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58240868
view 2611
2023.08.11 03:31
하는거 보고싶다





우태 21살에 속도위반으로 가진 2세가 어느덧 열일곱 생일을 맞이함 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기엔 너무 젊은 부부 우태 하지만 아이를 위해 이악물고 느바도 가고 육아도 거뜬히 해내서 완벽한 일가족을 일궜을거임

개방적인 영어권 문화에서 키우기도 했고 우성이도 그렇게 자랐으니 2세도 자연스럽게 우태를 이름으로 불렀음 존댓말? 태섭이가 존댓말 가르쳐줄때 말곤 안써 아빠? 우성이한테 잘못했을때만 그렇게 부름 2세 모범적인 아이라 그래봤자 통금시간 넘겨서 원온원 한게 다겠지만

농구선수 아빠를 닮아 남들보다 일찍 성인의 모습에 가까워진 2세는 우성의 바탕에 태섭의 조각을 끼워 만든 것 같았음 키는 태섭이를 훌쩍 넘은지 오래였지만 삐딱한 짝눈썹은 똑 닮았거든


그러니까, 그 짝눈썹이 문제였어


송태섭은 살면서 종종 그런 생각을 했어 형이 살아서 지금 내 나이가 됐다면 어떤 모습일까, 키는 얼마나 컸을까, 농구는 여전히 잘 했을까 하고 늘상 상상 속 준섭은 자연스럽게 저보다 20센치는 크게 그려졌겠지 가끔은 상상이 기억을 이겨 실제로 마지막으로 봤던 모습보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형의 고교 시절이 더 선명했어

그러니까 제 키를 훌쩍 넘긴 저를 닮은 아들을 볼 때마다, 준섭이 맞이하지 못한 시절이 떠오르고 마는걸 태섭도 어쩔 수 없었음 우성과 대화하다 더 가파른 산을 그리는 2세의 짝눈썹이, 장난기를 가득 담아 찡그렸다 펴지는 미간이 꼭 형이 제 배에서 다시 태어난 것만 같았어 그러다 보니 태섭은 2세가 어릴 때보다 거의 다 큰 지금 더 애틋함을 느꼈겠지


침대에 겹쳐 누워 벗은 제 등을 쓰다듬는 우성에게도 그 얘기를 해줬어 2세가 내 몸을 빌려 다시 태어난 형처럼 느껴진다고 태섭에게 형이 어떤 존재인지 아는 우성은 그저 꼭 안아주며 네가 그렇게 느꼈다면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못다한 만큼 아이를 사랑해 주라고 말했겠지

그러면 안됐었는데



그 날 이후로 2세에 대한 태섭의 집착이 일파만파 커져갔어 우성이한테 허락이라도 받은 양, 2세의 등하교 시간부터 만나는 친구들과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싶어 했겠지 틈만 나면 2세 폰은 태섭이 이름으로 반짝였어 게다가 하필 집 앞에서 동급생 여자애랑 키스하는 모습을 태섭이한테 들키는 바람에 더 심해졌겠지

송태섭도 나름 머리가 아팠어 이러는게 아이를 위한게 아닌걸 아는데 매일 아침 태섭의 뺨에 뽀뽀하고 문 밖을 나서는 그 애의 뒷모습에서 자꾸 준섭이 겹쳐 보인단 말이야 솔직히 혼자 집 밖을 나가게 하는 것 자체가 태섭에겐 관용이었어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겪을 지 모르는 불안을 연락으로나마 해결했을 뿐임 우성은 그런 태섭이를 다독여주며 아이를 더 믿어달라고 부탁했어 성인에 가까워지는 나이니까 곧 떠날까봐 불안한게 당연한 거라고, 그래도 독립해야만 하는게 자식이니 조금만 참아달라고 했겠지

하지만..정우성 눈에 더 이상한건 사실 2세야 그 나잇대 애들은 부모가 시시때때로 연락해대는걸 끔찍해 할만도 한데, 2세는 꼬박꼬박 태섭한테 칼답을 해줬음 몇 시에 들어오라면 그 시간을 1분도 넘기지 않았고 누굴 만났냐 물으면 사진까지도 보내줬어

한 번은 우성이 2세를 픽업하러 갔는데 창 너머로 보이는 2세가 설레서 죽겠단 표정으로 폰에서 눈을 못떼고 문자를 해대는거야 결국 가볍게 경적을 울린 우성을 2세가 뒤늦게 발견하고 조수석에 올랐음 우성이 반 농담으로 누구? 전에 그 키스하다 들켰다는 애? 하고 묻자 2세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태섭이거든~ 하면서 보란듯이 폰 화면을 내밀었어 정말 방금 전까지 태섭과 주고받은 문자가 띄워져 있었음

우성은 두 사람이 서로에게 느끼는 애정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적으로 알아채고 말았어 다만 그보다도 태섭이 우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비교도 안되게 컸고 상식적으로 말도 안되는 생각이라 애써 외면하려고 했던 거지 그렇게 우성이 시간을 두고 천천히 경계하는 동안 2세가 도발을 해왔어


