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태섭이가 그 사이 애인 만들고 돌아왔을 때 너무 당연하게 그럼 다시 내 옆으로 데려와야겠다고 생각하는거 보고싶음... 그럼 그동안 왜 붙잡지 않았냐고 물으면 태섭인 혼자 있을 때 생각이 많아지는데 그럴 때마다 대만이가 옆에 있을 수가 없으니 태섭이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 거였음. 송태섭이 돌아오면 그 옆자리는 정대만이 차지하는게 너무 당연해서 ㅇㅇ

하여간 태섭이가 완전히 귀국했으니 오랜만에 북산이 모이는데 당연히 대만이도 참석함. 일부러 늦게 가서 송태섭 맞은 편에 앉아서 오랜만이네. 하며 평온한 목소리를 건네자 태섭이가 그러게요. 하지만 대만이는 알고있었음. 자신이 맞은 편에 앉자마자 태섭이 눈이 잠시간 흔들렸다는걸. 대만이는 그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음. 당연히 송태섭이라면 자신을 보고 흔들리는게 맞는거니까. 그래서 시선을 태섭이한테만 고정하며 안부를 물었고 태섭이는 대만이 대신 그 주변에 시선을 두며 적당히 대답했음. 선이 느껴지기는 하는데, 곧 사라질 거라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지.

얘기 중에 술잔을 계속 빠르게 비우길래 천천히 마시라며 제지하길 몇 번이었음. 그렇다고 잔 채우는 걸 멈추는 것도 아니었지. 이 녀석의 껍질을 한꺼풀 벗겨내려면 일단 마시게 해야했으니까. 일부러 애인 얘기를 자꾸 꺼내는 것도 아마 이 녀석의 방어기제 중 하나일테지. 너 지금 나한테 흔들리고 있구나. 원래 잘 감추는 녀석이었는데 우스울 정도로 훤히 보이니까 자꾸만 미소가 숨겨지질 않았음. 놀려볼까 싶어서 제게 애인이 없냐고 묻는 말에 글쎄. 곧 애인이 될 것 같은 사람은 있어. 라고 대답하면 그제야 송태섭의 시선이 제대로 정대만에게 향하면서 흔들리는 눈동자를 여과없이 보여주었음. 그걸 보고 웃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었지.

너 여전히 귀엽네.

태섭이 입장에선 뜬금없는 말이었지만 대만이는 도저히 말하지 않을수가 없었음. 얘가 귀여운 짓만 하는데 나더러 어떡하라고. 대만이가 빙글빙글 웃자 태섭이는 제 앞에 놓인 소주잔을 들어 원샷했음. 나참. 너도 고집 더럽게 세다. 그러면서 빈 소주잔에 찰랑이는 술을 다시 채워주면 또 다시 원샷으로 때리길래 더이상 잔을 채워주지 않았음.

왜 안 줘요.
적당히 마시라고. 너 몸 축나.
그게 선배랑 무슨 상관인데.
글쎄. 근데 너 눈 풀렸다, 태섭아.

태섭이의 눈이 점점 풀리기 시작했으니까.

여전히 웃는 낯인 대만일 보니 태섭이는 어째 심사가 뒤틀리는 것 같았음. 대만이 예상대로 태섭인 대만일 보자마자 잘 잡고있다고 생각했던 중심이 크게 흔들리는 걸 느꼈지. 헤어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서 안정된 관계로 접어들어갈 때 즈음 이제는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큰 오산이었음. 태섭이조차 다 꺼진 줄 알았던 정대만을 향한 마음의 불씨는 정대만을 보자마자 그의 불꽃을 옮겨와 금세 타올라버렸음. 너무 당황스러울 정도로 쉽게. 스스로의 감정을 스스로가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에 속이 타서 계속 술을 들이켜봤지만 오히려 더욱 타오를 뿐이었지. 게다가 계속 저를 향해 웃는 정대만은 태섭이에게 더 큰 감정을 일으켰음. 여전히 저 인간한테 휘둘리는 자신이 싫으면서도 싫어할 수가 없다고. 나는 아직도 정대만을 좋아하고 있다고.

그래서 정대만이 데려다준다고 했을 때도 가만히 있었고 묵고 있는 호텔이 어디냐는 말에도 순순히 얘기해주었고 객실 호수까지 술술 말했음. 차에서 내려준 다음 굳이 자기 품 속에 넣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문 앞까지 데려갈 때도 묵인했지. 그동안 그리워한 줄도 몰랐던 정대만의 체취를 한껏 들이마시니 안그래도 취했는데 취기가 오르는 것 같았고 이 향을 더욱 가까이 하고싶었음. 여태 맡은 정대만의 향 때문에 이제 머릿속에 정대만만 가득한데 여기까지 와놓고 그럼 쉬어. 라며 돌아가려는 정대만 때문에 태섭인 열이 받았음. 가려는 정대만의 멱살을 쥐고 어딜 가냐고 묻는데 아직도 웃는 낯으로 난 가야지. 하는 모습이 너무 짜증이 났지. 날 이렇게 만들고 자기는 가겠다고? 멱살 쥔 손이 파들파들 떨렸음.

대만이도 마음 같아서야 당장 태섭이를 데리고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건 자신이 아닌 태섭이가 해야만 했음. 송태섭이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며 빠져나갈 조금의 여지도 두기 싫었으니까.

이거 놓지.
왜 가는데.
난 내 집이 있으니까?
이렇게 가면 안되잖아.
왜 안되는데.
안되잖아, 이러면.
그러니까 왜 안되는데, 태섭아.
선배는.... 선배가..... 나는.....
태섭아.

멱살 쥔 손을 잡아 부드럽게 내리고 제 손에 다 들어오는 태섭이의 두 손을 감싸쥔 대만이는 느릿하게 태섭이 손을 놓았음. 손을 감싸던 온기가 사라지자 태섭이의 몸이 움츠러들었지.

말해봐, 내가 왜 가면 안되는지.
....나는...
응.
선배가...
응.
안, 가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리고?
더 있잖아.
.........
태섭아.
.....아직도 당신을 좋아해....

자신이 그어놓은 선을 스스로 짓밟고 지우며 제게로 넘어온 송태섭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대만이는 안아줄 수 밖에 없었음. 아직 할 일이 남았지만 좋아한다며 순순히 다가오는 작은 몸을 이제 예뻐해줘야겠다고 생각하는게 먼저였으니까.






ㅈㅇㅁ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