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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9 21:08
정우성 비행기 타기 전 학교 기숙사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
오늘이 진짜 정말로 마지막인데 형이랑 같이 자면 안되겠냐며 베개를 안고 찾아온 아기를 무슨 일인지 돌려보내지 않는 이명헌
불 꺼진 캄캄한 방 좁은 1인용 침대에 180 186 운동선수가 꾸깃꾸깃 몸 구기고 나란히 누워서 새벽 1시가 넘도록 잠들지 못하는 밤


형 저 오늘 마지막이구
이제 가서 우리나라말 못하고 우리나라음식 못먹는다고 생각하니까 기분도 엄청 이상하구요
또 이렇게 형 얼굴 안 보고 있으니까 좀 용기 생겨서요
아무 말이나 막 할게요 그냥 들어요 형은

저 계속 말했잖아요 형 좋아했다고 형은 저 갈때까지 대답 안해줬지만
솔직히 진짜 서운했고 저 혼자 억울해서 운 적도 있어요 형은 모르죠?
저 아직도 기억나요 제가 맘 얘기 했을때 형이 뭐라고 대답했는지
형 처음에는 막 니 맘 니가 생각하는 그런거 아니라고 그냥 농구 잘하고 호흡 잘맞는 파트너한테 갖는 좋은 감정 그런거라고 내가 착각하는거라고 하더니 나중에는 미국 가봐라 나 금방 잊고 잘살거야 그랬죠? 그쵸? 형이 그렇게 말 했죠?
(뿅을 붙였겠지뿅)
아 그래요 뿅. 잘살거야뿅. 내가 계속 말하니까 형도 얘가 그냥 우정은 아니구나 깨달아서 그런 말 한거죠?

.......

.....아무튼 형이 날 안좋아한다곤 생각 안하지만 나랑 같은 느낌으로 좋아하는것 같진 않긴 했어요 형 입으론 한번도 대답해준 적 없지만요
뭐 그건 상관없어요 솔직히 형이 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저한테 크게 안중요해요 저는 제 마음이 중요하니까
근데 지금은 형이 제 옆에 있어서 그렇지 형 못보는 곳에 가면 또 어떨지 모르겠다 싶더라고요
혹시 알아요 내가 생각보다 엄청 힘들지?

그래서 여기저기 얘기를 좀 들어봤어요 그동안
좋아하는 사람이랑 못 만나게 되면 얼마나 힘드냐고
형이 나 미국 가면 형 잊을거라 했으니까
좋아하는 사람이랑 떨어져 있으면 얼마만에 잊게 되냐고
사람들 말이 어떤지 알아요?

해봐야 안대

생각보다 빨리 잊어져서 룰루랄라 잘하는 사람도 있고
진짜 죽을만큼 힘들어서 나 보러 와주면 안되냐고 매일 전화하는 사람도 있대요
형 나는 내가 그럴까봐 무서워요
솔직히 지금 저 무서운것보다 설레는게 큰데 유일하게 설렘보다 무서움이 큰게 그거에요
미국 가서 형 생각만 하게 되면 어떡하죠
형은 솔직히 아직 나 그런 식으로 바라보는거 아니긴 하죠
말은 안했지만 그런거 같아서요
형이 나 바라볼 때까지 더 도전하고 더 용기냈어야 했는데 도전하다 말고 이렇게 가버리면 나 평생 생각날 거 같아

형 생각엔 내가 어떻게 해야 형 잊을 수 있을것 같아요
형도 저 아끼는 동생이면 같이 고민좀 해줘요





그리고 한동안 흐르는 침묵과 초침소리
비좁은 침대에 낑겨 눕느라 꽉 맞닿은 팔 온도가 뜨거움
여름이라 그런지 선풍기로도 열기가 다 가시지 않는 느낌임
규칙적으로 들리는 들숨과 날숨 소리
아무 말 없이 숨만 쉬는 이명헌에 정우성 흘깃 그쪽으로 고개를 돌림




.....형 설마 자요?
사랑해용.





........
뭐라고요?



사랑한다고.






....저기요. 형.


도전하다 말고 가버리면 평생 생각날것 같다며, 뿅.
너 갖고 싶어했던거 가진거 맞으니까 확인하고 가면 쉽게 잊지 않겠냐뿅.


형.



씨발 지금 나랑 장난해요??






이불 걷어차고 벌떡 일어난 정우성
캄캄한 방 안 어둠에 적응한 눈으로 보이는 커다란 인영
배 위에 손 모은 채 여전히 정자세로 누워 있는 이명헌




형 그런 말 장난으로 하지 마요.

장난 아니에용.

형!

난 너 오래 사랑했어.

이명헌!!!

정우성. 왜 화를 내. 내가 너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안 중요하다며.
난 너 사랑해. 마지막 원온원도 결국 니가 나 이겼어.
너 사랑한다고 입 밖으로 꺼내는 거 난 솔직히 마음 아파.
그래도 난 네가 여기서 못 이룬 거 없이 맘 편히 가서 잘 살길 바라니까 말하는 거야.


......하.








분노와 울음이 섞인 이 잘생긴 후배의 목소리에서

이명헌은, 자신이,
남겨진 사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에 성공했음을 깨닫고 마는 것이었음









형은 그런 말 듣고 가서 내가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우성명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