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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9 22:56
날씨가 추워지니까 시발탑 양호열이 땡긴다....



양호열, 너.. 지금은 좋아한다는 말, 진짜냐?

정대만이 쑥쓰러운 듯한 얼굴로 물었음. 갑자기 불러내서 한다는 말이 겨우 그건가...? 싶어서 좀 어이없는 호열이. 그래도 그 마음은 진짜니까, 물론 지금은 좋아하지. 하고 대답하는데 정대만 얼굴이 붉어지는 거. 호열이 그런 대만이 보고 응? 싶겠지. 대만군, 뭔가 오해한 거 아냐? 하고 말하려는데 대만이 쪽이 한발 빨랐음.

그럼, 우리 사귀는 거냐?
...대만군, 나 좋아해요?
어... 너 좋아해. 너도 나 좋아한다고 했으니까, 우리 사귀는 거 맞지?

호열이 좀 난감하겠지. 난 그런 의미로 대만군을 좋아하는 게 아닌데요... 이건 인간 대 인간으로 좋아하는 거지, 사귀고 말고 하는 문제가 아니라니까? 근데 이 상황이 묘하게 재밌게 느껴짐. 평소에 놀려먹기 좋은 타입이라고는 생각했는데... 조금만 더 놀려줄까? 하는 거. 뭐 대만군도 그렇게 깊은 감정은 아닐 거 아냐. 조금 놀다가 헤어지는 것 따위 일도 아닌걸. 호열이 별 생각 없이 그래요. 하고 대답함. 그렇게 1일차가 되어버린 호열대만...

대만군. 연애는 처음이에요?
뭐? 아니거든!
그럼 언제 해봤어요?
어.... 어.... 중학생 때.
대만군 발랑까졌네. 농구하기에도 바빴던 거 아니에요?
노, 농구 안 할때 했어!
흐응..그렇구나.

대만이 연애해본 적 없겠지. 농구하느라 별로 연애에 관심도 없었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도 금방 식어버려서. 근데 이상하게 양호열은 계속 시선이 가고... 경기 중에 했던 지금은 좋아한다는 말이 심장에 콱 꽂혀버려서 고백까지 해버림. 호열이는 처음 아니고... 지금까지 상대도 엄청 많았음. 사실 대만이한테 고백 받기 하루 전날에도 섹파하고 잤겠지. 그래도 지금까지 남자는 없었음. 남자여도 정대만 정도면... 얼굴도 몸매도 나쁘지 않으니까 호기심에 사귀자고 한 거임. 근데 막상 사귀게 되니까 남자는 처음인데... 갑자기 하자고 달려들면 어쩌지? 싶음. 대만이 아직 그런 생각해본적 없고 호열이랑 주말에 만나서 데이트한다고 들떠있는데... 어쩌다 손만 닿아도 허억! 미,미안... 하고 괜히 과민반응 보이는 대만이 보고, 대만군 의외로 순진하네... 생각하는 호열이임. 

사귀니까 가끔 집에 놀러가기도 하겠지. 혼자 자취한다는 말에 눈을 반짝 빛내더니, 양호열 좀 멋있다. 나도 놀러가도 되냐...? 이러는 거. 호열이 그닥 내키진 않았지만 대만이가 너무 기대에 찬 표정이라 거절 못하겠지.

뭐... 놀러 오려면 오던가요. 근데 별로 볼 건 없어요.
볼 게 왜 없냐. 네가 있잖아.

씩 웃으면서 그런 말을 하는 정대만은.... 솔직히 좀 부담스러웠음. 대만군이 여자였으면 좀 두근거릴 멘트였으려나, 잠시 생각했지만. 어쨌든 대만이와 그리 오래 갈 생각따위 없겠지 호열이는.... 그렇게 가끔 호열이 집에 놀러오는 대만인데, 그날은 호열이한테 말 안하고 깜짝 방문했으면 좋겠다. 호열이 놀래켜 주려고 말 안하고 방문한 거. 문제는 호열이가 혼자가 아니었던 거지. 호열이 가끔 만나는 여자랑 한창 몸 섞는 중이었는데 하필 그때 대만이가 나타남. 딩동딩동 시끄럽게 울려대는 초인종에 짜증을 좀 내다가 대충 속옷만 입고 현관으로 나가겠지. 네. 나가요. 이러면서 문여는데... 정대만임. 속옷만 입고 등장한 호열이 보고 얼굴 붉히다가, 금세 혼자가 아니란 걸 알아차리고 새파랗게 변하겠지.

