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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6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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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은 과연 좋은 아버지인가?

음, 아마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겠지. 근데, 사실 그 질문을 하기 전에 먼저 물었어야 하는 질문이 있음.

정우성은 과연 좋은 남편인가?





우성과 명헌 두 사람이 미국에 터를 잡게 된 것은 예상했듯 전적으로 우성이 바라던 바였음. 명헌은 익숙한 고향에 자리를 잡고 싶어했으니까. 명헌이 은퇴를 서두른 이유도 같은 맥락이었음.


우성은 명헌과 결혼이라는 속박 아래에 함께 묶이고자 했음. 한국은 동성 결혼이 불가능했지만 미국은 가능했고, 우성은 nba에서 선수 생활을 두 사람 다 바라기도 했음. 다만 명헌은 여태까지 그랬던 것처럼 미국과 한국 각각에 집을 두고서 왔다 갔다 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지만 아무튼 결과는 미국으로 옮겨 가 우성의 애까지 낳아 준 것이었지.


명헌이 우성을 보러 처음 미국으로 왔던 때, 그때부터 우성은 명헌과 미국에서의 삶을 꿈꿨음. 눈을 뜨면 입을 맞추며 뒹굴고 껴안고 잠에 드는 게 행복했고 단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는 것이 좋았음. 우성이 잠깐 훈련에 다녀올 때면 명헌은 집에서 얌전히 기다리며 잘하지는 못하지만 함께 먹을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도 설렜음. 제게 이런 가부장적인 면이 있나 스스로도 놀랐지만 음, 감히 부정할 수는 없었음. 대신 결혼하면 형 손에 물 한 방울 묻지 않도록 할 테니까.


하지만 언제까지고 집 안에 가두고만 있을 수는 없었음. 명헌도 바깥공기를 쐬어야 했고 만약 시즌 중에 명헌이 찾아올 때면 함께 있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명헌도 개인 시간을 보내야 했으니까. 그래서 우성은 울며 겨자먹기로 우성의 집 근처를 안내하고 지인들에게 그를 소개했음.


우성, 저 사람이 뭐라고 하는 거야 삐뇽?


...아.


상대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명헌이 우성에게 물었음. 질투에 눈이 멀어 생각치도 못한 사항이었음. 명헌이 알아듣지 못하는 건 당연함. 슬랭을 쓰는 덩치 큰 흑인 남자가 쓰는 어투를 명헌이 이해할 리 없었음. 영어 회화 공부를 하고 왔다며 자랑을 하던 게 눈에 훤했지만 현지인의 벽은 높기만 했음. 저도 처음 왔을 때 그랬었으니까. 우성은 친절하게 두 사람 사이에 서서 중간다리 역할을 해 주었음.


그리고 그 날을 기점으로 우성은 각종 모임이나 파티에 소개의 명목으로 명헌을 함께 데려갔음. 명헌은 여전히 짧은 몇 마디 대화밖에 나누지 못했고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며 어딜 가든 무엇을 하든 모르는 것투성이였음. 유명 셀럽의 우성의 파트너로 따라가 한 것이라고는 우성의 옷자락을 잘 잡고선 길을 잃지 않게 노력하는 것 뿐이었음. 우성은 스스로를 쓰레기 같다 여기면서도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입꼬리를 억제할 수가 없었음. 어딜 가든 제 뒤만 졸졸 따라다니며 제 이름을 부르는 이명헌. 선배와 후배, 주장과 에이스 부원이었던 상하관계가 뒤바뀐 것에서 오는 고양감 따위가 아니었음. 정우성은 이명헌에게, 끝도 없이 펼쳐진 사막 한가운데서 발견한 유일한 오아시스가 되길 바랐음.


그리고 그 사건을 기점으로 우성의 눈엔 국제결혼을 한 부부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함. 특히 경제력이 없는 상태로 오로지 남편 하나만을 보고 타국에 건너온 아내들이 말이지. 남편과 그 어떤 트러블이 생겨도 이혼 서류 하나 제대로 내밀지 못하던 그들을.


그것이 우성이 결혼이라는 두 글자에 집착한 이유였음. 영원히 함께 하려면 몸과 마음을 나눈 것만으로는 부족해서 함부로 저를 떠날 수 없게 사회적 약속으로도 서로를 꽁꽁 묶어야만 했음. 명헌이 우성의 프로포즈를 받아들인 날, 우성은 병원에 실려갈 만큼 눈물을 쏟았고 결혼하던 날조차 동기와 친구들이 남긴 모든 기념 사진에서 우성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음.


그러나 결혼이라는 구속으로도 우성은 부족함을 느꼈음. 상상조차 하기 싫지만, 결혼도 결국 이혼하게 되면 물거품이 되어 사라질 미약한 약속밖에는 되지 않는다고. 결국 또 하나의 구속이 될 해결책으로 우성은 둘 사이의 아이를 생각해 내었음.


어렸을 때 기억이 났지. 금슬 좋다 소문난 제 부모님도 제 앞에서 미사가 울 만큼 부부 싸움을 하던 날이 있었고, 서로 갈라지네 마네 했던 날도 있었던 것을. 그리고 저를 끌어안은 미사가 했던 말도 똑똑히 기억했음.

우성아 널 두고 엄마가 어딜 가니.


부부 사이의 아이라는 건 그런 존재였음. 다른 어떤 관계였어도 헤어질 두 사람을 끝에 끝까지 붙들어매는 존재.


그리고 약 일 년 후, 우성과 명헌 두 사람은 서로를 닮은 아이를 하나 보았음. 정확히는 우성을 아주 많이 닮은 아이를. 우성은 이왕이면 명헌을 더 많이 닮았었으면, 그랬으면 지금보다 더 사랑하지 않았을까 무의식적으로 생각했으나 어쨌든 이 작은 핫도그만한 아이는 명헌과의 사랑의 결실이었고 우성은 곧 명헌이 낳아 준 제 아이를 사랑하게 되었음.


후, 우응, 흐...! 하으, 우성, 아..., 아...! 우성, 아...!


우성은 명헌의 볼을 조심스레 쓸어올리며 손끝으로 살포시 귀를 막아들었음.


응, 나 봐요. 형...


그러나 우는 제 아이를 내버려 두는 건 지금 눈 앞의 이 사람을, 이명헌을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더 사랑하기 때문이었음.





우성명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