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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4 01:36
굴 안에서 대만이가 태섭이랑 뒹굴고 있는 동안 바깥에서는 난리가 났음. 젊은 늑대 몇이 목덜미를 물어뜯겨 죽었으니까. 물려죽은 동료들의 시체가 발견되자 침입자가 있거나 영역 싸움을 걸어오는거라고, 늑대 무리는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음. 하지만 시체의 잇자국이며 사냥 방식이 낯설지않다는 걸 몇몇 늑대들이 알아차렸고 젊은 늑대 몇이 정대만의 사냥 방식과 잇자국임을 확인했음. 무리 내에서 대만이는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애물단지였음. 다리를 다치기 전에는 차기 알파임을 무리 그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쉬워하는 자들도 많았지. 다리만 멀쩡했어도...... 하지만 지금 눈 앞에 늑대 여럿이 갈기갈기 찢어 죽임을 당한 꼴이 펼쳐져 있는데 그 잇자국의 주인이 정대만이라니, 아연실색한 늑대들 사이로 정대만의 능력을 다시 알아보고 싶어하는 자들이 슬금슬금 생겨났음. 늑대 무리의 어른들은 대만이가 부상을 당한 이후로 차기 알파를 물색했지만 마음에 차는 후보가 없었음. 어느정도 눈을 낮추면 괜찮았겠지만 대만이가 워낙 훌륭했던 알파 후보여서 선뜻 눈이 낮춰지지도 않았음. 괜찮은 녀석이다 싶다가도 아 대만이라면 쟤보다 훨씬 잘했을텐데 이런 생각을 했으니까. 무리 동료를 물어 죽인 건 차치하고 부상을 입어 몸을 못 쓰는 걸로 알고 있던 대만이가 젊고 건강한 늑대 여러마리와 혼자 싸워 이겼단 데에 나이 든 늑대들은 호기심을 보였음. 다리 부상이 다 나은게 아니냐, 생각보다 부상을 과하게 여긴거 아니냐, 부상을 이겨낸게 아니냐 하는 말들이 무리에서 나오기 시작했음.
그러나 화제의 주인공은 밖에서 자길 두고 뭐라 하든지 신경도 쓰지않았음. 당장 대만이의 관심사는 굴 속의 태섭이 뿐이었음. 며칠 떨어져 지낸 날들을 어떻게 보냈는지 생각도 안 날 정도로 한 마리의 늑대와 한 마리의 코요테는 딱 달라붙어있었음. 태섭이는 며칠동안 마음고생, 몸고생이 심했고 한 번 충격을 받아서 그런 지 잠을 많이 잤음. 단순히 임신해서 잠이 늘었다기엔 태섭이가 악몽을 꾸는 빈도가 늘고 얕은 잠에 들었다 자꾸 깨는 게 그 날의 충격이 상당했던 모양이었음. 태섭이는 잘 자다가도 끙끙거리며 팔다리를 허우적거리기 일쑤였고 하루에도 몇 번씩 식은땀에 절어 잠에서 깼음. 그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보는 대만이는 속이 말이 아니었음. 이렇게 힘들어할 줄 알았으면 그냥 옆에 있어줄 걸, 그까짓 자존심이 뭐라고... 태섭이가 악몽에 휘말려 끙끙거리고 잠결에 배를 감쌀 때면 이미 죽어 버린 그 새끼들 시체를 죄다 찢어놓을 걸 이런 생각을 하며 열심히 태섭이의 이마를 핥아주었음. 그나마 다행인 건 태섭이가 잠에서 깰 때 대만이가 옆에 있으면 눈에 띄게 안도한다는거였음. 식은땀 범벅이 되서 얼굴이 일그러진 채로 눈을 뜬 주제에 두 눈 가득 대만이가 들어차면 잔뜩 찡그리고 있던 미간이 스르륵 펴지고 힘주고 있던 눈썹도 찬찬히 힘이 풀렸음. 그럴 때마다 대만이는 태섭이가 안쓰럽고 또 너무 사랑스러워서 열심히 태섭이를 그루밍했음. 태섭이는 배가 부른 이후로 제대로 그루밍을 할 수 없어서, 당장 끌려왔을 때도 그루밍은 빠지지않고 하던 깔끔멋쟁이 코요테였던지라, 대만이의 그루밍을 얌전히 받았음. 처음에는 민망하고 어색했지만 이젠 알아서 몸을 펴주기도 했음. 태섭이가 몸을 편하게 맡길수록 대만이는 더 열정적으로 그루밍을 해줬음. 항상 제게 이를 세우고 있던 태섭이가 아무렇지않게 급소를 내밀고 품에 안겨있다는게 너무 기뻤지. 대만이는 태섭이의 목덜미 털을 고르게 핥아주고 부푼 배에 코를 부볐음. 뱃속의 새끼는 아비를 알아보는지 대만이가 배에 코를 부비거나 배의 털을 핥아줄 때면 꼭 한 번씩 발로 통통 찼음. 대만이는 그게 좋아서 으르렁거리며 웃었고 태섭이는 민망해하면서도 그런 대만이를 밀어내지않았음.
