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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3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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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다른 탑이 줍줍하는게 좋아...


고전물 정프레스조 우성태섭 대만태섭으로 보고 싶어...

어미 힘들지 말라고 반년을 조용히 있던 아이는 아비의 알파향도 아닌데도 거부감 없이 곧잘 받아드리니 언제 입덧으로 시체처럼 말라갔냐는 듯이 태섭이는 신혼 초때 처럼 예쁘게 살이 차오르겠지. 언제 그리 추웠냐는 듯 따뜻해지는 날씨에 푸릇푸릇한 버찌 나무들이 즐비한 정좌에 앉아 18년간 느꼈던 대만이의 알파향을 두르며 대만이가 까주는 귤을 손에 쥐고 재잘거리며 떠드는 태섭이를 우성은 일하다 말고 멍하니 볼때가 많을거야. 우성은 왜 사랑채와 안채 사이 큰 공원 중간 즈음 정좌를 설치했는지 이해 못했는데 이제야 그 용도를 아는 것 같았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에 대만이가 돌아온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데도 무슨 할 이야기가 많은지 언제나 들뜬 표정으로 떠들다 웃는 태섭이의 모습이 고스란히 보였지. 저리 웃을 수도 있구나. 눈물샘이 약한가? 얼마나 웃었다고 눈물을 보이지? 아직도 마른 거 같은데 배가 더 커졌네...태동을 느낄까? 대만태섭이 산책 후 정좌에 앉아 떠드는 그 시간엔 우성은 넋나간 사람처럼 태섭의 모습을 하나하나 바라보는데 어찌나 어여쁘던지 당장이라도 저 사이를 비집고 태섭이를 독차지 하고싶어지는 우성이 일거야.

네 말대로 마을로 가자마자 머리카락을 잘랐는데 어찌나 홀가분하던지 마치 새로 태어난 것 같았어.
제말이 맞았죠? 머리카락이라도 정리하면 새로 시작하는 힘이 생긴다고. 품행이 단정하면 마음가지까지 달라지니 절었던 다리도 다시 멀쩡해졌잖아요?
그러게 네 말이 나 맞는 것 같다. 제자들 시범으로 오랜만에 말 고삐를 잡았는데 아픈 거 없이 들판을 실컷 달렸다니깐!
아 나도 말 타고 싶다.

아쉬워하는 말과 함께 주수에 비해 조금은 큰 배를 살살 쓰담는 태섭이겠지. 대만이는 태섭이가 뱃속에 아이를 아끼는 모습을 볼때마다 목에 가시가 콱 박힌 것처럼 맘이 좋지 않아. 차라리 그 뱃속에 있는 씨앗까지 미워했으면 좋겠다만 몇년을 병신같이 굴던 자신도 쿨하게 용서하는 걸 보니 뭐라 말을 못하는 대만이야.
그래 태섭이는 입덧이 가라앉고 기력을 되찾자마자 드디어 정씨 집안에 장가와서 끈임없이 배우기만한 안주인 역할을 드디어 하고 다니느라 뽈뽈뽈 돌아다니기 바빠. 자기를 하대하고 은근히 따돌리던 하인들을 직접 찾아가 봄이 지나는 초여름부터 곡비가 어느정도 축적이 되는지 겨울에 아팠던 이들은 없었는지 월동준비때 도왔던 하인들 삯비가 어떻게 조정 되었는지 알리고 문제가 있음 안채에 와서 말하라며 세상 드라이하고 쿨하게 업무를 행하겠지. 거기다 결국 첩까지 된 우성이 첫사랑에게는 보약까지 지어주는 태섭이야 이유는 아이를 품고 있어보니 남자의 몸으로도 이리 축나는데 여자인 몸으로 태를 품고 있는 첫사랑이 얼마나 힘들겠냐는 이유 때문이겠지. 한번은 멀찍이 떨어져 태섭이가 일하는 모습을 보던 정대만은 자기에게 못되게 군 세상 사람 모두를 용서한 것처럼 곧잘 웃으며 집안 살림을 해치우는 태섭이에게 질문을 던져. 이 집안 사람들이 싫지 않냐고 너를 그렇게 괴롭혔는데도 웃음이 나오냐고 말이야.

