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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2 22:15
그도 그럴게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을 때마다 잘 모르겠어요, 라고 일관하던 태섭이의 대답 때문이겠지. 자신은 확신이 들었지만 태섭이는 아직 아닌 듯 해서 청혼을 머뭇거리고 있는 상태였음. 태섭이의 눈과 말과 행동으로는 분명 사랑을 말하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밀어붙일 마음은 없었지.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을 맹세하고픈 낭만적인 결심을 한 순간부터 대만이의 머리 한 구석엔 결혼이 단단히 자리 잡아서 떠나지를 않았음. 성급하지만 태섭이가 자는 사이 몰래 손가락 치수를 재고 반지를 사둔 이유도 다 그 때문이었지. 만약 태섭이의 마음이 달라진다면 당장이라도 프러포즈할 생각이었음.

"형이랑 결혼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 고깃집에서 이런 말을 들을 줄 알았겠냐고......... 술 한 잔 하자고 하더니 갑자기 이렇게 얘기하기 있어? 대만이는 내내 반지를 들고 다니지 않은 자신에게 실망스러웠음. 태섭이 성격상 이렇게 말 나올 때 밀어붙어야하는데. 이 기회를 그냥 떠나보낼 생각을 하니 마음이 몹시도 쓰렸지. 그러다 갑자기 소주 뚜껑이 눈에 띔. 이거다! 얼른 소주 뚜껑을 집어 고리를 돌돌 말아 반지 형태로 만든 다음 태섭이 왼손을 잡고 네번째 손가락에 끼워주겠지. 밤마다 자는 태섭이 네번째 손가락을 만지작대던 습관이 여기서 빛을 발하는지 소주 뚜껑 반지는 태섭이 손가락에 딱 맞게 들어갔음.

"이거 뭔데요?"
"반지 대신이야. 결혼하자, 태섭아."
"뭐?"
"나랑 결혼하면 좋을 것 같다며. 나도 늘 그렇게 생각했어. 원래는 반지도 사뒀는데.... 집에 있어. 이따 집에 가면 다시 끼워줄게. 그러니까 지금은 이걸로 봐주라."

대만이는 눈앞에 온 기회를 놓치면 안된다는 생각에 간절하게 얘기했고 태섭이는 네번째 손가락에 끼워진 초록색 고리를 물끄러미 바라봤음. 혹시나 태섭이 마음이 바뀔까봐 대만이는 지금 당장이라도 집으로 달려가 반지를 가져오고 싶어서 엉덩이를 들썩였지. 태섭이는 반지와 대만이를 번갈아 보다가 파핫 웃음을 터뜨렸음.

"그러니까 이거 프러포즈네요."
"어, 그렇지?"
"좋아요. 반지도 특별하고."
"아?"
"정대만이랑 결혼하겠다구요."
"진, 진짜지?"
"네, 진짜요."
".....지금 키스해도 되냐?"
"음. 아니요."
"아...."
"일어나요. 집에 가게."
"어?"
"뭐해, 키스하러 가야지."
"가자!"

집 근처 고깃집으로 오길 잘했다!! 대만이는 태섭이 손을 꽈악 잡고 뛸 것처럼 걸어가서 (🥦:형 좀만 천천히 가요 🔥:미안 안되겠다) 엘리베이터 타자마자 도톰한 태섭이 입술로 돌진했겠지. 아 정말- 그러면서도 한껏 입꼬리가 올라간채로 대만이를 밀어내지 않고 양 볼을 감싸서 받아들였음. 그러다 태섭이의 손가락에 걸린 초록색의 소주 뚜껑이 대만이 얼굴을 살짝 긁어서 아얏- 소리와 함께 두 입술이 떨어졌지. 태섭이 놀라서 괜찮아요? 묻고는 대만이 얼굴을 확인하는데 살짝 붉은 선이 생겼음. 상처난 것 같은데... 미안해요... 금세 시무룩해져선 대만이 얼굴을 만지지도 못하는데 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음. 일단 태섭이 손 잡고 내려서 집에 왔는데 여전히 태섭이 얼굴은 속상한 얼굴이었지. 그럼 대만이가 다시 태섭이 두 손 자기 얼굴에 올리고는 그러겠지.

"잠깐만! 또 다쳐요."
"태섭아."
"왜요."
"난 네가 주는 건 다 좋아."
"네?"
"네가 준 흉터면 기꺼이 남길 거야."
"그런 게 어딨어요."
"여기 턱에도, 네가 준 거잖아. 나 이거 꽤 좋아하거든."
"......"
"그러니까 미안해하지마."
"다치게 하는 건 싫다구요..."
"미안하면 내 반지 다시 받아줘."
"줬잖아요."
"진짜 반지 있다니까?"

그러더니 얼른 방으로 가서 작은 반지 케이스를 들고 나오더니 태섭이 잎에 무릎을 꿇는 대만이었음.

"네가 주는 거, 그게 흉터든 뭐든 네가 주는 건 다 받고 살고싶다, 태섭아. 그러니까 나랑 결혼해주라."
".....아 진짜..."
"좋다는 거지?"
"저 아직 대답 안 했어요."
"아까 했잖아."
"아까 언제, 아."
"너 못 물러."

대만이가 태섭이 손가락에 걸린 소주 뚜껑 반지를 조심스럽게 벗기고 이미 전부터 준비 된 반지를 다시 끼워주면 태섭이의 맑은 웃음소리가 터지더니 대만이의 손가락에도 반지를 채워주겠지.

"형이 행복하게 해줄게."
"웃기지마요. 내가 더 행복하게 해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