가끔은 대만이가 아랫도리를 핥아올 때도 있었음. 그루밍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끈적하고 노골적인 움직임이었음. 태섭이는 그루밍에서 어떠한 의미를 담아 변해가는 움직임을 눈치채고 슬그머니 몸을 피했지만 그럴 때마다 대만이가 간절한 눈으로 태섭이를 올려다보았음. 순종적이고 열렬하며 애틋한 눈빛으로 허락을 갈구하는 대만이를 볼 때면 태섭이는 허리가 찌릿찌릿해지는 기분이었음. 숨소리도 좀 가빠지는 것 같고. 결국 태섭이의 패배였지. 살살 해달라는듯 낑 하고 울며 슬그머니 다리를 벌리면 대만이는 기쁘게 아랫도리에 얼굴을 파묻었음. 노골적인 혀놀림에 태섭이의 숨결은 점점 빨라지고 낑낑 우는 소리가 이어졌음. 대만이는 한참이 지나서 입을 떼어내는데 그럴 때면 입가가 축축했음. 단순히 타액 때문이라기엔 지나치게 축축했기에 태섭이는 그 꼴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말았음. 대만이는 목을 울리며 컹컹 웃어댔지. 그러다 문득 태섭이의 허벅지에 묵직한게 닿아와서 내려다보면 잔뜩 부풀어 있는 대만이의 것이 보였음. 태섭이의 눈길이 어디로 가 있는지 알아챈 대만이가 머쓱한듯 아래를 감췄음. 태섭이를 무리시키고 싶지않았으니까. 하지만 잔뜩 성을 내는 대만이의 것을 본 태섭이의 눈이 반짝였음. 인정하고 싶지않아 숨기고 또 숨겼던 감각이 태섭의 허리를 타고 올라왔음. 대만이가 아래를 물리려고 하자 태섭이는 잽싸게 다리를 대만이의 허리에 감았음. 어 하는 순간 대만이의 아래가 태섭이의 아래에 비벼졌지. 대만이가 당황하는 것과 별개로 아래는 더욱 힘을 얻었고 본능대로 저도 모르게 움직인 허리짓에 태섭이 갸르릉 거리며 앓는 소리를 냈음. 그 모습에 대만이가 슬슬 눈치를 보며 태섭의 입구를 꾹 눌렀음. 그러자 태섭이 눈을 흘기며 대만이가 좀 더 편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허리를 들고 다리를 벌렸음. 그 모습을 이겨내기란 죽기보다 더 어려웠음. 태섭이는 제 아래를 가르고 들어오는 뜨겁고 두툼한 부피감에 낑낑 울어댔음. 허락하긴 했지만 언제나 품기엔 너무나 큰 녀석이었음. 대만이는 우는 태섭이의 얼굴을 핥아주며 천천히 아래를 삽입했음.
이전처럼 격렬한 행위는 없었지만 두 사람은 몸을 딱 붙이고 아래를 연결시킨 채 뭉근하게 움직이는 이 행위를 퍽이나 마음에 들어했음. 그래서 대만이는 사정에 노팅까지 한 뒤로도 태섭이의 아래에서 제 걸 빼내지 않았고 태섭이도 노곤한 채 허리에 감은 다리를 풀지않았음. 몸에 힘이 좀 빠지긴 했지만 그럴 때면 대만이의 허벅지나 무릎 뒤를 발로 감싸고 있었음.
밤부터 시작된 행위는 늦은 오전이 될 때까지 이어졌음. 오전에 일어난 대만이는 태섭이의 아래에 파묻힌 제 것을 뭉근하게 비비며 감촉을 즐기다 늦은 오전이 될 때서야 천천히 아래를 빼냈음. 앓는 소리를 내는 태섭이의 뺨을 몇 번 핥아주면 태섭이는 금세 다시 잠에 빠져들었음. 태섭이의 숨소리가 고르게 변하면 대만이는 천천히 굴 밖으로 나왔음. 아무리 태섭이 옆이 좋다 해도 태섭이를 굶길 순 없었으니까. 대만이는 빠르게 숲을 달렸음. 조금이라도 빨리 태섭이 곁으로 돌아가고 싶어 숲을 내달리며 날카로운 눈으로 사냥감을 물색했음. 저 멀리서 사냥감의 발소리를 들은 대만이는 재빨리 다가가 몸짓을 죽였음. 샘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 숫사슴이 보였음. 틈을 노리던 대만이는 순식간에 숫사슴의 목덜미를 물어뜯었고 사슴은 이렇다 할 반항도 못하고 그대로 숨이 끊어졌음. 태섭이가 좋아하는 열매도 가져가야지. 대만이는 의기양양한 발걸음으로 사냥감을 물고 굴로 향했음. 하지만 대만이는 태섭이를 배불리 먹일 생각에 자신을 보고 있는 여러쌍의 눈동자를 알아채지 못했음.
