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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1 04:40
대협은 딱 한 번 가 볼 요량으로 백호가 입원해있는 병원을 찾아갔음
백호 재활쌉가능하다는 소식을 경태가 물어온 뒤 능남 농구부에서도 단체로 병문안을 간 적이 있었는데 대협은 오히려 거기엔 끼지 않았음. 입만 열면 강백호 타령하던 놈이 빠지는게 무슨 경우냐며 부원들이 한마디씩 했으나 대협은 왠지 우르르 몰려가고싶진 않았음
그러고서는 오늘은 왠지 다른 방문객이 있지 않으려나, 오늘은 너무 덥네, 오늘은 무조건 낚시가야되는 날씨라서, 등의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다 어느날 충동적으로 발걸음을 옮겼음
공교롭게도 딱 백호 저녁 먹을 시간에 도착해 함께 병원 식당에서 밥을 먹게 되었는데 그 날 메뉴가 새우튀김우동이었겠지
백호는 평소에도 식당 아주머니들한테 꽤 예쁨을 받는듯했음. 그런 백호가 갖은 아양을 떨었음에도 인당 1개인 새우튀김을 겨우 2개 받아내는 것에서 그쳤음
그야말로 필살애교를 부리는 백호를 즐거움 반 안쓰러움 반으로 구경한 대협이 대신 아쉬워해줬겠지. 아- 그렇게 노력했는데 겨우 하나 더 받았네.
오늘 사람이 적어서 망정이지 새우튀김은 원래 더달라는 말 꺼내기도 눈치보이는 메뉴라고 백호가 쿨하게 대답했음
방금전까지 커다란 어깨를 잔뜩 숙이고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새우튀김 하나만 더 주실수 있나요옹- 옹알거리던 사람은 온데간데 없었음
백호가 쾌남스럽게 두 입 만에 커다란 튀김을 해치우고, 두번째 새우튀김은 약간 커다란 편인 앞니를 이용해 조금씩 베어먹는걸 보고 있자니 대협은 웃음을 참기 힘들었음

얜 일부러 이러나. 무슨 튀김 하나 먹는것도 웃기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대협이 옛다, 너 다 먹어라 하고 자기 몫의 새우튀김을 백호 그릇에 얹어줬겠지
백호 눈이 접시만해지면서 윤대협 미쳤냐? 호열이도 새우튀김은 안 주는데! 야너진짜좋은사람이었구나다시봐따윤대협!!! 법석을 떠는바람에 대협이 결국 아하하, 웃었음
새우튀김만 한 무더기 사주려면 마트를 가야되나, 횟집을 가야되나? 고민하는데 백호가 자긴 나중에 슈퍼농구스타 되어서 새우튀김 산처럼 쌓아놓고 물려서 못 먹을때까지 먹어볼거라고, 무슨 대단한 야망인것처럼 얘기함

슈퍼농구스타가 될 때까지 참으려고? 직접 튀겨먹으면 생각보다 돈 안 들거야. 한 50마리쯤 먹으면 제아무리 너라도 물리겠지. 그렇게 말을 받았다가 둘은 정말로 대협의 자취방에서 새우 50마리를 튀기게 됐음
백호는 튀김을 할 줄 알았지만 렌지 후드가 변변찮은 낡은집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후라이팬 하나 덜렁 들고 대협의 집에 들이닥쳤음
대협의 주방과 냉장고를 보더니 너 여기서 사는건 맞냐며 마트로 향한 백호가 새우를 포함한 여러가지를 카트에 담았고 대협은 계산을 했음

