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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0 23:41
- 우성아, 어디가냐
- 문병이요.

우성이 달리 설명하지 않았는데도 선배들은 누구 얘기하는 지 모를 수가 없었겠지 북산에 아는 지인이 있던 현철이는 이미 갔다 온 뒤였을듯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된 우성이 왜 자신을 안데려갔냐며 아쉬운 소리를 했기에 혼자라도 가겠다는 말이 놀랍지 않았음

- 병원 어딘 줄은 알고?
- 예.
- 그래, 갔다와라

그렇게 우성은 백호가 입원한 병원에 갔겠지 사실 강백호라는 친하지도 않은 인물의 안위가 걱정이 되어서라기 보다도 호기심이었음 그냥 지나치기 힘든 강렬한 호기심.
앞두고 있던 모든 일정이 한순간에 끝나버린 그날 밤 늦게까지 잠들지 못하고 눈물을 훌쩍거리며 알아챈 사실은 신사에 빌었던 자신의 기도가 이루어졌다는 것이었음 그런 새빨간 머리를 처음 보았다거나 안면으로 슛을 넣는다는 기상천외한 볼거리가 아니더라도 우성은 국내에서는 누구에게도 더이상 그 어떤 자극도 도전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여겼는데 마지막 경기에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음 비단 빨간머리 뿐만이 아닌 북산 전체가 실력을 떠난 무언가 산왕을 압도한 것을 보여주었다는 것을 우성과 동료들은 눈치챘어 여전히 북산은 무서운 팀도 아니고 다시 붙으면 이길 것이라는 확신이 너무나 굳건했지만 그럼에도 우성은 확인하고 싶었지 그 휘몰아치는 충격적인 반전의 한가운데서 선명하게 역동하던 그 녀석을



우성은 백호의 병원에 도착해서 병실로 올라가려다 발걸음을 멈췄음 아무래도 녀석의 머리카락은 코트 위에서만 튀는 게 아니었던 모양이지 병원 앞 백사장 저쪽에서 타오르는 듯한 두상은 그녀석이 분명했음 우성은 발걸음을 옮겨 곧장 놈에게로 갔지

- 나 기억하냐?
- 어? 너 까까중!...들 사이에 있던 꼬마중이잖아!

백호가 반색을 하며 아는 척을 했지 물론 우성의 이마에는 저도 모르게 핏대가 섰지만 놈은 환자이니 참았지 현철이 들은 떡판고릴라라는 소리보다는 낫지 않나 싶은 생각도 문득 들었고

- 떡판고릴라는 같이 안왔어?
- ? 응 나 혼자야

우성의 대답에 백호가 그래?하면서 아쉬운 듯 머리를 긁적거리는데 좀 어이없었겠지 현철이 문병왔던건 알고 있지만 뭐 얼마나 봤다고 친한척인지. 그리고 우성이 온 것 조차도 놀랍거나 고마운 기색이 아니었음 마치 익숙하다는 듯한 반가운 표정 뿐이었음

- 몸은 어때? 괜찮아?
- 훗. 역시…이 천재님을 염탐하러 온거지? 이미 떡판한테 이 몸은 아무 이상이 없다고 전했는데 말이야!

백호의 척추 부상은 생각보다 위험한 부위라 치료를 받고 재활하기 까다로울 것이라고, 높은 확률로 농구를 계속 하기 어려울 수 있다던 현철의 말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었어 물론 재활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확률이 낮은 것은 둘째치고 치료의 강도가 일반 사람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 절대적으로 쉽지 않다는게 체육의학까지 부전공으로 공부하던 현철의 의견이었음

하지만 백호는 그날 남의 학교쪽 단상위에 올라가 산왕을 꺾겠다며 큰소리를 쳤고 정말 그렇게 했지 그 으름장을 들었을때부터 그 이후로 단 한번도 두렵다거나 신경이 쓰이지도, 다시 생각나지도 않았는데 지금 그 순간이 문득 생각난 우성이었음 그래서 등에 이미 치료용 테이핑을 덕지덕지 바른 채 지껄이는 허세가득한 호언이 마냥 거짓말처럼 느껴지지만은 않았고

- 짜증나.
- 눗?
- 너말이야. 너 아무리 봐도 내 적수가 못돼.

