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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1 18:32
처음엔 실감이 안 나서 몰랐다가 차근차근 몸으로 마음으로 깨닫는거.. 왜 좋냐

은퇴하고 우성이 따라 미국 오기로 결심했을때 영어도 배워놓긴 했는데 교과서적인 영어라 말투도 어색하고 동네 주민이랑 스몰톡 해보려고 해도 단어 더듬더듬 말하는 동안 상대가 기다려주고 말 천천히 또박또박 해주는게 미묘하게 자존심 깎이는 이명헌.. 시민권 취득은 한참 멀었고 대중교통 이용하기도 어렵고 미국 면허도 없고 정우성 없이는 어디 놀러가지도 못함 심지어 장 보러 마트에 가려고 해도 차 타고 이동해야 하는 거리라 혼자 못 다녀옴

처음엔 길거리 코트에서 공 몇 번 튀겨보기도 하고 거기서 종종 노는 것 같은 애들이 호기심에 말 걸면서 게임에 끼워주려고도 했는데 부상으로 이른 은퇴 하고 넘어온거라 아직은 무리하면 안돼서 어색하게 거절했더니 이젠 농구 하자고 권유하는 일이 없음
자연스럽게 우성이 없을 때 누구랑 대화할 일도 거의 없어서 그냥 영어공부 하다가 멍하니 앉아서 햇볕이나 쬐는거 말고는 하는게 없어지는 명헌.. 집안일도 형 발목 안 좋은데 무리하지 말라고 사람 써서 할 일도 없음 우성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게 하루 일과의 다임

가만히 있으면 좀 쑤셔서 자리 박차고 일어나던 사람이 뿌리박힌듯 집에 앉혀져서 이렇게 고향보다 넓은 땅에서 마치 고립된 것 같은 기분에 버석버석해지는 이명헌 근데 우성이가 집 안에만 있으라고 강제한 것도 아니고, 미국행 권유는 정우성이 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이명헌의 선택이기도 했음 프로생활 내내 지속된 롱디에 지쳐서. 영어는 공부하면 되고 차는 면허를 따면 되는 일임 우성이가 자기한테 쥐어준 카드도 있음 근데 왜 이렇게 무기력해지는걸까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음

원래 어디 사람 많고 시끄러운 곳 가는거 어지러워서 싫어하면서 우성이가 팀원이 여는 파티 같이 가자고 끌면 따라가고 우성이네 지인들 말 너무 빨라서 뭐라는지도 모르면서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 끄덕이고 분위기 맞추려고 노력하고 멀리 원정가는 날엔 우성이가 끊어준 비행기 타고 우성이가 예약해준 호텔에서 기다리고..

우성이 아니면 혼자 할 수 있는게 없으니까 애 눈치 보느라 먼저 말 강하게 못하고 응 응 그러자 뿅 알았어 뿅 하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순하게 굴게 될 듯 무리의 우두머리였던 적 있는 사람이라 더더욱 누가 서열의 우위인지 어떻게 잘 보이고 기어야 할지 이성적으론 눈치 못채도 본능은 눈치채버리는거
그리고 정우성 점점 의존적으로 변하는 형이 자기 짧게 전지훈련 가느라 이번 주말은 같이 못 있을 것 같다니까 차마 잡지도 못하고 그럼 언제 돌아오는데... 하면서 기대오는 머리에 만족스럽게 입맞춰줄 듯

우성명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