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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7 18:06
그시절 감성으로 각색된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거 잘어울리지않냐 뭔지 알지
이명헌 고지식한 부잣집 아들인데 친어머니 일찍 죽고 새어머니랑 같이 삼 가족이라기보단 회사 상사들 같은 집안어른들임
정우성 가난하지만 화목한 집에서 자랐고 거친 세상 풍파 능력 하나로 헤쳐나가는 비련의 남주인거

첫만남은 그시절 국드답게 혐관이겠지
A그룹 채용 면접이 끝나고 건물 앞에서 택시 잡으려던 정우성인데 갑자기 뒤에서 누가 우성이 퍽 하고 밀치더니 택시 뺏어 타는거임 밀쳐지느라 한벌밖에 없는 양복이 택시 문에 긁혀서 솔기 튿어짐
정우성 어이없고 황당해서 자기 밀친 남자한테 큰 소리로 저기요!! 지금 뭐하시는겁니까!! 하는데 남자가 존나 개빡친 얼굴로 휙 돌아보더니 정우성 양복 뜯어진거 보고 지갑에서 10만원 꺼내 신경질적으로 쥐어주고는 택시 문 쾅 닫음
정우성 존나 얼떨떨한데 또 뒤에서 도련님!! 도련님!!!! 하면서 중년 남자랑 여자가 황급히 달려오는 소리가 들림
사람들 시선 집중되고 막 수군거리는데 택시 부르릉 하고 떠나버림
중년 남자랑 여자 길가까지 나와서 택시 뒷모습 바라보며 헉헉 숨 몰아쉬고 정우성도 멍하니 쳐다보고있음

그냥 똥 밟았다 생각하고 잊고 지내는데 마침 A그룹 면접 합격 통보가 와서 부모님이랑 기쁨의 통화를 나누는 정우성
그 싸가지없는 남자가 준 10만원으로 양복도 수선하고 힘차게 첫 출근을 하는데
거대한 건물 로비에 사람들 존나 많이 달고 걷고 있는 남자 하나가 있음
정우성 신나서 건물 둘러보느라 남자를 미처 못 보고 몸이 부딪힐뻔함 황급히 앞 보면서 죄송합니... 하는데

아! 그때... 그 개싸가지....!
...뭐?

한드 첫만남 국룰 대사를 듣고 남자가 험상궂게 인상 찌푸리는데 정우성 그시절 푼수남주답게 남자 뒤에 줄줄이 달려 쩔쩔매고 있는 수트군단이 보이는지 안보이는지 그날 택시 뺏겼던 생각에 화가 나서 큰소리 뻥뻥 치는거임 그쪽은 남의 택시 그렇게 무례하게 뺏어 타놓고 돈으로 해결하면 다입니까?? 하면 정우성 쳐다보던 남자가 그제야 천천히 기억난다는 얼굴로 변함

아... 그때 그 택시.

그러고는 정우성 양복 튿어졌던 부분 꿰매져있는거 보고 피식 웃음

그 돈으로 옷 수선까지 잘 해놓고 무례한 게 누군지 모르겠군.

그러더니 뭐라 대꾸도 하기 전에 휙 스쳐지나가는 남자
남자 따라가는 수트군단 수가 하도 많아서 정우성 어떻게 해보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서있을수밖에 없겠지


한바탕 소동을 치르고 사무실 출근해서 첫 인사 하고 사수도 소개받고 열심히 일해야겠다 눈 반짝반짝거리는 정우성
어느덧 점심시간이라 밥 먹으러 사수 따라 구내식당으로 내려가는데 어랍쇼 아침에 마주쳤던 그 개싸가지가 있음

선배님 저 남자 누구에요? 높은사람이에요?
저분? 저분... 이 회사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야...

이명헌 이사님이라고 나이는 29살인데 회장님 맏손자셔서 재무랑 인사 총책임자야... 우리 오너 집안이 좀 콩가루 집안이라 성격이 엄청 나쁘고 돌발행동을 잘해 가끔 이상한 뿅뿅거리는 말 쓰는데 뿅뿅거리고 나면 인사조치가 있거든 진짜 무서워...