백호는 자신만만하게 튀김반죽을 만들고나서야 본인이 생물 새우를 손질해본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됨
그때까지 대협의 처참한 살림살이 실력을 타박하면서 쉼없이 손을 놀리던 백호가 채반 가득 담긴 새우에 손을 뻗었다가 멈칫하더니 자신의 눈치를 살피는 것도 대협은 너무 웃겼을거임
잔뜩 잘난체하더니 혹시 새우 못 만지는거냐고 놀릴수도 있었지만 대협은 말없이 빙긋 웃으며 새우를 깠음
윤대협이 이걸 왜 할 줄 알지?라는 눈빛으로 쳐다보길래 나 바다 낚시 다녀서 이런거 익숙해- 라고 말함
백호는 몇 번 보더니 곧잘 따라했고(🌸:아 손질돼있는거 살걸) 둘은 그날 저녁 새우튀김으로만 한 끼를 떼웠음(그러나 백호가 새우튀김에 물리는 일은 없었다)
가게에서 파는거랑 달리 뜨거운 기름에 들어가자 새우가 꼬부랑 말려버리는 원인이 무엇일지 둘이 심도있는 토론도 함

덕분에 소원성취했다며 개운하게 떠나려는 백호를 붙잡고 네가 잔뜩 사놓은 것들 나 어떡해야 해? 대협이 팔자눈썹을 하고 물었음
그 후로 백호가 종종 대협이 집에 와서 뭔가를 해먹고 놀다가 너무 늦어진 날은 자고 가기도 하고, 그렇게 됨
백호는 요리를 딱 기본만 아는 수준인데 돈이 없어서 메인 재료를 못 쓰다보니 재미도 못 붙이고 있었음
근데 백호가 요리하는 명목으로 재료비는 윤대협이 담당하니까(설거지도 윤대협이 함) 개꿀인 거
그렇게 농구가 아닌 다른 것으로 가까워져서 둘이 심야영화를 보고와서 밤새도록 영화얘기를 하다 잠든다거나, 주말에 시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거나. 윤대협이 도쿄에서 자주 다니던 곳들이라든지, 도쿄에서 다니던 학교라든지, 윤대협 본가도 구경갔음(왜인지 멀리서만 보고 들어가지 않았음)

백호가 2학년이 되던 봄에 대협이 고백했고 차임
백호는 좀 당황했지만 한 일주일 텀을 두고 다시 원래 하던대로 둘이 놀려고 함
근데 대협이 빙긋빙긋 웃으면서 이제 자긴 3학년이라 대입 준비해야해서 바쁘다고 거절하겠지
처음 몇 번은 넘어가주다가 윤대협 집에 쫓아감
윤대협이 이젠 현관문만 빼꼼 열어주고 안에 못 들어가게 버티고 서있는것부터 서운해서 백호도 말이 좀 막 나갔음

너 설마 차였다고 뒤끝부리는거냐? 난 50번 차였어도 그 중에 한 명도 원망하지않악어! 그것이... 사나이니깐... 넌 고작 이것밖에 안되는 남자냐? 백호도 자기 말 개소리인 거 암

그래도 윤대협이 마음 잘 접고 예전처럼 지내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을 횡설수설 전달했음
조용히 듣던 대협이 그건 네가 너무 이기적인 거 같은데. 딱 잘라 말하자 백호는 손에 식은땀이 다 났음
저렇게 냉정한 표정도 처음 봤고, 원래 둘의 관계는 뭐든지 백호 하자는대로 되는 편이라서(윤대협이 버릇 다 버려놈) 잘 타이르면 될 줄 알았는데 아니다 이거 씨알도 안 먹히겠다... 직감이 든거임

대협은 대협대로 백호가 전해주는 북산 근황 들으면서 서태웅이든 수줍은 여성팬이든 누가 채가는 거 시간문제다 싶고, 옆에 붙어있으면서 그 꼴 다 볼 생각은 없었음
그래서 차이고 나서는 마음 독하게 먹고 끊어내야겠다 하고 있는 사람한테 떼를 쓰니까 얄미운 마음도 들었음
누구는 누구한테 차여서 일주일 내내 이불 뒤집어쓰고 울었는데 말이야

어쩔 줄 모르고 입만 뻐끔거리고 있는 백호를 계속 보고 있다간 또 져주고 싶어질 거 같아서 대협이 현관문을 닫자 백호가 문틈에 발 끼워넣고 그래 사겨 사귀자 함 해보자아악해서 사귀게 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