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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7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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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칭중구난방ㅈㅇ




아사쿠라 가는 정치계 가문이고 미토는 대대로 병원장을 지냄. 제법 큰 사립병원이니 정치자금을 대는 자금줄로 이용하려는 거였겠지. 미토로서는 정계의 연줄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고. 아들을 정치적 패로 이용하려는 집안에 꽤 반감이 있는 호열이... 철이는 일찌감치 집 나와서 살고있는거 좋다. 가업을 이을 생각같은 거 전혀 없으니까 아들 찾지 말라고 뛰쳐나왔는데 아니 진짜로 아들은 안 찾는데 그 집안이 알파는 찾아댈 줄이야. 박철 진짜로 아사쿠라에는 학을 뗐는데 엎을까말까 고민했다가 양호열 만나서 모르는 사이 코꿰이는거 좋다. 근데 조금 엇갈리고 조금 오해하고 하는거.



그러니까 정계에도 발들이고 싶은 미토 가, 정치자금이 필요한 아사쿠라 가의 결합인 이 혼담이 기자들 귀에도 들어가면 파파라치가 붙을 수도 있다고? 호열이 그냥 조용하게 멋대로 살고싶었는데 하... 이마짚음.

"그게 소문이 난다고?"
"너도 기모노 입을 때 예상했을 거 아니냐."
"하? 나는 그냥 일반인이거든요. 그런 연예인병 걸린 생각 안 해요!"
"혹시 모르니 우리 쪽 사람들은 늘 붙을테지만 계약이라는 말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조심하렴."

알아요! 뚝 끊어버렸는데 그럼에도 아랑곳 않는 아버지가 호열이에게 문자로 약속시간과 장소를 보냈음. '그쪽과는 다 합의 된 내용이니까 늦지 말거라.' 라니. 그쪽이야말로 전적이 있는데 지각하지 마시지? 투덜대며 휴대폰 집어넣음. 또 대충 교복이나 입고 나가야지. 근데 호열이 내심 박철이 오겠나 싶었음. 솔직히 좀 안 믿었겠지. 그래도 이쪽에서 구실을 주지 않아야 하니까 나가는것 뿐이야. 아무튼 그런거야. 속으로 되뇌면서 호열이는 만나기로 한 길의 난간에 기댔음.

오려나, 안 오려나? 뭐 안 와도... 이쪽에선 할만큼 했으니. 홀가분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시원섭섭한 기분이 들었음. 근데 그때 뒤에서 기다렸냐, 하면서 박철이 나타나면 어떡하지.

"먼저 와 있었네. 기다렸냐."
"아... 별로."

뭐야, 진짜 왔네. 그런 생각 하면서 피식 웃는 호열이한테 박철 의아해서 뭐가 재밌냐고 물음. 별거 아니라고 얼버무리면서 가자고 함. 박철은 교복 입고 타박타박 걸어가는 양호열 보면서 잇새에 물었던 담배 다시 집어넣겠지.

"그래, 좀 걷자."
"응. 밥은?"
"배고프냐? 뭐 먹을래? 지난번에 긴장해서 제대로 못 먹었잖아."

우리 꼰대가 카드까지 줬으니까, 데이트 증거는 남겨야지. 호열이는 박철 손에서 카드 뺏어들고 이리저리 뒤적이며 구경했음. 박철 아버지 사인이 적힌 카드가 호열이 손 안에서 팔락였음.




오늘은 집안이 정한 애프터니까 이 이후에 정말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둘도 머리를 맞대고 생각함. 근데 그렇다고 해서 오늘 이후의 데이트가 각자에게 달려있느냐?

"당연히 아니지."
"하..."

물밑작업도 아니고 공식적으로 혼담을 위한 단자를 보낸 이상 장본인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이 결혼을 성사시키겠다는 게 집안의 뜻이었음. 박철은 정말 자식을 집안을 위해 이용하는 거잖느냐고 분개하는 호열이를 좀 흥미롭게 쳐다봄.