그런데 왜 이렇게 신경이 쓰이지? 지금 이 녀석이 부상없이 최상의 컨디션이라고 해도 우성의 상대가 절대 되지 못할텐데 왜. 우성은 누구보다 뛰어난 재능에 누구보다 노력했다고 자부할 수 있었어 자신이 천재적으로 잘한다는 것, 그리고 연습량만으로도 누구 뒤에 서지 않는다는 걸 스스로 확신했음 그런데 고작 한번의 패배로 이렇게 약해졌단 말인가? 이런 천둥벌거숭이가 신경쓰일 정도로? 우성의 기분은 한없이 나락을 향해 곤두박질쳤지
백호는 우성의 말을 듣고 그저 뭐얏~! 하면서 성질을 낼 뿐이었음 너도 짜증나 지는 뭐 얼마나 잘한다고~ 난 천재거등?? 하고 큰소리를 치며 노발대발했지 그러더니 우성에게 결국 도전을 거는 것이었음

- 동자승! 승부하자!
- 뭐?
- 내가 이겨준다!
- 무슨…공도 없는데 승부를 어떻게 해? 그리고 너 지금 환자잖아.
- …한번만 더 나한테 환자라고 하면 너부터 환자로 만들어준다! 알겠냐?!
- 뭐? 너 환자 맞잖아?
-이익! 아니라고!

결국 참지 못한 백호가 우성에게 달려들었음 우성은 상상도 못한 전개였지 야야야 난 싸우러 온거 아닌데! 하며 뒤늦게 우성이 백호를 말려보았지만 소용없었음 백호는 그대로 우성을 향해 돌진했음 어어하면서 우성이 손을 들어 막는데 이상하게 백호의 주먹이 닿는 타이밍이 늦는다 싶은 순간 백호의 몸이 우성의 위로 허물어졌을듯 그리고 함께 모래사장위로 쓰러진 우성의 귓가에 으으윽 하는 거친 숨소리만 들리겠지

- 야야, 괜찮아? 괜찮아?
- 흐어어….

우성이 놀라 허둥지둥 물었지만 백호는 그저 얼굴만 잔뜩 일그러뜨린 채 신음만 내뱉었음 우성이 다급하게 일어나려는 걸 백호가 붙잡았음

- …야, 괜찮아.
- 그래도…!
- 원래 그런거야. 약발 떨어져서 그래.
- 그럼 약을 먹어야지!
- 괜찮다니까!

백호의 고함에 우성은 멈칫했음 어느새 바닥에 바로 드러누워버린 백호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있었고 우성은 그런 백호를 가만히 들여다 보았음 경기 막바지에 보았던 코트에서의 그 표정과 비슷했지 미래가 없다는 듯 죽기살기로 달려들던 무모하고 멍청한.

- 이제 그렇게 까지 참을 필요 없잖아.
- 그런거 아니야. 아픈건 당연한거고 그냥 진통제 먹을 시간이 지난 것 뿐이야.
- 진통제는 약 아니야? 아픈 것도 참는게 능사가 아니라고
- 그래 맞아. 하지만 그 전에 확인을 해야 되거덩
- 확인?
- 아프면 얼마나 아픈지 좀 알아야겠거등
- …? 왜? 그거 알아서 뭐하게?

하 거 질문많네. 백호가 아픔을 무릎쓰며 짜증을 내려다 순수하게 물음표만 한가득인 우성의 얼굴을 보고 의욕을 잃었음

- 너 약간 눈치 없다는 말 많이 듣지?
- 뭐? 지랄…

우성이 어이없다는 듯 욕을 뱉었지만 백호는 경기중에 자기 플레이를 과시한답시고 동료들을 뒤로 보내버리던 우성의 쇼맨십이 생각났음 잘난척하기로는 자기도 남들 못지 않는데 그 플레이를 본 순간에는 정신없이 지나갔지만 경기가 끝나고 돌아와서 병원에 누워 곱씹는 동안 문득 떠올라 약간 빡이 쳤었지 그리고 잊어버렸는데 지금 또 생각이 났어. 백호도 눈치없기로 친구들 사이에서 유명했지만 동류는 동류를 알아보는 법인지 멀쩡한 외모에서 풍기는 묘하게 맹한 구석이 좀 신경쓰이는 타입이라고 생각했음
아무튼 더이상 반박하려던 의지를 상실한 백호는 우성의 궁금증을 풀어주기로 했지

