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전체적으로 보면 빼도박도 못하게 순애인 게 좋음

태섭이 미국 가면서 헤어진 대태... 거의 전적으로 태섭이 의견에 따라서 비밀연애해오고 있던 거라 헤어졌어도 당사자들 빼고는 아무도 모름. 대만이 룸메인 동뿅도 모름. 대만이 헤어지고 나서도 멀쩡히 잘 지내서 더.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농구도 열심히 하고 누가 봐도 빠지지 않는 여친도 사귐. 이제 대학에도 어느정도 적응했으니 여친도 사귀나보다 했지. 이상하게 여친들이 계속 바뀌긴 했지만 뭐 정대만은 남녀노소 인기 많으니까...좀 나쁜 남자가 될 수도 있겠지.

그런데 어느 날 대만이 한쪽 볼이 퉁퉁 부어서 온 거임. 뺨은 시퍼렇게 멍들고 입술은 찢어져서 피딱지가 앉아있음.

여친에게 맞았나...? 싶기에는 상처가 너무 심함. 거기다 동뿅이 가장 최근에 본 대만이 여친은 작고 여리여리한 흰 피부 청순계 미녀였단 말이야. 도저히 저렇게 사람을, 그것도 운동하는 대학생 얼굴을 저렇게 만들어놓을 수 있는 피지컬이 아님. 거기다... 대만이 기분이 너무 좋아보임. 웃으면 입술 땡겨서 아플텐데 계속 실실 웃다 아야! 했다가 까먹고 다시 실실 웃고 있음. 거기다 핸드폰도 계속 들여다 봐. 동뿅 슬슬 걱정을 넘어 무서워지기 시작함.

뭔데....뭔데 대체....

그러다 수업 끝나고 부리나케 강의실 밖으로 뛰쳐나온 대만이. 동뿅 따라가봤다 기겁함.

저 짝눈썹이랑 한쪽 피어스는 분명 북산전 때 붙었던 송태섭 맞는데 송태섭 얼굴도 멍들고 붓고 난리가 나 있어서. 거기다 목덜미부터는 물린 자국에 울긋불긋 멍에....반창고랑 붕대같은 걸로 최대한 가린다고 한 모양인데 너무 넓어서 다는 못 가리고 움직일 때마다 밑에 있는 멍들이 조금씩 보임.

동뿅 직감적으로 깨달음. 아. 정대만 뺨 부어터지게 한 거 송태섭이다. 그리고 송태섭 목에 붕대 감게 한 거 정대만이다.

동뿅이 그러거나 말거나 대만이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태섭이 옆에 다가가더니 태섭이 어깨에 팔 두르고 어디로 갈까 네가 좋아할 만한 데 알아왔다 밥 다 먹고 우리 농구나 할까 남친짓 오지게 하고 있음. 태섭도 삐딱하게 있지만 밀어내거나 주먹 날리지 않고 대만이 끄는 대로 끌려가 주고 있고. 그렇게 둘이 한쌍의 염병천병(?) 커퀴가 되어 어딘가로 가고 난 뒤 동오 오랜만에 대만이와 관련된 악몽 꿨고 명헌이 우성이에게 전화해서 태섭 챙기라고 귀띔해줘야 되는지 좀 고민했을 듯.

뻔하겠지만 둘이 싸섹한 이유는 다시 사귈지 말지였으면 좋겠다 서로 아직 감정 남은 거 뻔히 아는데 롱디가 쉽지 않다는 것도 아니까. 언성 높이다 주먹 오가고 서로 코피 한 방씩 터트리고 씩씩대고 있다가 갑자기 불붙어서 멱살 잡고 키스하고. 결국 마지막에는 대만이가 거칠게 박힐 때마다 욱욱 헛구역질하는 태섭이 코피 핥으면서 내일 나 만나러 오면 우리 사귀는 거다, 근데 네가 안 오면 나 내 무릎 박살낼 거야. 야구방망이든 뭐든 써서 확실하게 박살내 줄 거니까 그렇게 알아. 하고 협박했겠지. 태섭이 오토바이 사고를 아는 대만이라 이대로 두면 얘가 또 자괴감에 자기 자해하는 짓 저지를 것 같아서 선수 친 거임... 그리고 대만이 예상대로 태섭이 꽤나 몰려있던 상태라 대만이 협박 아니었으면 또 무슨 일 낼 수도 있었는데 듣고 포기함. 자기는 아직 대만이를, 대만이 농구를 너무 사랑하니까... 어쩌면 포기할 이유를 찾기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몰라. 결국 사랑했던 건, 사랑하는 건 태섭이도 마찬가지라. 그리고 그런 태섭이 마음을 모를 대만이가 아니지. 얘가 드디어 도망치는 걸 포기하는구나, 날 사랑 안하려고 노력하는 걸 포기하는구나 알아서 맞았는데도 실실 웃을 수 있었고 태섭이가 자기 협박대로 만나러 왔을 때는 환희했겠지. 그래서 그렇게 남친짓했던 거고... 암튼 둘이 그 후로 잘 사귀었으면 좋겠다. 동뿅 나중에 사정 알고 나서는 너희는 서로를 방생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너무 큰 죄를 지을 것 같으니 평생 둘이 잘 살라고 덕담해줌



아, 그리고 대만이 여친 사귀었을 때는 젠틀매너남으로 과내에서 유명했으면 좋겠다. 어느 여친에게나 매너 좋고 친절하게 대했으면 좋겠다...하지만 늘 여친에게 먼저 차이고, 차이는 이유는 늘 똑같았던 거면 좋겠다...

대만태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