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으론 명헌이 찐애기였던 십대 후반 이십대 초반 때 너무 참고 감정 억누르고 힘내서 어른 노릇한 후폭풍이 뒤늦게 온 거 같아서 가끔 좀 짠...하기도 함...

소세지 반찬 햄 반찬 없으면 밥 안 먹을 거라고 식탁 앞에서 투정 부리는 30대 명헌 앞에서 이명헌, 또 혼나고 싶지~ 하고 엄한소리 내다가도,
쓸데없는 데 돈 쓰지 말라고 용돈 끊고 혼쭐 냈는데도 몰래 카드 들고 가서 개못생긴 오타쿠 콜라보 명품 티셔츠 깔별로 다섯장씩 사왔을때도,
갑자기 아무 이유없이 오늘부터 게으름 부릴거라고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잘거라고 한 사흘을 집 밖으로 안 나가려고 들면서 폐인같이 굴 때도,
형 어르고 달래고 혼내고 타이르고 또 어르고 달래고 “못 살아, 진짜. 이러고 싶어서 옛날엔 어떻게 주장 노릇 형 노릇 다 했어요.” 하다가도,

“그 땐 그냥 해야 되니까 했지. 삐뇽...” 소리 들으면 문득 먹먹해서 아무 말 못하고 형 머리만 쓸어주고 있는 우성이 보고싶다

미국 음식 입에 안 맞아서 살 빠졌다고 우는 소리 하니까 바리바리 한식 싸들고 미국 왔던 형, 그거 자긴 개부실한 학식으로 끼니 떼우고 파우더로 단백질 섭취하면서 아낀 돈이었는데...
힘들 때마다 형 목소리 자주 듣고 싶은데 전화비가 너무 비싸서 속상하다니까 우편으로 전화카드 보내줬던 거, 그 때 형도 어차피 돈 없는 학생이었던 거 마찬가지였는데...
이번 방학엔 자기가 한국 들어가겠다고 해도 가급적 비행기 타지 말라고 너 그 덩치로 이코노미 타면 무릎 상한다고 굳이굳이 자기가 미국 오는 비행기 끊던 형, 근데 뭐 형은 이코노미 타기 편한 덩치였나...형도 대학 리그 선수였는데...

나이 먹고 선수 생활 정리하면서 롱디 끝내고 둘 살림 합친지가 언젠데, 명헌이 아직도 가끔 정신 몽롱할 때면 멍하니 우성이 쳐다보다가 “왜요?”하면 “어? 어어, 그냥. 진짠가 싶어서...”할 때 있는데 그게 글케 한 번씩 가슴 무너지는 연하.
애기 땐 몰랐지, 그 땐 마냥 형이 커보이고 대단해 보이고 어른 같아 보여서- 그런 형도 결국엔 저하고 만으로 채 1년도 차이 나지 않는 똑같은 애기였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