- 미선씨께서 그러셨다. 처음 일주일간은 진짜 진짜 아플거라서 좀 독한 약을 쓸거라고
- 미선씨가 누구?
- 이몸의 치료를 담당하시는 의사선생님이시다! 넌 진짜 질문이 왜이렇게 많아?
- 미안. 궁금하잖아… 그래서? 미선씨가 뭐라고 했는데?
- 미선씨가 뭘 더 말했다는 건 중요한게 아니고 암튼 지금 일주일이 내가 최대치의 고통을 알 수 있는 기간이다 이말이지.
- … 너 혹시 일부러 진통제 안먹고 있는거야? 그거 알아내려고?
- 그런 셈이지.

백호의 말에 우성의 표정이 다시 이상하게 일그러졌음

- 멍청아. 고통은 단순한 감각이 아니야. 기억이라고. 나중에 그 고통을 떠올리게 되는게 얼마나 좋지 않은 경험인지 모르는구나?
- 눗…?
- 너 생각보다 훨씬 멍청하다. 모르는게 나은 것도 있어. 이게 바로 그런거야. 나중에라도 비슷한 상황에서 지금이 얼마나 아픈지 떠올려서 위축되기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그래? 슛하다가 움츠러들고 리바운드 하는데 덜뛰고 자기도 모르게 그러면 어떡하냐고!
- 누,눗…
- 내가 그런 사람들 한 둘 본 줄 알아? 경기 중 입는 부상이 애들 장난인 줄 아냐? 극복하겠다고? 최대한 지워야 되는거야, 그런건. 몸에 새기는게 아니라!

우성이 답지 않게 화를 내는 통에 백호가 잠시 할 말을 잃었지 그리고 멍하게 우성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배시시 웃는 것이었음 그러니 우성이 다시 성질을 낼 수 밖에

- 뭐 잘했다고 웃어?
- 넌 좋은 놈이다. 생각이 아주 바른 놈이야.
- 무슨 개소리야.
- 넌 왜이렇게 입이 험하냐.
- 니가 열받게 하잖아.

우성의 말에 백호는 다시 푸하하 웃었음 아까보다 아픔이 좀 가신듯한 미소에 우성의 조급하던 마음도 조금 풀리는 듯 했지 백호는 살짝 솟은 땀을 손등으로 훔치며 다시 편하게 팔다리를 뻗었고 그런 태평한 모습을 한심하게 보던 우성도 그대로 옆에 같이 누워버렸음 우성의 행동에 백호가 다시 한번 풋 하고 웃고.
누운채로 백호가 입을 열었음

- 내가 얼마나 아픈지 알고 싶은건…그러니까 뭐 대단한 체험을 하고 극복하겠단 건 아니고…그냥 해결책이 있다는 걸 확실하게 경험하고 싶어서야.
- ?
- 내가 웬만한 데는 다 경험치가 있어서 내성이 좀 있는데 이런건 또 처음이라…

그리고 백호가 조금 머뭇거렸음 그러다 우성을 향해서 고개를 가까이 들이밀더니 귓가에 아주 작게 속삭이는 것이었음

- 약간 무서…운거 같기도 하거든.

그리고는 얼른 제자리로 돌아와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고개를 정면으로 향하는데 얼굴이 조금 붉어져 있었음 그게 뭐라고 부끄럽지. 우성은 백호의 끝모를 자존심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보기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음

- 하지만!! 이몸은 한번도 도망친적도 문제를 해결 못한 적도 없단 말이지!
- 아이, 깜짝이야
- 그래서 이번에도 해결할 수 있다는 걸 확실히 하고 싶었던 것 뿐이야!
- …
- 아픈건 진통제만 먹으면 낫는 걸. 아무리 아파도 진통제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더이상 고민할 필요도 걱정할 필요도 없으니까.

그러면서 백호는 ‘걱정’이라는 단어를 뱉을 때 또 목소리를 조금 죽였음 하여튼 부정적인 건 조금도 견디지 못하는 성격인게 분명했음 백호의 설명에도 우성은 그의 방식이 지나치게 무식하다고 여기면서도 왠지 이해가 되는 것이었음 결국 우성은 피식 웃었음

- 왜웃어?
- 쫄았네.
- 뭐,뭐?
- 아파서 쫄았다는 거 아냐.
- 그런거 아니얏!
- 맞잖아~.

