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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9 17:43
이명헌 자꾸만 생각남
정확히 정우성의 농구능력과 선수로서의 역량에만 치중했기 때문에 우성이의 중학교 선배들과는 다르게 대할 수 있던 이명헌

재능을 시기하고 질투하기엔 포지션이 크게 겹치지도 않고 이명헌도 1학년 때부터 포가 주전자리 누르면서 들어온 신입이었던지라 야 쟤가 선배들 다 까고 주전인.... 이런 뒷말 하도 많이 들어서 같은 처지인 우성이한테 그런 시샘 하나도 없음

걍 음~ 잘한다더니 집중력만 고치면 아주 쓸만하겠다뿅

이런 생각외엔 없었음

그래서 우성이 동기들 질투 알아차리고 힘들어 할 때도 아.... 농구 외에 집중력 뺏기는거 에반데;; 하면서 고민상담 먼저 해주고

자기가 먼저 나서서 챙기면 2학년 애들도 다가갈거 계산해서 포카리 먼저 챙겨주고 컨디션 체크하고 훈련 너무 힘들어 보이면 안 그러는척 하면서 봐주고

다른 주전들이랑 친해져야 연계 속공 같은거 써먹을 수 있으니까 농구부 외 학교생활도 신경써주고(쉬는 시간마다 교실 찾아와줬을거 같음. 야, 저 사람 농구부 아녀?)

근데 그렇게 다정하고 착한 선배노릇 해주다가도 정작 본업(?)인 농구에서 집중력 잃거나 삐끗하면
정색하면서 벤치로 가 했을거 같음
우성이 중학생 때 같으면 저 사람이 날 미워해서 빼는구나 했을텐데 명헌이형은 그럴리가 없어->아 내가 집중을 안 했구나 이런식으로 납득해서 벤치에서 열 식힐듯

한 경기 말아먹어도 이명헌은 정우성의 재능을 믿기 때문에 그 날 저녁쯤 우성이 휴계실로 따로 불러내서 그 날 경기 복습 시켜주면서 다시 알려줬을거 같음
다음에 이런 일이 또 일어나면 안 되니까

그리고 우성이가 잘 하는 날(유난히 연계가 좋았다, 빡집중 했다, 팀원들과 소통이 되는거 같다) 우다다 달려와서 머리 박박박 쓰다듬어 줬을거 같음
봐용 하니까 할 수 있잖아용!!!


그렇게 우성이 천천히 패스받는 농구가 뭔지 알아가게 하고 선배님에서 선배 그리고 형 호칭 받을 때까지 전무후무한 산왕 에이스 열심히 굴려먹었을거 같음

다음 주장은 우성이려냐용..... 그러면 미리 데리고 다니면서 인수인계 한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싶어서 1학년 끝날 쯤엔 이명헌 옆구리 정우성이 차지하는게 당연한 그런 사이인데

미국원정훈련으로 모든게 망했겠지

아무리 농구재능 외엔 관심없는 이명헌이어도 정우성의 눈빛을 못 읽을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음. 일단 애가 너무 알기쉽기도 하고

3학년이 은퇴하면 다음 주장이자 에이스는 정우성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예측하고 옆구리에 끼고 다니면서 다 가르쳐놓고 농구 외엔 신경 안 쓰도록 노력해줬는데

그걸 다 두고 자기는 미국에 농구를 하러 가겠다고 함

갑자기 자기가 그려둔 판이 다 일그러졌다는걸 느끼는 이명헌




형....저 형한테만 먼저 말하는거예요.... 감독님만 알고있어요

하면서 수줍게 자기 앞에서 고백(?) 하는 에이스한테 배신감 느끼는 이명헌. 하늘 한번 깜박깜박 하는 가로등 전구 보다가 한숨을 한번

알겠다뿅

어.... 안 놀라시네요?

뭐....짐작했으니까.

사실 화내고 싶음. 우성이한테가 아니라 뻘짓한 자기자신한테. 그런데도 시간을 돌려봐야 이명헌이 주전이자 차기 주장으로 할 수 있던 최선의 선택은 정우성이라는게 변하지 않을거 같아서 화를 받을 대상이 없다는걸 알고있음

그러면 쓸데없는 감정소모 하기 전에 전략을 바꿔야지

우성, 너라면 잘 할거라고 믿어용

이러고 선배다운 한마디만 해주고 다음날 부터 만약 정우성이 잘못되면 다음순위인 에이스 가르치겠지
아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뿅;; 이러면서 속성으로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연습경기 투입은 우성과 그 에이스 반반으로 감. 이건 감독님하고도 이야기된 사항.
근데 그것만으론 경험이 부족할까봐 농구부 끝나고 원온원이든 다른 삼학년들 벤치후보들 끌여들어서 3온3이든 단기로 빡세게 가르치는 중임

의외로 그 후보에이스는 불평없이 잘 따라왔음. 그게 조금 마음에 든 명헌이. 너도 나도 갑작스럽지만 잘 해보자뿅 이러면서 격려도 해줌

그 기간동안 당연하지만 우성에게 쏟아부어주는 시간이 줄어들겠지. 아니어도 우성은 이제 잘 하기도 했고. 첨엔 좀 빡쳤는데 쟤 하는거 보면 미국가서도 잘 살아남을거 같기도 하고. 설마 그러지 못해도 자기 손은 떠났다고 생각함. 산왕 떠나서 알아서 한다는데 자립해야지.

