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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1 12:42
이미터에 육박하는 제 키를 아는지 모르는지 몸을 장수풍뎅이아기애벌레처럼 말아서 형 품에 안겨 있던 우성이 고개를 들었음. 얼굴이 하도 가까워서인지 명헌은 우성의 이마에 코끝이 닿지 않게 목을 살짝 뒤로 빼고 흉쇄유돌근에 힘을 주어 이중턱을 만들어 보였음. 우성이 형을 올려다보며 사슴처럼 예쁜 눈을 깜빡거렸음.



"솔직히요?"
"되도 않는 아부는 떨지 말아용. 납득이 안 되니까용."
"당연히 미국 선수들이 잘하죠."



애초에 아부를 떨 마음도 없었는지 우성은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쉽게 결론을 뱉었음. 너무 단적인 대답에 새치름해질 만도 하건만 명헌도 아부하지 말라는 제 말처럼 그저 별다른 기색 없이 여상하게 다시 물었음.



"나보다 패스 잘하고?"
"뭐... 그 선수들이 잘하죠?"
"나보다 돌파 잘하고?"
"뭐 그렇죠."
"나보다 센스도 좋고?"
"그렇기도 하겠죠."
"근데 뭐가 문제에용."



명헌이 참을성 있게 따져 물었음.

에이 형이 더 잘하죠 따위의 대답을 기대했던 게 아님. 그건 납득이 안 가는 말이니까. 세계 최고의 무대 NBA에서 날고 기는 가드들보다 이명헌이 잘할 리가. 명헌도 산왕 시절 미국에 가 봐서 잘 앎. 손도 못 쓰고 발이 묶여도 봤고 겨우 뚫은 드리블을 포스트업으로 막힌 적도 있어서 잘 안다고. 그때 처음 아 나 키 작네, 라는 거 느꼈었다고.

만약 우성이 그렇게 대답했다면 ㅅㅂ 말도 안 되는 개소리 하지 말라고 일갈하며 딱밤이나 한대 먹였을 텐데 역시 정우성이라 대답은 객관적. 더 잘하니까 잘한다 하지 그럼. 아마 제 여자친구가 "내가 예뻐 김1태1희가 예뻐?" 하고 물어도 당연하다는 듯이 김태희가 예쁘지 대답할 놈임 저거는.

근데 뭐가 문제야.



"...."
"어? 뭐가 문제냐고 뿅."
"하아."



후배가 선배의 품을 파고들었음. 이것보다 잘 하는 사람들 틈에 있고 싶대서 졸업도 하기 전에 훌쩍 떠나버린 놈이 왜 갑자기 이러는지. 실제로 가보니 잘 한다며. 이명헌보다도 잘 한다며 그런데 왜.

꼭 외로워하는 것처럼.

명헌은 우성의 몸을 아이 어르듯 가만가만 두드리며 물었음.



"왜 거기 친구들이 안 놀아줘용?"



우성이 대답 없이 고개를 돌렸음. 그 모습을 보니 명헌은 덜컥 걱정이 들었음. 안 그래도 팀플에 안 좋은 기억 가지고 있는 애인데 거기서 아시안이라고 인종차별 괴롭힘 당하나. 명헌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재차 질문함.



"왜용. 진짜 누가 괴롭혀용?"
"아니 괴롭히는 건 아닌데요..."
"괴롭히는거 아니면 뭐, 놀려? 아님 투명인간 취급해? 뭔데."
"아뇨 다 좋은 동료들인데... 그냥...."



우성이 포옥 한숨을 쉬었음.



"그냥 뭐랄까.... 팀원들 정말 농구 잘하긴 잘하는데..."
"...."
"그런 건 형밖에 없어서...."



우성이 중얼거렸음. 명헌은 제 품에서 이메다짜리 덩치가 뒤척이는 것을 무겁단 말도 없이 묵묵히 든 채였음.



"그냥 그런 다정한 공은 형 꺼밖엔 없더라구...."



우성이 형의 가슴에 뺨을 기댔음. 명헌은 제게 안겨 눈 감은 동생의 편안해 보이는 옆얼굴과 호흡에 맞춰 천천히 고르게 오르내리는 가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음.



"여기가 내 집이 맞긴 한가 봐 산왕이랑, 명헌이 형...."












우성명헌


우성이도 한동안 많이 외로울 때가 있지 않았을까에 대한 깊생
이제는 프로의 입문이니 같은 팀원들의 패스도 전문적이고 공잡이도 훨씬 수준 높지만
어리고 상처받았던 자신에게 팀플레이가 무엇인지 처음부터 가르쳐주며 건네던 그 다정한 패스만큼은 미국이란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도 찾을 수 없지 않았을까 하는 깊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