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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8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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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농구 특대호 : 농구선수의 집을 가다 'NBA편 2']

이번 호에 우리는 LA의 서태웅, 강백호 선수의 자택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저번 호의 정우성, 송태섭 선수의 샌프란시스코 자택을 방문한 기획에 이어 2번째 특집입니다. 대학시절엔 같은 집에 살았던 네 선수는 지금도 친밀한 교류중입니다. 저번 올림픽의 동메달 입상의 한 축을 담당한 자랑스러운 우리 선수들이죠.

정우성, 송태섭 선수의 모던한 자택에 비해 서태웅, 강백호 선수의 자택은 한 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집이었습니다. 집 안에 일본식 주택의 구조가 그대로 들어있다거나 손님용 침실의 합숙소 같은 분위기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으니까요. 저, 박경태 기자가 카나가와 농구인의 친분을 십분 활용해 이 특별한 자택을 짓게 된 경위를 들었습니다.












박경태 : 백호형, 안녕하세요.(웃음)

강백호 : 눗...

박경태 : 알고보니 전국막내였던 강백호한테 형이라고 했던 것도 다 추억이네요. 잘 지냈어요, '형'?

서태웅 : 멍청이를 놀리는 기자는 용서...할테니까 그만 놀리지.

박경태 : 그럴까요?(웃음) 강백호선수가 내준 다과에 토끼모양으로 깎인 사과가 있는데 서태웅선수 접시에는 여우모양 사과가 있습니다. 저희는 있는 응접실이 좌식인데 굉장히 익숙해서, 그래서 미국저택에선 오히려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왜 일본식 주택처럼 꾸미셨나요?

강백호 : NBA 데뷔 첫해에 저는 LA에 있었지만, 서선수는 뉴욕에서 뛰게 되었으니 엄청난 거리... 자주 볼 수 없었죠. 그래서 서로 애가 타고 그랬었네요. 그때 같이 살자는 말은 사치스러운 거였는데 서선수가 일을 저질렀달까...

서태웅 : 멍청이 숙소에 만나기로 한 날보다 하루 일찍 들이닥쳤던 날이 있었는데, 여우가 그려진 접시나 여우 스노우볼 이런게 늘어나 있었지. 그때 멍청이도 언제가 될 줄도 모르면서 같이 쓸 식기 같을 걸 모으고 있는걸 보고 망설일 필요가 없었던 거다.

박경태 : 서태웅선수가 LA 연고팀으로 이적하려했을때 강백호선수가 엄청나게 반대했다고 들었습니다.

강백호 : ...서선수는 뉴욕팀에서 프랜차이즈 선수로 키울 신인이었는데 너무 많은걸 내려놔야했으니까 저는 반대한거죠. 그때 말도 안했어요.

박경태 : 그리고 국대소집이 있었는데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본선진출 확정짓고 두 분이 하이파이브하고 포옹했던거 지금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서태웅 : 그 기세로 동메달 따고 오히려 이적제의가 확실하고 높은 조건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지. 우리가 같이 뛰면 얼마나 폭발적인지 보여줄 수 있어서 화해도 했고, 이적도 성공했달까.

박경태 : 그때 이 집을 짓기 시작하셨다면서요? 응접실 컨셉이 왜 이런 친근한 일본식 다주택가구인가요?

강백호 : 북산시절 우리집이 이랬어요. 좁고, 덥고, 낡고, 그리고 우리 둘로 가득한 그런 집.

서태웅 : 어딜 봐도 멍청이가 보이는 아늑하고, 잘 닦아서 반질거리고, 내가 아끼는 모든 게 부족함 없이 다 있던 집이었다. 유학올 때 멍청이 집을 정리하고 본가에다 짐을 보관했었는데 집을 지으면서 옮겨온거지. 그리고 그 집을 가져올 수가 없어서 조금이라도 닮게 해본건데 나는 좋았어.

