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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6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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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서태웅. 우리가 왜 불렀냐면ㅡ"
"ㅡ반대하는 백호군단은 용서할 수 없ㅡ"
"ㅡ기는. 뭐래는 거야. 시끄럽고! 듣기나 해."

백호가 백호군단에게 수줍어하면서 "눗..! 이 천재가 여우새끼랑 사...사귀기로...했어...!"라고 보고했을때 사실 아무도 안놀람. 북산왕전에서 그 염병천병을 다 봤는데... 재활할때 서태웅 저거저거 병원에 출석찍었잖아... 청대 가서도 거기까지 뛰던 애였다며... 그냥 시간문제였다고 생각했던 백호군단임. 태웅이 눈이 백호한테서 떨어지질 않은걸 1열에서 다 봤잖아. 백호가 보고한 그날 태웅이를 옥상으로 부른 애들이었음.




"백호는... 많이 애야. 네가 뭘 생각하든 그 이상의."
"그런데 그 애라는게 자기 몸이랑 잘 못사귄 덩치만 큰 애라는 뜻이거든."
"서태웅 너, 애들은 그냥 이유 없이 열나고 그러는거 아냐? 백호가 그래. 튼튼하긴한데 걔, 혼자서 사니까 혼자 아프고 참다보니까 괜찮아져서 마냥 튼튼해보이는거다?"
"백호, 기본 체온이 높다. 그래서 열 나는거 방치하면 폐렴으로 갈 수도 있다고 의사가 그러더라. 우리가 왜 일 삼아서 박치기 당하는줄 아냐? 그거 다 체온측정하는 거다..."


태웅이가 얼굴이 더 창백해져서 경청했지. 멍청이는 대체 어떤 인생을 살아왔길래 친구들이 이런걸 챙겨줬던걸까. 이제는 자기가 정신을 똑바로 차릴 차례였음.


"서태웅, 백호 알약 못 먹는다. 달래서 물약 해열제 먹여야해. 딸기맛 아니면 토한다."
"백호네 집 주변의 늦게까지 여는 소아과 전화번호다."
"걔, 깔끔쟁이라서 땀흘리면 그냥 옷 벗어버리는데 여분 옷을 가지고 다닐 성격도 아니고 그러다 열 오르면 꾹 참고 티도 안내서 일 커진다."
"이런거 못 챙긴다고 해도 이해할게."



태웅이가 호열이한테 솔직하게 말했지.

"다 못 외웠어. 적어주면 좋겠는데."

애들이 좀 놀래서 태웅이 어깨를 한 번씩 두드렸겠지. 솔직히 이런 말 하면 귀찮아하거나 질려할 줄 알았는데 서태웅은 누구보다 진지했음. 짝사랑한 하던 백호가 진짜 임자 만난거 같아서 대남이부터 눈물을 글썽거리더니 태웅이한테 자기들 사물함에 비상약 있는데 이름 적어준다고 한마디씩 했겠지.
















"섭섭군, 만만군! 여우새끼가 괴롭혀! 혼내줘!"

백호가 상탈을 하고 태웅이를 피해 도망쳐서 선배들 뒤에 숨었겠지. 태웅이가 딱 붙잡아서 일단 박치기를 해봄. 둘 다 돌머리여서 불꽃이 튐. 멍청이, 미열 있네.


"잔말 말고 입어. 열나서 주사 맞고 싶으면 그 꼴로 버텨보던가."
"이 천재는 열 같은거 안나!"

태섭이가 백호 붙잡았는데 뜨끈한 체온에 놀래서 대만이한테 "선배, 쟤 잡고 있어요."했겠지. 태웅아, 약 있냐?


"물약 말고는 못 삼킨대요, 저 멍청이."
"줘 봐."

태섭이는 오빠잖아. 백호 코를 대뜸 쥐더니 백호가 입 열자마자 시럽 한스푼을 밀어넣었지. 서러워서 뿌애애애애애앵 우는 백호한테 대만이가 사탕 얼른 까주면서 "너 이렇게 옷 안입고 도망다니면 다음부터는 호박맛 약 준다."하니까 백호 더 울다가 "...딸기맛 약 줘!"하겠지. 북산이 다 달라붙어서 키우는 전교막내가 백호군단 말고도 응석부릴 자리를 찾았겠지. 태웅이가 가방을 가져와서 백호 만세 시킨 다음에 자기 옷으로 싹 다 입혀놓고 다시 한번 이마를 대고 열을 쟀지.


"호박맛 약 안줄테니까 말 좀 들어라. 애인이랑 손 잡고 등교하는게 네 로망이면, 나는 애인이 안아프면 좋겠어."