뭣하러 그렇게 괴롭히나 싶어서요
뭐?
첫날 삯값 때문에 하인방에 찾아가니깐 다들 덜덜 떨며 송구했다고 제발 죽이지 말아달라고 우리 가족들은 죄가
없다며 엉엉 울고불고 손발을 싹싹 비는데 그게 좀...그랬어요.
아주 그냥 성인군자 납셨네. 너 죽으면 극락왕생 하고 싶어 그러냐?
알잖아요 형님. 미워하고 싫어하는 것도 다 살아야지 가능하단 걸

그 말과 함께 대만이는 자신이 지금 아직도 덧나있는 태섭의 상처를 건들었구나 싶어 가슴이 철렁해. 미안 내가 생각이 짧았네 잘못했다. 사과를 말하면서 혹시 바다에 가족을 또 잃었던 14살 그때처럼 울고 있을까 싶었지만 장부책에서 시선을 뗀 태섭은 단조로울 정도로 평온한 목소리로 괜찮아요 형님 하고 씨익 웃어.
그렇기에 태섭은 정우성과 자신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게되었지만 뱃속에 있는 아이를 제법 사랑해주고 있었어. 태어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이 집에 혼자 남겨질텐데 나라도 사랑해줘야하지 않겠나 하는 동정으로부터 시작했겠지. 앞으로 냉대 속에 자라는 아이가 그래도 자기를 품어준 생부에게는 사랑 듬뿍 받으며 태어났다는 걸. 원망으로 살다가 부서지기 보다는 그래도 1년 밖에 안되는 시간이지만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단 걸 알고 마음의 위로가 되기를 바라겠지.

우리 마을로 놀러와
...그래도 되요?
응 방계 출신이라 외부 사람들도 꽤 많이 살고 있어 몸조리 잘 하고 나중에 놀러와 내 말 한필 정도는 빌려줄게.
우와.
뭐...가주님 허락이 있다면 말이지.
어 그럴 필요는 없을거에요.

변명하듯 덧붙인 대만이의 말에 태섭은 그런 거 가지고 쪼냐는 듯 건방진 표정에 삐딱한 짝짝이 눈썹을 들썩이겠지. 대만이는 그 표정이 정우성 억장 긁기 시작할때 짓는 표정이라는 걸 알아. 그리고 예상대로 송태섭 입에서는 확신에 찬 헛소리가 흘러나오지.

아이를 낳으면 이혼 할겁니다. 이 집에 있기 싫어요.
...너 아까 득도한 스님같이 굴던 건 기억하는거냐 태섭아.
그니깐 개개인으로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는데...이 궁궐같은 집과 함께 있음 그리 끔찍하더라구요. 나중에 저를 잡아먹을 것 같아요.
...
그리고 이 집에서 저를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가주님인데요 뭐. 저를 엄청 싫어해요 가주님이.
이거야 원...

