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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7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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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헌의 저녁 제안에 잠시 고민한 태섭이 고갤 끄덕였음.

딱히 먹고 싶은 건 없는데...
그때 갔던 식당은 괜찮지?
네... 괜찮아요.

명헌이 비서에게 목적지를 말하곤 옆의 태섭을 내려다 봤음. 태섭은 처음 본 입체 초음파 속의 아이 얼굴을 뜯어 보기에 여념이 없었음. 다른 말을 하진 않았지만, 표정으로도 전부 읽히는 송태섭. 이렇게나 본인 마음 못 숨겨서 알아 달라고 소리치는 수준이었는데, 나는 왜 그걸 몰랐을까.

너무 빤히 봤던지 명헌의 시선을 느낀 태섭이 초음파 사진을 들고 잠시 당황하다 슬쩍 건넸음. 자세히 보실래요...? 자꾸 쳐다보시길래...
그런 게 아니라 네 얼굴을 보고 있었단 말은 차마 못 해서, 명헌은 사진을 받아 들었음. 아까 봤듯이 아직 둥글둥글 윤곽만 잡힌 얼굴이지만, 묘하게 명헌과 태섭을 닮은 것처럼 보였음. 사진을 들여다보던 명헌이 태섭의 배와 사진을 번갈아 보기 시작했음. 이 애가 저 뱃속에 있다고.

신기하네...
그쵸. 그냥 조그만 점 같던 애가 이렇게 컸다는 게..

명헌은 그런 뜻으로 이야기한 게 아니었지만 신나서 몸을 붙여오며 함께 자그마한 사진을 들여다보려는 태섭에 가만히 입을 다물었음. 애 이야기엔 꽤 흥미를 많이 가지는 편이구나.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좋은 지 꽤나 가까운 거리에서 사진을 보며 히죽 웃던 태섭이 금방 가까워진 거리를 인식하고 몸을 물렸음. 그, 사진 다 보셨어요?

조용히 사진을 건넨 명헌에 태섭이 사진을 받아 들었음. 미쳤다, 송태섭... 혼자 들떠서 마구 떠든 것도 모자라 거리 개념도 없이 불쑥 들이댄 본인을 생각하니 부끄러워졌음. 이러다가 나는 또 바보같이 착각에 빠질 수도 있겠구나. 사진을 수첩 사이에 끼운 태섭과 그런 태섭을 빤히 보는 명헌의 사이에 어색한 정적이 맴돌았음. 

다행히도 금방 식당에 도착해, 저번과 같은 자리로 안내받은 두 사람은 그때와 같은 메뉴를 주문했음. 음식이 금방 나오고, 명헌은 구운 고기를 태섭 쯕으로 밀어주면서 가만히 태섭을 봤음. 잘 먹긴 하는데... 그 때랑은 다르네. 입덧 같은 거 하나? 원래 지금 이 때까지도 입덧 하는 건가. 명헌의 시선을 느낀 태섭이 고갤 들었음. 눈이 마주치자 태섭은, 입에 음식이 있어 말은 못 하고 고개만 옆으로 까딱 해 명헌을 쳐다봤음. 할 말이 있냐는 의사였겠지. 이명헌은 그런 송태섭 쪽으로 쌈이며 다른 찬들을 조금씩 밀어줬음. 내가 너무 먹기만 했나... 싶어 부끄러워진 태섭이 물을 한 컵 꿀떡 넘기겼음. 

많이 못 먹네.
네?

의외의 말이 들려오자 저도 모르게 되물었음. 지금까지 거의 나만 먹은 것 같은데... 

저번엔 쌈도 먹고, 저거. 명이나물 잘 먹던데.
그랬었나...

이 남자가 그런 것도 기억할 줄 알았던가? 저의 예전 기억을 되짚는 명헌에 놀란 태섭이 고갤 끄덕이며 명헌이 짚은 것들을 입으로 넣으며 생각했음. 하긴. 짐 빼기 전 날이니까 기억할 수도 있지... 마주보고 외식한 것도 오랜만이었고. 

임신 이후로는 집에선 함께 밥을 먹는 일도 잘 없었고, 외식하러 나간다 해도 중요한 자리에 참석하는 거였기 때문에 부부인 이명헌과 송태섭은 항상 나란히 앉아 밥을 먹었었음. 이렇게 마주 앉아 외식하는 건 그날 이후로 처음인 것도 같아 기분이 묘했음. 그래도 일이년 같이 살았는데, 참. 둘이 외식한 기억도 없네.

그거 알아요? 우리 이렇게 외식한 거, 이혼하고 나서가 처음인 거.
다른 분들이랑 식사하는 자리 말고 진짜 둘이서만 먹는 거요. 신기하네... 

송태섭은 정말로, 맹세코 그 사실이 신기해서 이명헌에게 말한 거였음. 그 말에 이명헌의 눈빛이 엄청나게 흔들리는 것도 모르고.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음. 가족 식사나 부부 동반으로 참석하는 자리가 많았기에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영역이었음. 이혼하고 짐 빼기 하루 전, 그 날이 결혼 후 둘이서 처음 외식한 거라고.

그날 송태섭이 처음보는 모습 투성이었던 건 어쩌면 당연한 거였음. 공적인 자리가 아닌 곳에서 만난 송태섭은 대부분 집 안에 있었으니까. 그 안에서도 나는 그 애를 봐주지 않았으니까.

본인이 전 남편 마음 파먹은 건 아는지 모르는지, 송태섭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오랜만에 먹는 고길 맛있게 먹을 뿐이었음.

명헌태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