태섭이는 대만이의 보살핌 아래에서 살이 오르기 시작했음. 그래봤자 평균이고 임신한 다른 개체에 비하면 여전히 마른 축에 속했지만 이전보다는 훨씬 좋았음. 털결도 윤이 났고 얼굴에도 보기 좋게 살이 올랐음. 뱃속 아이도 잘 있는지 가끔 배를 발로 쿵쿵 차며 놀았음. 비록 코요테인 태섭이에겐 좀 버거운 태동이었지만 그래도 태섭인 아이가 건강하단 증거라 여기고 기쁘게 받아들였음. 대만이도 한층 더 밝아져서 태섭이에게 자잘한 장난을 치기도 하고 그루밍도 해주고 배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거나 하는 등의 행동을 해왔음. 그런 대만이의 변화가 기쁘면서도 태섭이는 어딘가 한구석에 마음이 불편했음. 우울함도 사라지고 어려운 사냥도 거뜬히 해오는 대만이가 자신 옆에 있어도 되나, 이딴 굴 속이 아니라 바깥의, 대만이의 무리에게 돌아가야하지않나 하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들었음. 언젠가 숲 속에서 일어났던 일 때문에 생겨난 악몽은 이제 모습을 바꾸어 대만이가 떠나는 악몽이 되었음. 대만이는 태섭이의 악몽이 그 때 일 때문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지만 실상은 대만이가 악몽의 주체였음. 하지만 태섭이는 꿈 속에서 멀어져가는 대만이를 보며 슬펐지만 또 기쁘기도 했음. 자신은 대만이 상처의 증거였으니 제 곁을 떠난다는 건 상처를 극복했단 소리니까. 하지만 대만이가 멀어지는 꿈을 꾸다 일어나면 자신을 걱정과 사랑이 가득 담긴 눈으로 바라보는 대만이가 눈에 있어, 태섭이는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그 품을 파고들었음. 익숙해지면 안되는데... 하지만 자신을 폭 안아오며 낮게 그릉그릉 우는 대만이를 벗어나기는 너무 힘들었음. 태섭이는 뱃속 아이 때문이라 스스로 위안 삼으며 마음을 삼켰음.
그러던 어느날, 태섭이는 잠결에 들리는 소란에 눈을 떴음. 옆에 대만이는 없었고 소리는 굴 밖에서 들리고 있었음. 슬그머니 굴 입구까지 나간 태섭이는 바깥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음. 늑대 무리들이 대만이에게 네가 젊은 늑대들을 죽였냐고 묻고 있었음. 대만이는 아무렇지않게 수긍했고 태섭이는 대만이를 변호하기 위해 뛰어나가려 했음. 하지만 곧 들려오는 말에 태섭이는 몸이 딱딱하게 굳었음. 무리는 대만이에게 알파 자리를 제안했음. 동족을 죽인 죄는 묻지 않겠다며 대만이에게 알파로 무리에 돌아오라 했음. 어차피 죽은 늑대들의 평소 행실은 잘 알고 있었고 태섭이에게 시비를 거는 모습을 자주 보였기 때문에 다들 그러려니 하고 있던 중이라며 대만이가 걱정할 건 없다고 했음. 대만이는 시큰둥한 태도였지만 굴 안에 있던 태섭이에겐 보일 리 없었음. 대만이가 그런 귀찮은 건 안 맡을거라고 하자 늑대들이 대만이를 간곡히 설득했음. 너같이 훌륭한 알파 자질을 가진 늑대가 평생 이딴 굴에서 썩기라도 할거냐며 태섭이의 마음을 후벼파는 소리가 들렸음. 태섭이는 찬물이라도 뒤집어쓴 기분이었음. 그동안 대만이가 주는 달콤한 안락에 휩싸여 있어 잊고 있었지만 자신은 대만이의 수치였음. 자신이 존재함으로서 대만이는 이전의 치욕적인 위치에 머물게 되는 것이었음.
멍하니 앉아있던 태섭이는 대만이가 늑대들을 내쫓고 다시 굴 안으로 들어오는 기척을 느끼고 후다닥 보금자리로 돌아갔음. 자는 척을 하는 태섭이 주위를 맴돌며 상태를 살핀 대만이는 그 뒤에 누워 태섭이의 목덜미에 코를 박고 부푼 배를 껴안았음. 점점 고르게 변하는 대만이의 숨소리를 들으며 태섭이는 깊은 생각에 빠졌음.
며칠 시간이 흐르고 태섭이는 대만이에게 오리가 먹고싶다고 했음. 태섭이가 뭘 먹고싶다고 한 건 정말 드물어서 대만이는 금방 잡아오겠다며 서둘러 나갔지. 벌써 꼬리만 보일 정도로 멀어진 대만이의 뒷모습을 태섭이는 한참동안 바라보았음. 오리가 사는 호수까지는 거리가 꽤 있으니까 아마 한동안은 못 돌아올 터였음. 태섭이는 대만이가 완전히 사라진 뒤에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음.
그리고 저녁이 되어 사냥감을 들고 돌아온 대만이를 맞이한 건 텅 빈 굴이었지.


대만태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