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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9 16:30
새신랑 이명헌 선수 후배 중에 가장 유명한 정우성 선수 축하멘트 같은거 없나요?

사회자가 돌연 정우성 콕 집어 물어볼거 같다. 신부가 감정 조절을 못하는건지 울먹울먹 하길래 노련한 사회자가 분위기 환기 좀 시킬 겸 훈훈한 분위기 연출도 노릴겸 한거임.

이미 느바에서 뛰는 정우성이 고등학교 선배 결혼식 가려고 입국했다고 기사도 싹 나고 했던지라 하객들도 막 술렁거림. 궁금했거든.

그 말에 우성이 당황하는데 웨딩홀 직원이 허리 숙이고 다가와서 마이크 하나 넘겨주고 호다닥 빠져버림. 이미 깔린 멍석 발로 차는것도 그림이 이상해서 자리에서 일어남. 일어나자마자 조명 조금 낮게 조정되고 쓸데없는 분위기 브금같은거 깔림. 우성이 당황해서 마이크 잡고 사회자 바라봄. 준비같은거 안했는데... 그럼 뭐함. 이미 신랑신부는 물론이고 온 하객 눈이 한가운데 우뚝 선 우성이만 바라보는 중임

그래도 인터뷰 해본 그런 짬바로 어렵지 않게 입 뗌.

우선, 명헌이 형이 제일 먼저 갈 줄은 몰랐는데요

안 그래도 결혼식이라 마음 너그러운 상태였던 하객들이 그 첫마디 듣고 다 웃어줄거 같음. 이명헌도 그 말 듣고 피식 웃음. 정우성 이명헌 웃음 보고 이어서 말함.

형은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처음 산왕 입학했을 때 형이 저한테 오셔서 그랬잖아요. 여긴 에이스들이 모이는 장소야베시. 저한테 잘 하라고 하신 말씀이었겠지만 저 사실 그 때 다른 생각했거든요.

저 사람 말투 왜저래. 이제야 하는 소리지만 그 때 형 진짜 이상한 사람인줄 알았어요. 근데 그러기엔 실력이 너무 좋은거예요. 막 눈도 안 마주치고 패스 주는데 던지는 족족 제가 어디로 가는지 예상한 경로에 들어오니까.

살면서 수가 다 읽힌다고 생각하니까 새롭더라구요. 그 전엔 그냥 제 손에 공만 들어오면 어떻게든 림으로 가져가서 득점으로 이으면 됐는데. 형은 가차없더라구요. 안될거 같으면 패스 자체를 안 주니까.

그 때 처음으로 팀원으로서 형한테 잘 보여야겠다고 생각했던거 같네요. 저는 농구 계속 하고싶었거든요. 산왕에서 했던 농구가 재밌던거라고 생각했는데 돌이켜 보면 명헌이 형이랑 다른 형들이랑 했던 농구부 생활이 재밌던거 같아요.

여기까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제 마지막 인터하이 정말 감사했습니다. 저 주전에서 빠질뻔한거 명헌이 형이 우겨서 주전으로 뛸 수 있었다는거 나중에 알았어요. 져서 울 때 한마디도 안 해주더니. 저랑 더 뛰고싶었던 거라고 제가 알아서 해석할게요.

미국 갈 때도 형은 잘 가라, 잘 할거다 그런 말 안 해주셨지만... 보카책 제 케리어에 몰래 넣어줬잖아요. 그거 도움 좀 됐어요. 저 미국에서 포가로 포지션 변경할 때 형 생각 많이 났어요. 형이 하는 방식을 따라했거든요. 그래서 농구 할 때마다 형이랑 하는거 같았어요.

건방진 후배였겠지만 이끌어주고 많이 가르쳐줬던 명헌이형 결혼 축하드립니다.








축하인사 끝내고 자리에 앉자마자 옆에 있던 낙수가 우성이한테 귓속말로 그러겠지.



이따가 축가 준비하러 일어날건데 같이 나가.

.....저 얼굴 많이 엉망이예요?

어. 울거면 비상통로 가서 울고 안 울거면 화장실 가서 세수나 한번해.


우성명헌
시간이 지난 뒤 뒤늦게 자각하는 짝사랑이 이뤄지지 못하는거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