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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30 14:24
보고싶음


우성이랑 명헌이 관계는 우성이가 고백하면서 사실상 끝났을거 같다 명헌이는 거절도 거절이지만 곧 유학 갈 애라 정신 차리라는 뜻에서 좀 모질게 거절함. 사실상 선배의 쓴소리에 가깝게. 우성이는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마음은 아니겠지. 그렇게 둘 사이는 이전과 비교도 할 수 없게 깊은 골짜기처럼 멀어지고 뒤이어 우성이 미국 가면서 진짜 물리적으로도 멀어졌을거 같음

누군가를 좋아한게 처음이라 쉽게 잊을 수 없는 정우성이 좋다 형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누구보다 열심히 농구할듯. 그러다 간간히 정석처럼 대학리그 가고 프로로 갈 명헌이 생각하다가 한번씩 마음이 허한듯 울적해져도 보고. 사실 첫사랑 자각과 고백의 텀이 지나치게 짧은거면 좋다

좀 기간을 두고 거절될 수를 생각했어야 하는데 거의 자각하자마자 자기고 모르게 고백 갈긴거라 나중에서야 차분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우성이. 그래서 국내리그 소식은 아예 안 들었을듯. 형은 잘 하겠지. 다른 형들도 각자 자리에서 잘 할거고. 나만 잘하면 된다. 이런 마인드로 국내로 돌아올 생각 없는거 아니냐 미국에 뼈 묻으려한다 이런 이야기 들어도 끝끝내 국내 소식 하나도 안 들을거임. 들으면 바로 이명헌이 보일테고 그러면 자기가 유지해온게 무너질거 같아서


그렇게 염원하면 드리프트 지명 성공하고 나서야 우성이는 몇년 동안 도전했던걸 잠깐 멈추고 쉬는 시간을 가지기로 함. 사실 이제여 도전 시작이라는 느낌이지만 너무 달려서 몸이 지친 상태였음

몇년만에 귀국하면서 자연스레 묻어뒀던 마음도 같이 들뜨기 시작하면 좋다

국내리그 소식을 안 들은거지 그래도 산왕 선후배들이랑 연락은 했을듯. 그중에서 현필이랑 좀 많이 함. 은근히 명헌이 형 연애는 하는지 결혼생각은 하는지 막 이런거 물어볼거 같음. 뭘 하려는 의도는 없고... 걍 궁금하니까 현필이는 애가 순해서 이런 시커먼 속내 모르고 다 대답해줘서 우성이 울면서 맨날 과자나 사이즈 맞는 옷 한박스씩 보내줬을듯



대망의 귀국날
우성이는 때아닌 산왕 동창회 같은 식당 안에서 못 본 사이에 변해버린 얼굴들 외우느라 진땀 흘릴듯. 근데 그 안에 찾는 명헌이형은 없을듯. 형은....몇년이 지나도 내가 껄끄러운가보다 싶겠지. 이런 핑계로라도 보고싶던게 사실이라 애써 울거같은 마음 억누르면서 부어라 마셔라 했을듯


미국에서 애써 다독이며 억누르고 이제는 괜찮다고 생각한게 다 거짓이고 자만이라는 듯이 형이 살아 숨쉬는 나라로 왔다고 생각하니까 우성이 진짜 미칠거 같을듯 몇번 더 동창회 겸 인맥 술자리를 가져도 명헌이 형이 안 오니까 진짜 오기도 생기도 마음도 억누를 수가 없고..


그 때부터 갑자기 형을 찾아대기 시작함

근데 다른 형들은 다들 아 명헌이는 못 오지 이럴뿐임
왜요? 왜 못 와요? 이렇게도 못 물어보겠음. 아마 형은 자기 때문에 못 오는걸테고 형들이 아무렇지 않은걸 보면 적당히 둘러댄거 같음

그래서 대학리그부터 찾기 시작함. 그러고보니 다른 형들은 프로 어느 팀으로 가네 슬슬 다른 일 알아보네 이런 소식은 들었는데 명헌이형 소식만 못 들은게 생각남
미국 살 땐 차라리 안 듣는게 낫다고 생각했는데 무슨 지푸라기 잡는 사람처럼 기사 사진같은거라도 좋으니 보고싶어서 검색해보는데

안 나와 없음
어라? 명헌이형 정도되는 실력이 프로 지명이 안 되나? 싶어서 대학리그 때부터 뒤져보는데 없음. 그냥 아예 그런 선수가 없는거임

이 때부터 정우성 충격먹어서 한동안 못 움직였음
형이... 고등학생 이후로 농구를 그만뒀다고?
이 전제는 생각 못했음. 자기만큼이나 진지하고 중요하게 여기던 사람이. 대학에서 추천도 몇개 왔다고 들었는데 중간에 그만둔것도 아니고 아예 시작조차 안 한거니까.

그 때부터 뭔가 잘못되었다는걸 깨닫고 명헌이를 미친듯이 찾기 시작함. 낙수형한테 연락처 좀 달라고 해도 음 걔개 받으려나? 이러면서 주긴 하는데 걸어도 안 받음.

막 현철이형한테 무슨 일이 있는거냐 매달리며 물어도 현철이는 덤덤한 표정으로 명헌이도 생각 많이 하고 내린 결정이다 이럴 뿐임.

우성이는 세상이 부정당하는 느낌이라 귀국 뒤로 그렇게 많이 운게 처음이었음 근데 술자리에서 명헌이형 보고싶다고 운거라 다들 이상하게 봄


나중에 동오가 우성이한테 명헌이가 말하지 말랬는데....네가 너무 안쓰러워서 주는거라고 주소 하나 줬을듯

우성이 당장 그 길로 기차 예약해서 주소지로 찾아감

기차 엄청 길게 탐
크기 애매한 역에 내려서 다시 버스 탐
내려서 또! 버스 탐

보이는 풍경은 첩첩산중 밖에 없고 우성이 멍하니 형은 어디서 뭘 하고 있길래 이런 곳까지 간걸까 싶어서 또 움

그렇게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니까..... 이제 등산해야함. 솔직하 처음엔 주소 적혀있는데 바로 못 찾고 길 잃어버렸는데 트렉터 타고 가던 할머니가 알려줌. 산으로 들어가야 함. 우성이 300계단 오르던 심정으로 신에게 빌듯이 등산 함. 그렇게 중턱까지 오르자


저 멀리서 세 개 마리 데리고 옆에 소쿠리 끼고 사과 하나 베어 물던서 뿅적뿅적 걸으며 오는 명헌이 발견함

둘이 서로 눈 마주침

이명헌 사과 떨굼. 그 틈에 치대던 ㄹ ㅣ트리버(특, 유기됨)가 사과 물고 튐

둘 다 아무 말도 못 하고 서로 바라만 보는데 뒤에서 나이 지긋하신 할머니가 명헌이더러 명헌스님 이만 가보께 이러고 우성이 지나쳐서 내려가심



정우성 주저앉음


첫사랑이 스님된 썰 푼다






현필이: 네? 명헌이 형이요? 아마 결혼 생각 없지 않으실까요....(스님되셔서)

낙수: 걔가 전화 받을지는 모르겠다(첩첩산중에 처박혀서)

현철: 명헌이도 생각(스님)많이 하고 결정한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