사수 설명 들으면서 이명헌 쳐다보는 정우성인데 그러고 보니 그때 저 남자를 쫓아나오면서 도련님이라고 불렀던 사람들이 떠오름
이명헌이 문득 고개 들더니 정우성이랑 눈 마주침
정우성 살짝 긴장했지만 눈 안 피하는데 이명헌이 또 한쪽 입꼬리만 피식 웃으면서 지나감








쓰다보니 남주여주가 바뀐 느낌인데 정확함 그게 우성명헌의 꼴포임


그 뒤로 이상하게 이명헌이랑 악연으로 엮이는 일이 많아지면서 정우성 결국 사수가 말한 뿅뿅거리는 말이란 걸 듣고... 진짜 말 끝마다 뿅을 붙이는 이상한 말이었음 정우성 처음에 이 남자가 살짝 정신이 이상한게 아닐까 고민함
그 날 바로 인사조치 당하는 정우성.... 이명헌네 비서실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싫어하면서 왜 비서실 둡니까?? 하고 개기는 정우성 쳐다보지도 않고 서류 읽으면서
너 잘못하면 바로 짤라버리려고...뿅. 
하는 이명헌

그날 뒤로 정우성 이명헌의 일탈행동에 다 어울려줘야하고 일하다말고 같이 뛰쳐나가줘야함
집사영감이라는 중년의 남자(정우성이 첫만남에서 본 그 남자) 눈 피해 도망치면 딱히 대단한 데 가지도 않음 어디 길거리 카페 가서 커피 마시거나 영화관 가서 영화 봄 평범한 서민들처럼
처음 보는 정우성 거칠게 밀쳐냈을 때처럼 온 세상을 막대하고 싸가지없을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모르는 종업원들한테 예의 바르고, 재벌 3세라기엔 의외로 상당히 소탈하고 생각 깊고 자유를 갈망하는 것처럼 보이겠지
조금씩 새로운 눈으로 이명헌을 보게 되는 정우성

그러면서 점점 이명헌에 대해서 알게 되는 거임
친어머니가 일찍 죽고 새어머니가 낳은 동생들에게 견제당하고 있다는 것과 명헌의 유일한 후원자인 할머니가 몸이 편찮아 누워 있다는 것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이명헌의 능력을 높이 사 자리를 보전해 주지만 언제든 갈아치울 부품으로 대한다는 것
이명헌이 사람으로서 하고 싶었던 건 한 번도 해본적 없고 학교 다니는 것부터 사람을 만나는 것까지 어른들의 뜻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는것 스무살이 되기 전까진 경호 없이 혼자 집 앞마당도 나가본적이 없다는 것
그래서 이렇게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길거리로 뛰쳐나오고 싶어한다는 것

그날은 이명헌이 정우성을 억지로 끌고 놀이공원 야간 개장에 갔겠지
사실 정우성은 놀이공원에 와본적이 없음 가보고 싶었지만 집이 가난해서 어렸을 때는 한번도 부모님이 못 데려다 줬고 크고 나서는 알바하고 취업준비하느라 갈 생각도 못했음
티 안내려고 하지만 좋아하는 기색이 역력한 정우성을 보면서 이명헌 애 데리고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담담히 뭐 사줌

유치하게 이 나이 먹고 솜사탕이 뭡니까?
맛있어. 뿅

말은 그렇게 해도 좋아하는 정우성
수트 입은 남정네 둘이서 청룡열차도 타고 회전바구니도 타고 바이킹도 타고.. 한드 그 놀이공원 특유 연출 뭔지알지 밤이라 어두운데 예쁜 조명 색색깔로 반짝반짝거리고 브금도 밝지만 어딘가 서글픈 느낌으로 깔리고 정우성은 진짜 즐거워서 막 소리지르고 난리 났는데 이명헌은 안전바 꽉 잡고 살짝 무서워하면서도 웃으려고 노력하는 그런거

그리고 마지막으로 관람차 타서 상공 전망을 내려다봐줘야 한드 연출의 완성임



둘이 말없이 전경 보면서 콜팝 하나씩 들고 먹는데
이명헌이 창문 밖 바라보는 채로 갑자기 나지막하게 말 거는거임

정 사원은 연애 해봤어?

정우성 말했듯이 집이 가난해서 오랜 연애는 사치였고 대학 때 자기 좋다는 여자 한두명 짧게 사귀어본 게 다임 그마저도 경제적 한계 때문에 두세달을 넘기지 못함
머쓱하게 뒷머리를 긁적이는 정우성

뭐... 많이는 못해봤죠.
다 진심으로 좋아한 사람이었어?
음.......

정우성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 잠시 망설임

솔직히 항상 상대방이 절 더 좋아한거 같네요ㅋㅋ
그렇군.

이명헌 잠깐 말 없다가 덧붙임

그 기분이 궁금한걸.

