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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8 17:45
뺨이 뜨거운 것도 숨소리가 선명한 것도 그저 농구를 너무 열심히 해서 그런 건줄 알았지
그림 같은 패스로 슛을 넣고 하이파이브를 했을 때 온 몸이 저릿했던 것도 그저 너무 멋진 플레이를 해서 그런 건줄 알았지
자꾸 얼굴을 보러 교실에 가게 되는 것도 같이 농구를 더 하고 싶어서인 줄만 알았고
반에서 간식먹을때 음료수먹을때 하나 더 꿍쳐다가 갖다주고 싶었던 것도 농구 짱잘하는 형/농구 짱잘하는 동생이니까 챙겨주려는 마음인 줄만 알았고
시내에서 장 보고 기숙사 돌아오는 길에 손 잡고 논두렁 고랑 위를 휘청휘청 걸으며 웃었던 것도
온천 있는 곳으로 1박2일 훈련을 갔을 때 괜히 유카타 입은 서로의 머리 위에 물바가지를 씌우며 놀았던 것도
주전들끼리 단합을 한답시고 롤링페이퍼를 썼을 때 서로의 편지지에 괜히 볼펜을 더 꾹꾹 눌러 가며 쓰던 것도
우성이가 미국으로 떠나기 전 자퇴서를 제출한 마지막 방학 날에 둘다 좀 울었던 것도 다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 형이/우성이가 제일 농구 잘 하는 사람이니까 친하고 각별하고 소중한 거라고 그래 그런 건 줄만 알았지
그땐 의심도 안 했지 그 마음이 우정이라는 걸






스물세살 새파란 나이에 다섯살 연상의 헐리우드 여배우랑 결혼했다가 일년도 못가 이혼하고, 또 2년 뒤에 두살 연상 여자 골프 선수 만나서 결혼하고 애 둘 낳고 3년 있다 이혼하고, 전 와이프랑 드문드문 만나면서 애만 키우다가 또 2년 뒤에 한살 연상 일반인 여자 만나서 일이년 연애하고 결혼한다 어쩐다 말하더니 파혼한 듯 약손가락에 반지 빼고 있는 느바정


대학시절 도통 연애 못하고 고백 받는 것도 다 거절하고 희한한 초식남처럼 굴며 남자 동료들만 만나서 놀다가 프로 데뷔한 후, 예쁘기로 소문난 미인대회 입상자랑 소개로 만나 2년 반 사귀고 결혼하는데 딸 하나 낳고 도란도란 사는가 했더니 아내가 외도, 외도 들킨 아내가 오히려 울면서 너는 나 사랑한 적 있냐고 외로워서 사람 사는 것 같지 않다고 악을 쓰길래 할 말 없어 이혼서류만 식탁에 놓고 집 나와버린 이명헌




얼굴에 슬슬 웃는 모양대로 주름이 지기 시작한 정우성과
이제는 유니폼보다 넥타이 맨 수트가 더 익숙한 이명헌

둘 다 서로가 얼마나 행복하지 않은 결혼생활을 했는지 잘 알아서 정우성 그저 미소만 지으며 형 그냥 난 결혼하지 말고 형이랑 살걸 그랬다 하는데 그 말 들은 이명헌 떨리는 목소리로 이제 와서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필요 이상으로 날카롭게 받아치는거


이제 와서 널 사랑했다는 걸 인정하면 그동안 내 인생이 다 헛짓거리 한 게 아니냐면서
나이 먹은 정우성 앞에서 마치 억눌린 걸 터트리듯 신경질적으로 울어버리는 나이 먹은 이명헌이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