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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5 01:16
에 대해 꾸준히 생각함...

처음엔 매주 두세통씩 날아오던 편지가 보름에 한 번이 되고, 한 달에 한 번이 되다가 어느덧 분기에 한 번 올까말까 하게 된 지 2년쯤 지났을 때.
아, 우리 관계는 자연소멸 한 거 구나. 이제 우리는 편지 앞머리에 날씨 얘기를 해야 하는 어색한 사이가 됐구나, 깨닫고 마음 속에서 조용히 정우성 정리하는 이명헌...
슬프지 않은 건 아니지만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그저 서로가 각자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기 바빠서, 어쩔 수 없는 물리적 거리를 이겨내지 못한 건데 어떻게 해.
그렇게 일년에 겨우 서너통 편지 주고 받는 선후배 사이로 돌아가게 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끼는 동생이자 가장 사랑했던 에이스인 건 변함이 없어서 정우성 느바 드래프트 기사 뜨자마자 축하한다고 앞으로도 응원하겠다고 손수 카드도 만들어 보냈던 이명헌.
답장 대신 정우성이 직접 날아온 건 쪼끔 의외이긴 했는데, 뭐 우성이도 한국 마지막으로 들어온지 꽤 되었으니 좋은 소식 생긴 김에 직접 전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으려니 해.
헤어졌다곤 해도 얼굴 못 볼 사이도 아니고, 오랜만에 보는 후배 반갑게 문 열어 맞아주는데 현관문 열리자마자 형, 너무 보고 싶었어요-하는 말과 함께 들이닥치는 입술ㅋㅋㅋㅋㅋ
여전히 혼을 쏙 빼놓는 키스에 이명헌 정신 잠깐 가출했다가 한참만에 겨우 어깨 틀어쥔 악력에서 벗어나 숨 헐떡이면서 우성아, 이게 무슨 짓이야 하고 미간 찡그리며 나무라는데 정우성 진심으로 이해 못함;

..? 왜요? 현관에서 해서 그래요? 그건 미안, 근데 급할 수 밖에 없잖아요. 형, 우리 이게 얼마 만에-
우리 이제 사귀는 사이 아니잖아. 이런 거 곤란하다뿅.
네? 잠깐만요 형, 그게 무슨-
나도 너 오랜만에 봐서 너무 반갑긴 한데, 선은 지키자고...

하다가 이명헌 정우성 표정 보고 멈칫하는 거.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헛소리를 들은 사람의 어이없고 기가 차 하는 표정인 듯 하면서도, 동시에 수틀리면 지금 누구 하나 죽일 수 있을 거 같은 심각하게 삔또 나간 얼굴.

우리가 왜.

정우성 말하다 말고 격해지는 감정 누르려는 듯 억지로 한 번 길게 호흡하는데, 별로 효과는 없었는지 다음 이어지는 말 음절음절 분노로 흔들려.

우리가 왜 이제 사귀는 사이가 아닌데요? 언제부터 그랬는데. 형, 너 혼자, 언제 헤어진건데.






1년에 한 번을 연락 안 하더라도 농구하느라 그런건데 헤어지자고 한 적 없으면 당연히 사귀는 중인 농친놈 정우성.
적당히 일반적인 세상의 기준에 따라 상식적으로 이 정도 멀어졌으면 이제 연인은 아닌 게 맞다 섣부르게 판단한 이명헌.


우성명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