그러고 입을 다무는 이명헌. 고개와 시선은 계속 창문 바깥에 고정. 이어지는 침묵에 정우성은 빨대로 콜라를 죽 마시면서 이명헌 옆얼굴 계속 쳐다봄

무슨 기분이요?
난 내가 더 사랑했어.

겹치는 오디오. 한숨을 쉬느라 축 처지는 이명헌의 어깨를 바라보는 정우성

오랫동안 사랑했는데.. 가난한 남자였어. 난 그게 날 진심으로 사랑해서 나오는 행동이라고 생각했어.
.....
난 그 남자랑 결혼하고 싶었어. 할아버지한테 죽도록 맞고 집에 갇혔어. 난 탈출을 시도했고 성공했어. 빈털터리가 되고 가난하게 살아도 그 사람이랑은 행복할 것 같았어. 그래서 탈출해서 그 남자한테 갔어.
......
근데 그 남자는 내가 집에서 땅문서도 돈도 금도 들고 나오지 않은 걸 알고 화를 냈어. 넌 우리가 가난해도 잘 살수 있을줄 알았냐고 나한테 바보라고 욕을 퍼붓더니 가 버렸어.
......
그 날 비가 엄청 내렸는데 그 남자가 우산도 뺏어 가 버려서 난 비 맞으면서 집으로 갔어.

이명헌이 몸을 추스르더니 제 옆자리에 놓았던 콜팝 컵에서 치킨 하나를 집어먹었음
정우성은 말없이 이명헌을 계속 바라보았음

그 남자랑 헤어지기 전에 여기 자주 왔었어.

야경의 불빛이 명헌의 옆얼굴을 쓸쓸히 비추고 한동안 정우성은 그대로 앉아 있다가 입을 열었음.

그런 말 나한테 하는거 보면 내가 편한가 보죠?
...넌....

이명헌은 잠시 망설이다 마침내 고개를 우성을 향해 돌렸음. 눈이 마주쳤음.
우성을 쳐다보는 명헌의 입술이 아주 천천히 호선을 그렸음. 더 말을 잇지 않았음.
우성의 가슴이 덜컹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음.









그 날부터 정우성은 이명헌을 사랑하게 됐겠지


연애하자는 말은 안 했지만 그 날 이후로 둘 사이 미묘해진 건 정우성도 이명헌도 둘다 느낌
이명헌은 여전히 일탈을 좋아했고 정우성을 데리고 근교로 나가거나 커플 사진 스팟들로 유명한 관광지를 다니며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즐김
로맨틱코미디 영화를 보면서 살짝 잡아오는 손을 마주 잡지도 않지만 밀어내지도 않는 이명헌
밤에 함께 덕수궁 돌담길을 걷다가 이명헌을 웃겨 주려고 길거리에서 파는 우스꽝스러운 머리띠를 쓰고 씩 웃어 보이는 정우성
정우성에게 테니스 치는 법을 알려주고 야외 테니스장에서 함께 시합을 하다가 놀랄 만큼 일취월장한 실력에 진심으로 놀라는 이명헌
운동을 해보지 그랬냐는 말에 뒷머리 긁적이며 우리 집 돈 없어서 운동은 꿈도 못꿨다고 말하는 정우성

근데 어딘가 정우성은 이명헌이 고백하는 것만큼은 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듦
무어라 관계를 정하고 싶은데 자꾸만 한 발짝씩 물러나는 느낌임
기다려 줄 거지만 이명헌이 아직 그 남자를 잊지 못한 것 같아서 조금 섭섭한 정우성

그러던 어느 날 이명헌이 정우성에게 너 사는 집을 가보고 싶다고 함
정우성 사는 자취방 달동네 원룸이라 정우성 안된다고 도련님이 그런 곳을 어떻게 가냐고 계속 거절하지만 이명헌이 마구가내로 너 집 꼭 가봐야겠다고 우기는 바람에 결국 정우성 이명헌에게 자기 사는 집을 데려가서 라면을 끓여 줌

역시 좀 누추하죠
아니 좋아 뿅

마주보며 미소 짓는데 분위기가 조금 이상해짐
정우성 얼굴에서 웃음기가 없어지더니 살짝 몸을 앞으로 다가 앉음
당신 얼굴을 이 눈에 가득 담겠다는 눈빛, 턱부터 이마까지 눈동자를 내렸다 올리며 시선으로 쓰다듬고
손을 앞으로 뻗어 뺨을 감싸듯 오랫동안 만지다가
살며시 그리고 천천히 끌어당겨 입술을 마주 대려는데
이명헌이 피함

....왜요?

