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62622989
view 1891
2023.09.05 18:59
재회라는게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그런 재회 아니고 단어 그대로 다시 만난거. 대만이네 구단이 회식 장소로 골랐던 레스토랑이 호열이 소유 레스토랑이었다는걸 알게 되었을때는,
그리고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될줄은 몰랐던듯 눈을 크게 뜬 호열이의 얼굴이 어느정도 세월이 지나 원숙미가 더해졌다는 걸 알았을 때는 괜히 싱숭생숭하고 설렜던 대만이었겠다. 

대만이는 그전의 연애를 막 끝낸 참이었음. 유명 배우와 일년 남짓 사귀다가, 각각 다른 스캔들 때문에 헤어지고 말았음. 상대 배우는 다른 여배우와 작품을 찍다가 그 사달이 났고, 대만이도 타 구단에서 잘나가는 농구선수와 그 바람이 나는 바람에...지금까지도 왕성하게 회자되는 스캔들인건 말할 것도 없고. 

대만이는 이제 스포츠계와 연예계를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자체에 질린 참이었음. 수도 없이 상대 갈아치우는 건 동물의 왕국이나 다름없는 이 세계에서 흔한 일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죄책감을 애써 덜어내고 있던 대만이에게 찾아온 신선한 상대...그것도 예전 북산고 시절에 연이 있던. 호열이를 처음 만났을 때만 하더라도 그 정도로만 생각했던 대만이었음. 

한번의 우연한 만남이 두번째가 되고, 두번째가 세번째가 되고...
만남을 반복할수록 대만이 머리에는 적신호가 켜졌지.

아, 이거 위험한데. 

금세 사랑에 빠져버리고 마는 건 정대만의 오래된 나쁜 습관이었음. 세월이 흐르고 수도 없이 연애를 해서 이제는 설렐 것도 없겠다 싶으면 귀신같이 새로 찾아오는 사랑에 진력이 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정신없이 빠져들어버리고 마는...그런 굴레에 갇혀버린 대만이었지. 

그래서 조금 걱정이 되는 대만이인거야.

나는 너한테 진심이 되어버린 것 같은데...호열이도 내 지난 화려한 연애사를 다 알텐데. 뉴스에서건 인터넷에서건 하도 떠들어댔어서. 신경쓰이지 않을까? 당장 먼젓번 스캔들도 아직도 틈만나면 끌어올려져서 찌라시로 나도는데. 

그날도 정신없이 정사를 치른 후에 호열이 품에 안겨서 꼼지락대던 대만이가 결국 못참고 호열이한테 묻겠지. 베겟머리 송사라도 하는 것마냥. 하지만 자신없게. 

-호열아. 이런 얘기 갑자기 미안한데...넌 괜찮아?
-...어떤거요?
-그...너도 알다시피 내가, 예전에 만났던 남자들이...
-...
-그 먼젓번 스캔들 있잖아...그거 완전히 다 끝난 얘기야. 그러니까...

너무 신경쓰지 말라구. 하고 자신없는 목소리로 웅얼걸면서 호열이 품속으로 파고드는 대만이었음. 호열이 눈치를 보면서 살짝 위를 올려다보니, 호열이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음.

-우리 나이에 그정도야 뭐. 30대 접어들면 다 그런거 아닌가요. 
-...그래도...
-지금 대만군이 나랑 있는게 난 더 중요하니까. 
-...!
-그러니까 그냥 내 곁에 있어주면 돼요. 

알았죠? 하면서 진지해지려는 걸 피하려는 듯이 괜히 농담조로 끝내며 대만이 볼에 쪽, 하고 키스하는 호열이에
대만이는 어쩐지 좀 울고 싶어지는 기분이겠지.

정말 큰일이다. 이렇게 네가 좋아지면 안되는데. 

대만이는 지금껏 자기가 받았던 눈총을 떠올렸음. 화려한 남성편력에 주위에서 보는 시선도 그렇고, 심지어는 새로 연애를 시작하게 된 연인마저도 대만이 연애사에 관한 얘기만 나오면 좀 난감하고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자주 지었어서 대만이는 알게 모르게 마음속에 상처를 쌓았었겠지. 

하지만 너는, 이런 나도...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안정감과 포근한 마음에 호열이 품속으로 더 깊게 안겨드는 대만이었지. 정사 후의 나른함이 겹쳐져서 그대로 잠드는데...


다음날 눈을 뜬 대만이는, 빈 옆자리와 침대와 멀찍이 떨어진 곳에 서있는 호열이의 무표정과 마주하고 말았음. 
호열이가 내민 폰에는,
대문짝만하게 스포츠 신문 헤드라인으로 걸려있는...

<프로농구 정대만 선수, 아이돌 출신 배우와 염문>

가짜 스캔들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대만이겠지. 
하필이면 기사에 적힌 스캔들 추정 날짜도,
호열이랑 진지하게 만나기 시작했던 시점..

호열아, 그런게 아니야. 
제발...


호열대만 호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