"뭐, 난 아무래도 상관 없지만 말이다."
"넌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야지 하는 생각은 안 해?"
"글쎄다. 달리 좋아하는 사람도 없고. 또 그런 새콤달콤한 얘기에 내가 어울리기나 하겠냐."

박철은 잔술을 훌쩍 들이키고는 담배를 태우고 싶어졌는지 가슴팍을 더듬거리다가 호열이 앞이라는 걸 깨닫고 이내 그만둠. 호열이는 잠시 생각에 잠긴 것 같더니 제 앞에 놓인 잔을 집음. 박철이 보리차로 채워 놓은 잔이겠지.

"좋아하는 사람이 없단 말이지."
"지금은 그렇지."
"그래... 그럼 나중에라도 피차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이혼하면 되는건가?"

박철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음. 박철도 내키지 않는 결혼이고 호열이가 싫다고 하면 아사쿠라 집안은 자기 선에서 정리할 생각이었음. 결혼하더라도 놓아줄 생각 만만.

근데 거꾸로 그거에 호열이 불붙어버림. 원랜 자기도 내키지 않았던 호열이 반발심에 불쑥 뾰족한 생각 들었음. 뭐야, 박철 뭔데 날 거부해? 니가 어디 가서 나만한 오메가를 만나? 어이없네...



호열이가 말없이 생각에 잠긴 동안 둘은 걸어서 박철 바이크 있는 데까지 옴. 그럼, 하고 양호열이 돌아서려는데 박철이 잠깐, 부르겠지. 뭐냐고 돌아보면 번호 달라는거. 왜? 의아해하는 호열이한테 박철은 집안 핑계 댄다. 아사쿠라 쪽에서 먼저 혼담을 넣은 만큼 간단히 놓아주진 않을 거다. 너는 이 결혼 하고싶진 않을 거 아니냐. 몇번 더 만나고 나서 집안엔 서로 안 맞는것 같다고 내가 적당히 둘러대 줄테니까 두어번 더 만나기만 하면 된다 까지 말하는데 갑자기 호열이가 손 들어서 박철 말 멈춤.

"너는, 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왜 남의 생각을 함부로 넘겨짚어."
"그게 아니라... 아니 넌 이 결혼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거냐?"

알지. 사실상의 정략 결혼. 사랑 없는 상대와 평생을 보내는 것. 집안끼리의 결합. 그리고 그거에 희생되는 쇼윈도 부부. 근데 이제 그 상대가 박철인.

그게 가장 큰 변수임. 양호열 하고싶냐 하기싫냐 물으면 당연히 싫다고 생각했으면서 정작 박철 쪽에서 이 혼담 끊어주겠다 하니까 뭔가... 뭔가 싫은거야. 반발심에 양호열 ㅡ아닌데? 나는 너랑 결혼해도 괜찮은데? 너는 나같은 오메가가 결혼해준다고 하면 감사합니다 하고 붙잡아야지... 이거 열받네? 허... 네 쪽에서 매달리게 해주지!ㅡ같은 생각을 하게 되고 마는데...




근데 이제 여기에 박철이 이전에 만나던 타입은 주로 화려하고 성숙한 타입의 미인들이었다는 걸 알게 되고... 그래서 애초에 나 같은 타입은 너무 애같고 수수해서 싫었나? 자낮해지고 급기야 박철 나 안할래 역시 나 사랑없는 결혼은 하기 싫어... 하고 마는데...

그러면 이제 박철이 당길 차례? 날 좋아해라 박철 좋아해라 하고 꼬실 땐 언제고 이제와서 발 빼려고? 안되지. 내 아내가 되어줘야겠어. 널 더 내게 빠지게 해놓고 잔인하게 버려줄거야. 그런 식으로 집안에도 복수해야지. 그래놓고 결국은 착실하게 이 정략결혼 준비에 발들이는 철호열의 동상이몽 보고싶다ㅠㅠ