정우성이 가만히 속삭이면 이명헌 무릎을 세워 앉고는 조용히 있다가 대답함

...아직은...뿅.
무서워?

대답하지 않는 거 보고 미소 지으며 느리게 뒤로 물러나는 정우성
그런 정우성 쳐다보더니 말없이 손을 천천히 쭈뼛쭈뼛 내밀어 그 손등에 검지손가락을 눌렀다가 떼는 이명헌

.....미안.

정우성 이명헌에게 시선 떼지 않은 채로 떨어지는 손을 놓치지 않고 잡음
이명헌 망설이듯 가만히 있다가 손가락 깍지를 끼며 잡아옴
더 힘을 주어 잡는 정우성
그렇게 오랫동안 손 잡고 말없이 서로를 응시하는 우성명헌






한편 두 사람이 그렇게 깨가 쏟아지는 중인
회사 조직 내 이야기

비서실의 정우성 사원이 이명헌 이사를 꼬셔서 출세해보려고 한다는 뒷담화가 가득 퍼진 상태임
당사자한텐 말을 안 하니 정우성은 까맣게 모르지만 정우성이 지나가면 자기들끼리 막 욕함
거기다가 진짜로 출세할 욕심에 평소 이명헌 이사를 노리고 있던 몇 교활한 직원들이 앙심을 품고 정우성에게 친한 척 접근함
순진무구한 정우성 그냥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대답 다 해줌...


정 사원 얼굴 폈다? 이 이사님이 잘해줘?
네. 잘해주시죠.
무서운 사람인데 의외네. 너한테 돈 쓰냐?
어... 제가 사드리고 싶어도 못 사게 하시더라구요ㅎㅎ
하긴 이 이사님이 자기 맘에 든 사람한테는 돈 펑펑 쓰더라. 막 여기저기 데려다주고 이것저것 시켜주고. 정 사원도 이사님이 데리고 다닐 때 하고싶은거 다 해.
아...ㅎㅎ 네. 뭐... 충분히 잘 해주고 계셔요.
하여튼 돈 많은게 최고야 그치?
최고죠ㅎㅎㅎ

정 사원 요즘 이사님하고 엄청 친하던데?
아, 네. 비서니까요.
정 사원 조심해. 원래 이사님 자기 비서에 잘생긴 사람 있으면 그렇게 데리고 다녀. 한참 스캔들 터져서 회사 난리났던 그 사람도 원래 이사님 비서였어.
그러고 보니 정 사원 그 사람하고 좀 닮았네. 이름이 뭐였더라?

승우 씨?





정우성 인사팀에 찾아가서 이명헌이 예전에 데리고 다녔다던 비서실 남자 직원 프로필 좀 달라고 함
이명헌이 죽을 만큼 사랑해서 집안도 명예도 부도 버리고 따라가고 싶었다던 남자

정우성이랑


존나 닮음




프로필 보고 있는 손이 떨림
이름마저 비슷함

이명헌이 자기 얼굴 피하던 게 생각나고
그러고 보니 시선을 잘 못 맞추던 게 생각남
항상 조심스러운 스킨십과 한 발짝 물러나던 것들

다 나에게 그 남자를 겹쳐 보고 있었던 걸까
그 남자를 못 잊어서 나를 밀어낸 게 아니라...
애초에 나를 그 남자처럼 생각했던 거야?




솔직하게 말해, 이명헌 씨. 내가 그 새끼 닮아서 대용으로 데리고 다닌 거야? 그래서 내가 다가오는 것도 막는 거야?
사랑한다는 말도 못 하게 했던 게 그것 때문이야?
아니 처음부터 나를 비서실로 데려왔던 게 그 이유야?? 실연당한 당신 남자친구 대용품 노릇 하라고??
그 놀이공원도 그 남자 대신 나 세워 놓으려고 데리고 갔냐고!!!



뒤돌아 서 있는 이명헌 뒷모습에 대고 마구 소리 지르는 정우성
이명헌 그대로 다시 돌아서더니 구두소리 뚜벅뚜벅 내면서 커피머신으로 걸어가 드립커피 버튼 누름
달달달 커피콩 가는 소리 들리는데 이명헌 앞만 똑바로 바라보면서 입 엶
마치 처음 만났을 때처럼 차갑고 싸가지없는 목소리로



너도 나 돈 때문에 만난 거 아니니. 내가 너 여기저기 데려다주고 이것저것 시켜주니까. 나한테 붙어있는 동안은 최대한 하고 싶은 거 다 해야지. 돈 많은 게 최고지?