지난번엔 차고 뒤쪽 구석이더니, 이번엔 대놓고 대문 앞이었어 2세는 우태가 함께 퇴근하는 시간 쯤에 보란듯이 집 앞에서 키스를 하고 있었음 멀찍이 떨어진 도로 한복판 차 안에서 놀라서 오도가도 못하는 태섭을 정확히 쳐다보며 2세는 상대의 허리를 강하게 잡아챘어 꼭 태섭이 여자였다면 그렇게 생겼겠다 싶을 정도로 곱슬거리는 머리와 탄탄한 몸매의 여자 동급생이었음 태섭은 어쩔줄 모르다가 우성에게 잠깐만 멀리 주차해두자고 말했고 우성은 일단 그 말을 따랐어 그 와중에도 2세는 우성은 보이지도 않는다는 듯이 굴었음

저녁 식사를 하며 태섭이 먼저 2세에게 만나는 아이가 있었다면 말해줬으면 좋았겠다며, 몰래 보는 모양새가 되어 미안하다고 사과했어 훈육보단 뭔가..애교 섞인 질타처럼 들렸어 2세는 과장되게 민망한 척 하며 둘이 우릴 본거야?! 헐 완전 쪽팔려.. 너스레를 떨었겠지 결국 우성의 표정이 차갑게 식어버렸어


그날 밤, 태섭이 씻는 동안 우성은 윗층 2세의 방에 노크를 했어 2세는 태섭이 직접 골라준 실크 잠옷으로 갈아입느라 상의를 벗어 던진 채였음 정우성보단 작지만 이미 꽤 탄탄해진 몸이었어 우성이 냉한 얼굴로 2세를 보는 동안 2세는 아무 것도 모르는 척 천천히 옷을 꿰어 입으며 우성을 기다리게 했겠지

왜그래? 동화책 읽어주려고? 여덟살 이후론 졸업한 우성과 2세의 의식을 끄집어내며 2세가 농담을 던졌어 우성은 말없이 희미하게 들리는 욕실 물소리를 듣다가 문을 꽉 닫고 뚜벅뚜벅 걸어 들어왔어 머리 하나는 더 큰 정우성이 가까이 다가와 2세의 위로 그림자를 늘어뜨렸음

- 묻는 말에 솔직히 대답해.

- ㅋㅋㅋ..뭐야 왜 무게를 다 잡고..뭔데?

우성은 당장이라도 주먹을 갈기고 싶은 잘못된 충동을 씹어 삼키며 조소를 띄운 아들을 내려다 봤음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2세도 우성을 똑바로 봤겠지

- 어젯밤에 침실 앞에 있었지.

순간 2세의 동공이 흔들렸음 우성은 한 발 더 2세에게 가까이 다가왔어 순간 2세의 눈 앞으로 어젯밤 뜨거웠던 부부의 정사가 선명하게 그려졌어 그리고 거기서 눈을 못떼던 자신도..

- 바닥, 제대로 안닦고 갔던데.

- 무슨 말인지….

- 발뺌할 생각 마. 태섭이 보기 전에 아빠가, 직접 정리했으니까.

아빠, 라는 단어에 힘을 주어 말한 우성에게 2세는 겁보다 반항심을 들끓였어 동시에 약간의 수치와 해방감도 느껴졌겠지 직접 정리했다고..그럼 내가 뭘 보고 뺐는지도 알겠네

- 나 뭐, 무릎이라도 꿇어?

- 아무 짓도 하지마.

조도가 낮은 방 안에서 우성의 눈이 번뜩였음 화를 꾹 눌러참는지 이마엔 핏대까지 섰겠지 주먹을 쥔 손톱이 손바닥을 깊숙히 파고들었음

- 허튼 짓 할 생각 마. 오늘처럼 송태섭 도발하겠다고 덤비기만 해, 아무리 자식이라도 내 물건 건드리는건 가만 안둬.

- 와…, 세상에.

으르렁거리는 우성의 기세에 거의 밀리지 않는 2세는 어이없다는 듯이 한쪽 입꼬리를 올렸음 꼭 당신 지금 무슨 말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해? 하는 눈빛이었겠지 물론 우성도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았음 쉽사리 꺾이지 않는 싸움에 결국 2세는 우성이 꺼냈던 카드를 되돌려 줬음 ㅋㅋㅋ아..정우성..당신 설마,

- 아빠, 저 질투하세요?




그 때 밖에서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음 태섭에 들어오기 전 각자 한발짝 물러서 멀어진 부자는 약속한듯 표정을 풀고 무슨 일이냐는 태섭을 안심시켰어 방금 씻고 나와 머리칼에서 흐른 물방울이 가운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2세가 눈으로 쫓자, 우성은 애 잘 시간이래, 우리도 가자, 하며 태섭의 어깨를 감쌌음 잠깐 굿나잇 키스는 해줘야 한다며 우성의 품에서 빠져나와 2세 이마에 입을 맞추는 태섭에게 2세는 순진무구한 미소를 띄웠어 그리곤 태섭에게 바짝 몸을 붙여 방을 떠나는 우성이 뒤를 돌아보자 눈썹을 한번 까딱 했겠지 꼭 자기가 태섭에게 사랑받는 이유를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우성태섭 우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