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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1 11:26
형이 여자친구 사귀는 건 저항감 없이 수용할 수 있어도 형한테 다른 에이스가 생기는 건 못내 섭섭할 정우성이 너무 좋음

꼭 형 나한테만 공 주면 안돼?? 다른사람하고 놀지마 칭얼칭얼하는 아기 투정이 아니더라도, 비록 나와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진심으로 형의 성장과 활약을 축하하고 기뻐하는 성숙한 어른의 자세를 보이더라도, 마음 한켠에서는 지금 형 옆에서 같이 우승컵 들어올리고 껴안고 환호하는 낯선 얼굴을 보고 산왕시절 옛 생각+아련함+약간의 질투 느끼는거 진짜 너무 좋지않냐

그런 우성이 어딘가 쓸쓸한 듯한 얼굴 보고 이명헌 빙그레 웃으면서 섭섭하니, 물으면 정우성 딱히 부정 안 하고 조금은? 하고 대답하는거 좋아

그래도 정우성 미국 간건 후회 안하는거... 다시 그때로 돌아가서 또 선택하라고 한대도 정우성은 왕관을 벗어던지고 도전자가 되어 미국으로 떠날 거고... 그런 우성이가 좋다...

둘 다 서로가 아닌 상대랑 평범한 연애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고 남들 다 겪는 거 겪으면서 나이 먹어갈텐데 그렇게 어른이 되고 철이 들고 각자의 삶을 살아간대도 농구선수라는 둘의 자아 정체성에는 어린 시절 최초로 마주했던, 최고의 가드/최고의 에이스였던 서로가 인처럼 박혀 있어서 평생동안 서로의 삶과 가치관에 영향을 미치는 이 관계 어떻게 안좋아하냐고...

닳고 닳은 어른이 돼도 빛나고 찬란했던 10대 시절에 같은 것을 목표했던 동료애, 전우애, 꼭 성적인 텐션 아니더라도 애착과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 감정들을 계속 간직하고 소중해하는게 너무 좋음...ㅠㅠㅠ 어쩌면 동성이라 우정으로 착각한 감정이었을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때 그 감정이 자라나는 소년의 성적 충동이었을수도 있었겠다는 걸 이 나이 먹고서야 어렴풋이 느끼지만, 꼭 애욕이나 연심이 아니었더라도... 사랑만큼 깊고 짙은 우정도 참 괜찮았다.... 그런거 진짜 너무 좋다....

그래서 둘이 어느정도 인생을 좀 살아보고 세상 사는 이치를 조금은 터득한 삼사십대 중년이 돼서 그런 대화 나눴으면 좋겠음




형 있잖아 나는 그때로 돌아가서 다시 선택을 하라고 해도 또 미국을 갈 것 같거든

근데 한 가지 궁금해서 바꿔보고 싶은 게 있긴 해
바꾸고 싶다?
응 그때로 돌아가면 미국 가기 전에 하나 해보고 싶은 게 있어
뭔데?
키스
키스?



......
......



했으면 어땠을까?
그랬으면 지금이랑은 엄청 달랐을 것 같은데
그치?ㅋㅋㅋ
우성아
응?
내가 무슨 책에서 읽은 건데 거기서 나온 말이 자기는 좋아하는 사람이랑 연애를 하는 게 이해가 안 간대
왜?
연애는 높은 확률로 헤어짐을 동반하니까
와 그거 진짜 맞는 말이네. 그 사람 인생 여러번 살아봤나보다.
하긴 그니까. 맞는 말 같더라고...



근데 만약 그때로 돌아가면...
안 했을 때는 이렇게 된다는 거 겪어봤으니까....
했다면 어떻게 됐었을까... 니 말대로 궁금하긴 하네...





형 근데 있잖아
솔직히 지금도 별로 안 늦었어










우성명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