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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2 00:41
대만태섭
좀 모브 시점?임



대학교 선배의 로망이란 로망은 다 가진 남자를 주변에서 가만히 둘 리가 없음. 심지어 다정함 ㅅㅂ 그래서 후배들이 - 특히 여자 후배들이 - 좋다고 따라다니는데... 묘하게 선을 긋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음.

제발 둘이서만‼️ 밥 같이 먹자고 해도 어떻게든 아 그럼 다른 애들도 부르라고 하면서 다른 애들 와르르 부르고 그래도 같이 먹는 줄 알았는데 주문한 음식들 나오면 맛있게 먹으라면서 일어나서는 진짜 사주기만 하고 가버리는 그런 선배.... 비싼 거 사줘서 음식 두고 떠날 수도 없게 함. 하지만 누군가 마음 먹고 나도 가보겠다며 대만 선배 따라나서서 선배! 부르면 어 왜 안 먹고 나왔어~ 선배 서운하게~ 하고 다정하게 웃어줌. 이러는데 가방 고쳐쥐고 저는... 선배랑 있고 싶어요. 하면서 마음 내보이면 대만 선배 잠깐 멈칫하다가 그래도 나보단 동기들이 나을 걸? 하고 장난스럽게 웃는데 오히려 더 같이 있고싶어지게 함.

"선배 어디 가세요?"
"나? 수업 들으러 가야지. 이거 다른 수업이랑 시간이 좀 달라서 지금 가야돼."
"그럼 같이 가요. 저도 다음에 수업 있어서요."
"점심도 안 먹고? 너 그러다 큰일난다."
"아침 많이 먹어서 괜찮아요."

곤란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더이상 밀어내지는 않고 그럼 같이 학교 들어가자. 하는 소리에 속으로 쾌재를 부름. 어떻게든 대만 선배 옆자리 사수해서 같이 캠퍼스 거니는데 진짜 행복하겠지. 데이트 같은 느낌도 들어서 행복함. 그러다 캠퍼스 내에 편의점 보더니 잠깐 기다리라며 혼자 쏙 들어가선 손에 뭘 들고 나오는 거임. 그러더니 뭔 빵이랑 바나나우유랑 빨대를 쑥 내밀어.

"뭐라도 먹어야지 안 그러면 속 버린다."

ㅅㅂ 이러는데 어떻게 포기함????? 소중하게 받고 감사합니다... 하면 그냥 씩 웃기만 하는 대만 선배... 좀 더 걷다보니 대만 선배가 자기 교양 듣는다고 다른 관에 가야한대서 아쉽지만 보내줌. 주신 거 잘 먹을게요. 아까 빵이랑 우유에 대한 고마움 다시 표시하면 또 씩 웃어주면서 수업 잘 들어~! 하고 가겠지. 아 이거 혹시....? 하고 괜히 혼자 그린라이트도 켜봄. 근데.....

우연히 알았는데 대만 선배 그 시간에 듣는 수업이 없다고 함... 둘러둘러 거절한 거였음..... 그래놓고 빵이랑 우유는 또 왜 챙겨준건지..... 생각해보니 정대만 시간표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음. 보통 에1타로 친구 맺어서 시간표 공유하는데 이 인간은 에1타 자체를 안 해서 알 수가 없는 거임... 김칫국만 잔뜩 마시고 속 쓰린 사람 됨.....ㅜ 결국 그렇게 대만 선배를 반강제로 놓아주게 됨....

아직 좋아하는 사람한테 거절 당한 여운에 빠져 살 무렵 그 선배가 복도 한 구석에서 전화하는 걸 보게 됨. 아주 환하게 웃으면서 설레는 듯한 얼굴로 말하는 그 선배는 처음 봐서, 어쩐지 보면 안 될 걸 본 것 같아서 몸이 알아서 그 선배를 등지고 반대편으로 걸어가게 했음. 그 와중에 너 오면 당연히 밥 사줘야지. 네가 나한테 어떤 후밴데. 라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과 확연히 다른 종류의 다정함이 철철 흐르는 목소리가 야속하게 귓가를 파고들어서 입술 꾹 깨물게 함. 저 선배한테는 좋아하는 사람이, 그것도 이미 마음에 둔 후배가 있었던 거였음.





*
그 선배와 그 후배의 대화

- 선배, 전화했어요?
"어, 거기 새벽 아니냐?"
- 저녁이요.
"아 그래? 미국 시차는 진짜 헷갈리네."
- 새벽인 줄 알았는데 전화는 왜 했는데요.
"그냥 해보려다가 너 잘 것 같아서 얼른 끊었지. 저녁이면 저녁밥은 먹었고?"
- 벌써 먹었죠. 여기는 8시거든요.
"진짜? 여기는 12시인데."
- 점심시간이겠네. 밥 먹었어요?
"으응 아니. 이제 먹으러 가야지."
- 그 뭐지... 학식? 그거 먹어요?
"그럴까? 네가 정해줬는데."
- 그런 게 어딨어요...
"여기 있다, 임마. 넌 언제 한국 와서 우리 학교 놀러 올 거냐? 너 밥 사줘야되는데."
- 맛없는 거 사줄려고 그러죠?
"아니거든! 우리 학교 앞에 진짜 맛있는 집 있어. 너 오면 데려가려고 다 알아놨다."
- .....선배네 후배들이랑 갔어요?
"어? 아니, 내 친구들이랑 갔지. 난 후배들 불편할까봐 같이 밥 안 먹어. 지갑이야, 그냥."
- 나는 선배네 후배도 아닌데 뭐하러 밥을 사줘요.
"너 오면 당연히 밥 사줘야지. 네가 나한테 어떤 후밴데."
- 어떤 후밴데?
"엄청 소중한 후배지. 내 후배들 다 합쳐도 네가 제일 먼저야."
- ....지갑이면 돈만 내주고 가는 거에요?
"너랑은 같이 먹을거다."
- 왜요.
"넌 나 안 불편하잖아."
- 그건... 그렇지.
"그치?"
- 고등학교 때 선배랑 자주 갔던 라멘집 가고싶네요.
"거기도 데려가줄게."
- 말만 하면 다 데려가려고요?
"네가 원하면 당연히 데려가지. 그니까 좀 들어와라. 송태섭 얼굴 다 까먹겠어."
- 참나....
"넌 내 얼굴 까먹은 거 아니지?"
- 어떻게 까먹어요. 선배가 맨날 편지로 사진 보내는데.
"잘 갖고있어라. 나중에 가서 확인할 거야."
- 설마 미국 오게요?
"네가 안 오면 내가 가야지."
-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마요.
"태섭아, 내가 누구냐. 나 포기하지 않는 남자다."
- 이런 건 좀 포기하라구요.
"그럼 너도 사진 좀 보내주던가."
- 아....
"갈까?"
- 다음에 보낼게요. 됐죠?
"하하하!"

혹시 몰라서 쓰는데 안 사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