정우성의 2학년 인터하이, 3학년들의 마지막 인터하이 준비 바쁘게 돌입하는데


우성이가 할 말 있다고 찾아왔으면 좋겠다
명헌이는 그제야 우성이랑 둘이 이야기하는거 오랜만이네 싶겠지. 당연함 인터하이 우승도 중요하지만 당장 3학년 빠지고 2학년 중에선 우성이 빠지면 체계가 어설프고 어색할테니 그 전까지 뭐든 만들어두려면 가장 바쁜게 이명헌이었음. 그 중심은 다음번 에이스가 잡아줘야하고. 그래서 내내 걔 옆에 붙어있었음


상담인가.....감독님이랑 하지뿅 생각하면서 우성이랑 단둘이 남게 되는 이명헌


왜뿅

용건 있으면 슬쩍 옆에 와서 귓속말하던 우성이 생각하니까 갑자기 각 잡고 이러는게 답지않아 보임. 아 이런적이 한번 더 있긴했다. 유학간다고 했을 때. 설마 그 정도급 발언인가 싶어서 우성이 얼굴 살펴보는 이명헌

우성이 뭔가 말할 있다고 따로 불러낸 사람치고는 시선이 안절부절 부산스럽다가 이내 결심했다는 듯 눈 한번 딱 감고 번쩍 뜨더니


형 저 좋아해요?

.......ㅁ, 뭐?

너무 놀라서 뿅도 안 붙임. 말도 절었음. 와 정말 예상치못한 말! 미국행은 어렴풋이 짐작이라도 했지 자기가 붙어서 컨트롤 안 한 기간동안 뭔 생각을 하면 사고가 거기로 튐?


근데 우성이 얼굴 잘 보면 얼굴이 발그레함. 이명헌은 저 얼굴을 알고있음. 맨날 우성이한테 고백하겠다고 편지들고 오던 애들이 하는 표정임


저는 형 좋아해요. 미국가니까 말 안 하려다가....... 형도 저랑 같은 마음인거죠?

아니. 절대 전혀 아닌데. 근데 황당해서 말문은 막혔음. 고백공격이 이런건가? 근데 그건 2등이 1등한테 하는거 아님? 1등이 고백하는건 못 들어봤음.

형이.....저한테서 멀어지는거 마음 아파요....

굳이 지금 아니어도 물리적 거리가 굉장히 멀어질 사이에 하면 안 되는 말 아닌가? 하지만 이명헌 19살 인생에 이런 신박한 고백은 처음이라 대책이 없었음. 농구에서 대책 못 세우면 속수무책으로 끌려다니고 점수리드도 내어주는데 꼴이 딱 그랬음

형..... 저 인터하이에서 이기면 형한테 정식으로 고백할게요!

이러고 후다닥 기숙사 돌아가는 우성이 잡지도 못하고 멘탈은 오랜만에 흔들려서 삐걱거림.

아 아니라고용!!!!! 니 고백 안 받을거고 너 안 좋아한다구용!!@@@@@ 그날 이명헌 운동장에서 억울하고 한마디 못한 자기가 등신같아서 소리지르다 경비한테 결려서 벌점먹음







......일어나. 가자.

....혀엉.

진건 진거다뿅. 일어나. 정리하고 나가야해


이명헌은 정우성을 일으켰음. 다른 사람들이 다 락커룸에 들어와도 우성이만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산왕 주장이라서 대표로 챙기러 나옴.

엉망인 얼굴보고 그래고 인터하이 모델까지 했는데 누가 볼까봐 가지고 나온 타월 머리에 덮어줌. 말 그대로 졌음. 진다는 가정을 아예 안 한것도 아니었고 예상치 못한 변수도 고려 못한건 아니었음. 인터하이 주전이 정해지고 이명헌은 왠지 심정이 복잡했었음. 비디오로 그렇게 예상하고 예측하고 ob까지 모셔다가 연습까지 했는데. 승패의 결과가 노력의 결과와 같은 얼굴이지 않다는걸 깨달은 직후 가슴이 허해졌음

근데 이명헌은 그것과 동일하게 정우성이 왜 이러는지 알고있음




형.....

비겁하게 고백하지 않을거라고 믿어 정우성.

..........

일어나. 가야해.



여전히 마지막까지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다정할 수 있던 이명헌은 실연과 중요한 패배를 맛본 에이스를 지나칠 수 없었고 그래서 우성이 일으켜주면서 말해주겠지



미국에서 승리해서 돌아와용 그러면 생각해볼테니까


우성명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