우성의 웃음이 킬킬거리며 데시벨이 높아지자 백호가 울그락푸르락거리며 아니라고 광광댔음 하지만 우성의 웃음은 좀처럼 그치지 않았음 한참 웃다가 조금 잦아들고나서야 백호가 시뻘개진 얼굴로 한마디 했겠지

- 너 어디가서 그소리 하면 가만 안둬

그러자 우성이 백호를 똑바로 보며 씨익 웃는게 너무나 못미더운 미소였음 아아 진짜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백호가 찡찡거리며 읍소하기 시작하자 우성이 킥킥거리며 보다가 알았다고 했지 하지만 백호는 여전히 믿을 수가 없어서 진짜 말하지 말라고 당부에 당부를 더하고… 정신없이 들러붙는 백호를 보다 우성이 입을 열었음

- 나도 너같은 경험 한 적 있어
- 앙?
- 나 어릴때 동료들한테 많이 맞아봤어
- 에엥? 동료들이? 그게 무슨 동료야
- 아무튼. 그래서 나도 주먹에 맞으면 혹은 손바닥에 맞으면 얼마정도로 아픈지 대충 안다. 잘 맞는 법도 알고.
- 어어….
- 살짝 빗겨 맞는 법을 알게 되더라. 고등학교 와서는 그런 적 없는데 아직도 알아 어떻게 하면 덜 아프게 맞을 수 있는지
- …아 뭔데…
- 비밀이다. 너도 어디서 이 얘기 하면 안돼. 하나씩 주고 받았으니까 됐지?

우성의 말에 백호가 멋적게 보다가 고개를 꾸닥였지 그새 잠시 바닷바람이 불어와서 두 사람을 스쳐 지나갔음 적당히 습하고 짭짤한 내음이 코끝에 앉는게 느껴졌고 제법 운치가 있어 기분이 좋아졌음

- 미국 언제 올거냐?
- 웬 미국? 아참, 그치 미국 가야지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듯한 백호의 반응에 우성이 허탈하게 웃었음

-뭐야 관심도 없으면서 미국간다는 얘긴 왜 했어
-여우가 간다니까 이몸이 질 수 없잖아
-여우?
- 너도 봤잖아 우리팀 허여멀건하고 여우같이 생긴 놈
- 어...서태웅?
-응. 세상이 무너져도 그놈만큼은 이길거야

그러면서 이를 뿌득 가는것이었음 같은 팀인데다 기량 차이가 커보이던데 백호의 일방적이어보이는 라이벌 의식이 좀 우스웠지 하지만 우성의 말은 생각과 다르게 나갔음

-나는?
-앙?
- 나도 미국가는데

우성의 말에 백호가 갑자기 무슨 소리냐는듯 고개를 갸웃거렸겠지

- 나한테는 이기고 싶지 않아?

우성의 질문은 예상 밖이었음 하지만 백호는 망설임없이 대답했지

-넌...이겼잖아.

백호의 대답에 우성의 입이 쩍 벌어졌음

-너네팀 우리한테 졌잖아...기억 안나?

그랬음 백호는 우성이 그 경기에서 처음이었고 이겼음 아무리 패배를 모르던 우성일지라도 백호에겐 전승전패였던 거였지 우성의 자존심이 소리없이 구겨졌음 하지만 백호의 말에는 조금의 거짓도 없었지 우성이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섰음

-야,하자!
-갑자기 뭘?
-원온원. 아까 하자며!
-벌써 지났지 뭘 이제 하쟤....
-아,하자고! 원온원~!

우성은 백호를 붙들고 막 흔들었음 백호는 우성의 손길에 아무렇게나 흔들리면서 픽픽 웃었지 우성이 억울하다는 듯 주먹으로 모래위를 푹푹 찔러대자 백호가 히히거리며 웃다가 말했지

-너도 내 목록에 넣었어. 그날.
-무슨 목록?
-그...왜 있잖아 뻐킹 리스튼가 뻐스 리스트?
-버킷리스트?
-어!그거!
-거기 내가 있다고?
-엉. 영광이지? 인정하고싶진 않지만 넌 까까중 중에서 제일 농구를 잘하는 빡빡이니까. 반드시 이겨줄게 1대1로. 이 천재가 진정한 천재로 인정받기 위한 필수 관문이랄까.

