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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2 20:21
대만이는 뜨겁고 빠르게 타지만 계속 장작을 넣지 않으면 금방 식어버리고 호열은 애초에 차갑고 느리게 열이 오르는 대신 그만큼 그 온도를 오래 유지함 둘의 성향이 너무 달라서 분명 만나는 시간은 긴데 감정은 달라지는게 좋음


처음엔 대만이는 자기 사람들에게 다정하고 어른스럽게 굴어도 결국 애들처럼 장난치고 놀리기도 하는 호열이에게 반해서 짝사랑을 시작하는데 워낙에 생각이 겉으로 드러나는 사람이라 금세 들켜버렸을 거임 호열이는 대만이를 그냥 아는 선배라고 생각해서 아무 감정이 없었는데 당황해서 몇 번이나 말을 돌리다가도 눈을 마주치고 떨면서 좋아한다 고백하는 대만에게 흥미가 생겼음 분명 못된 짓인걸 알면서도 호열은 대만의 고백을 승낙했음 그리고 그가 자신을 계속해서 좋아할 수 있도록 여지를 주었음


대만은 자신의 짝사랑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너무 기뻐서 호열이 그를 대하는 태도가 잘못된 것도 시간이 꽤 흐르고 나서야 알았음 하지만 안다고 해서 달라진 건 없었을거임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미련할 정도로 달려드는 인물이었고 어떻게 하면 호열이 자신을 좋아해줄까 고민했음 하지만 그와 동시에 과연 이렇게 한다고 호열이 그를 좋아해줄까 하는 의구심도 조금 생겨났음


호열은 자기가 대만을 가지고 논다는 것을 알았고 언제쯤 그가 먼저 헤어짐을 고할까 생각하고 있었음 하지만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대만은 처음처럼 그에게 가까이 붙으며 좋아하는 티를 내었고 평생 농구만 하며 살던 사람이 남자 둘이서는 어색할 데이트 장소를 알아오기도 하고 몸을 맞붙여 오기도 했음 처음으로 입을 맞추었을 땐 대만의 손이 차마 그의 어깨에 닿지도 못하고 방황해서 호열이 직접 그의 손목을 끌어 목을 껴안게 했음 비록 자각하진 못해도 호열은 대만에게 끌리기 시작한 거임


대만이 졸업을 하고 일 년쯤 흘렀을 땐 호열은 그에게 완전히 빠져있었음 그리고 그 사실을 자신도 알았지 하지만 그와 반대로 대만은 이 관계에 대한 자신감을 많이 잃은 상태였음 분명 호열이랑 같이 있으면 행복한데 그만큼 불안한거임 혹여나 그가 관심을 잃고 예전으로 돌아갈까 싶어서 그럴 일이 없을 것이란걸 알아도 충족할 수 없는 결핍이 그를 괴롭혔음 그 감정은 점차 대만이 자신감을 잃게 했고 그는 자신을 잃는 것과 함께 호열에게도 해를 끼칠까 두려워서 이별을 고했음 호열이 아무리 울며 붙잡아도 소용이 없었을 거임 대만은 성인이고 호열은 학생이니 근본적인 나이차가 걸렸겠지


관계가 끝을 맺으며 대만은 호열을 잊기 위해 노력하는데 호열은 오히려 대만을 더 사랑하게 되었음 바랜 추억에 애틋함이 더해지니 그가 기억하는 정대만은 실제보다도 더 아름다워진거임 둘의 재회는 스물 중반이었는데 호열은 우연한 만남을 필연으로 바꾸어 대만에게 고백했음 하지만 어린 대만과 달리 그 술에 취해 눈도 못마주치고 그의 팔을 잡은 호열에 대만은 애정보단 동정심을 느꼈음 아무리 잊으려 노력했어도 결국앤 첫사랑이었던 거임


둘은 한 집에 살았고 호열은 다신 전의 연애를 반복하지 않겠다 다짐했음 대만은 그저 이번엔 저번처럼 힘들지나 않기를 바랬지 그래서 둘 사이의 감정의 간격이 너무 커지며 더 위태로워지는 거임 하지만 언제나 불안해하는건 호열의 쪽임 분명 대만과 매일을 함께하고 있는데 그는 붕뜬 것처럼 같이 있어도 같이 있는게 아니라서 쓸데없는 걸로 트집을 잡아 집착을 하기 시작하고 대만은 그에 반항하지 않고 그가 원하는 쪽으로 따라주었음


그가 집에 돌아오면 호열은 속옷 한 장 남기고 대만의 옷을 다 벗긴다음 혹시나 그가 바람을 피진 않았을까 확인하고 결국 속옷까지 벗겼음 그리고는 아이처럼 대만의 품에 파고들어서 그의 하루를 물어대고 끝내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나서야 그 과정이 끝이나는 거임 그럼 대만은 매일 반항하지 않고 호열을 안아주며 사랑한다고 말했음 나중에 호열이 그의 손에 멋대로 반지를 끼워도 대만은 거부하지 않았음



대만의 불에 호열이 쏟은 것은 탈 수 있는 액체가 아니라 그의 감정을 눅눅하게 만들었음 그래서 나중에 호열이 아무리 그에게 불을 붙이려 해도 이미 나무는 젖은 후라 제대로 불이 붙지도 타지도 않는 거임 하지만 호열이에겐 금방이라도 꺼질거 같은 불씨가 너무나 소중해서 피부가 데여 물집이 오르는 것도 모르고 품에 꽉 껴안고 있는 관계가 좋음



호열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