터지는 헛웃음에 정대만은 손으로 입가를 가려라. 싫어하긴 개뿔. 우성알파가 아니면 느낄 수 없을 만큼 희미하지만 지독한 알파향이 정좌 근처를 맴돌고 있는 걸 대만이 코가 예민하게 잡아내고 있어. 코 점막이 시큰해질정도로 따가워 죽겠는데 자기 알파향에 푹 담가진 오메가는 자기와 다르게 코가 마비된 건지 지아비의 알파향을 하나도 몰라. 아니면 정말 매일 밤 잠든 송태섭을 끌어안고 잠드는 우성이의 동침 아닌 동침을 이루다보니 우성의 알파향이 점점 거부감 없어지는 것 같아서 정대만은 마음 한 구석이 차가워졌겠지.
의원은 아무리 대만이가 우성 알파여도 아비에게 받는 알파향과 똑같을 수는 없다고 했어. 임시방편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라며 밤에는 꼭 부부가 함께해야한다고 진단을 내렸기에 태섭이가 잠들면 도둑놈처럼 찾아와 함께 잠들고 태섭이가 깨기 전에 일어나는 우성이겠지. 오늘도 우성이는 태섭이가 잠들자 안채로 찾아와 거기서 팔장을 끼고 삐딱하게 서있는 정대만이 뭐가 그리 불만인지 높게 솟은 눈썹은 더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가며 미간에 주름을 남겨. 우성은 이렇게 마치 지가 태섭이 남편처럼 구는 대만이를 보며 속이 뒤틀리는 기분이야. 우성이는 자기 마음을 자각하고나서야 그토록 자신 곁을 따라다니던 지독한 열패감이 뭔지 알고 나서야 가주자리에 대한 열등감과 의무감에 벗어났어. 이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의 근원은 대만이와 자기 부인 사이에 오래되고 끈끈한 세월이 자기도 모르게 태섭이를 마음에 둔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알파의 심기가 자꾸 걸려왔던 거였겠지. 그리도 그건 대만이도 마찬가지라 미간에 힘주고 이렇게 우성이와 기싸움 아닌 기싸움을 잠깐 하다가 한숨을 내뱉고 제발 잘 부탁드립니다 가주님 하고 물러나겠지.
정우성은 치밀어오르는 엿같음을 누르며 안채로 들어가 거기에 고른 숨을 내쉬며 희미한 대만이의 알파향이 배인 자기 오메가 곁으로 천천히 다가갔어. 하아...불러오는 배 때문에 옆으로 누워 달게 자는 태섭이 자세 따라 천천히 누워 자기 품에 끌어안고 나서야 우성이는 살겠다는 듯이 한숨을 내뱉을거야. 내 부인, 내 송태섭, 내꺼. 게걸스레 단비를 빨아드리는 갈라진 땅처럼 우성이는 풀풀 기분좋은 단내를 풍기는 태섭이의 오메가향을 들이 마시며 곱슬곱슬한 갈색머리에 코를 박겠지. 마음 같아선 기력을 찾자마자 평소처럼 밑 머리를 싹 밀어 잘 보이는 낭창하게 마른 태섭이 뒷 목을 입 안 가득 물어 각인하고 싶지만 더는 미움 받았다간 죽을 것 같아 우성이는 그저 잘빠진 목에 잘게 키스만 했음 좋겠다. 뒷 목에서 시작한 입맞춤은 벌어진 의복 사이로 보이는 목선을 타다 귓가에 닿고 이제야 살이 올라 통통한 뺨에 머물겠지.
그러다 자는 와중에도 삐죽 튀어나온 탱글한 태섭이 입술에 시선이 걸려와 보자마자 은은하게 풀어가던 우성이의 알파향이 요동쳐. 그 보름 내내 강제로 몸을 섞었을때 유일하게 하지 않았던 것이 키스였었지. 우성이는 그래도 입맞춤 만큼은 누구보다 상냥하고 부드럽게 할 수 있어서 그래서 다행이라고 위안아닌 위안을 가지고 입맞추겠지. 미안해, 그러니 조금만...착하게 굴게 응? 잠투정도 안 힐 정도로 곤히 잠든 태섭이에게 우성이는 버림받을까 낑낑대는 대형견처럼 어쩔 줄 몰라하며 탱글한 입술에 뺨과 광대에 여태 우느라 바쁘던 나른하게 뜨는 눈가와 눈꺼풀 그리고 작은 코에 정우성은 매일밤 입맞추며 한번만 만지면 소원이 없었던 둥근 태섭이 배를 큰 손으로 신주단지 쓰담듯 소중하게 만져오겠지. 그럴때마다 아비를 기다렸다는 듯 통 하고 우성이 손바닥에 태동이 느껴져서 우성은 자기도 모르게 항상 벅차올라 대번 기분 좋은 달달한 알파향을 쏟아내겠지. 다행히 잠든 태섭이는 거부감은 커녕 오히려 화답하듯 입 안의 치아와 혀뿌리가 녹아버릴 것 같은 달콤한 오메가 향을 내뿜으며 ‘으응...’ 하고 뒤척이다 우성이 품으로 파고들어올거야.
우성이는 이럴때마다 다 죽어가는 자신이 다시 살아나는 듯한 기분을 느껴. 그리고 기쁘고 행복한 와중에 항상 마음 한구석이 무너지는 슬픔이 얼룩을 만들어. 이미 지나도 훌쩍 지났지만 그때 우리가 한번이라도 솔직했으면 어느 순간 이렇게 살지 않았을까? 나도 너도 혼자 남겨진 이 집에서 낯설고 무섭고 차가운 어른들 속에서 서로 의지하며 버텼으면 이렇게 서로의 페로몬을 섞으며 서로의 체온에 물들며 함께 서로의 숨을 마시지 않았을까?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은 후회가 담긴 고배를 마시며 우성은 차오르는 눈물을 조금씩 흘리며 잠들겠지