강백호 : 서선수가 저기 부모님 불단하고, 이 응접실을 만들면서 다다미만 빼고 거의 그대로 만들어줬어요. 벚꽃색 러그가 깔리고 가구들은 다 새것으로 바뀌었지만 털털 거리는 선풍기 한 대로 버티면서도 딱 붙어서 마트의 마감세일로 산 고기로 덮밥을 만들어서 야식을 해먹던 때처럼 우리는 여전히 여기서 딱 붙어서 밥을 먹어요. 저기 큰 주방 식당은 우리 팀메이트들을 초대할때 쓰려고 만들었는데 동료들도 여기서 이렇게 앉아서 같이 밥을 먹게 됐어요. NBA에서 제일 이상한 집일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함께 살았던 그 집이 이 집에 녹아들어 있어서 저는 좋아해요. 우리가 참 좋아해요.

박경태 : 이상한 집이 아니라 듣고보니 이상적인 집이네요. 사랑이 넘치고, 추억이 다시 일상으로 살아 숨쉬는 그런 집이잖아요.

강백호 : 네. 고맙다고 내가 말했나? 여우야, 15살인 그때도, 25살인 지금도, 35살일 훗날도 내 집의 가장 중요한 단 하나, 내 가족으로 있어줘서 고마워.

서태웅 : (말없이 강백호 선수를 당겨서 붉은 머리에 입을 맞춰준다)






거대한 식탁이 있는 미국식 식당이 아니라 이 일본식 응접실에서 저녁을 대접받았습니다. 카나가와, 오키나와, 아키타의 맛이라며 강선수가 전수받은 어머니들의 레시피들로 가득했던 그날의 저녁이 잊지못할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서선수와 강선수의 일상에 초대받아서 감사했어요. 월간농구 기자단이 머문 게스트룸 얘기도 꼭 전해야만 하는데 사진에 보이는 것보다 더 거대한 침대들이었다는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박경태 : 크네요. 침대사이즈가 어떻게 되는거죠?

강백호 : 시골호박, 내 친구 현필이랑 판석이가 같이 누워도 될 사이즈로 맞췄어요.

박경태 : 미니바스 코트 같아요.(웃음) 왜 이런 합숙소처럼 침대가 여러 개 같이 들어있는 방을 만드신건가요?

강백호 : 제 친구들인 카나가와의 백호군단이 놀러오면 같이 떠들다가 자고 싶어서. 북산 선배들이 오면 한시도 떨어져있기 싫으니까. 국대 선후배들이 오면 밤새 회포를 풀고 싶어서. 사실 혼자 쓸 수 있는 게스트룸도 여러 게 있는데 다들 이 방에서 자겠다고 그러더라고요. 그치, 여우야?

서태웅 : 같이 자다가 눈뜨면 또 원온원 할 수 있으니까 나쁘진 않아.

박경태 : 전에 남훈선수가 미국에 묵었던 3일동안 원온원을 매일 했다고, 자기집이 약국이어서 다행이었다고 그랬던 후일담이 생각납니다.

서태웅 : 남룡생당. 광고같지만 광고 아니니까 아무튼 오사카에 가면 남룡생당이다.

박경태 : 남훈선수가 시킨거 아닙니다.(웃음)










우리가 이제 '느바서❤️느바강'이라고 부르는, 북산의 그 1학년 콤비이자 국대의 황금 포워드들의 미국 자택을 다녀왔습니다. 농구소년이었던 그들의 첫번째 집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소중한 사랑의 보금자리를 보았습니다. 같은 연고지의 팀을 갖기까지 두 선수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감히 다 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당신들의 그 노력에 우리도 행복했노라고, 고맙다고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들의 소중한 집은 사실 서로일 거라는걸 우리는 진작 알고 있었지만, 그들이 허락하는 지면과 인터뷰로 그 벅찬 세월을 이렇게 전해들을 수 있어 감사한 시간이었다고 밝힙니다. 서태웅, 강백호 선수. 행복하십시오. 사랑은 이미 거기 있으니 우리는 당신들의 곁에서 가만히 지켜볼 따름입니다. 어쩌면 종생토록.







루하나
슬램덩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