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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1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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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써 준비한 서류가 눈앞에서 찢기고 나서야 영수는 나중에 얘기하자며 도망쳤어. 윤대협이 이혼을 저렇게 거부하면, 영수가 이혼할 방법은 없었어. 이혼재판을 신청할 수도 있었지만, 현재 윤대협은 전쟁에서 전리품으로 왕녀를 데려올정도의 개선장군이었기에 왕실은 윤대협의 손을 들어줄 것이었어. 무엇보다 전쟁에서 남편이 돌아온 직후에 이혼하자고 하는 아내라면, 뚜렷한 증거가 없어도 오히려 영수가 의심받을게 뻔했어.

 한참을 방에서 골몰하던 영수는 갑자기 시종들의 부름에 정신을 차렸어. 주인님이 오늘밤에 부인방에 꼭 드실거라고 언질울 주셨다는. 영수는 당황했지만 시녀들의 손에 몸을 맡겼어. 아직 이혼얘기가 뚜렷하게 오가지도 않았는데 주인내외의 사이가 나쁘다는걸 보여줄 필요는 없었어.

 마치 초야를 준비하던 그때처럼 목욕을 하고 간단한 잠옷을 걸치고 윤대협을 기다렸어. 전후처리 일로 아직 한창 바빠서 자정이 다된 늦은 시간이었지. 먼저 자버릴까 했지만 윤대협과 이야기를 끝내야만 할 것 같았어. 윤대협은 뒤늦게 목욕을 했는지 물이 뚝뚝 떨어지는 채로 영수방에 들어왔어.

 안자고 있었네?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아서.

 영수의 말에 윤대협이 표정을 굳혔어. 아까 이야기 다 했잖아, 영수야. 단호한 표정에 영수가 차마 말을 더 꺼내지 못했어. 그때 윤대협이 영수를 안아올렸어.
 
 너,너 뭐해! 
 아무래도 우리 사이에 아이가 없어서 그런거같아.

 우리 결혼한지 5년이나 넘었잖아. 윤대협의 말에 영수의 몸이 굳었어. 물론...아직 서류상 부부고 후계를 낳는게 귀족 부부의 의무이기도 해. 이래야 영수 네가 도망칠 생각을 못할 거 같아서. 뒷말은 흘려들은 영수는 그제서야 생각했어. 아직 적법한 후계자가 없어서 윤대협이 이혼을 안해주는구나. 패전국의 왕녀는 말이 좋아 왕녀고 이미 나라가 망해 신분은 천민이나 다를 거 없었어. 신분이 좋지 않은 정부의 아이를 후계자로 삼을 순 없지. 그렇게 생각한 영수가 뭔가 허탈한 기분에 순순히 몸에 힘을 풀었어. 
 
 사랑해, 영수야. 관계의 열기속에서 흐려지는 정신속에 영수가 생각했어. 헛게 들리네, 우습다. 윤대협이 나를 사랑한다니.

 

*


 
 귀족들의 어떤 결혼은 대부분 필요에 의해서 이루어지기도 해. 안영수와 윤대협도 그렇게 결혼했지. 가문간의 약속으로. 그렇기에 이혼은 아예 없지는 않지만 드문일이었고, 각자 정부를 두는 일도 흔해. 영수는 윤대협이 자기를 사랑하지 않아서 이혼한다는 자체가 우스운건가. 이런 생각도 했어.

  윤대협이 돌아온 이후로 영수는 다시금 안주인의 일만 했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시간덕에 정원으로 산책을 나온 영수가 저 멀리에 있는 왕녀를 마주쳤어. 윤대협의 정부. 정작 전쟁에서 돌아온 윤대협은 영수의 방을 왔으면 왔지 왕녀가 기거하고 있는 방엔 간적도 없지만, 남들이 못보는 시간에라도 충분히 갈 수 있는거 아닐까. 막연하게 영수는 그렇게 생각했어. 왕녀가 영수에게 다가와 인사했어.
 
 영수가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어. 패전국의 왕녀, 윤대협의 정부. 다 불편한 신분이었지만 이 곳은 영수가 안주인인 저택이었어. 굳이 기죽을 필요는 없었지. 갑자기 호기심이 떠오른 영수가 왕녀에게 물었어.

  대협...그러니까 제 남편이 잘해주던가요?
 네. 전장에서부터 큰 은혜를 입었답니다.

 제 은인이세요. 왕녀가 눈웃음을 지었어. 그 웃음에 불편해진 영수가 그렇군요. 하고 대답을 했어. 온갖 이상한 생각이 다 떠오를지경이라 영수는 먼저 자리를 피했어. 뒤돌아서 저택으로 들어가는데, 뒤에있는 왕녀가 자신을 비웃는것만 같아 속이 불편했어.



  

 어나더 노잼의 법칙.................

 대협영수 인데 ts여도 좋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