백호가 열이 아니라 사랑받는 기쁨 때문에 발그래져서 "...미안."이라고 했겠지. 여우는 백호가 애새끼같다고 질색한 적이 없었음. 갑자기 자기 몸만한 가방을 짊어지고 다니더니 백호를 입히고, 먹이고, 보살피기 시작했지. 질려하는게 아니라 잘 하려고 하는게 백호 마음을 간질간질하게 만들었음.




















[여우에게]

나 천재 강백호. 너도 러브레터 받고싶다고 계속 그랬는데 이제 써 본다. 사실은 서로 좋아하는 사이가 된 거 처음이라서 가끔 너한테 박치기를 해야하는지, 꼭 안아줘야 하는지 헷갈려서 그냥 둘 다 한다. 튼튼한 여우라서 다행이다...

나 어제 열이 났잖아. 근데 자다가 그런거라 난 몰랐어. 네가 날 깨워서 약을 먹이는데 계속 "미안해, 미안해, 착하지." 하길래 뭔가 싶었는데 딸기맛 물약 없어서 약국 돌아다녔는데 다 닫아서 못사왔던 거지? 그래서 네 가방 속에서 해열제 알약 꺼내서 그거 빻아서 먹여준 거잖아. 일어나보니까 내가 반은 삼키고 반은 토해놨었나봐, 여우 너한테. 그 새벽에 입도 안열어주는 날 달래서 약 먹이고, 빨래도 하고, 아침에 죽도 줬어. 날 안 만났으면 이런거 해볼 일도 없었을텐데 내가 미안해야지.

연애를 하면 해주고 싶은게 많았는데 너랑 다 할 수 있어서 좋아.
연애를 하는 건데 네가 안해도 되는 것까지 하게 해서 막 눈물이 나버렸어. 그래서 편지가 번져서 못생겨졌다...

아침에 일어나면 네가 내 이마에 네 이마를 대보잖아. 우리집에서 자면 매번 그랬지. 귀찮지도 않은지 빼먹지도 않고. 날 많이 아껴서 네가 능숙해지는 일이 많아지는게 좋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해. 너로 가득찼어. 내 마음에 여우가 꽉 들어차서 또 눈물이 났어. 또 눈물로 못생긴 편지...

나 빨리 클게. 자다가 울지도 않고, 아니 약속한 것처럼 너 없는데서는 안 울고, 아프면 약도 잘먹고, 알약도 먹을 수 있게 그렇게 클게. 네가 내 손을 잡고 있을테니까 할 수 있을거 같아.

천재 애인 전용 비상약, 나 갈아입힐 옷, 배고프기 전에 먹일 야끼소바빵 이런 걸로 가득한 여우가방에 살짝 넣었둘게. 러브레터가 눈물로 얼룩져서 미안. 언뜻 기억나는 새벽에 날 걱정하던 네 얼굴이 생각나서 또 눈물이 났어. 울면 열나고, 그럼 또 네가 걱정하니까 이제 안 울거야.

손 잡고, 네 자전거 뒤에서 등을 껴안고 이따가 집에 같이 오자. 약 냄새 안나는 입으로 너한테 뽀뽀할거야.

천재남친 강백호

























나중에 느바에서 뛰는 느바서, 느바강 부부가 출산육아로 시즌아웃일때 서태웅이 하도 육아만렙으로 아기 가을이 케어를 잘해서 동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겠지. 바다건너 백호군단이랑 느바정, 느바송 부부랑 일본의 선후배들은 아무도 안놀랐지만.



[서선수, 첫 아기신데 능숙하게 육아하는 비결 좀 들려주시죠!]

"가을이가 제가 키운 첫번째 애는 아니니까요. 말은 잘 안들었지만 잘먹고 잘커서 착하게 알약도 먹게 된 큰 애가 있어서. 둘 다 귀여워서 보람있습니다. 멍청아, 가을이 비행기 태우지 마!! 등근육 놀란 상태라고 내가 쓰지 말랬지? 이리 와!"


머리가 붉은 큰 아이는 지금도 손이 많이 가지만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눈을 떼지 못하는건 여전했지. 백호가 가을이를 안고 "저기, 여우아빠 있네!"하면서 웃으며 쳐다보는 순간 행복이 자신을 덮쳐오는걸 느끼면서 인터뷰를 끝내고 카메라 밖의 자신의 인생들에게 걸어갔지. 육아는 힘들었지만 사랑으로 자라나 준 저의 인생들에게.






루하나
슬램덩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