엄밀히는 동자승을 이김으로 태웅을 이길수 있다는 계산이었지만 백호는 두 문장 사이의 미묘한 차이는 무시했지. 애초에 차이가 있다는 생각도 별로 없었고
그리고 재미있게도 백호의 말을 들은 우성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지 이유는 우성도 몰랐음

- 난 내일 출국한다.
- 뭐? 이렇게 빨리?
- 먼저 가서 기다릴테니까 빨리 와라.
- 흥…너무 빨리는 못가고,윈터컵은 뛰어야 하니까...

백호의 말에 우성이 피식 웃었음 그걸 본 백호가 눈썹을 올리며 말을 덧붙었지

- 피하는게 아니라고! 우리팀은 나없으면 안되거등?
- 그럼 내년에?
- 그래! 내년엔 간다

백호의 대답을 들은 우성이 그정도면 만족스럽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지

-약속 지켜라.
-약속?
-기다릴거니까 물먹이지마. 안그럼 아까 말한거 다 까발릴거야.
-뭘?
-강백호 쫄았다고

그러자 백호가 다시 화들짝 놀라며 아니라고 쫀적 없다고 씩씩 거렸음 그 소리에 속으로 웃으며 우성은 가방을 챙겨들었음

- …가는거냐?
- 응.
- 너 미국이든 어디든 딱 기다리고 있어 담에 만나면 원온원부터 하는거야!
- 좋지. 이기면 뭐있어?
- 내기하자고? 좋아, 이긴 사람이 형님하기!
- 응? 난 지금도 너보다 형이야
- ?동자승이지 넌.

백호의 말에 우성은 한숨을 크게 쉬었음 그새 학습이 되어버린건지 백호의 말은 그리 놀랍거나 기분나쁘지 않았음 그렇다고 좋았다고 할순 없고 포기해버렸다는게 맞았음

-그래. 형님한테 제대로 인사할 준비나 하고 있어라.
-누가 할 소리!

우성은 그렇게 백호의 병원에서 돌아왔음







그날 밤 병문안은 어땠냐고 묻는 형들에게 우성이 웃으며 대답했지

-미국 온대요, 나 이기겠다고. 근데 윈터컵 뛰어야 돼서 빨리는 못온대요.

우성의 말에 선배들 여전히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보는데 한마디 더 붙였겠지

- 담에 보면 원온원 하기로 했어요. 아 진짜 웃겨.

그리고는 큭큭거리며 방으로 들어가는 걸 차마 잡을 수가 없었지
닫힌 우성의 방문앞에서 명헌이 먼저 정적을 깼음

- 현철, 그 친구 몸상태 안좋은거 아니었냐뿅?
- 그랬지. 거기 의료진이 한 말이니까.
- 근데 저게 다 무슨 소리냐뿅
- 모르지...똘끼 옮아온거같은데
- …흠 가능성 있어.

현철과 명헌은 눈빛만 주고받다가 조용히 자기 방으로 들어갔음







백호는 그날 미뤄둔 진통제를 맞으며 생각했지 담당의료진의 말을 빌어 복귀가 불투명하다며 기사에까지 났었는데도 당연히 백호가 코트위로 돌아올 것으로 전제하며 화를 내던 잘생긴 놈이 몹시 마음에 들었어

- 첫인상은 구렸지만 괜찮은 놈이었잖아?

기분이 좋아진 백호가 콧노래를 부르자 주사를 놓던 간호사가 의아한 표정으로 보다 기특한 마음에 조용히 웃었겠지 아프지 말라고 놓는 주사가 의미가 없을 정도로 백호는 매번 그랬으니까

간호사는 속으로 오늘도 이 아이가 좋은 꿈을 꾸기를 빌었을거야 덕분에 백호는 그날 밤 미국에서 웬 커다란 밤톨과 원온원을 하는 재미난 꿈을 꾸었지 승부가 나기 전에 잠에서 깨고 말았지만 백호는 자신이 이겼을 거라는걸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어












우성백호지만 논컾으로 봐도 됨
약태웅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