아... 이제 만날 일 없겠네.

덤덤하게 생각하는 호열이. 그동안 섹파로 시작해서 일방적으로 몸정 들어서 마음까지 생겼다며 사귀자고 했던 사람들이 스쳐지나감. 정대만은 섹파는 아니었으니까 조금 다른가. 어차피 재미로 만났는데 별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겠지. 

대만이 놀라서 굳은 채로 아무런 움직임도 없겠지. 한참을 말 없이 현관에 놓인 여자 구두만 바라봄.

누구야...? 전여친?
지금 그게 중요해요?

호열이 자기가 잘못한 상황인건 알지만, 대만이 반응이 좀 어이없어서 저도 모르게 실소가 튀어나옴. 전여친이랑 잔 거면 용서해주게요? 대만군 바보예요? 우리 사이 이제 쫑난거잖아. 못 알아들어? 이렇게 말하는 건 좀 심한가? 싶어서 그냥 사실대로 담백하게 얘기해주는 걸 택하는 호열이겠지.

전여친 아니고, 섹파예요.
섹파?

대만이 눈 동그래져서 호열이 바라봄. 그런 단어는 생전 처음 들어본다는 듯이.

미안. 나 사실 순진한 아다는 재미없어서.

그 말에 대만이 눈물 고여서 금방에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도망치겠지. 호열이 대만이 붙잡지도 않고 문 쾅 닫아버리고 하던 짓 마저 함. 그렇게 몇 달간 이어지던 가짜연애도 끝나버렸음. 근데 대만이와 주말마다 어디 놀러갔는데 그게 없어지니까 뭔가 좀 이상하겠지. 내가 외로워서 그러나? 싶어서 섹파랑 자고... 가볍게 생각하는데 점점 이게 뭐지...? 섹파랑 자도 허전함이 나아지질 않아서 섹파랑 자는 것도 그만두고 그냥 멍하니 있겠지. 그러다 주말에 갑자기 대만이가 찾아왔으면 좋겠다. 

호열아. 나 이제 아다 아닌데.... 나랑 자자. 난 섹파도 괜찮아.

호열이 한동안 아무런 사고도 못할 듯. 겨우 생각한 게, 나랑 다시 만나고 싶어서 거짓말을 치나? 겠지.

대만이 호열이가 다른 사람이랑 자는 거 너무 충격이긴 했는데, 어느새 커져버린 마음이 도저히 호열이를 못 놓게 하는 거. 그래서 어떻게든 다시 호열이 붙잡고 싶어 하다가 생각해낸 해결책이 다른 남자랑 자는 거겠지. 아다는 싫다고 했으니까 아다를 떼면 되는 거 아닌가? 생판 모르는 남잔 무서운데 대체 누구랑 자야 하지? 하다가 찾아간 게 태섭이였으면... 태섭이는 왠지 경험도 많아보이고, 이런 면에서 쿨할 것 같고... 바닥까지 다 본 사이니까 이런 부탁을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거. 결국 태섭이랑 자게 되는데... 태섭이는 호열이한테 상처받은 대만이 자기 손에 떨어질 날만 기다리고 있겠지. 관계 후에 잠든 대만이 보면서, 지금은 그 새끼 좋아해도 마지막엔 꼭 나한테 와요. 당신은 나한테 돌아온 유일한 사람이잖아... 하고 속삭이면서 살짝 울먹이겠지. 그런 태섭이 마음 알지도 못하고 관계 끝내자마자 호열이한테 달려온 대만이...

...누구랑 잤어요.
어? 태섭이...
왜 하필 송태섭인데요.
걔도 너처럼 경험이 많은 것 같길래...
하.. 그 사람이 경험이 많다고요?

많기는 하겠네. 맨날 당신 반찬 삼아서 뺄 테니까. 호열이 그런 생각하면서 지끈거리는 머리 부여잡겠지. 정대만은 진짜 송태섭이 저를 좋아한다는 건 꿈에도 모르는 것 같았음.

어... 그런 것 같더라. 별로 아프지도 않았고...

대만이 말하면서 목근처 매만지는데 거기 떡하니 태섭이가 만들어놓은 키스마크 있겠지. 태섭이랑 잔 흔적 주렁주렁 매달고 찾아온 대만이 보고 그제야 마음 깨닫는 호열이.... 



호열대만 태섭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