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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5 00:12
왜 이렇게 좋은 건지... 실패한 짝사랑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순정 양키 둘이서 잔잔하게 만나는 거 보고싶다


박철은 또 보자 스포츠맨 이후로 정대만 인생에 나타나지 않게 됐고 양호열은 죽고 못살던 강백호 미국으로 보내게 된 다음에 우연히 둘이 만나게 되는 거
스무살 된 양호열 백호군단도 이제 다 자기 하고싶은거 찾으러 떠났고,, 혼자 가야할 길을 못 찾고 남아있던 호열이... 호열이 혼자 남으면 정말 어딘가 나사 빠진 채로 살아갈 것 같은데. 그냥 밥 먹으면 먹고 잠 자면 자고,, 게다가 백호 미국 가면 삶에 대한 목표나 의지라는 게 없이 살아가는 시기가 있을 것 같음.. 그러던 어느날 그날도 의미 없이 스쿠터 몰고 도로 달리고 있었는데, 이제는 혼자 타게 된 스쿠터가 영 속도가 나질 않는 거지.
왜이러지.. 하고 봤는데 부품 하나가 망가져 있는거야 

그거 수리하러 간 정비소에서 정비복 대신 기름 때 잔뜩 묻은 나시 하나 걸치고 두툼한 장갑 낀 채 공구 매만지고 있는,, 몇 년 전이랑 전혀 다를 거 없는 몰골의 박철 만나게 됨. 바쁠 때 수리 맡겼는지 정비소에 사람이랑 차가 끊이질 않는데 오는 손님들이랑 가벼운 대화도 하고, 빠른 손놀림으로 금방 수리하는 거 보면서 생각보다 성실하네 싶었을 듯
원래라면 살갑게 얘기할 사이도 아닌데 그냥 둘다 괜히 ... 허한 마음에 양호열 묵묵히 자기 스쿠터 수리해주는 박철 옆에서 수리 끝날 때까지 기다림 수리하는 동안 둘 한 마디도 안 할듯
근데 얼추 마무리 되고 박철이 먼저 종이컵에 믹스커피 한잔 건네주면서 호열이 옆에 털썩 앉는거지
그냥 그 뜨뜬미지근한 종이컵 반밖에 안 오는 진한 믹스커피 아무 말 없이 나란히 앉아서 마시다가 호열이가 먼저 입 연다

강백호 미국 갔어요. 그 때 그 빨간머리. 이러면 아, 그 손 맵던 놈. 이러고 킬킬 웃는 박철... 사나운 눈매가 웃으니까 확 접히는데 묘하게 자기가 기억하던 모습이랑 좀 다르다? 싶어지는 호열이겠지
잘근잘근 씹은 종이컵 매만지다가
... 대만 군은, 대학 잘 들어가서 지금 대학리그 뛰는데. 연락은 해요? 이러고 물어보면 조금 남아있던 믹스커피 한입에 털어놓고는 안해. 그놈은 스포츠맨 이잖냐. 이러고 픽 웃는 박철과... 그 웃음이 왠지 저랑 닮았다고 느껴버리는 양호열.

그런데 기특한 호열이 스쿠터가 하도 백호군단을 태웠다 보니 자꾸 한두 군데가 고장나기 시작해서 ㅋㅋ 자연스럽게 박철네 정비소 자주 찾아가게 되는 호열이... 근데 양호열 야매로 수리하던 짬빠 있어서 ㅋㅋ 박철이 옆에서 수리해주면 거기에 이거 말고 이거 끼우는건 어때요? 이런 식으로 첨언해주기 시작함 그리고 그거 보면서 얘 소질 있겠는데 싶어서 너 한번 제대로 배워보지 그러냐. 하고 툭 내뱉는 박철
근데 박철 자기 밑에서 가르칠 생각은 없었거든 자기도 아래서 일하는 직원일 뿐이라 호열이가 배워보겠다 하면 다른 좋은 곳 찾아서 붙여줘 볼 생각이었는데
나 그럼 당신 아래서 배워보고 싶은데? 하고 씨익 웃는 아기두부 매운 주먹에 그렇지 못한 말간 얼굴에 훅 꽃혀서 어영부영 자기 아래로 들이게 되는 거지

그렇게 정비소 직원이랑 견습생 둘이서 별 대화도 없이 서로 할 일만 하면서 일만 배우고 가르쳐 주다가... 비 세차게 쏟아지는 어느 장맛날 장사 텄네 싶어서 쏟아지는 비 물끄러미 보다가.. 불 붙어서 바로 배 맞대면서 시작되는 것도 좋고

아니면 서로 간에 교집합인 강백호 정대만 이야기 하다가, 이미 다 지나가버린 짝사랑 조금씩 털어놓으면서 묵묵하게 위로해주다가, 점점 서로의 일상이 궁금해지는 전개여도 좋다
박철이 밥 제대로 안 챙겨먹는다는 거 알고 백호한테 해줬던 것처럼 반찬 몇개 만들어온 양호열이 점심 시간에 담배만 뻑뻑 피는 박철 끌어다가 점심 먹이는 것도 보고 싶음. 근데 그런 날들이 많아지는 거지 사무실 안에 있는 작고 낡은 냉장고에 양호열이 해둔 반찬이 점점 쌓이고
그러면 박철은 또 아닌 척 밥값이다. 하면서 괜히 자기 월급 떼어다가 보너스처럼 건네주는데, 또 그거 받아든 양호열은
이거 말고. 밥 뭐 좋아해요? 이래서 그날 퇴근 후에 같이 장 보러 같이 갔다가... 그날 양호열 집까지 가게 돼서 저녁 얻어먹는 날도 생기고
양호열 집 가서 저녁 얻어먹은 그 날 처음으로 둘 서로에 대해 많은 대화를 하고... 다음에는 박철이 지네 집에 데려가서 저녁 먹이고,, 그러면서 잔잔하게 새로운 사랑을 하게 되는 철호열

그러다 사귀고 난 다음에는 호열이 음식 솜씨가 생각보다 진짜 좋고, 위험한 공구 다루면서 수리하는 거 보기 싫어진 박철이 자기 정비소 차리고 안정된 다음에 호열이한테 소박한 이자카야 하나 차려주는 것도 좋겠다
박철 정비소 근처로 자리 잡아서 퇴근 후에 매번 호열이네 가게 가서 저녁 먹는 철이랑 올 시간 되면 알아서 박철이 제일 좋아하는 어묵탕이나 무조림 이런거 만들어두는 호열이
나이 좀 먹고는 박철도 유해진 면이 있어서 가게에서 손님들이랑 스몰톡도 좀 하고, 가끔 박철이 주방에 들어가서 조촐한 요리도 좀 해주고
그렇게 호열이 퇴근 때까지 기다리다가 이른 새벽 즈음 손 잡고 함께 사는 집으로 돌아가는.. 그런 사랑을 하는 철호열


박철이 ㄹㅇ 엇나간 삶 사는 것도 좋은데 정대만이 흘려준 그 스포츠맨의 용기가 박철에게도 어떤 울림을 줘서 인생 막 살지 않고 성실하게 살았으면 좋겠음 ㅠ 그렇게 자신만의 길을 먼저 찾은 박철이, 사랑을 떠나보낸 채 막 헤매기 시작한 양호열에게 건조한 길잡이가 되어주는 거
누군가의 그림자와 같았던 두 명이 서로의 마음을 조용하게 알아가고, 서로의 중심이 되면서 소소하게 사랑하게 되는 철호열이 좋다



철호열 호열텀
슬램덩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