졸지에 두 알파에게 사랑받으며 살던 태섭이는 점점 체력도 좋아지고 혈색도 좋아져. 거기다 우성의 냉대에 하인들도 안 입었을 의복과 싸구려 머리기름으로 앞머리를 넘기다 결국 입덧때문에 모두 버리고 우성이의 아이를 갖자마자 찾아온 안주인의 권력으로 보기만 해도 집 한채값은 나올 만큼 진주 표면처럼 매끈한 광이 도는 비단 옷과 동백기름으로 곱슬거리는 앞머리를 넘기고 다니는 태섭이는 누가 봐도 정씨 집안의 하나뿐인 안방 마님 모습이겠지. 물론 너무 좋은 비단 옷감이 자신에게 오면 이 인간(정우성)이 많이 바쁜가 안하던 실수를 자꾸 하네 하고 우성이 첫사랑에게 줘버리는 태섭이 일 듯ㅋㅋㅋㅋㅋㅋㅋ옆에서 그 꼴을 지켜보는 대만이는 네 업보도 아닌데 지가 잘하겠지 하고 속으로 개꼬셔해라ㅋㅋㅋㅋㅋㅋㅋ
하여튼 그렇게 나날이 건강해지고 모두들 자신을 정씨 집안 안주인으로 인정하나 심신으로도 편안해진 태섭은 어느 새벽 처음으로 배고픔에 눈이 번쩍 떠졌어. 아기를 갖기 전에도 밥은 그냥 먹고 살기 좋을 만큼만 먹어도 된다는 입장이라 식욕이란 걸 잘 모르던 태섭이인데 처음으로 무언가가 너무 먹고 싶어. 특히 입 안에 침이 가득 고일정도로 새콤달콤한 과일이면 좋겠지 그러자 태섭이 꿈에서 새빨간 버찌들이 가득 핀 나무들이 등장해 태섭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뱃속에 있는 애를 생각 못하고 어렸을때처럼 샤사삭 나무에 올라가 한움큼 버찌들을 따와 탱글탱글하고 빨간게 보기만해도 혀뿌리가 아릴 정도로 새콤해보여 그렇기에 옷도 손도 붉은 즙에 물들어가는거 생각 못하고 태섭이는 자기 입안에 다 버찌 알갱이들을 쏟아낼려고 했지 딱 입에 넘어가기 직전에 눈을 번쩍 떠서 맛도 못보는 태섭이였으면

...배고파

번쩍 눈을 뜨고 아직도 잠에 취해 본능적으로 중얼거리며 상체를 일으켜 아 너무 아쉽다 딱 하나만 먹으면 되는데... 태섭은 꿈이지만 입 안에 남은 침들을 꼴깍 삼키며 작게 입맛을 다시겠지. 지금이라도 나가서 먹을까? 그 많은 버찌나무 중 하나 먹는다고 죽는것도 아닌데... 요즘은 옛날처럼 굳이 찾아와 스트레스 풀듯 자기에게 떽떽거리지 않는거 보면 버찌가 아닌 버찌 나무를 먹었다 해도 이 집 가주는 지 첫사랑이랑 노느라 아무런 신경도 안쓰던데... 갈등은 다짐에 밀러나고 태섭은 일어날려고 했어 자기를 끌어안는 누군가의 팔만 아니면.

응...태섭아...

