀 없음... 사실 태섭이네가 일반보다 좀 더 조용조용한 편이기도 하고
그래서 송태섭 웃음 비실비실 나오는 거 꾹 참으면서(사람이 진지하게 말을 하는데..더구나 사랑하는 애인이 우는데 웃으면 안 되잖음..?그건 송태섭 사전엔 있을 수 없는 일임)

왜요 엄마 계속 형 보고 웃으셨잖아요..

하는데

그냥 웃기만 하는 거는 원래 별로 맘에 안 드는데 티내기 곤란할 때나 그렇게 하는 거잖아ㅠㅠㅠㅠ

이래서 송태섭 웃는 거 참느라고 입안 깨물어서 피남ㅋㅋ 그러든지 말든지 정대만은 봇물 터져가지고 자기 얘기 계속 하는 거임

너 어머니한테 내가 너 때렸단 얘기 했지...그래서 싫어하시는 거지 그치...ㅠㅠㅠㅠ
하다가 더 울고ㅋㅋㅋㅋ
아니 대만이도 머리로는 이해하거든.. 자기 아들 때린 놈이면 싫지....근데 살짝 서러운 거임...왜냐면 대만이네 어머니도 태섭이가 대만이 때리고 이빨 세 개나 해먹은 거 아는데 그래도 태섭이 마음에 들어하셨단 말이야ㅠ 엄마는 우리 아들이 좋다는 사람이면 다 좋아, 상관없어. 든든하고 믿을 만한 청년 같더라. 하고....(아버지는 여기서도 입 꾹 다물고 계심ㅋㅋ)

"그래서 당연히..너네 어머니도 신경 안 쓰실 줄 알앗는데..ㅠ근데, 흑, 사람마다 다 다른 거 알지....울 어머니는 신경 안 써도 너네 어머니는 싫으실 수도 있는 거구....."

하고 있는데ㅋㅋㅋㅋㅋㅋㅋ 이제 여기서 태섭이가 대만이 꽉 안아줌...위로하려 그런 거 아니고 웃음 터졌는데 그거 숨기느라고.....
카오루상 대만이랑 태섭이랑 싸운 거 아시긴 하지만 신경 안 씀... 그도 그럴 게 아들내미가 학창시절에 쌈박질 한두번 한 게 아니다 보니.. 그 많은 놈들 중 한 놈이랑은 눈도 맞을 수 있는 거겠지 뭐..정도로 쿨하게 생각하심ㅋㅋ

아무튼 그러고 있는데 아라랑 카오루상 들어와서 대만이랑 눈 딱 마주치는데
대만인 또 너무 놀라가지고 눈물도 뚝 멈춤.. 지금까지만 봐선 믿기 힘들겠지만 대만이는 정말 잘 안 우는 스타일이야.. 여기저기서 형아 노릇 하느라고 남 앞에서 우는 건 열 살도 전에 이미 졸업했고 그게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란 말임ㅠ농최날이 워낙 인생에 다시 없을 예외적인 사건이었던 거고 사실 지금 태섭이 앞에서 운 것도 좀 부끄러운데 지금... 남자친구 집에 인사하러 온 거잖아..? 근데 스물 다섯이나 먹어가지고..남의 집에서 애인한테 안겨서 울기나 하는 추태를 보인 거 아니야....
다 끝장이다 싶어서 대만이 얼굴이 허옇게 질림..
막상 아라랑 카오루상은 방금까지만 해도 방긋방긋 웃던 새오빠(맘에들어서 벌써새오빠임ㅋㅋ)가 눈이 퉁퉁 부어있지 얼굴은 창백해져가지고 벌벌 떨고 있으니까.. 어렸을 때 싸운 적 있는 사이라더니 설마 때렸나...?까지 생각하고 있고ㅋㅋ송태섭은 정대만이 질리다 못해 딸꾹질까지 하니까 이제 웃긴 건 지나갔고 형 기절하는 거 아닌가 싶어 진지하게 걱정임..

어케어케 대만이 앉혀서 진정시키고.... 카오루상이 장 봐 온 걸로 따뜻한 국물에 밥 해가지고 먹임..
근데 또 팅팅 부은 눈으로도 식사예절 지키면서 깔끔하게+맛있게 먹는 게 또 너무 귀여움..사실 뭐 이게 그렇게까지 귀여울 일은 아닌데 이 집안 식구들 취향이 다 비슷해서 첫눈에 대만이한테 감긴 거일 듯ㅋㅋ
그래서 카오루상 원래 진짜 이런 타입 아닌데 자기도 모르게

"대만군 맛있게 잘 먹는 게 참 예쁘네요"하면서 머리 쓰다듬어주는데...
그 자리에서 대만이 또 눈물 터질 듯..어머니가 날 마음에 들어하셔....ㅠㅠㅠㅠ하고
처음부터 마음에 들어하는 거 알고 있었던 송태섭만 다시 웃겨죽을 노릇인 거ㅋㅋㅋㅋ보고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