정우성 숨 들이마시며 눈이 커짐
문득 자기한테 말 걸었던 직원들 말들이 생각남



대용품? 대용품일 필요가 뭐 있겠니 너도 그 남자랑 어느 정도는 똑같잖아. 그런 마음이 진심으로 단 하나도 없었니?
내가 너한테 돈을 안 써도 내가 네 마음에 들었겠어?
나랑 너랑 처음 만났을 때 내가 너한테 10만원 안 줬으면 니가 날 기억했을까?
내 덕분에 양복도 꿰매 입고 출근도 무사히 한 거 아닌가?
내가 너 비서실로 안 데려왔으면 네가 날... 날 사랑한단 생각이나 했을까?

사랑? 니가 사랑이 뭔지 알기나 해?
넌 한번도 네가 더 많이 사랑해본 적 없잖아?



싸늘하게 맞받아치는 이명헌

정우성 빡쳐서 소리 지름



어. 나 당신 돈 때문에 사랑했어. 그 지랄맞은 돈 때문에, 그 대답을 원해? 나 여기저기 데려다주고 이것저것 시켜줘서. 빼먹을 대로 빼먹어야지. 그게 내 사랑에 대한 당신의 대답이지. 당신이 나 그렇게 취급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해야지.





그리고 문 열고 뛰쳐나가는 정우성
그 뒷모습 멀거니 바라보는 이명헌











(이 장면부터 브금)






땅거미가 다 진 저녁 하늘
비를 다 맞으면서 자취방이 있는 언덕으로 터덜터덜 걸어 올라가는 정우성
여기저기 하숙이랑 세를 놓은 주택가 달동네 같은 배경에 길가에 자동차들이 주차되어 있는 그림
빗줄기 사이로 여기저기 둘러보며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옮김

집 현관에 도착해서 멀찍이 불 꺼진 집을 올려다보는데
들어가기가 싫음

현관 앞 좀 덜 젖은 곳에 가방 던져놓고 시멘트 바닥 위에 털썩 주저앉는 정우성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주황빛 가로등이 애처롭게 홀로 주변을 밝히고 있음

정우성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는데 얼굴로 뚝뚝 떨어지는 물줄기, 이명헌과 함께했던 추억들이 아련아련 생각남
사랑이 뭘까
이명헌이 그 남자에게 상처받고 하염없이 집을 향해 걸었다던 그 날도 이렇게 비가 내렸을까
이 비가 상처를 씻어줄 수는 없는 걸까
내 사랑도 그의 사랑처럼 오늘 이 빗물에 쓸려내려가는 건가
이렇게 가슴이 아파 죽을 것 같은 기분은 처음인데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는데 저 멀리서 천천히 언덕을 올라오고 있는 택시 한 대
올라오나 보다 하고 정우성 무시하는데 자기 옆에 차가 멈춰 섬
그리고 그 안에서 우산도 안 들고 온 수트 차림의 이명헌이 내림

정우성 벌떡 일어남
택시는 붕 떠나가고 점점 굵어지는 비에 이명헌의 머리카락과 옷이 위에서부터 빠르게 젖어들어감



여긴 어떻게...
봐서 알잖아 나 택시 잘 타는거... 뿅.



정우성 천천히 이명헌에게로 다가가더니 이미 젖은 자기 자켓을 벗어 어깨에 걸쳐 주고 꼭 여며줌
아무 소용 없는거 알지만 오히려 비 맞고 걸어온 자신보다 택시라도 타고 온 그가 덜 젖었지만
명헌이 비 맞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귀한 도련님이 비를 다 맞으면 어떡해요.

그렇게 가지 마.

.....

왜 나는 항상 내가 더 사랑해야 하니.




이명헌의 얼굴 위로 빗방울이 흐르면서 눈물처럼 보이는 연출
빗소리 쏴아아 들리는데 정우성의 속눈썹에 빗방울이 계속 맺혀 떨어짐
머리와 옷이 다 젖은 채로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



....

또....

.....

또 내가 더 사랑하고, 또 너를 쫓아와야....





빗줄기 거세게 쏟아지는 가운데 정우성 양손으로 이명헌 뺨 감싸고 입 맞추는데
입술 닿는 순간 장면이 세 번 정도 반복되고 브금 볼륨 커지면서 둘 주위로 카메라가 360도 돌아가는거







그런 드라마 보고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