태섭이는 자기가 아직 꿈에 안깼나 싶어. 대만이가 오고 한달 반동안 코빼기도 안보이던 가주놈이 자기 골반을 간지럽히는 뜨거운 숨을 뱉으며 이마팍을 문대고 있는 모습에 쩌억 굳어서 꼼짝도 못해. 이거...진짜야? 진짜 정우성인가? 태섭이는 껌딱지처럼 붙어자는 우성이의 뺨을 쿡쿡 찔러 볼 듯 손끝에 닿는 온기가 진짜인 걸 알자 태섭이는 어쩔 줄 몰랐어. 그때는 진짜 정우성이 좆질로 자기를 죽이는 것 같이 무자비하게 굴기에 태섭이는 어떻게는 그 알파에게 벗어나야한다는 일념으로 한번도 하지 않던 자살쇼까지 벌였던 과거가 떠올라 조금은 쪽팔렸고 지금 보는 정우성은 그때의 정우성이 맞나 싶을 만큼 순하게 생겨서 인지부조화가 올 것 같다. 거기다 이제보니 뭐가 그리 힘들었는지 반지르르한 얼굴이 조금은 수척한 것 같아 살이 빠졌는지 눈두덩이는 깊어지고 광대나 턱선이 조금은 도드라졌어. 그래봤자 여전히 길거리에서 정우성을 보면 한번쯤 돌아볼 미남이긴 했지만. 정씨 가주 조건 중에 외모도 포함이 되는 걸까? 정대만도 그렇고 정우성도 그렇게 이 나라에서 한두번 볼까말까한 미남이라 태섭이는 처음으로 애처럼 순하게 펴진 우성이 얼굴을 한참이나 들여다봐. 얘도 신기하게 화난 눈썹이다. 근데 형님이랑 다르게 짧네. 얘 눈동자색도 형님과 똑같은 녹갈색인데 산왕댁 뱃속의 아이랑 내 아이도 물러받을까? 입술이 붉고 통통한게 앵두 같다. 이곳저곳을 열심히 바라보다 태섭은 옅은 붉은 색의 우성이 입술에 시선이 닿자 잊혔던 배고픔이 떠올라 버찌가 머리속에 둥둥 떠다니겠지.
딱 한주먹만, 한주먹만 먹자. 하는 생각에 우성이가 깨지 않게 자기를 끌어안은 팔을 천천히 떼어내고 발소리도 내지 않게 조용히 나갈거야. 앞마당에 발이 닿자마자 뭐 어디 급한사람처럼 버찌 나무들이 있는 곳으로 허겁지겁 달려가는 태섭이겠지ㅋㅋㅋㅋ만약 정대만이 봤으면 당장 눈 돌아가서 태섭이 붙잡고 자기가 끌어안아 버찌나무 있는 곳까지 걸어갔을 듯 도착하니 태섭이는 그제야 꿈처럼 폴짝폴짝 나무를 타기엔 뱃 속의 아기는 너무 커졌고 몸도 무겁다는 사실에 아차 싶겠지. 거기다 해까지 뜨고 있어 잘 열린 버찌가 눈에 들어와 더 애타는 태섭이야. 아 여기까지 왔는데... 딱 한 알만 먹으면 되는데 하는 심정으로 제일 낮게 자라서 열매도 설익은게 보이는 나무가지를 잡겠다고 폴짝대는 태섭이여라. 까치발도 들고 그 무거운 몸으오 폴짝폴짝 뛰어서 간신히 잡은 나뭇가지에 태섭이는 됐다! 하고 환하게 웃는데

그거 덜 익었어

오랜만에 들려오는 지아비의 목소리와 함께 산뜻할정도로 가벼운 알파향이 태섭이를 감싸겠지. 화들짝 놀라 나뭇가지를 놓치자마자 자기를 때려대던 큰 손이 뒤에서 불쑥 튀어나와 자주빛으로 먹음직스럽게 익은 버찌들이 매달린 가지를 끌고 내려오겠지.

...
...
...그...여기.

어색해서 숨막혀 죽을 것 같은 태섭이 모습에 겁이라도 먹은 줄 알고 우성이는 더 나뭇가지를 끌어당겨서 다른 손으로 태섭이 옷 소매를 끌고와 태섭이 손에 버찌가 닿게 만들어. 괜찮아 내가 잡고 있을게. 처음 듣는 상냥한 목소리. 아니 이건 상냥한게 아니라 절박함이 가득한 애절한 목소리에 태섭이는 손에 닿는 버찌 한 알을 떼어내서 (우성이는 아직도 자신이 쏟아냈던 독설 중에 이 집에서 네 것은 단 하나도 없다는 소리에 저러는 줄 알고 울상을 짓겠지) 입에 넣어봐. 팍 하고 터지는 즙은 미간이 찌푸려질 정도로 새콤한 맛 보다는 은은하지만 깊은 단맛이 확 퍼져나가겠지. 우물주물 태섭이는 이제 식욕 따위 어찌됐든 상관 없어서 다섯 알도 채 안되게 먹다가 손를 거두겠지.

왜? 더 먹어.
...
아 불편해? 그럼 저기 앉아있어 내가 따서 줄게.
아,아니, 아닙니다 가주님.
...
가주님?
...우성이라 불러주면 안될까 태섭아?

태섭이는 지금 눈 앞에 있는 알파가 자신을 그토록 증오하고 미워하고 못살게 굴다 끝내 정조까지 찢어발기던 그 끔찍하고 악몽같던 남자가 맞나 싶어. 너 정말 내가 알던 정우성이 맞냐고 물어보고 싶을 만큼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어린애처럼 우는 것이 다 뭉게진 발음으로 부부 취급은 바라지도 않으니깐 그저 친구처럼 이름 불러달라고 우는 이 덩치만 큰 어린애는 누굴까 싶어.
어쩌면 태섭이는 혼인하던 그 날 처음 마주했던 어린 남편의 속 알맹이는 이런 모습이었을까 본능적으로 깨달았겠지.

우태대 대태우 우성태섭 대만태섭 태섭른

주말 잘 보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