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웅대만


하루는 태섭이한테 애 좀 그만 괴롭히라고 듣고서 스트레스볼 사오는거 보고 싶다

"그래서ㅡ 이제 안 괴롭힐게 그동안 고마웠다 태웅아"

정대만의 말에 서태웅은 두눈을 깜박였음
말랑말랑 말랑말랑 대만의 손에 쥐여있는 주먹 크기 즈음인 형광빛 공은 찌그러졌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하고 있었지

"저는 괜찮았는데요"
"자식 선배라고 괜찮다 해주네 은근히 순하다니까"

까만 머리를 벅벅 긁어주는 손길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인 태웅의 시선은 여전히 형광 주황빛 공에 머물러 있었음




"후우ㅡ 좀 힘드네"
"여기요"

새로운 전법이 생각만큼 진도를 나가지 못하자 송태섭의 불호령이 떨어졌음 몰아치는 태섭과 겁을 먹은 후배 사이에서 중재를 한 정대만은 마지막으로 송태섭에게 어깨동무를 한채 나갔다가 돌아왔지 나름 북산에서 꽤나 부드러운 축에 속하는 태섭은 하지않던 역을 하느라 아직 강약 조절을 익히고 있었어 정대만은 주장이란 자리가 안는 부담을 알기에 밸런스를 익히는데 조언을 해주곤 했지
정대만이 태웅의 옆에 풀썩 앉자 서태웅이 물을 건네주었음 그러자 대만이가 고맙다ㅡ 하면서 물을 마시면서 한손을 쥐었다폈다 했지

"어라 여기 있던 공 못봤냐 태웅아?"
"글쎄요"

분명 아까 여기다 놓고 간거 같은데? 대만이 고개를 갸웃하자 서태웅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어 그러더니 얼굴을 찌푸린 정대만이 손을 쥐었다폈다 반복하자 수인 모습으로 스르륵 변하고선 다가와 제 앞발을 내밀었지 쿨냥이의 꼬리는 대만이의 엉덩이를 따라 말려있었음 결국 정대만은 이날 또다시 서태웅의 젤리를 만지작거리면서 스트레스를 풀었을거야


ㅡㅡㅡㅡㅡ

"오늘이야말로 걱정 말아라 태웅아!"

서태웅은 정대만의 손에 쥐여있는 새 스트레스볼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음 어제는 한개였던 공이 오늘은 두개였지

"그거 분신술이라도 하는거예요?"
"혹시 어제같이 될까봐 예비용도 사왔지! 상점 아저씨가 이게 마지막 재고랬어 이제 진짜 귀찮게 안할게"
"저는 괜찮다니까요"

태웅의 말에 정대만은 씩 웃고는 다 안다는듯 태웅의 어깨를 두어번 쳐줬지



[콰ㅡ앙]

"태웅이 녀석 오늘 기분이 별론가봐요"

태섭의 말에 정대만은 점프 연습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골대 쪽을 바라봤음 착지한 태웅에게 백호가 여우자식 멋부리는거냐! 하고 외치고 있었지 아침에는 기분이 나빠보이진 않았었는데? 정대만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뭐.. 늘 좋을순 없잖아" 하고 대답했지 그러면서도 멀리있는 태웅의 뒷모습을 보며 고민했겠지 컨디션 담당은 그였으니까.



"진짜 어이가 없네"

정대만은 제 무릎 위에 팔자좋게 누운 서태웅, 쿨냥이의 양발을 만지작거리며 말했음 2개나 가져왔는데! 눈에 튀는 형광빛 색깔이 무색하게 그의 스트레스 볼들이 모두 자취를 감춘 차였지

"이게 말이 되냐? 태웅아 이게 말이 되냐고"
"먉"
"아아니ㅡ 내가 예비용까지 챙겼는데!"
"꾹"
"그래 어이가 없다니까? 내가 안 이러려고 한거 알지?"
"꾹"

스트레스를 풀려고 샀다가 스트레스가 더블이 될것만 같은 상황에 정대만은 제법 자란 머리를 흩뜨렸어 품속의 서태웅은 먉하고 그저 머리만 비비적 거렸지

"...기분 좋아졌나보네요"

지나가던 태섭이가 또다시 무릎 위에 냥태웅을 올린채 양발을 잡고 있는 정대만을 발견하고서 다가왔다가 눈을 반쯤 뜬채 말했어 그러자 정대만은 공이 자꾸 사라진다며 억울함을 토해냈지
그모습을 보던 송태섭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선 그냥 살아요ㅡ 하고는 자리를 떴어




형광빛 주황색에 주먹만한 고무재질 공.
북산고 1학년 10반 농구부인 호식이는 어제 2년 선배인 대만이 형이 찾던것과 특징이 같아보이는 공들을 보며 어리둥절해졌음

"이게 왜 우리반에 있지?"

당번인 탓에 쓰레기를 비우려 쓰레기통 뚜껑을 연 호식이의 눈에 쓰레기 사이로 너무나 잘보이는 스트레스볼이 보였지 그건 무려 3개나 있었음

"뭐해"

그때 등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어 또다른 당번인 검은 머리에 하얀 얼굴을 한 같은부 서태웅이였지

"아 태웅아 이거 대만이 형꺼랑 똑같이 생기지 않았어?"

호식이의 말에 서태웅은 힐끔 쓰레기 더미 사이로 보이는 주황색 공을 내려다봤어 그러고는 이내 대답했지

"아니"
"그치만 형광주황색인 것도 그렇고-"
"쓰레기는 내가 할게 넌 칠판 지워"

태웅을 설득하려 호식이는 다시한번 입을 열었지만 서태웅은 고개를 한번 좌우로 저어 보이고선 단호하게 쓰레기 봉투를 여몄어 태웅의 몸에 밀려난 호식이는 이상하다.. 하고 중얼였지만 금방 칠판쪽으로 향했지 잠시후 학교 소각장에서 서태웅의 완전 범죄가 마무리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